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15. 21:00ㆍNetherlands 2016
아까 간 길인데 ?
가만보니 암스테르담 변두리 주택가를 몇 번이나 빙빙 돌고 있다. 스마트폰 네비도 우리처럼 졸린가보다.
안되겠다 싶어 길가에 차를 세우고 차 안에 장착된 네비를 켜 보았다. 보통 렌터카를 빌릴때 네비를 추가하면 요금이 올라가는데 이 차엔 기본 장착되어 있었다. 이상하게도 목적지가 같은데도 두 네비가 계산해 낸 거리가 두배나 차이난다. 스마트폰을 꺼 버리고 출발했다.
차량 네비가 좋긴 한데... 현주가 잠들만 하면 네비에서 안내 목소리가 너무 크게 나와 자꾸 깼다.
오후에 교외로 나가는 암스테르담 지방도로는 교통체증으로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비몽사몽 간신히 숙소에 도착했다.
바행기에서 받은 삼각김밥이 상할까봐 커피와 함께 허겁지겁 먹어 치우고 현주는 한국의 애들과 카톡을 하고 있다. 짱이는 발표회에서 은상을 탔다고 하고 은재도 잘 있었다. 자려고 누웠는데 막상 낮잠이 안온다. 두 시간 정도 쉬었더니 컨디션이 회복되었다. 다시 숙소를 나온 시간은 오후 6시가 넘어가는데 태양은 여전히 지글거렸다.
우리가 묵고 있는 이 숙소는 암스테르담과는 20km 떨어져 있고 폴렌담과는 3km 지척에 있다. 보고 싶은 건축물들은 다 암스테르담에 있는데도 이 곳에 터전을 잡은 건 순전히 돈 때문이다. 출발 4개월전부터 숙소를 검색했지만 암스테르담의 숙박비는 너무 비쌌다. 이곳은 프로모션끼고 하루 숙박비가 70€가 채 안되었지만 주차 무료(대부분의 시내 호텔은 주차비별도)에 조용하고 식단 훌륭하고,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
폴렌담(Volendam)은 네덜란드의 한가로운 어촌의 모습이 남아 있고, 전통의상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관들도 많아, 암스테르담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여유시간에 들르는 곳이다.
저녁도 먹을 겸 폴렌담으로 핸들을 꺾었다.
한결 선선해진 저녁바람을 맞으며 푸른 들판을 달려 외곽의 고급 주택가를 지나 시내에 진입했다. 끝과 끝이 1km 남짓한 번화가는 차들로 번잡했다.
바닷물은 구경도 못하고 시내를 돌다 Deen 이라고 쓰인 큰 슈퍼마켓을 발견했다., 지하에 간신히 주차하고 마트로 올라왔다
알록달록 신기한 물건들에 넋이 빠져 구경하고 있는데 왠 백인 아줌마가 뜬금없이 현주 어깨에 걸친 가방을 보고 예쁘다고 말을 걸었다. 매쉬스타일(그물모양)이 좀 독특하긴 해도 4년전 시장바닥에서 산 싸구려에 손잡이 매듭도 풀린 걸 ㅋㅋ
현주에게, 다음에 또 물어보면 “ 저희 남편이 Fisherman 이라서요 ” 하라고 시켰다.
총 21.5 € 어치 쇼핑. 계산대 아가씨에게 비닐봉투를 물어봐도, 주차할인권을 물어봐도 무뚝뚝
난 생수병 세트를 들쳐매고 비비적 거리고, 현주는 무거운 박스를 들고 오느라 낑낑대며 간신히 지하에 내려왔다, 주차비 1 € 별도.
동네 남쪽까지 내려가 바닷가 주차장에 들어 왔는데 한 남자가 우리 차를 보더니 손짓하며 자기 자리에 대라고 차를 빼 주었다. 그런데 지도를 보니 선창가까지 또 한참을 걸어가야 해서 현주 지청구를 들으며 다시 돌려 나왔다,
저녁 8시가 넘자 관광객들이 급격히 빠지고 골목길에 듬성듬성 주차할 공간이 생겼다.
현주는 오늘 일정중 여기 폴렌담이 제일 좋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네일샵에 눈길이 가고..
바다를 보려면 약간 언덕진 제방을 넘어야 한다, 정겨운 오르막길.
방조제가 생기기 전, 빈번한 해일을 막아주던 제방이 지금은 조그만 집들로 빼곡이 들어서 옛 위용을 많이 잃었다.
좁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빠져 나오자 시야가 밝아지며 마침내 폴렌담 항구가 환하게 내려다 보였다.
부둣가에는 호화 요트들이 쉬고 있고 거리는 다양한 언어가 뒤섞여 시끄러웠다.
<구글 인용>
제방위에 서서 잠시 눈을 감자 항구의 옜 정취가 주마등처럼 스처간다.
...고기잡이를 마치고 돌아온 배마다 청어가 삐죽삐죽 터져 나온 궤짝들이 쌓여 있고, 하번(Haven)거리는 손질한 후 버려진 생선 대가리와 내장 비린내가 쩌들어 있다. 선창가를 따라 불을 밝힌 술집에선 일을 마친 어부들은 둘러 앉아 나무컵에 담긴 거무틱틱한 맥주를 마시며 왁자지껄 떠들고 있다...
그게 폴렌담의 모습이다.
기념품점 쇼윈도우에 도자기인형들이 분위기 안맞게 참 처량하다
선창가를 따라 북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자 이내 한적한 주택가가 나타났다,
저녁때가 되자 쓸쓸함마저 느껴졌다,
다시 돌아 내려온다
두 남자가 지나가는데 막 영화를 찍다 나온 헐리우드 배우들 같았다
이 동네도 10대들은 함석지붕위에 올라가 건들건들 불량스럽게 놀고 있다
원래 바다가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근사하게 먹으려고 왔는데 왠지 내키지가 않았다. 현주도 같은 기분이었다
폴렌담까지 와서 아무것도 안 사고 안 먹고 그냥 떠난다.
▲
9시쯤 호텔로 돌아와 마트에서 장 봐온 샐러드와 미트파이등을 펼쳐 놓았다.
레스토랑에서 비싼 돈 내고 모르는 음식 모험하느니 이런 음식이 오히려 속편하고 맛있다.
샐러드에 따로 산 치즈를 섞여 비벼주니 훌륭하다
10시가 넘자 비로소 서쪽하늘이 희미하게 물들어간다
들판에 왜가리 한 마리가 날아와 수로를 거닐며 긴 부리로 갈대속을 뒤적거리고 있다. 개구리가 먹고 싶은게야.
옆에서 스마트폰을 긁어대던 현주가 외쳤다.
' 내일은 여기 데려다줘. 바디스크럽이 유명하대, 이런 건 꼭 사야 돼 ! '
빨래거리는 매일 나오고 시차 때문에 정신은 몽롱하고...
'Netherlands 2016' 카테고리의 다른 글
6> REM eiland (0) | 2016.07.16 |
---|---|
5> Sabon (0) | 2016.07.16 |
3> Pythonbrug, Silo & IJ dock (0) | 2016.07.15 |
2> ARCAM & NEMO (0) | 2016.07.15 |
1> Van Der Valk (0) | 2016.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