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왕비의 고해성사를 들은 신부는...

2015. 8. 16. 14:00Czech 2015


 

 


서양분들은 사람보다 개가 굶는게 더 안타까운지, 거지가 깡통은 없어도 개는 꼭 끼고 다니더라능.

미국 그지가 '한푼 안 주면 트럼프 찍겠다 ' 는 푯말로 협박하는 것처럼...

 

 

현주에게 거지 사진을 찍으라고 했더니 잔뜩 긴장했다,

 

카를교를 건너가 본다 

 

언덕위에 프라하성

 

 

 

 

 

방금 전 올라갔다 온 교탑

 

 



 

 

 

석상을 흉내내는 현주

 

" 에... 예수천국 !  불신지옥 !!  "

 

전도(연) 끝 ~

 

 

다리위에서 음악이 흘러 나왓다,

4인조 혼성 거리연주자들.

 

문외한인 내가 들어도 연주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악기 조합도 웃긴데... 녹음 CD 까지 팔고 있었다 

 

연주보다 더 거슬렸던 그들의 복장.

프로다운 진지함은 없고 그냥 연습겸 용돈 벌러 나온 듯한 옷차림에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여자들은 카를교 위에 모든 음악은 낭만적으로 들리나보다

 

현주가 거금 10 코루나 (500원) 로 성의 표시를 했다

  

현주랑 천천히 다리 구경을 하며 프라하성쪽으로 가고 있는데 1시가 되자 이 악단들이 짐을 챙겨 지나갔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거 같은데 오늘 소득이 별로 없었는지, 소나기를 맞아서 그랬는지 표정들이 다 떨떠름했다

 

 

 

 

 

 

... 옛날에 이 나라의 왕비가 호위병과 눈이 맞아 임신을 하게 되었다. 죄책감에 시달리다 왕궁 성당의 신부에서 고해성사를 했다.

왕이 신부를 불러 왕비가 무슨 이야기를 하더냐고 물어 보았다. 하지만 온갖 고문을 해도 신부는 비밀을 발설하지 않았다. 화가 난 왕이 신부의 혀를 뽑아 버리고 돌을 매달아 카를교 아래로 떨어트려 수장시켜 버린다. 후에 그 신부는 성인으로 추앙받아 그의 이름을 딴 성당과 석상들이 세워졌다,...

진실인지 허구인지 증명이 안되서 왕의 이름은 적지 않았다, 신부 이름은 <얀 네포무츠기> 인데 체코 전역에 그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석상 기단 양편으로 동판이 붙어 있다. 사람들이 하도 줄을 서서 만지길래 나도 한번 만져보았다.

 

카를교에 거꾸로 매달린 얀 메포무츠키와 문제를 일으킨 왕비가 조각되어 있다.

  

오른편이 붐비면 왼편 동판에 충견을 만져도 소원이 이루어진다니 참조하셈.

 

다리 서쪽 교탑 못가서 옆으로 난 계단을 내려오면 캄파섬으로 들어갈 수 있다.

 

어제 화약탑 근처에서 욕 얻어 먹었던 비누풍선 남자가 오늘은 여기에 나타났다. 역시 놀아주는 건 철없는 여자애뿐 

 

인력거를 세워놓고 야경을 감상하던 그 자리에 다시 앉았다,

 

카를 다리가 길어 다리가 아프다. 그늘하나 없는 다리를 건너느라 기진맥진

 

 

교각마다 앞에 뭔 나무판을 세워 놓았는데... 뭔고 하니

 

강물에 쓸려 내려오는 것들이 다리를 상하지 않게 막아주는 보호대였다

<인용사진>

 

현주가 가방을 열어

 

아까 산 빵을 꺼내줬다.

 

그걸로 대충 점심을 떼웠다

 

한적한 유람선 

 

캄파섬이 작고 아름다워도 사람들이 몰리는 곳만 몰리고 안쪽은 한적했다 

 

캄파섬 서쪽편엔 조그만 또랑이 흐르고 있다.

물레방아를 돌리기 위해 강줄기를 찢어 물길을 낸 것인데 이 인공수로로 인해 캄파는 섬이 되었다.

 

곡식을 가루로 빻아 먹던 통째로 삶아 먹던 그게 뭐 대수인가 했다가 빵과 밥이 되고 결국 동서양을 구분하는 문화적 특징이 되었다는 대에 이르러서는 자연의 힘을 이용하는 유럽의 풍차와 물레방아 그리고 가축을 이용해 곡식을 갈던 아랍인들, 오로지 사람이 할 줄밖에 몰랐던 한국의 맷돌과 디딜방아도 떠올렸다. 논농사를 짓기엔 기후와 지형이 적합치 않았던 유럽과 서남아시아 그리고 비가 많이 내리고 비옥한 평야가 많았던 동아시아... 지리,역사, 농업, 수리학... 고개를 흔들어 머리속에 단상들을 뿌리치고 걸음을 재촉했다. 

 

 

 

 

  

 

 

조그만 다리를 건너 캄파섬을 나오자

 

사람들이 낙서벽에 디글디글 모여 있었다.  일명 '존 레논의 벽' 이라 불리는 대수도원 광장벽이다.

 

 

1980년대 자유를 갈망하는 프라하 젊은이들이, 반전 반핵 노래를 불렀던 존 레논의 노래가사와 얼굴을 그리며 시작, 점차 자신들의 주장을 격렬하게 표현하게 되었고 1989년 체코 공산주의 붕괴의 도화선이 되었다. 지금은 문화재로 보존해가며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 곳은 마당이 넓고 햇볕이 환하게 들지만 보기완 달리 번화가에서 떨어진 뒷골목이고 막힌 길이라서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공산정부의 눈을 피하기가 쉬웠다. 쉽게 찾는 방법은 Velkoprevorske namesti 라는 길 이름을 검색

 

모두 경직된 자세로 사진을 찍길래 현주에게 점프도 시키고,  <kissing spot here> 아래서 포즈도 취해 보라고 했다.


 

 

  

존 레논 벽화골목을 나와 카를교를 찾아갈 때는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하나 ? ' 고민할 정도로 길이 복잡해졌다.

일단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쪽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카를교 끝의 거대한 인파와 맞닥뜨렸다.

 

혼잡한 거리속에 택시가 한대 서 있길래 틴광장까지 가는 요금을 물어보았다.

400 코루나 (20,000 원)    그냥 걷고 만다.

 

길가 식당과 매점마다 손님들로 아우성이여서 들어가 뭐 사먹을 의욕 자체가 안 생겼다

 

카를교 동쪽 교탑 아래를 지나

 

 

다시 다리위로 올라와 돌아오는 길

현주는 자기 얼굴 탄다고 먼저 가 있는다고 하고 도망가 버렸다.

 

 

고개를 숙인 채 오후의 땡볕 아래를 묵묵히 지나간다.

 

장님이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었다. 단체 관광객이 장님 주변에 모여 들어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박수를 쳤다.

장님이 당황하면서도 동전 떨어지는 소리에 귀를 쫑긋했다.

 

지금까지 본 다리중 가장 사람도 많고 공연도 많고 볼거리도 많은 다리였다.

동쪽 다리 끝에 다다르자 현주가 교탑 그늘 밑에 얄밉게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따질 힘도 없었다,

쉬엄쉬엄 차도를 건너 구시가 골목길로 들어온다. 좁은 길에서 카를교로 향하는 사람들과 뒤섞여 제대로 걷기도 힘들었다. 

수많은 중국인 틈에...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는 가족의 한국말이 반갑게 들린다

제대로 앉아 쉴 곳도 없이 계속 걷느라 방전 일보직전, 양 손목에 손수건은 땀에 다 젖었다

 

지도를 보니 호텔로 질러가는 골목길이 있었다,

이 길은 큰 건물 뒤라서 밋밋한 담이 길고, 상점들이 드물어 아기자기한 맛이 없다. 같은 구시가지라도 길에 따라 통행량에 큰 차이가 났다.

 

난 돌아볼 겨를도 없었는데

현주는 틴광장에서 유모차에 앉아 쭈쭈를 빨던 남자가 출근하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현대식 건물 앞에서 몸에 착 달라 붙은 옷을 입은 여자가 담배를 피며 또 한 여자랑 큰 소리로 말다툼을 하고 있다.

여행자들의 로망, 낭만의 PRAHA 도 역시 보통사람들이 아웅바둥 살아가고 있는 곳이였다.

 

어젯밤 현주가 음료수를 사 온 호텔옆 매점을 지나칠 때, 냉장고에 붙어 있는 가격표가 눈에 들어왔다.

50코루나. 그러나 어제 받은 돈은 60.  프라하의 자존심을 500원 동전 한닢에 팔아 넘긴 놈들

호텔 방에 들어오자 좀 살 거 같다. 

갈증이 나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생수가 없다. 어젠 무료로 제공됐는데 ... 아가씨에게 물 좀 달라고 하자 매일 주는거 아니라고 한다. 부킹닷컴 소개란에는 '무료생수제공' 써 놓고 첫날만 물 한병 주고 있다. 수돗물을 끓여 마시려고 커피포트를 열어 봤는데 물때가 이끼처럼 두껍게 깔려 있는게 혐오스러워 얼른 덮어 버렸다. 내가 '호텔비도 비싸게 받으면서 이렇다' 고 투덜대자 현주도 '번잡스럽고 관광객들 등치는 프라하가 싫다고 거들었다.

현주는 아이쇼핑겸 산책을 나갔고 ...

난 찬물에 샤워 후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잠시후 코고는 소리가 에어컨 바람에 실려 새끈새끈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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