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17. 17:00ㆍCzech 2015
그냥 길바닥에 짐을 내려 놓고 훅~가버려도 전혀 불만이 없었을 텐데 토마쉬가 차를 세워 놓은 채 Departure 청사 안에까지 가방을 들어다 주었다. 고맙다고 인사하며 원래 약속한 750 코루나 (37,500 원)를 건냈다.
토마쉬가 돌아간 후 현주가 ' 팁을 좀 주지 그랬냐 '고 살짝 핀잔을 했다. 나도 팁 생각을 안한건 아닌데, 미리 떼어 놓은 돈이라 자연스럽게 그것만 꺼내 주었다. 현주가 자발적으로 팁 주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 빈정이 상해 다음에 나도 똑같이 복수를 해야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현주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心히 궁금하다.
공항 청사는 넓진 않았지만 한적하고 깨끗했다
공항까지 무사히 왔으니 기념으로 커피 한잔을 하며 차분히 여행을 정리하고 싶다.
예전에 영국에서 좋았던 추억이 있어 STARBUCKS 대신 COSTA 로 향했다.
커피와 쥬스 그리고 - 백인청년에 눈이 먼- 현주 주려고 도넛 몇개 주문.
잠시후 커피가 나왔길래 장미문양틀을 올려 놓고 하얀 거품위에 코코아파우더를 뿌려봤다. 너무 욕심을 냈는지 떡이 돼버렸다,
애들은 스맛폰, 어른은 태블릿에 빠져 있는 가족.
공항 커피숍에 함께 있는 가족만큼 축복도 없을 거 같은데 저 손바닥만한 스크린속엔 도대체 얼마나 더 행복한 세상이 있는 것일까 ?
도넛을 현주가 맛만 보고 남겼길래 내가 다 먹어 버렸다
아침에 산 기념품들을 꺼내 보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주변이 시끌시끌해졌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들이닥쳤다. 가이드가 그들을 한 곳에 모아 두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잠시 후 카페 구석자리에 새까만 청년과 중국 아가씨가 나란히 앉아 밀어를 속삭이다 갔다
슬슬 보딩패스 받으러 맨끝 코너를 찾아갔다.
긴줄 중국인 틈에 끼어 조금씩 조금씩 전진했다. 그들 특유의 부산스러움과 큰 트렁크들에 질려 투덜거렸더니 현주가 말렸다.
창구에서 보딩패스와 -두바이 공항에서 먹을 수 있는- Meal voucher 를 함께 발행해 주었다,
와~ 이런 작은 서비스가 우리같은 탑승객들에게는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
항공사 입장에서도 자동발행하는게 더 효율적이리라. 두바이 공항내에 전담 창구를 없애도 되니까.
젊은 연인이 포옹한 채 눈물의 이별을 하고 있는 옆을 지나 출국심사장으로 들어갔다
난 심사가 빨리 끝났는데 현주가 한참을 안 나온다. 걱정하는 순간 별일 없이 통과됐다,
코루나가 좀 남아서 다 써버리기 위해 면세점을 돌아다녔다. 역시 화장품코너.
여직원에게 현찰과 카드를 함께 결재 가능하냐고 물으니 흔쾌히 좋아했다. 잔돈 쓰려고 했던게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현찰 644 코루나 내고 나머지 1504 코루나는 카드결재. 총 107,400 원. 화장품은 진짜 너무 비싸다.
청사내 모니터에는 체코어, 영어 그 다음엔 뜸금없이 한글이 나왔다. 좀 우쭐해지는 순간이다.
체코의 국영항공사인 체코항공의 1대 주주, 44 % 지분을 보유한 실소유주가 바로 Korean Air 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출력해 갈 필요도 없는 e-ticket 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무뚝뚝한 수화물 검색대를 통과하고
탑승 게이트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하리보를 하나씩 꺼내 씹으며
호수로 변해버린 활주로를 걱정스레 바라본다. 비행기가 제대로 뜰 수는 있는지 ...
다행히 제시간에 비행기가 체코땅을 박차고 날아 올랐다. 우리 좌석은 비행기 앞쪽,
타자마자 긴장이 풀려 살짝 자고, 밥먹고, 게임하고 ...
내가 젤 좋아하는 윌리스와 그로밋엔 양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 숀' 은 수많은 양들 중에 하나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더니 이번엔 ' 숀' 이 주인공이 되어 나타났다. 클로이 에니메이션 <Shaun the sheep>
디저트로 나온 시원한 아이스크림
지루한 줄 모르고 놀다보니 두바이에 도착했다. 역시나 활주로 어디 구석탱이에 우리를 내려 놓았다. 청사로 들어오는 셔틀버스 안에서, 모녀지간으로 보이는 60대 30대 아랍여자 두명과 현주가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을 봤다. 나중에 현주가 이야기해주는데...
" 필리피노 ? " 두 모녀가 현주에게 묻더라고. 그래서 ' 한국인 ' 이라고 하니 ' 한국에 가본 적 있다' 며 반가워 하더란다.
그러더니 날 가리키며 현주에게 " (저 사람) 간호원이냐 ? " 해서 ' 아니다 남편이다 ' 라고 말해 줬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있자니 슬슬 열을 받기 시작했다.
' 아~ 이 무식한 것들이 기름 팔아 돈 좀 만지니 뵈는게 없나 ? '
수화물 검사장에서 한 아랍여자가 현주를 새치기하더니 정작 팔찌를 못 풀러 어리버리하는 사이에 뒷사람들이 앞질러 갔다. 쌤통이다.
우리 게이트가 일찌감치 B29 로 지정됐다.
윗층으로 올라가 화장실 다녀온 후 INFORMATION 에서 게이트 위치와 가까운 식당 확인.
메뉴가 지중해식 어쩌구 하는 OLIVE 식당을 찾아 갔는데 바우처로 먹을 수 있는 메뉴는 다른 곳과 비슷했다
번호표 받은 후 빈자리에 앉아 졸고 있는데
시끄럽게 의자 끄는 소리에 깨버렸다.
안쪽 테이블에 아랍 뚱뚱한 여자와 중년 남자가 와서 앉았다. 잠시후 양복입은 공항 직원과 식당 메니저가 와 옆에 서서 시중을 들었다. 귀하신 분들 같은데 그냥 고급 레스토랑가지 이 서민식당엔 왠 행차시래 ?
한참후 제3국 노동자가 우리가 주문한 파니니를 갖다 주었다,
근데 돈내고 사 먹는 사람은 접시에 주고 바우쳐로 먹는 사람은 종이봉투에 주는 것이 아닌가.
좀 퍽퍽했지만 먹을만 했다.
현주가 또 양치를 하러 간대서 자주 하는거 안 좋다고 했더니 커피 내기하자고 한다. Wi-Fi 가 안 터져 결판을 못냈다
현주가 화장실 갔다오더니 아랍여자들이 화장실을 너무 더럽게 쓰고 관리도 안되어 있다고 투덜댔다.
하마는 물속에서 큰거를 볼때 짧은 꼬리를 빠르게 흔들어 주변을 온통 X천지로 만들어 버린다. 아랍 문화인 변기옆에 수도호스를 볼 때마다 그 영상이 떠올라 적응이 안된다. 두바이 공항은 갈수록 실망스럽다.
AM 1시.
공항에 썬베드처럼 누울수 있는 의지가 한줄로 쭈욱 있었는데 아랍가족들이 빈 자리에 신문이나 탬버린 같은 거 올려놓고 자리를 차지한채 자기 볼일 보려 다니고 있다.,
AM 1:20
불편한 자세로 1시간 반을 더 기다려야 하는데 Wi-Fi 도 안되고 죽을 맛이다. 이젠 트렌짓도 힘들어 못해 먹겠다.
마침 Bed 자리가 하나 나길래 현주한테 어여 가 앉으라고 했다. 현주가 스카프로 목을 감싸고 잠깐 눈을 붙였다,
열사의 나라 공항이 이렇게 추워도 되는건가 ...
탑승시간이 다가오자 현주가 빨리 들어가자고 재촉했다,
인천가는 기내에선 밥을 두번 주는데 두번째는 스튜어디스가 '치워도 되냐' 할 정도로 고스란히 남겼다.
계속 물만 마시고 해롱해롱...
수원 가는 리무진 버스안에서 벨트 매자마자 또 혼절하듯 잠이 들었다
20 여일만에 돌아온 집.
아이들이 있어 빈집은 아니였지만 안방 욕실에 비누가 바짝 말라있다, 거품도 안나는 비누를 박박 문지르다 문뜩 궁금해졌다.
' 살기 위해 여행을 가는건지, 여행을 다니기 위해 사는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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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중 이동거리 - 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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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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