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16. 21:00ㆍCzech 2015
사방이 요란하고 사람들의 비명소리에 놀라 화들짝 눈이 떠졌다
나찌독일의 수투카 폭격기가 광장에 폭탄을 쏟아 붓고 있나 ? 얼른 창문을 열어보니...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고 사람들이 황급히 몸을 피하고 있었다
낮은 지대는 금방 도랑이 돼버렸고
행인들은 공사장 아시바 (비계) 밑에 옹기종기 몸을 피하고 있었다.
' 여긴 안전하겠지 ' 마음을 놓던 순간 지붕에 모여든 빗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모두 우르르 성당 계단위로 피신했다
카페 풍경엔 그릇,포크는 그대로 남은 채 사람만 싹 지워져 버렸다
활기찼던 광장은 안네 프랭크의 일기처럼 텅 비었다.
4시 30분.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현주가 걱정됐다. 오늘밤 스케쥴은 어찌 되는건가...
시간은 흘러 5시 20분이 넘어가는데도 현주가 안 온다.
길을 잃었나 ? 사고가 난 건 아니겠지 ?
사방이 약간 조용해졌다.
폭우는 그쳤지만 비는 계속 내리고 ... 숨어 있다 거리로 나온 사람들 속에 현주는 안 보였다. 안절부절
●
한편 현주는 나 씻을때 호텔을 나와 광장을 지나
아이쇼핑을 하고 774 코루나 (38,700 원) 어치 옷을 사다가 폭우가 쏟아져 ZARA 매장에 갇혀 있다가
빗줄기가 약해졌을때 얼른 호텔로 돌아왔다. 5시 30 븐
덕분에 오늘 저녁 보기로 했던 성 니콜라스 성당의 클래식 공연은 빗물에 싸악 떠내려갔다.
●
현주도 좀 쉬고, 비가 거의 그친거 같아 슬슬 호텔을 나왔다. 7시
폭격후에 살아 남았다는 희열에 들떠 쏟아져 나온 사람들로 광장은 더욱 분주해졌다
그 난리통에도 클래식 연주 티켓은 굳세게 판매 되고...
포장마차들은 불을 환히 밝히고 배가 출출한 사람들을 불러 들이고 있었다
화단에선 새들이 폭우로 떨어진 열매들을 쪼아 먹고 있었다
슬슬 저녁낭만을 준비하고 있는 틴 광장
노아의 방주로 돌아온 새처럼 ... 얀 후스 머리위에 새 한마리가 앉았다.
틴성당 옆골목은 좁고 길었다. 사람들이 연신 광장으로 나오고 우리는 반대로 들어갔다.
낮의 땡볕에 다 타버린 얼굴
Tynska Literarni Kavarna (틴스카 라떼라르니 까바르나) 라는 긴 이름의 식당은 카를 대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젊은 분위기라고 해서 찾아 헤매고 있다. 아직도 87학번 대학생이란 착각에서 헤어나지 못한채 ...
위치가 틴성당 뒤쪽 웅겔트건물 왼편 통로 밖 끝 나무대문집 이라는 것과 Tyaska 6 라는 주소를 갖고도 정작 식당을 찾지 못했다,
6 이라는 번지수만 달랑 붙어 있는 담벼락.
오히려 지난번에 찾다 포기한 Cat's gallery 를 발견하는 수확은 있었다
현주에게 다른 골목으로 가보라고 했더니 잠시후 찾았다고 부르길래 가 보았다.
6은 맞는데 앞에 C가 붙어 있고
식당은 맞는데 상호가 달랐다,
모지 ?
안을 들여다보니 분위기가 괘안타.
1층에 자리가 없다해서 지하로 내려갔다. 그런데 지하에도 예약을 안하면 자리가 없다라능...
그때 한국인 같이 생긴 남자가 직원들에게 뭐라뭐라 이야기하자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손떼가 묻은 메뉴판을 정독했다
반갑게도 알파벳으로 김치, 우동, 두부 라는 단어가 들어 있었다.
아까 그 남자가 한국인이 맞는 거 같다.
이 레스토랑의 하일라이트, 체코의 마지막 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건 다름아닌 써빙 아가씨였다,
영국아가씨처럼 수줍은듯 조심스런 몸짓과 말투로 얼마나 친절하든지 그냥 뱀처럼 착착 감긴다는 표현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테이불에 메뉴판을 불쑥 내미는게 아니라 바로 앞에서 미안한 표정으로 잠시 기다려 준다든지, 샐러드를 주문하면, 빨리 나오는 작은 걸로 추천해 주었다,
현주가 고른 맥주가 맛있다고 라벨을 찍어 달래서...
식당 안쪽 자리까지 손님들로 꽉 찼는데 모두 행복한 표정이다.
사람들이 담배를 안 피워대니 그마저 좋았다
메인요리도 훌륭했다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틴광장 주변의 비싸고 맛없는 식당들보다 한골목만 안으로 들어오면 이런 환상적인 식당이 있었다.
현주도 너무 행복해하며 그릇을 싹 비웠다. 오늘 낮의 고단함도 저녁때 폭우도 또 이번 여행의 여독도 싹 비웠다
프라하의 마지막 밤이 이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어갔다. 더 앉아있고 싶고 분위기에 취해 커피까지 시켜 마신후 계산서를 달라고 했다,
비단으로 감싼 상자를 놓고 가길래 열아보니 계산서였다,
총 590 코루나 (29,500 원) 지방보다는 비쌌지만 프라하 기준으로는 비싼게 아니였다. 팁을 더 주고 싶을 정도였다
나중에 팜플렛을 보니 채식 식당이었다, 추천 같은거 안하는 내가 강추한다.
상호 : MAITREA,
주소 : tynska ulicka 6, praha 1
★
한국에서 미리 조사해 간 노고도 있고 여행의 대미를 멋지게 보내기 위해 재즈바를 가기로 했다
9시쯤 시작하니까 8시 40분에 레스토랑을 나왔다
성당 바로 뒤에 큰 건물이 있는데 오래전부터 독일어로 ' 무일푼' 이란 뜻의 Ungelt (운겔트)로 불리웠다
Tyn yard 라는 조그만 마당을 사방으로 둘러 싸고 있는 구조이며 독일 상인들이 이 건물 안에서만 상업활동을 할 수 있게 제한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 건물에 호텔, 레스토랑, 와인샵등이 들어와 있고 우리가 가려는 운겔트 제즈 바가 바로 지하에 있다,
어두은 거리에 불켜진 돌출간판은 쉽게 눈에 띄었다. JAZZ CLUB UNGELT
한국인 아가씨 둘이 입구에서 올라오길래 반가워 물어보니 ' 아직 시작 안했고 손님도 없다' 고 한다.
서로 ' 여행 잘 하라' 고 인사하며 헤어졌다
외부 계단을 내려가 지하로 들어갔다. Bar 를 따라 더 직진 하고 또 내려가자 그제야 직원이 나타났다.
입장료 인당 250 코루나 (12,500 원). 알고 가기론 300 코루나라던데 일단 50 이득 본거 같아 행복... 입장 시간에 따라 달라지나 ?
그리고 공연장은 한층 더 내려가야 했다, 이건 뭐 완전 지하에 지하다
우리가 들어갔을때도 손님은 한명도 없고 연주자들이 악기를 세팅 하고 있었다.
그래서 잘 보이는 앞자리로 앉았다. 앉고 보니 현주 귀가 좀 걱정됐지만...
와인과 맥주를 한잔씩 시켰는데
맥주맛이 ~ 끝내줘요
손님들이 조금 들어차자 9시 20분에 연주가 시작되었다
잠시후 아까 한국 아가씨들도 다시 들어오고, 2층까지 손님들로 금방 찼다
잇몸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노래하는 이 남자 담당은 건반과 리드싱어다
구랫나루가 덥수룩하고 꼭 영국 노동자같이 생겼는데 입으로 키보드 소리를 내며 열정적으로 노래했다.
기타리스트는 수줍어 청중들과 눈길도 못 마주치는 전형적인 동유럽 남자. 중간중간에 기타줄을 맞춰가며 연주에 성의를 다 했다
기타리스트와 반대로 섹소폰을 부는 남자는 좀 니글니글하게 생겼다.
가운데에 드럼, 타악기를 치는 사람은 예수같은 분위기의 멋쟁이 남자였다
테크닉, 기교가 그렇게 다양한지 첨 알았고 악기를 능수능란 하게 다루었다. 오죽하면 현주가 나에게 드럼을 배워 보라고 권유할 정도였다
여행 며칠전까지 소방교육을 4일 꼬박 받고 시험까지 친 후라 지하화재 공포증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런 곳에서 불이 나면 한치 앞도 안 보이니까 거의 100 % 질식사 할텐데... 입구를 봐두고 아까 미로같이 내려 온 길을 더듬어 기억했다
그런데 거짓말 같이 연주 도중 전기가 나갔다. 지하라 완전 깜깜해졌다
갑자기 공포가 밀려왔다, 합선된건가 ? 누전으로 화재라도 나면...사람들이 막 동요해서 입구로 몰릴 것만 같았다
그런데 다행히 모두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분위기를 누구러 뜨리려고 ' 해피버스데이 투유 ' 노래라도 하고 싶었다,
일상다반사인양 잠시후 직원이 초를 켜 들고 왔다, 한줄기 빛
리드보컬인 잇몸이 " 계속 할까요 ? " 라며 청중들의 호응을 끌어냈고,
이내 건반악기에서 손을 내려 놓고 쌩으로 노래를 하고,
드럼과 섹소폰은 소리를 죽여 연주하고,
울림통 없는 일렉기타 줄 튕겨지는 소리가 가늘게 들려왔다.
그야말로 무일푼 (Ungelt) 연주자들의 서글픈 연주무대였다,
노래가 끝나자 거짓말같이 다시 전기가 들어왔다.
45분 연주후 15분 휴식.
사람들이 술을 가져와 마시고 연주자들도 맥주 한잔을 들고 와 다시 시작.
극동아시아 남자 두명이 일어나 돌아다니며 노골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댔다,
두번째 휴식시간이 됐을땐 1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끝날 때까지 함께 하고 싶지만 안전을 위해 나왔다
<프라하의 재즈클럽들>
① Ungelt jazz & blues club .틴성당 옆. 오픈 8시 공연 9시 시작, tyn 2
② Jazz Klub Reduta 1958년 오픈한 프라하에서 가장 유명한 재즈 바. 클린턴도 색소폰연주. narodni 20 (카페 르부르 옆) 유명세를 등에 업고 요즘은 비싸졌다는 질타성 글이 올라온다.
③ U maleho glena 한국어 메뉴판, 맥주맛집 카를교 도보 10분, karmelitska 374/23
④ Agharta jazz club (아가타 재즈클럽) zelezna 16 지하, 밤 9시부터 공연. 구시가광장에서 zelezna 거리로 100m
⑤ U stare pani jazz club (우 스따레 빠니-늙은 여자들의 집) michalska street 9 옛날 매춘부들이 거주했던 곳, 식사제공
광장엔 이 시간까지 사람들의 열기가 남아 있었다. 오늘도 노숙할 기세다. 11시 20분인데도 호텔 문이 벌써 잠겨 있다.
초인종을 누르니 안에서 직원이 나와 열어 주었다.
프라하의 마지막 밤이 판타스틱하게 마무리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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