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15. 20:00ㆍCzech 2015
우리가 식당에 도착하자 나이 든 웨이트리스가 미리 지시를 받았다는 듯 문앞에 빈 테이블로 바로 안내했다..
시원하고 달콤한 드링크부터 한잔 하고...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느라 탈진해 버렸다.
현주도 맛있는 저녁을 기대하며 싱글벙글
석양이 눈부신 광장에 서양 아가씨가 큰 개 한마리를 데리고 산책을 오는가 싶더니 화단 옆에 자리를 잡고 피리를 불었다.
개 옆에 끼고 깡통 앞에 놓고... 행색은 그렇게 안 보였는데 이건 뭐 거의 동냥하는 수준.
그런데 사람들 반응이 영 신통치 않았는지 한참 후에 슬그머니 일어나 자리를 옮겼다,
바게트와 식빵이 한 소쿠리 나오고
만찬 코스에 빠질 수 없는 스프도 한 그릇씩
잠시후 기대하던 메인요리가 나왔다
난 지난번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콜레뇨를 너무 맛있게 먹었기에 고민없이 디시 시켰고
현주는 일편단심 스테이크
옆 테이블과 지나가던 관광객들이 우리의 푸짐한 저녁상을 부러운 듯 처다본다
그런데... 현주 스테이크는 너무 구워서 질기고 퍽퍽하고, 내 꼴레뇨도 푸욱 삶아져 쫄깃한 식감이 없이 흐물흐물했다.
공짜라고 대충 만든건지, 이 식당 수준이 원래 이런건지 궁금할 정도였다. 돈 주고 사 먹었으면 억울했을 뻔...
아까워 꾸역꾸역 먹었더니 갑자기 가슴이 꽉 막히고 토할거 같고 눈이 핑핑 돌았다. 현주 몰래 가슴과 합곡혈을 한참 누르자 좀 진정이 됐다.
얼른 그릇을 치워 달래 눈 앞에서 사라지니 좀 진정이 됐다,
기대만큼 실망도 커서 커피 한잔으로 쓰린 속을 달랬다.
여튼, 틴광장의 리페르트 호텔 1층에 식당은 비추, 내가 비추해도 워낙 목이 좋아 오늘도 뜨내기 손님들이 버글대겠지만 ...
식당 바로 옆엔 성 니콜라스 성당 (St nicholas church)
계단위에선 탁자를 놓고 뭔 표를 팔고 있었다. 현주가 공연을 보고 싶은지 한번 가 보았다.
1653~1755 년에 지어진 푸른 돔의 지붕과 하얀 외벽이 이쁜 성당, 내부도 고급스럽게 치장되어 있었다
잠시후 현주가 오더니 저녁 8시부터 클래식 공연이 있다고 한다. 인당 500 코루나 (25,000 원)
' 그래 ? 그럼 언능 방에 가서 씻고 준비하자 '
침대에 누워 현주가 가져온 팜플렛을 자세히 보니 매일 두차례씩 공연이 있었고 연주자가 수시로 바뀌고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현악 3중주, 관현악 5중주, 앙상블 ... 이런 식이었다. 딱 봐도 수준이 낮은, 관광객들 등치는, 학생들 연습무대다.
오늘 급하게 봐야 하는 것도 아니여서 현주는 광장에 바람 쐬러 나가고 난 느긋하게 씻고 방에서 살짝 잠이 들었다.
▲
현주의 눈으로 바라본 광장,
니콜라스 교회 앞에선 백인과 동양인 청년이 바이올린 연주를 하려고 준비중이고...
시원해진 저녁바람을 쐬러 나온 사람들로 광장이 더 붐볐다
한 백인여자가 통기타 노래를 부르고 있다.
버스커들은 알아야 한다. 연주실력보다 더 중요한 건 비쥬얼이라는 걸. 관광객들이 고개를 끄떡이는건 귀가 신나서가 아니라 싱어의 몸매를 위아래로 훑어 보는 거라는 걸...
해가 완전히 지고, 노란 할로겐 등이 켜지자 광장이 밤의 열기로 서서히 달아올랐다
틴성당은 그 자체가 거대한 조명기구였다,
다시 니콜라스 성당 앞으로 돌아와 보니 청년들의 연주가 한참 무르익었다,
▲
난 살짝 자다 깼다, 9시가 넘어가는데도 현주가 안 들어와 걱정되서 옷을 갈아입고 숙소를 나왔다.
서울바닥에서 김서방 찾을 심정으로 광장으로 향하는데, 성당 계단 한쪽에 현주가 앉아 있는 것이었다.
현주 옆에 같이 앉아 바이올린 연주를 들으며 광장을 바라본다
잠시후 청년들의 연주가 끝났다.
현주랑 광장 한복판으로 나왔다.
한켠에 인력거들이 대기하고 있길래 현주에게 이거 타고 프라하 아경 보러 가자고 했더니 좋다고 한다,
담배피고 있는 백인 청년에게 노선과 가격을 물어보았다,
카를교를 건너 한바퀴 도는데 30분 소요되고 두명 태워 550 달라는 걸 500 코루나 (25,000 원) 로 쇼부,
' 담배 마저 다 피고 출발해도 된다 ' 고 말해주며 나도 하나 얻어 피고 싶어 입맛만 쩍쩍 다셨다.
현주 사진을 찍는데, 청년이 뒤에서 ... 몸을 풀고 있었다.
' 오늘 쌩똥 좀 싸겠구만 ! '
드디어 출발, 울퉁불퉁한 돌길을 힘들게 자전거가 굴러간다.
그런데 우리 둘을 태우고 인력거 무게도 있는데 한 사람의 힘으로 꽤 속도가 났다. 태엽같은 보조장치가 작동하는거 같았다
광장에서 멀어질수록 가게들이 문을 닫아 거리가 껌껌했다,
그 중에 한 곳만 환하게 불을 밝히고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손님들이 인도까지 다 점령해서 웃고 떠들고 분위기가 좋아 보였다
현주도 흥겨워 보였는지 ' 있다가 저기 가보자 ' 라고 한다
펑펑 !
어디선가 대포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프라하의 밤하늘이 환해졌다.
블타바 강위로 총천연색의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인력거를 안 탔으면 이 아름다운 풍경을 못 볼뻔 했다
현주의 휘둥그레진 눈동자 속에서 푹죽이 화려하게 터졌다,
카를교로 가는 줄 알았는데 다른 다리를 건너와 조금 의아했다. 다음날 보니 카를교는 보행자 전용이었다능
다리를 건너자 통행량이 많은 교차로에 진입했다. 차들이 라이트를 켜고 달려 드는데 위험하면서도 스릴이 있었다. 인력거가 느리다고 경적을 울리는 차가 한대도 없었다.
작은 다리를 건너 캄파섬 (Na Kampe)에 들어왔다. 여행 초기에 차를 끌고 잘못 들어와 경찰에게 쫓겨난 그 섬 !
늦은 시간이라 한결 고요했다, 인력거가 좁은 골목길을 돌아 강변으로 나왔다
하늘도 강도 모두 검은 우주공간, 은하철도 999처럼 황금빛 카를교가 환상처럼 떠 있었다.
그 아름다운 야경 앞에서 인력거를 안 세울수가 없었다. 현주랑 한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다시 출발.
어둠속에서 익숙한 말이 들려온다. 한국 남녀 젊은이들도 늦은 시간까지 프라하의 야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캄파섬의 남쪽은 인적이 아예 없는 지역이라 으스스했다. 인력거도 어두컴컴한 골목이 무서운지 전속력을 내서 비탈길을 지그제그로 올라갔다.
힘내라고 엉덩이를 살짝 들었다,
다시 강을 건너 구시가지로 넘어온다
※ 프라하의 3대 야경
① 블타바 강변 스메타나 박물관앞에서 카를교와 프라하성 방향
② 틴광장 천문시계탑 바로 앞 U prince 호텔 옥상 레스토랑에서 구시가지
③ 저녁 7시에 출발하는 디너크루즈. cechuv bridge 인근사무실. evd,cz
차없는 대로를 신나게 달린다.
낮에 왔던 바츨라프 대로를 또 왔다.
인력거에 편하게 앉아 밤의 프라하 시내를 구경하는 맛도 짜릿했다
밤 10시쯤인 이 시간까지 대로면 대로, 골목이면 골목까지 어딜 봐도 사람들로 들썩들썩했다, 밤늦게까지 문 연 레스토랑과 Bar 에도 손님이 가득 찼고 땅바닥에 앉아 있는 사람, 걸어 더니는 샤람 등, 프라하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다. 부러울 정도가 아니라 놀라울 따름이다.
그 분위기는 틴광장까지 이어졌다,
광장 주변의 야외 식당과 술집들은 밤에 더 대박이었다. 낮보다 사람들이 더 많았다
광장 한켠에 인력거들이 운행을 끝내고 모여 있었다.
인력거 이동 루트
이 많은 사람들이 아예 광장을 방바닥 삼아 앉고 눕고... 노숙할 기세다.
우리도 아쉬움에 호텔로 못 들어가고 성 니콜라스 계단에 앉았다.
현주에게 옆에 가 아이스크림을 사오라고 했더니 60 코루나 (3,000 원) 주고 사이다를 사왔다
바이올린 연주가 이제서야 끝이 났다. 아까는 잠시 쉬는 시간이었나보다. 백인 청년이 마무리하듯 담배를 꺼내 피웠다.
딴데 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 청년이 건너와 게단을 올라오더니 앉아 있는 현주 손등에 키스를 했다,
이거뜨리 서방 옆에 두고 시방 모하는 겨 ?
" 바하 좋아하세요 ? "
독일 청년이 현주에게 물었다. 내가 잽싸게 끼어 들었다
" 바하도 좋이하고 모짜르트도 좋아하고 베토벤도, 쇼팽도 좋아해요 "
바하 곡만 연주하는 그 청년의 의도를 내가 눈치채지 못하자 현주가 안타까워 했다. 청년은 아랑곶없이 자기는 독일사람이고 같이 연주한 남자는 몽고에서 왔다고 하며 독일어로 계속 말을 하는데 뭐 말이 통해야 따지든지 말든지 하지.연주초반부터 현주가 앉아서 감상해준 고마움의 표시였나보다.
아래 사진의 등돌리고 있는 하얀셔츠 청년이 독일애, 뒤에 검은 옷이 몽고애
호텔 옆 골목에서 갑자기 백여명의 학생들이 행진을 하며 광장쪽으로 들어왔다,
내가 동영상을 찍자 우리에게 하트를 날리고 껴앉는 시눙을 하고, 완전히 신이 낫다.
프라하 참 재밌는 곳.
지대로 느낄려면 한달도 모자랄 듯 ...
★
'Czech 20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63> 왕비의 고해성사를 들은 신부는... (0) | 2015.08.16 |
---|---|
62> 낭만골목 (0) | 2015.08.16 |
60> 검은 발레리노 (0) | 2015.08.15 |
59> 도망치는 신데렐라 (0) | 2015.08.15 |
58> 맹~삼천지교 (0) | 2015.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