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톤 체호프 사할린 섬 "

2016. 4. 14. 23:33독서


 



 

이 책 기사를 어느 잡지에서 우연히 본 순간 그 어느 것보다 강한 소유욕을 느꼈다. 멋진 외제차, 고급 시계,  전기 자전거보다 몇 배는 더 갖고 싶어 안달이 났다. 바로 도사관 검색을 해보았는데 여기 태장마루엔 없고 수원시내 다른 도서관엔 다행히 한권이 비치되어 있었다. 얼른 상호대차를 신청했고 며칠후에 책이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자마자 바로 달려갔다.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처녀지 같은 청초한 새책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안톤 체홉 ! 

어디서 많이 들었던 이름인데 표지 안쪽의 저자 설명을 읽어보니 내가 알고 있는 문인이 아니였다. 내가 안톤 체홉을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여튼 그는 유명한 러시아의 문호라는 거.

 

책 겉면은 연녹색 바탕에 바닷가 외딴 오두막 유화가 그려져 있어 전체적인 느낌이 러시아 변방 사할린의 분위기랑 딱 맞아 떨어졌다.

이 그림은 화가 레비딴의 1894년작 <영원한 안식 저편> 이다

1880년대 체홉은 러시아의 자연화가 레비딴과 활발히 교류하였으며 이 그림을 보면 볼수록 체홉의 작품세계를 고스란히 상상할 수 있다

 

오백여 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이책은 <1부. 시베리아에서.  2부, 사할린 섬-여행기중에서> 두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1부는 2부에 비해 아주 적은 분량으로, 체홉이 모스크바에서 사할린섬까지의 여정을 스펙타클하게 써 놓아서 아주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부는 여행기라기보다는 사할린 섬과 거기 사는 사람들에 대한 관찰서, 보고서, 기록물과 다름 없어 다소 지루하고 밋밋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중간중간 체홉의 글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어 마지막 페이지까지 독자를 꾸준히 끌어 땡긴다

 

막심 고리끼의 <어머니>후 두번째로 정독한 러시아 문학책인데 그 중 재밌게 읽었던 한 구절을 소개한다

『 섬 청장인 코노노비치 장군은 이주유형수들에게 소집명령을 내렸고, 그들에게 연설을 하면서 작년에 그들이 교도소에 판 물고기들이 도저히 먹을 수 없는 것이었다고 나무랐다. " 징역유형수는 여러분의 형제들이자 나에게는 아들들이다. 여러분은 국가의 돈을 유용하고 그것으로 여러분의 형제와 내 아들에게 해를 입혔다" 고 장관은 그들에게 말했다. 이주유형수들은 그의 말에 수긍했으나 그들의 얼굴로 봐서는 내년에도 형제와 아들은 썩은 생선을 먹게 될 것이 분명했다 』

 

일본책들이 단어를 잘 활용하는 걸로 잔재미를 준다면, 러시아의 그것은 문장의 나열을 바꾸거나 시간의 흐름을 거꾸로 묘사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은근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국토의 스케일과 국민성과 문학의 표현방식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 거 같다.

러시아 문학만의 독특한 매력을 한껏 즐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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