2> ARCAM & NEMO

2016. 7. 15. 11:14Netherlands 2016






시차 때문에 새벽 5시부터 잠이 깨어 눈알만 굴리고 있다


어제 기내식으로 나온 빵




아침을 먹으러 일찍부터 식당으로 내려왔다. 복도가 하도 길어 쉬어 갔다


하얀 식탁보가 깔린 테이블에 촛불을 켜고 네덜란드의 첫 아침을 맞는다.

청어에 양파를 얼마나 넣어 먹어야 안 비릴까 ? 걱정했는데 오히려 식단이 매우 훌륭했다. 특별한 메뉴가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빵도 여러 종류, 치즈의 나라다웠고, 후식도 과일 음료수등 다양하게 갖춰 놓았다. 손님도 몇 명 안되는데 너무 많이 차렸다... 걱정이 들 정도였다.










우리가 나올 때쯤에 아랍꼬마, 노인 단체등 투숙객들이 몰려 붐비기 시작했다.






9시 조금 넘어 방으로 돌아왔는데 복도에 수레가 세워져 있고 직원 두명이-짐이 널부러져 있는- 우리방을 청소하고 있었다. 이 시간에 check-out도 안한 방을 청소하는 경우는 첨 본다. 어디 가 있을 곳도 없고 청소 방해될까봐 객실 발코니에 나와 앉아 있었다.

초록 들판에선 하얀 양들이 넓게 퍼져 풀을 뜯고, 참새 한 마리가 발코니로 날아오더니 바닥에 죽어있는 하루살이들을 앙증맞은 부리로 한입가득 물고 갔다.


팬스위에 앉아 있는 큰 새


잠시 후 청소 끝났다고 직원이 나가기에 얼른 불러 캡슐커피머신 사용법을 물어보았다.

창피함은 순간이지만 커피향의 추억은 오래 남으니까.


오일릴리(Oilily) 옷 브랜드가 여기 네덜란드라며 현주가 실속없이 좋아했다.

욕실에 널어 놓은 빨래가 놀랄 정도로 금방 말랐다.



어젠 정신이 없어 몰랐는데, 호텔이 탁 트인 들판 한가운데 있었다.

시원한 아침바람을 맞으며 지평선 남쪽끝에 희미하게 보이는 암스테르담으로 향했다. 목적지에 거의 다 와서 네비만 믿다가 사각지대에 있던 버스랑 부딪칠 뻔했다. 버스의 경적소리에 놀라 해저터널을 다시 들어갔다 나왔다,


강변으로 향하는 내리막길을 중년부부가 올라오길래 주차가능한지 물어보니, OK !

차를 끌고 소심하게 내려가자 다행히 넓은 공터가 있었다. 나무 아래 조신하고 주차.


제방 위로 먼저 올라간 현주가 얼른 와보라고 손짓했다.





찻길쪽에서 뭔가 거대하고 검은 판이 서서히 일어서고 있었다. 방금 전 우리가 지나온 7차선 도로가 쇠판으로 된 도개교였다.



다리 밑에 숨어 뭘 먹고 있던 남자가 머리위로 하늘이 열리자 얼른 가방을 챙겨 일어났다.


배들이 몇척 지나간 후 육중한 도로가 서서히 내려와 닫히더니 뭔 일이 있었냐는 듯 그 위로 자전거가 조용히 지나간다. 이방인을 놀래키며 암스테르담의 환영식은 그렇게 끝이 났다.








도개교 바로 옆에 아담하면서도 독특한 외관의 건물이 한 채 서 있다.

1-ARCAM (박물관) prins hendrikkade 600, 1011 VX Amsterdam


강변에서 보면 3층 건물이지만 도로쪽으로 나 있는 문을 열고 들어오면 그 곳이 2층이다. 그래서 건물이 좀 작아 보인다.



이 건물이 첫 답사지가 된 건 순전히 이름 때문이다. Architecture Center Amsterdam의 머릿글자만 따서 ARCAM이라 불리는 암스테르담의 건축박물관이다. 박물관이라고 해서 내부에 전시물이 있는게 아니라 그 건물 자체가 박물관인 거 같다.


건물의 도로쪽은 소음을 차단하려고 외벽을 철판으로 둘렀고 강쪽은 항구의 전망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 전면 유리로 시공했다. 덕분에 태양빛이 건물 안 깊숙이 들어와 모든 층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였다. 타인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는 건 덤이다.

이 건물은 보는 방향에 따라 형태가 완전히 다르고, 빛의 각도와 양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해를 등진 오전엔 조용한 강변주택으로, 정오엔 도심속 사무실로, 붉은 노을이 아름다운 저녁엔 레스토랑으로 이용해도 훌륭할 정도다. 넓적한 간판이나 네온 글자 하나 안 붙인 덕분에 건물의 진면목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ARCAM 어깨 너머로 어수선한 조선소 같은 것이 보이고 거대한 배가 건조되고 있었는데 지상에서 뱃머리 위까지 일직선으로 놓인 계단을 사람들이 올라 다니고 있었다.


까마득한 갑판만 바라보며 호기심에 이끌려 그리로 달려갔다.






짓다만 이 배는 과학박물관 겸 교육장인 NEMO

2-NEMO (과학센터) oosterdok 2, 1011 VX Amsterdam


밑에서 계단을 올려다보니 하늘과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까마득했다. 중간중간 쉴때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가 계단 끝 뱃머리에 올라 선 후 서서히 뒤를 돌아보았다.


NEMO는 시 북쪽으로 뚫려 있는 해저터널 입구위에 지어졌다. 자칫 쓸모없이 버려졌을 공간위에 바다로 막 출항하려는 거대한 배를 올려놓았다.


남쪽 하늘 아래로 암스테르담 시가지가 자갈밭처럼 낮게 깔려 있었다. 검은 지붕을 양어깨에 걸친 붉은 중앙역이 오른편으로 보이고 발치 아래로는 강변을 따라 오래된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진귀한 동양물품을 가득 실은 배가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마침내 내항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나는 붉게 그을린 얼굴로 나무 갑판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상상을 해 본다. 바로 지금처럼... 암스테르담은 하나도 변한 게 없다.






이 건물 갑판위에는 왠지 관광객보다 청소년들이 더 많이 보인다. 학교에서 단체 견학을 왔나 보다. 덩치는 성인인데 과학도구들 앞에서 노는 모습을 보니 아직 어린 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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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으로 덮힌 지붕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는 저 곳은 박물관 레스토랑이 들어있다.

이 건물은 외관만 멋진게 아니라 실내도 창틀과 벽장식, 의자까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곳곳에 번뜩였다.







1층에 있는 물시계





선창가 오래된 범선 아래에선 갓 태어난 새끼 오리 두 마리가 죽어라고 어미를 따라 다니고 있다.



차로 돌아와 땀을 훔치며 네비에 다음 목적지를 입력하고 있는데 서양아저씨가 오더니 무슨 박물관 위치를 물어 보았다. 도움이 안돼 미안했다.


도개교를 건너 이동하다 NEMO가 멀리 보이기에 얼른 사진기를 꺼내 들었다, 마주오던 트럭이 미리 멈춰 시야를 확보해 주었다. 센스쟁이 운전수와 손짓으로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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