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15. 10:00ㆍCzech 2015
깨서 부시럭거리다 잠들고 또 깨고, 몇번을 그러고 있으니 현주가 성질를 부렸다. " 9시라고 ! "
일어나 보니 8시 40분이구만 ... 쩝
대충 세수만 하고 밥 먹으러 내려갔다
작은 호텔인 줄 알았는데 아침 먹으러 온 투숙객들이 꽤 많았다. 어제 저녁 식당에서 봤던 사람들을 또 만났다.
아침 햇살이 가득한 복도 자리도 좋았는데 음식이 차려진 가까운 곳에 앉았다.
정교한 톱니바퀴 시계속을 들여다 보는 것도 같고, 중세 방앗간에 앉아 있는 느낌도 들고 ... 식당 인테리어가 상당히 멋있었다
오븐옆에 쇠문을 달아놓은 부뚜막.
이국적인 녹색 타일.
먹는 맛뿐만 아니라 보는 맛도 좋은 식당 내부였다.
음식 종류도 맛도 대만족이다.
그런 하드웨어 수준을 소프트웨어들이 못 따라주고 있었다.
몰아부치듯 등뒤에 바짝 붙는 사람
음식 접시를 들고 갑자기 확 돌아서는 남자
식당에 큰 개를 데리고 들어오는 임산부 여자 ...etc
압권은 나중에 들어온 세 아가씨였다. (아래 사진 뒷배경)
빵을 집어 냄새만 맡고 내려놓고 지들끼리 음식을 손가락질 하며 인상 쓰고... 여기도 불량감자들이 꽤 있구나.
현주가 매너있는 영국여행을 그리워했다.
배부르게 먹고 객실로 올라오며 한껏 신난 현주
내가 씻느라 꾸물대자, 현주가 10시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먼저 짐을 챙겨 내려갔다.
로비엔 청년이 벌써 와 기다리고 있었다.
주차장을 빠져 나오며 청년이 ' 유명한 누구누구가 묵은 호텔 ' 이라는데 이름만 들어선 모르겠지만, 그럴만 하다 싶을 정도로 호텔이 괜찮았다.
한적한 프라하 교외 마을을 지나
시내로 들어오자 벤츠 매장이 보이고,
역시 독일기업인 밀레 (miele) 매장도 지나간다.
1899년 창립한 밀레는 1930년대엔 자동차와 오토바이까지 만들다가 지금은 주방,가전 전자제품에만 올인하고 있다.
체코남자는 독일 물건을 사고, 독일사내들은 체코 여자를 사고 ...
천하의 프라하도 변두리는 다 실용성을 앞세운 밋밋한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다,
앞만보며 말없이 운전하는 청년에게 평소에 궁금했던 걸 물어보았다.
" Praha 가 맞냐 ? Prague 가 맞냐 ? "
그랬더니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체코어로는 praha고 prague 는 영어발음이라는 것이다.
현주와 나는 반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건물이 점점 예술 작품으로 변해가는 걸 보니 구시가지가 가까워졌다.
블타바 강변도르롤 달려 틴광장 입구에 도착했다.
청년이 리페르트 호텔까지 짐을 옮겨다 줘서 고맙다고 악수하고 헤어졌다.
매니저 여자가 어제보다 한결 여유로운 표정으로 우리를 데리고 방으로 올라갔다.
방은 나쁘지 않았다. 에어컨도 있고...
단, 실리콘이 굳어야 하니 오후 6시까진 물을 쓰지 말라고 당부했다. 실리콘 냄새를 빼려고 욕실 환풍기 작동법을 물어보니 매니저가 몰라서 청소하는 아줌마를 데리고 올라와 알려줬다.
아침에 바로 씻고 나온터라, 짐만 내려놓고 에어컨을 살짝 틀어 놓고 나왔다
드디어 프라하의 심장이라는 틴광장(구시가 광장)으로 나왔다.
횡한 여느 광장과 달리 프라하의 심장은 활기가 넘쳤다. 덩달아 내 심박수도 높아졌다
스타일이 멋진 할아버지가 섹소폰을 불고 있고, 돈이 아까운 관광객들은 멀찌기 떨어져 도청을 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옆에서 CD를 팔고 있고 분업이 잘 되어 있었다.
팔꿈치가 긁히고 머리가 눌린 부량자가 공원 팬스에 기대 있고...
그 옆에선 통돼지가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장작불에 구워지고 있었다.
틴성당을 시작으로 광장을 둘러싼 건물들은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등 다양한 스타일이 혼재되어 있었다.
5인조 밴드
신나는 리듬과 보컬의 걸쭉한 목소리가 잘 어울려서 한참을 서서 감상했다
살아있는 황금동상
12시가 다가온다.
얼른 틴광장에 명물 천문시계탑 앞으로 달려갔다
수많은 인파가 벌써 구시청 앞마당에 빼곡했다. 우리도 간신히 끄트머리에 서서 시계탑만 올려다 봤다,
바로 뒤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에선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사람들이 푹신한 소파에 앉아 달콤한 다과를 즐기며 쇼가 시작되길 기다리며 있다.
내 시계론 12시가 됐는데 ... 1~2분이 지나자 드디어 시계탑 쇼가 시작됐다.
정각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들리고 파란 나무창이 열리더니 12사도 인형이 나와 춤을 추는데,
... 끝
이건 국제사기다 !
여기저기서 비웃음과 조롱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하늘이 열리고 지축이 흔들리고 오색분수가 솟구치길 바란건 아니지만 이렇게 자살골 넣는건 아니지. 12시가 되자 추하게 변하는 모습을 숨기려 도망치는 신데렐라가 떠 올랐다.
환희에서 일순간 표정이 일그러진 사람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그 와중에 차량 몇대가 용감하게 인파속을 뚫고 지나가려고 애를 썼다.
사람들이 언제 폭도로 변해 차들을 엎고 불을 지를지 아슬아슬했다. 그래서 옆에 경찰이 있나보다.
미아되지 않기 위해 현주랑 연신 눈빛을 교환하며 넓은 광장쪽으로 다시 나왔다.
우주선 같은 틴성당 종탑.
어디선가 애기 쭈쭈 빠는 소리가 들렸다.
진짜 애기가 유모차로 다가가 쭈쭈남자의 가짜 젖꼭지를 뺐으려고 했다. 유모차의 중년남자가 징징대며 발길질을 했다.
' 가, 임마~ 가서 니 애미 오라고 해 ! '
전 세계에 직영매장이 몇개 안되는 모제르 (Mozer) 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pass
광장 북쪽 골목.
온통 은색인 마이클 잭슨이 수많은 인파에 파묻혀 있는데, 누가 땅바닥에 돈통을 못 보고 발로 차고 지나갔다.
짤랑, 짤랑~ 많지 않은 동전이 길바닥에 흩어졌다. 일대가 소란이 일어났고 마이클 잭슨이 당황했다.
돈을 줍자니 모냥이 안나고, 그냥 두자니 오늘 장사 공칠거 같고...
그때 한여자가 끝까지 남아 동전을 다 주워 주고 갔다.
마이클 잭슨이 그녀에게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이 근처에 Cat's gallery 가 있다는데 못 찾겠다.
마침 한국여행사 간판 앞에서 두 남자가 이야기를 하고 있길래 물어보니 터줏대감인 그들도 첨 듣는다고 한다.
현주에게 뒤쪽으로 가보랬더니 잠시후 그냥 왔다.
그런데 걸을때 다리에 쥐가 난다고 괴로워했다.
어두운 복도를 지나 어느 건물 중정.
거기 의자에 앉아 나보다 더 못 걷는 현주에게 빵을 먹였다.
쉬었더니 조금 나아지나보다
다시 기운을 내서, 재미난 간판들로 유명한 젤레트나 (Celetna) 거리를 따라 올라갔다.
땀을 닦으며 온 길을 뒤돌아 보는데 낯익은 건물이 뒤에 있었다,
1912년에 지어진 큐비즘 양식의 건물이다. 1층에 Grand cafe Orient 는 이름도 거창하게 세계 유일의 큐비즘 스타일 카페라고 한다. 그런데 큐비즘 예술사조가 바로 시들해지는 바람에 1920년에 문을 닫았다가 80 여년이 흐른 2005년에 다시 오픈 했다능.. 나머지 층은 큐비즘 체코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큐비즘은 직선과 기하학적인 무늬를 특징으로 하는 입체파의 한 부류라는데 우린 별 흥미 없어 그냥 지나갔다,
불에 그을린 것처럼 시커먼 화약탑이 거리끝을 막고 있다.
실제로 화약을 보관하기도 했고 왕이 드나들던 프라하 성의 동문이기도 하다. 틴광장에서 여기까지 걸어온 길이 그래서 ' 왕의 길' 이다.
골목길 같은 젤레트나 거리가 끝나자, 대로들이 겹치는 넓은 사거리 무대로 갑자기 튀어 나와 어리둥절해졌다,
오베츠니 둠 (Obecni dum) 이라 불리는 프라하 시민회관.
체코의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라고 하는데 사실 지어진지 100년밖에 안됐다. 정면 반원은 ' 프라하에 경의를 '이란 제목의 모자이크 벽화.
PRAHA, PRAGUE, PRAGA, PRAG ...
전세계 수많은 인종들이 제각각 다른 이름을 부르며 이 도시에 몰려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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