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15. 14:00ㆍNetherlands 2016
지금 지나가며 보이는 거리의 풍경만 봐서는 예전에 이 땅의 용도를 전혀 알 수 없다.
그러나 지도를 보면 바다 쪽으로 길게 뻗은 직사각형, 즉 컨테이너 부두였음을 대번 알 수 있다.
고층건물이 들어선 거리 끝을 조용한 저층 아파트단지가 차지했다.
아파트 옆 수로엔 살림집 배들이 부두에 계단을 걸치고 정박해 있는데, 육지보다 더 많은 나무로 둘러쌓여 있었다.
각 가정들이 머리를 맞댄 좁은 골목길을 이리 저리 돌다 이질적인 구조물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빨간 다리가 놀이동산에 있던 롤러코스터를 잘라와 걸쳐 놓은 듯 했다.
3-Pythonbrug (다리) pythonbrug 1019 Amsterdam
무지개다리처럼 휘어지고 굽어 있는 이 다리는 제법 넓고 튼튼한데도 보행자 전용이다.
상판이 수평이면 사람도 자전거도 편할 텐데 왜 굳이 저렇게 만들었을까 ? 다리 아래로 배가 지나가라고 띄어 놓았나?
그러기엔 막다른 수로라 통행량이 적고, 다수 주민들의 희생이 크다.
다리위에 일렬로 꽂아 놓은 날렵한 새 모양의 장식을 보고 있자니 뭔가 좀 느낌이 왔다.
이건 효율만을 우선시하는 세상에 대한 반항이고 실험이다. ‘충분히 불편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도 예술을 우선시 해보자. 어느 선택이 옮았는지는 후세에 평가를 받아보자’ 라는 지신감이었다. 더 기다릴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이 다리 보러 지구반대편에서 한국인 두명이 날라 왔다면 승패는 이미 결정 난 것 아닌가 ?
현주는 다리를 건너 맞은편 선창으로 갔고
나는 주택단지끝, 바다와 접한 작은 공터에 흘러갔다.
한참 후 현주가 나를 찾아 왔다,
두 철인에게 연행되는 줄도 모르고 마냥 행복한 현주.
유모차를 끌고 나온 아줌마에게 사진 부탁을 했다.
「 YOU ARE SO UGLY」?
엿먹어 !
다시 주차한 곳으로 돌아왔다
공원에서 동네 여자 남자애들이 뒤섞여 축구를 하고 맘껏 뒹굴며 놀고 있다.
이 녹지공원은 단지내 어느 도로보다 넓고 어느 동보다 길어 메인광장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단지를 사선으로 관통하게 만들어 놓았다. 주민들이 더 안전하고 쾌적하게 쉴 수 있는 기발한 배치였다.
우리도 먹을걸 꺼내와 풀밭에 철푸덕 앉았다.
마실게 없어 목이 막히고 정오가 지나가 급격히 더워진다. 엉덩이 털고 일어났다
▲.
‘고래’ 라는 이름의 웅장한 최신건물 .
그리고 오래된 건물이 정겹게 공존하는 동네
물과 점심거리를 사기 위해 길옆 조그만 마트에 들렸다
시야시 된 물은 0.95 €, 미적지근한 건 0.55 €
현주가 옆가게 식료품 마트를 발견하고 20 € 를 가져가 10 € 어치 점심거리를 사왔다,
그 사이에 난 차안에서 다음 장소를 스맛폰에 설정.
목표 건축물을 찾아가다 갈림길을 놓치는 바람에 한참을 돌아왔다.
진입로 아스팔트가 뭘 깔아놨는지, 은하수처럼 빤짝거렸다.
밤엔 이쁠지 몰라도 여름 한낮엔 더 덥게 느껴졌다.
4- Silo (아파트) silodam 384, 1013 AW Amsterdam
거대한 아파트가 바다위에 세워져 있었다. 건물 아래 수면위엔 백조가 한가로이 떠다니고 조그만 선착장엔 쪽배가 대어 있다.
세상 어느 바다를 돌다가 항구로 들어와 저 쪽배로 갈아타고 아파트 밑으로 오면 땅을 안 밟고도 바로 자기 집으로 들어갈 수 있다. 대항해시대의 후손다운 발상 아닌가 !
건물을 좀 더 낮춰 지었다면 덩치에 비해 부실해 보이는 지지대도 안 보이고 출렁이는 바다도 가릴 수 있었을 텐데 일부러 그 밑을 띄워 놓았고 입주민들은 몇계단을 올라가야 건물 입구에 설 수 있다. 왜 그랬을까 ?
아파트 외양을 가만 보면 층마다 칸마다 외벽과 창문의 형태, 소재, 색깔이 제멋대로다. 입주민들의 취향을 최대한 반영하다보니 저리 됐다는데 몬드리안의 현대미술작품 같았다. 검은색 통건물이거나 모노톤의 대리석 마감이었다면 엄청 무겁고 가분수처럼 보였을거구, 저렇게 하니 건물이 가볍게 보이긴 하다
■
이런 규모의 빌딩숲을 암스테르담 구시가지에 건설하려 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비싼 땅값에, 문화재 보존도 그렇고,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파리의 라데팡스나 로마의 EUR처럼 외곽으로 밀쳐 놓기엔 사업성이 떨어질거구... 그래서 찾아낸 곳이 에이독이다.
5-IJ Dock (복합단지) iJ dock 2A, 1013 MM Amsterdam
일찌감치 ‘돛의 숲’이라고도 불리는 에이독(네덜란드어에서 많이 쓰는 IJ는 에이로 발음된다)은 암스테르담 안쪽의 항만이다.
17세기, 후추와 향신료를 가득 싣고 이 항으로 들어오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선박들을 시민과 투자자들이 손을 흔들며 반기던 부둣가. 그 이후 명성을 잃었고 버려졌던 이곳이 지금은 호텔과 사무실, 관공서이 밀집한 세련된 복합단지로 조성되었다.
바다에서 에이독을 보면 거대한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고층빌딩숲 한가운데가 움푹 들어가 있다. 단일 시행사와 건축가가 이 단지 전체를 설계했기에 가능한 skyline 이다.
바닷가 cafe 파라솔엔 정장을 차려 입은 사람들이 앉아 있고, 우리가 들어갈 일이 없는 빌딩숲에 갇혀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경찰차 두 대가 서 있기에 쫄아서 얼른 빠져 나왔다
도시락 먹을 한적한 공원도 찾아야겠고, 다음 건물도 가봐야겠고... 갈피를 못 찾고 공장지대만 빙빙 돌고 있으니 현주가 참다참다 한마디 했다
“ 그냥 가, 안 급해 ”
지금 찾아가는 곳은 병원이다. 넓은 병원단지 가운데 도로에 들어 왔는데 하필 길을 막고 공사중이었다. 공사인부는 유턴하라, 네비는 직진한다고 서로 고집을 피웠다.
두어차례 빙빙 돌고 건물 지하주차장도 들어가 봤다가 마땅한 곳이 없어 포기. 아쉬운 맘에 도로가에서 사진 한장 찍고 차를 돌렸다.
6-VU medical centre (병원) de boelelaan 1117, 1081 HV Amsterdam
나중에 숙소에 돌아와 자료를 찾아보니 잘 찾아가긴 했는데 머릿속엔 다른 건물을 떠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찍은 사진 한 장이 병원건물의 주요 특징이었고 공사중인 길을 밀고 들어가 봤자 의미 없는 곳이다.
그런데 왜 암센터 건물을 컨테이너 쌓은 것처럼 보이게 했을까 ? 컨테이너에 집착하는 네덜란드 국민성을 연구해 보고 싶다.
A10고속도로를 지나다니는 차들에겐 이정표 역할을 할 정도로 이 건물은 독특하다. 딱 보면 노를 젓는 거대한 배 같이 생겼다.
7-ING group Headquaters (사무실) amstelveenseweg 500. 1081 KL Amsterdam
밑바닥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온통 투명유리로 두른 이 무모한 건물은 ING의 본사로 알려져 있다. ING는 Internationale Nederlanden Groep의 약자. 즉 네덜란드의 다국적 금융그룹이다.
도착은 했는데 건물앞이 짱뚱어 주둥이처럼 보일 정도로 허기가 져서, 일단 건너편 남의 사무실 창문아래에 차를 세우고 도시락을 꺼냈다. 손이 작다고 현주에게 궁시렁거리며 허겁지겁 생선튀김을 마요네즈에 찍어 먹고 탈콤한 새우탕수육을 집어 먹었더니 이번엔 건물이 클롬펀(klompen 네덜란드 나막신)으로 보인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건물아래를 지나가고 있다. 이번엔 우주선처럼 보였다.
시차에 식곤증에... 졸려서 눈에 제대로 들어오는 게 없다. 일단 숙소로 돌아가 한숨 자야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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