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환불해 줄 이유를 모르겠는데 ?

2015. 8. 14. 15:00Czech 2015

 

 

 

 

프라하의 서편 언덕위에선 옛부터 귀하신 분들이 더 높게 성을 쌓고 살았고, 하인들과 백성들은 동쪽 너른 들판에서 살았다. 블타바 (몰다우)강은 그 계급적. 물리적 경계를 가르며 남에서 북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레기이 다리 (Most legil)를 건너 동쪽 백성들의 땅으로 들어간다.

다리건너에 카를교가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

 

 

수백년간 마차와 사람들만 감당하면 됐던 구시가지의 도로체계는 무지막지하게 밀려드는 자동차에 오전부터 배가 터져 버렸고 

 

급기야 걷는 사람들이 우리 차를 추월하는 흔치 않는 현상이 흔하게 일어났다.



 

관광객용 클레식카를 보는게 더 관광,

 

 

' 끝이 좋으면 다 좋아 ' 라는 셰익스피어 말을 금과옥조 삼아 여행의 대미를 보험 들어놨다.

프라하 여행 1번지, 틴광장에 비싼 호텔을 선불까지 주고 예약한 덕분에 걸어가도 될 거리를 수십분간 차에 갇혀 이동했다,

거의 다 왔는데 광장 뒷골목에서 경찰이 불법주차된 택시 사진을 찍으며 수첩에 뭔가를 적고 있었고 그 순건 거짓말처럼 네비를 켜놓은 스맛폰 전원이 푹 꺼지더니 다시 부팅되었다. 호텔 위치는 모르겠는데 앞엔 경찰, 네비는 맛탱이가고... 맨붕 !


일단 그곳을 빠져나와 골목길에 차를 대고 다시 네비를 잡았다.

이번엔 다른 방향으로 접근했다. 마침 갓길주차에 빈자리가 하나 남아 있길래 얼른 차를 낑겨 넣고 현주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  난 차를 지켜야 하니까, 너가 호텔을 찾아가 짐을 맡기고 와 ! "

이번 맨붕 차례는 현주다.

짐을 매고 끌고 무거운 발걸음을 떼는 현주의 뒷모습이 안쓰러워 보였지만 현실은 냉정.


   혹시 경찰이 나타나지 않을까 ?

   내가 없는 사이 현주가 오면 어쩌나 ?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며 걱정을 하고 있는데 광장 골목에서 현주가 환한 얼굴로 나타났다.

나머지 짐을 매고 또 한번 호텔로 떠나는 현주의 발걸움이 아까보다 훨 자신감 있어 보였다.

현주 짐 3개. 내 짐 하나 총 4개를 깔끔히 처리했다, 살수차가 시원한 물을 뿌리며 지나간 하늘위로 화려한 무지개가 반짝였다.

 

차를 반납하기전에, 프라하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사회주의 시절의 투박함이 아직도 남아 있는 현지인 시장.

프라하 7지구 강가에 있는 Holesovicka trznice (홀레쇼비체 시장)을 향해 홀가분하게 구시가지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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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체후프 (Cechuv) 다리를 건너려고 신호를 기다리는데 엠블런스와 경찰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우리를 재껴갔다, 다리를 건너가 보니 오토바이가 넘어져 있고 그 옆에 한대가 멈춰 서 있었다,


강변도로를 시원하게 달려 이내 시장에 도착했다. 시장 중간쯤에 페니마켓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였다. 더 안쪽은 유료주차장이라 남들 해 놓은 것처럼 차양아래 요령껏 차를 대 놓았다,


여행내내 동고동락하며 어느새 정이 들어 버린 차와 헤어지기가 아쉬웠던지 현주가 모델을 자청했다.

아직도 삐딱한 번호판 

 

홀레쇼비체 시장은 창고같은 적벽돌건물들이 차곡차곡 세워져 있고 공터마다 노점이 천막을 치고 있었다.

 

현주는 물 산다고 첫번째 건물안에 페니마켓으로 들어갔고 난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뒷통수에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빈 노점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한 남자가 노골적으로 날 째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뻘쭘하고 계면쩍어 '식당은 어디에 있냐 '물어보았다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그 남자가 기어 나왔다. 대낮부터 뻘개진 얼굴에 술냄새를 풍기며 ...

 

폴란드에서 왔다는 ' 엔드류 ' 는 내 비행기 삯을 물어보고, 반갑다고 스킨십을 하고, 악수하고 친한 척을 하더니 결국 ..." 자기좀 도와 달라 " 며 본색을 드러냈다,

마침 현주가 콜라와 생수 (34 코루나, 1700 원)를 사들고 나오길래 'Bye ~ ' 하고 얼른 자리를 피했다,

 

레이스를 파는 남자는 하노이 출신이다

 

주변 상인들이 거의 다 동양인이었는데 베트남 상인들은 좀 더 활기차고 열심히 호객을 하는 반면, 체코나 동유럽 상인들은 상대적으로 무뚝뚝했다.

 

만물상에서 내가 전자시계에 관심을 보이자 청년이 450 코루나를 불렀다,

내 표정에 변화가 없자 300으로 고쳐 불렀다,

그냥 돌아서자 뒤에서 ' 150 ! ' 이라는 간절한 외침이 들려왔다,

 

펜티를 삐져나온 거시기.

 

마침 지팡이가 보이길래, 또 다른 노점 동양남자에게 170 짜리를 140 코루나 (7,000 원)로 깎아 샀다,

근처에 식당이 있냐고 물어보니 바로 건너편에 많다고 알려줬다.

가보니 역시 뒤쪽은 다 먹거리 노점들인데 이건 뭐 Little vietnam 다 동남아 메뉴들이었다.

그 중에 애를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가 하는 곳으로 들어갔다  

 

조각은 조잡하고 구슬이 박힌 싸구려 지팡이지만 득템한 기쁨에 !

 

난 분짜 (Buncha 100코루나) 현주는 밥종류 (95코루나) 를 고르고 음료수를 하나만 시켰다.

 

 

잠시 후 애기엄마가 음료수를 양손에 들고 오길래,

"  하나만 시켰는데 ~ "

당황해 말했더니

"  알아요. 어느 맛을 원해요 ? "  

 

가방안을 뒤져

 

그때그때 메모를 해놔야 ...

 

왜소한 체형의 부부가 순박하니 친절하다.

작년에 호치민 갔다 온 이야기를 했더니 우리 국적을 물어보았다,

한국인이라고 하자, 처음 봤을때 중국인으로, 현주를 중국의 어느 여배우인줄 알았다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메인요리를 게눈 감추듯 폭풍흡입했다

 

 

총 225 코루나 (11,250 원) 계산

현주는 오래간만에 쌀밥을 먹었더니 기운이 난다고 즐거워했다.

쌀밥 때문이 아니라 중국 여배우라는 말 때문 아녀 ?


사람들이 땡볕을 피해 다 천막 아래로만 다닌다.

시장을 더 구경하고 싶은데 렌터카 반납시간이 다 되길래 바로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시장담벼락을 빙 돌아 나왔다. 아이들이 함께 왔으면 얼마나 좋을까 현주랑 함께 아쉬워했다


공항으로 향한다.

강옆 조그만 터널을 통과해 프라하성 뒤쪽으로 나오자 거리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관광객은 전혀 없고, 프라하 시민들이 전철역에서 나와 버스를 기다리고 어디론가 걷는 모습들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왔다.

땡볕에 복장은 노출이 심하고 세련되었지만 동유럽인 특유의 무표정하고 어두운 그림자가 얼굴에 슬쩍 비쳤다. 

 

그 지역을 지나자 거리가 왠지 낯익다.

여행 초기에 크지보클랏 갈때 지나치던 길을 현주가 용케 기억해 냈다

 

도시를 빠져나와 한참을 달린다. 네비만 믿고 가는데 큰길에서 빠져 조그만 동네로 들어왔다. 좀 이상했지만 지름길이려니 했는데 결국 공사로 막힌 길앞에 우리를 데려다 놓았다. 길을 물어볼 사람도 없어 주택가에 차를 세우고 네비를 이리저리 만져보지만 방위를 놓쳐 버리니 속수무책이 되어 버렸다. 막막했다. 그나마 1시간 여유를 두고 일찍 출발해서 다행이다 ... 

일단 왔던 길을 다시 더듬어 돌아갔다. 감으로 고속도로 IC에서 방향을 찾고 공항이정표만 보며 달리다 멀리 공항청사를 보며 고속도로를 빠져 나왔다. 디지털이 갑자기 무용지물이 되자 아날로그에 의지해 길을 찾아가는 기분이 짜릿했다.

무사히 공항에 도착,

 

첫날 렌터가 사무실에서 설명 들은대로 주차타워 1층에 진입.

여러 렌터카회사 차량을 통합해 처리하는 남자에게 차를 반납했다. 그런데 운전석 뒤쪽 휠이 긁혔다며 사진을 찍고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 상처는 처음부터 있었고 또 여행 내내 휠이 긁힐 일이 전혀 없었기에 " 내가 그런거 아니다 " 라고 확실히 말했다.

그 남자가 별 반응이 없어 찜찜해서 ' 뭐 돌려 받는 서류 같은거 없냐 ? ' ' 다 된거냐 ? ' 재차 확인했다 

여튼 큰 사고없이 여행을 마치고 차를 제 시간에 반납한 기념으로 시원하게 소변을 갈기고 나왔다.


 

귀국후 며칠이 지나 카드 명세서를 살펴보다 렌터카 놈들이 3,000 코루나 (150,000 원)나 빼간걸 발견했다.


 

이건 뭐 명백한 사기다,

반납한 그 날 바로 처리한 것도, 기본 보험을 들었는데도 청구한 것도, 또 휠을 통째로 바꿀 정도의 큰 금액을 빼간 것도 다 이상했다,

그래서 중계회사인 rentalcars.com 에 알아봐 달라고 국제전화를 넣고 자료들을 보냈다.

 

며칠후 체코의 답변서라고 rentalcars.com에서 메일을 보내왔는데, 이렇게 싸가지 없는 답변서는 난생 첨 봤다

귀하의 어쩌구 저쩌구 하는 상투적인 인사말도 없이 다짜고짜

'  안녕하십니까

   고갱 (cient)님은 주차장을 떠나기 전에 차를 잘 살펴보길 충고하며, 문서엔 휠에 상처가 있다는 표시가 없다는 것도 알았어야죠.

   그래서 난 우리가 환불해줄 이유를 모르겠네요 '

지대로 한방 맞았다. 그래 내가 졌다, 졌어.

 

 


● 



체코 공항에 내린 첫날에도 바람이 세게 불었는데 오늘도 해풍같은 바람이 불어댔다. 내륙 한가운데 체코에.


현주가 버스를 타고 가자고 해서 택시비도 아낄 겸 잘 됐다했다.

그런데 첫 단계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매표기 앞에서 버벅거리고 있으니까 현주가 ' 다른 사람 쓰게 비켜주라 ' 고 핀잔했다,

' 도와줄까요 ? '

그때 한 남자가 다가와 물어왔다

  

 어딜가냐 ? 고 해서 호텔 주소 불러주니 폰으로 검색하고 표를 두장 만들어 주었다. 인당 32. 총 64 코루나 (3,200 원) 


32 코루나짜리 표

 

남자가, 자기도 같은 방향이라며 따라오라고 했다. 현주랑 빠른 걸음으로 그 남자를 쫓아 버스에 올라탔다.

남자도 프라하에 산다고 한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볕에 얼굴은 다 타고, 얼굴로 땀이 줄줄 흘렀지만 기분은 아주 좋았다,

 

공항을 빙 돌아 교외 지역을 한참 달려 프라하 변두리에 도착했다,

 

남자가 ' 여기가 종점이라 다 내려야 한다, 지하철을 타고 가자 ' 고 해서 또 열심히 따라갔다.


버스표로 90분 이내 어느것이나 무료로 환승 가능하다고 알려주었다,

표 검사기를 통과해

 

 

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한참 내려왔다

 

지하가 시원해서 ' Cool ! ' 했더니 지은지 6개월밖에 안됐다고 한다. 역시 깨끗하고 멋있네~


 

플렛폼에서, 그 남자가 자기는 반대편 열차를 타야 한다며 우리에게 5번째 역에서 내리라 신신당부했다

그를 기억하기 위해 이름을 물어보았다. '로버트' 와 악수하고, 우리 국적을 묻길래 알려주고 헤어졌다,

 


이내 열차가 도착했다. 안엔 빈자리가 듬성듬성 있었다.

한 남자가 우리 같이 앉으라고 자리를 양보했다.


지하철을 타본지 너무 오래 됐다, 

재밌고 긴장이 풀려버려 정거장 세는 걸 잊어 먹었다, 3번 섰느니 4번 섰느니 현주랑 싸우다가 


자리를 양보하고 서 있는 남자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물어보니 이제 서는 역에서 내려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블타바 강밑을 통과한 열차가 Staromestska 역에 멈춰 섰다,

잽싸게 내렸다 


뒤돌아보면 어지러울 정도로 엄청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중간층까지 올라왔다,

 

현주랑 싸게 시내로 들어온걸 축하하며 에곤 쉴레랑 기념사진을 찍었다,

  

 

 

계단을 하나하나 딛고 지상으로 나왔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어리둥절

 

우리 숙소 같이 생긴 건물이 길끝에 보였다

거리구경을 하며 느긋하게 그쪽으로 향했다

 

한복이 보였다.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한국 신부와 백인신랑이 앞장서고 그 뒤로 가족친지들이 따라가고 있었다.

한복이 참 여성스럽고 선이 이쁘다는 걸 외국에서 보니 실감났다,

 

 

쇼윈도우를 구경하려고 지팡이를 들다가 뒷 사람이 맞을 뻔했다. 미안하다고는 했는데 느낌이 영 이상했다,

내 뒤를 바짝 붙어 따라오던 소매치기 같은 기분이 들었다

 

Mozer 가 여기 있으니 전혀 고급스럽지 않았다. 역시 디스플레이가 중요해,

 

동양인 아가씨들이 힘겹게 트렁크를 끌고 벨지움로드를 걸어간다, 나도 울퉁불퉁한 돌길에 신경 쓰면서 오느라 기진맥진해 버렸다, 

3시 7분, 드디어 예약한 호텔에 도착했다

 

 

오늘 차량 이동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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