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엔 무시로

2016. 6. 22. 13:37Netherlands 2016





숙소예약을 안하는 습관때문에 잘 방을 못 구해 영국 남부 어느 주유소 공터에 차를 세우고 현주랑 구겨저 노숙한 것이 딱 2년전이다. 그 다음해 체코와 오스트리아를 돌아다닐때는 전날에 꼭,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때는 당일 아침에라도 다음 행선지의 숙소를 예약했다, 작년 여행을 곰곰히 회상해보니 의외로 대부분의 숙소들이 하나같이 문제점을 품고 있었다. 더운데 에어컨은 없고, 창밖에 거리소음이 심하기도 하고, 전망이 공장지대거나, 외진 곳에 위치해 있거나 등등. 시간이 지난후 여행의 성공여부 판단기준은 볼거리나 먹거리보다 숙소였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올 여름 베네룩스 출발을 한달 남겨놓고, 안하던 짓을 시도하는 것으로 생각이 발전했다.

미리 숙소를 모조리 예약해 놓자 !


숙소와 루트까지 고정되어 버리는 이런게 내 자유여행 기조를 변색시키는 건 아닐까 ?  그러나 그런 찜찜함은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비록 사이버상이지만) 미지의 마을과 거리를 쏘다니며 좋은 숙소를 노크하고 다니는 신기함과 즐거움에 마냥 푹 빠져 들었다,

역시 미리 숙소를 예매하니 좋은 점도 있었다. 선택의 폭이 넓었다. 숙박료가 비싼 베네룩스에서 싸고 좋은 숙소들을 일찍 골라잡을 수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Slapen op gennep 라는 곳.

아인트호벤 근교에 전원풍의 고급스런 B&B 스타일의 숙소를 발견했다. 이번 여행기간중 숙박비가 가장 비쌌지만(97유로) 그만한 가치가 있어 보였다.




그렇게 모든 일정을 최선의 숙소로 채웠다고 자위하고 있는데... 메일이 하나 왔다.



가능하면 보증금을 걸고, 도착전 전화를 달라는 내용이 최대한 정중하게 써 있었다,

처음엔 나도 정중하게 답장을 보내려고 했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은근 불쾌해졌다.

부킹닷컴에 숙소들은 선결재,후결재,무료취소,보증금등의 조건들이 확실하게 명시되어 있다. 각 숙소마다 그걸 미리 알고 예약을 했기에 3곳은 예약하자마자 카드에서 미리 돈을 빼가도 별 불만이 없었다.

그런데 이 숙소는 뒤로 조용히 보증금을 요구하고 있다. 그건 나를, 더 나아가 한국인을 못 믿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답장을 일단 보류하고 그 날짜에 다른 숙소들을 검색했다,

오전시간을 다 쓰긴 했지만 더 좋고 더 싼 숙소를 찾을수 있었다. 새로운 곳을 예약한 후에 바로 Slapen 을 예약취소해 버렸다.

답장도 안 보내고...




'Netherlands 2016' 카테고리의 다른 글

4> Volendam  (0) 2016.07.15
3> Pythonbrug, Silo & IJ dock  (0) 2016.07.15
2> ARCAM & NEMO  (0) 2016.07.15
1> Van Der Valk  (0) 2016.07.14
호랭이굴에 들어가 횡재하기  (0) 201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