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12. 16:00ㆍCzech 2015
마리안스케 라즈네 뒷산을 오르자 너른 고원지대가 나타났다
네비 목적지를 <카를로비 바리>로 설정했으면 이런 외딴 시골길로 들어설 일이 없었을 텐데 예약한 숙소를 찍었더니...탁탁 ! 갑자기 차 안이 시끄러워졌다. 설마 8월에 우박이라도 떨어지나 ? 하고 위를 올려다 봤지만 전나무 숲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무심하게 파랗기만 하다,
차 도장 곰보되는거 아냐 ? 걱정속에 한참을 달려보니 비포장길에 자갈들이 휠하우스를 때리는 소리였다.
땡볕을 피해 그늘에서 졸고 있던 소들이 우리 차소리에 놀라 멀뚱멀뚱 처다보고 있다
수 Km 인적 없는 산길을 빠져 나오는데 한 아줌마가 짐을 든채 숲으로 들어가고 있다.
" 오늘 숙소는 가격이 싼데라 실망할 수도 있어 "
현주의 기대치를 미리 낮춰 놓았다
호젓한 산길을 나온 차는 통행량이 많은 간선도로에 합류해 속도롤 높였다., 큰 호수를 끼고 돌다 갈림길 삼거리
많은 차들이 큰 커브를 그리며 왼편 카를로비 바리를 향해 달리고 나는 한적한 오른편 길로 빠져나왔다, 차 한대가 바짝 따라 붙었다
나무에 파묻힌 계곡길을 내려오자 작은 집들이 길을 따라 따개비처럼 붙어 있는 Brezova (브르제조바)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냇물을 따라 올라가는데도 그 차가 계속 뒷범퍼에 붙어온다.
몇 분후 오른편에 직육면체의 조그만 호텔이 눈에 띄었다. 뒤따르던 차는 호텔 바로 옆 골목으로 올라와 멈췄다. 우리랑 같은 숙소인가 했더니, 차에서 내린 가족들은 호텔 옆 게스트하우스로 들어 갔고 우리는 버스정류장 뒤 공터에 차를 세웠다. 마을은 가난하고 숙소주변은 인적이 드믈어 환영받지 못하는 이방인같은 느낌부터 들었다.
짐을 다 꺼내 좁은 인도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해 호텔 정문앞에 섰다. 문고리를 돌렸는데 잠겨 있다.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만 문옆에 붙어 있고... 주소는 맞는데, 시내가서 밥먹고 다시 와야 하나 ? 문고리를 잡고 씨름하다 살짝 밀었는데 문이 열린다.
엉거주춤 서 있는 현주에게 " 문 열려~ 다시 와 ! " 소리쳤다
계단을 올라 현관으로 들어가자 적막한 실내가 시야에 익숙해졌다. 정면엔 계단이, 양쪽으론 방이다.
오른편 식당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프런트에 한 아가씨가 서 있고 그 앞 1인용 소파엔 한 청년이 앉아 있었다.
문이 잠긴 줄 알았고, 안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두 인간이 마네킹처럼 아무 말없이 미소만 짓고 있는 모습이 섬찟했다.
미심쩍어 예약을 확인해 보니 맞긴 했다
아가씨가 우리 여권을 들고 고장난 복사기 앞에서 버벅거리는 사이 주변을 살펴 보았다.
인터넷 사진으론 고급스런 호텔처럼 보였는데 ... 입지와 이미지가 완전 딴판이었다. 투숙객이 거의 없어 저가정책으로 근근히 유지하는 거 같았다. CCTV 모니터에 박힌 HYUNDAI 글자가 낯설게 다가왔다.
대충 설명을 듣고 열쇠를 받아 2층으로 올라왔다.
페인트 냄새가 조금 나긴 했지만
역시 HYUNDAI 글자가 박힌 TV에
호텔 이름이 수놓아진 수건도 넉넉하고 욕실도 깨끗해 가격대비 괜춘하다
짐도 안 풀고
나는 누구고 여기는 어디인가... 정체성을 찾으려고 노력중인 현주
나도 최대한 편하게 3시까지 푹 쉬었다
현주가 ' 파자가 먹고 싶다' 해서 창문을 살짝 열어놓고 호텔을 나왔다
다리를 건너 브르제조바 마을을 벗어나 산 하나를 돌자마자 별천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체코의 아버지라 불리는 카를 4세 (Charles Ⅳ)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였으며 중부유럽에 최초의 대학을 세우고 프라하를 유럽 문화의 중심과 제국의 정치적 구심점으로 만들었다. 1358년 카를 4세의 허락을 받아 이 곳을 온천으로 개발하며 " 카를의 온전 " 이란 뜻의 카를로비 바리 (Karlovy Vary)라 명명했다.
이 곳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외지인들은 프라하 등지에서 도로, 철도를 통해 별 특징없는 시내에서 내려 산모퉁이의 스파로 운영되는 쁘띠호텔들을 지나 계곡의 온천지대로 들어오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반대방향으로 진입하다보니 가난한 동네와 유럽 최고의 럭셔리 휴양지간의 간극을 극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산위엔 거대한 고성같은 호텔이 묵직하게 자리잡고
리조트앞에 넓은 정원
숲속에 고급호텔
고색창연한 건물들
이 건물은 228개의 객실을 갖춘 웅장한 호텔 . Grand hotel pupp
007 영화 ' 카지노 로얄 ' 의 배경이 된 유명한 호텔이다
<인용사진>
일단 산속에 대형호텔들과 고급 리조트들에 기가 질린 우리. 온천지대로 흘려 내려오자 이번엔 럭셔리 쇼핑가가 우리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난 듣도보도 못한 간판들을 현주가 명품이라며 설명해 주었다,
턱이 빠진채 온천지대를 통과해
꽤 높은 언덕길을 오르자
이번엔 럭셔리 쁘티호텔들이 숨만 깔딱이는 우리를 확인사살해 버렸다
고개를 넘어서자 주변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그저 그런 카를로비 바리 시내.
이 정도도 한국과 비교하면 훌륭한데 저 산너머의 온천지역은 ... (절레절레)
네비가 피자집 다왔다고 하는데, 이름이 다르다. Pizzeria Re carlo가 아니고 Caffe bar Vertigo 다.
다행히 피자는 한다고 적혀 있어서 블럭을 한바퀴 돌아 건너편에 주차하고 넘어왔다
지도에 빨간 줄 찬 피자집과 숙소. 빨간 사각형은 온천지역
<클릭하면 확대됨>
피자집 주변
아줌마가 친절하게 영어 메뉴판을 가져 왔다,
럭셔리 카를로비 바리에 잔뜩 주눅든 우리에게 아줌마의 수더분한 인상은 구세주처럼 느껴졌다
배는 고파 죽겠는데 번역거리가 너무 많아
점점 표정이 심각해진다
에라 모르겠다. 피자 한판
습관적으로 맥주를 시켰는데 뭔 영문인지... 안 판다고 해서 음료수로 주문,
건너편에 은색이 우리 차.
주차권을 안 끊어놔서 혹시나 단속반이 오는지 수시로 처다보았다
주문한 피자가 나왔다, 마르게리타 피자 125, 시금치 피자 155 코루나
크기도 가격도 완전히 이탈리아 정통 맞다 ....근데 맛은 남부 프랑스다. 짜 !
짠걸 중화시키느라 물배가 차서 반이나 남았다
나머진 포장해 달라고 하고 입가심으로 커피
한참 앉아 있었더니 햇볕이 쫓아와 차양 아래로 옮겼다
총 391 코루나 (19,550 원) 결재하고
본격적인 카를로비 바리 공략을 위해 무거워진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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