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13. 10:00ㆍCzech 2015
윙~ 창을 다 가려버린 축대 위에선 전기톱이 새벽 6시 반부터 미친듯이 돌고 있다. 새벽 단잠이 무자비하게 잘려 나갔다.
1인용 침대 두개가 만나는 가운데는 지진나기 좋은 대륙판이었고 방안 공기는 페인트 냄새에 오염된 채 무겁게 깔려 있었다,
샤워기는 붙박이... 수압만 좋다.
숙박비가 싼 이유도, 투숙객이 없는 이유도 비로소 이해가 됐다.
8시 50분쯤 짐을 다 챙겨 1층 식당으로 내려왔다
윗층에서 내려오는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 청년 둘이 " 5분만 기다리라 " 며 홀과 주방을 분주히 왔다갔다 한다
아침 식당이 텅 비어 TV속 가수 노래도 심드렁하게 들렸다,
5분이 지날쯤 청년들이 음식을 뷔페 테이블에 차리지 않고 우리 식탁 위에 다 갖다 놓았다, 수박도 한 판, 햄도 잔뜩, 피망도 ...
" 너무 많아요, 저기다 갖다 놓으면 우리가 가져다 먹을께요 "
했더니 오히려 덜어 먹으라고 빈 접시를 갖다주는 익살을 부렸다,
투숙객이 우리밖에 없는거 같아 미안했지만 덕분에 독상 받았다.
배를 채웠으니, 가방은 아직도 뜨거운 찐계란 두개와, 커피믹스, 과일로 채운 후 일어났다.
청년들이 어디갔나 했더니 둘다 건넌방 의자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이 마을의 젊은이들은 필요이상으로 사색적이다.
955 코루나 (47,750 원) check out 하고 영수증 달래서 호텔을 나왔다,
길 건너 천변에 세워놓은 도깨비 형상
시설은 비록 후졌지만 젊은 직원들의 묵묵한 (?) 성실함이 고마워, 가다가 다시 차를 돌렸다
호텔 앞에서 전경 사진을 찍고
반대편 길로 마을을 벗어났다,
상쾌한 아침햇살을 받으며 향하는 곳은 시내에 있는 모제르 (Mozer) 크리스탈 공장과 박물관
어제 밤에 쫓기듯 달렸던 길도 오늘 아침에 보이는 풍경은 훨씬 낭만적이다.
절로 행복해지는 기분으로 드라이브를 즐기다 9시 50여분에 모제르에 도착했다
앞마당에 분수가 솟구치다 말고 그대로 얼어 있었다.
만져보니 크리스탈
판매장, 카패, 박물관, 공장견학까지 다채롭게 즐길수 있는 프로그램,
매표소는 카페 안에 있다
입장료 성인 180,
부담스러워 장애인 할인 받으니 100
공장과 박물관 견학하는 걸로 2명 총 280 코루나 (14,000 원)
공장견학은 가이드를 따라가야 하는데 여기 저기 앉아 있던 약간의 사람들은 체코어 가이드가 다 데리고 나가고, 현주랑 나랑은 영어가이드를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예사롭지 않은 꽃병이 놓인 탁자에 앉아
있으나마나 한 영어가이드를 걱정하며 한국어 가이드는 언제 생기나 궁시렁거리며 있다.
카페안에 약간의 전시물을 구경하고
모제르의 역사를 느끼고
처음 서보는 포토존에서 유명인이 된 것처럼 포즈도 잡고
10시를 넘어서자 프런트에 앉아 있던 아줌마가 벌떡 일어나더니 우리에게 따라 오라고 손짓했다. 일인다역. 접수도 받고 영어가이드도 하고...
마당을 지나 조그만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에서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냇가에 흔한 모래 (규사)가 영롱한 크리스탈이 되는 과정도 한눈에 보고
드디어 자동문이 열리고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당당한 포스의 아줌마 뒤를 쭐레쭐레 따라간다.
갑자기 다른 세상에 들어온 기분이다.
유리 용광로의 열기뿐만 아니라 수많은 직원들이 바삐 움직이는 열정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공장 전체는 300명의 직원이 있는데 여기 작업장은 약 40명 정도가 하루 6시간 일을 한다고 ...설명을 들으며 현주에게 간간히 통역을 해줬다
유리 공예가들이 여자 가이드 아줌마와 눈인사를 나누고, 우리를 곁눈으로 힐끗 보면서도 일손을 멈추지 못했다.
체코어 가이드를 따라 다니는 팀과 잠깐 조우
1,600 도의 온도가 되어야 유리가 녹으니까 그 열기에 작업자들의 옷이 오전부터 땀으로 다 젖었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수분 공급을 위해 맥주와 미네랄 음료를 계속 공급하고 있었다.
형태가 만들어진 유리제품은 이 구멍에 넣고 약한 불을 가해 서서히 식힌다.
쇠가 아니기에 빨리 식히면 유리가 잔금이 간다.
유리제품의 형태를 만드는 공정은 한 바퀴 둘러 보았는데 채색이나 조각 공정은 일반인들에게 개방하지 않았다
숨기고 싶은 노하우가 있나보다 싶은데 가이드 아줌마가 물어보지 않은 이유를 변명했다
" 작업자들의 정신집중에 방해 됩니다 "
공장견학이 좀 빠르게 끝나긴 했지만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번엔 마당 건너 박물관으로 들어왔다.
안으로 우리를 데려가더니
모제르의 역사와 대략적인 설명이 들어간 영상을 감상했다
한국어는 없다,
10 여분의 영상이 끝나고 박물관 내부를 자유롭게 둘러보면 된다
현주랑 각자의 취향대로 흩어져 유리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들었다
두꺼비. 아니 개구리
이슬람문양이 선명하게 찍혀 있는 컵
작품들에 번호를 따라가면,
모제르 제품이 납품된 교황과 영국, 스페인등 각국 정상들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다
중간중간 마주치는 현주 표정을 보니 그녀도 크리스탈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있었다
영롱한 크리스탈로 공장을 재현해 놓은 코너
SAMSUNG TV
스타들도 애용하는 명품이라는 이미지
모제르에서는 식기만 만드는게 아니라 트로피도 제작하고 있었다
다 보고도 다시 또 돌아가서 보고... 두번 세번 봐도 전혀 질리지 않았다
한쪽 벽엔 오랜 역사동안 모제르를 디자인했던 장인들의 이름을 붙어 놓았다.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흔한 유리제품을 크리스탈 작품으로 격상시킨 주인공. 그들이 크리스탈계의 입센 로랑이고 마크 제이콥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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