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씻지말고 마시세요

2015. 8. 12. 18:00Czech 2015

 


 


레스토랑옆 광장쪽엔 작은 구멍가게가 있다.

한짝자리 여닫이 문앞을 중국 남자가 팔장끼고 막고 서 있었다. 가게주인으로 보인다


시내에서 다시 온천계곡으로 넘어 오다가 너무 눈이 부셔서 차를 멈추고 올려다 본 건물.

황금돔과 아라베스크(arabesque)스러운 전면 파사드로 봐서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을 근거지로 하는 동방정교회다.

 


 

온천계곡 내리막길 끝에는 로마카돌릭 교회, 카를로비 바리 가이드북에 항상 등장하는 Mary magdalene church가 청동 지붕을 이고 있다.

서로 이단이라 갈구는 동방정교회와 로마가톨릭이 이 도시에서는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저 마리아 막달레나 교회에 가보고 싶었는데 입구 언덕길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통제하고 있었다.

어쩔수 없이 아래 광장에 차를 박아 놓고 난 지키고 있고 현주 혼자 올라걌다,

 

온천수가 샘솟는 곳에 정자를 세워 놓고 콜로나다 (Kolonada)라 부르는데 카를로비 바리에 5개의 유명한 콜로나다가 있다.


하얀 나무로 지어진 트르즈니 (Trzni- 시장) 콜로나다.


여긴 브리델니 (Vridelni -온천) 콜로나다 입구

 

 

 

브리델니 콜로나다의 내부에는 온천물이 10 m 씩 솟구치고 있었다

 

한국에선 온천하면 목욕이지만 여긴 약수 개념이다.

뜨거운 온천물을 떠 마시기 위해 주둥이기 긴 컵을 사 들고 콜로나다를 순례하는 것이 이 도시의 관광코스다. 병자는 하루 8~12 리터, 일반인은 1.5~2 리터가 권장량이라지만 물맛 평판이 영 안 좋아 난 일찌감치 포기했다, 물론 여기서도 예전엔 온천을 목용물로 사용했는데 19세기 이후 음용 적합판정을 받은 후 머셨다고 한다.

서민은 마시고 부자는 몸을 담그는 걸로 현재는 자연스럽게 나눠졌다.

 

 

 

 

 

 

  

 

 

 

 

  

트르즈니 콜로나다에서 바라본 마리아 막달레나 교회

 


트르즈니 콜로나다 내부

 

 

 

 

온천수 순례를 마치고 돌아온 현주를 태우고 쇼핑몰 쪽까지 내려갔다.

그런데 샵 안에 들어가 보지도 않고 물에 뜬 기름처럼 겉돌다 다시 광장으로 왔다


빈 주차구역이 있는데 주차시간 같은 것도 안 써 있고 RESERVE 라고만 적혀 있었다.

여자마부에게 물어보니 ' 거기는 호텔 손님용 주차구역' 이라 한다, 그냥 차를 세우고 근처 벤치에 앉았다,


 

  

 

 

 

 

현주가 페도라 (Fedora)를 쓴 여자마부에게 ' 이쁘다' 고 칭찬했다.

여자들은 왜 서로에게 칭찬보시를 하는 걸까 ?

 

승객들을 내려주고 말이 잠깐 쉬는 사이,

마부들이 부지런히 바께스에 물을 담아와 말을 먹이고 자기도 마차안에 앉아 후다닥 간식을 먹어 치웠다 

  

 

 

현주에게 뒤쪽 천변 거리를 구경하라고 보내고 난 벤치에 앉아 늘어지는 오후 시간속에 빠져 있었다.

 

  

  

 

 


서로 따분한 비둘기와 놀아주고 있는데


젊은 중국남자가 DSLR을 매고 나타나더니 저 비싼 관광마차를 혼자 타고 출발했다,

 

잠시후에는 중국 중년커플들이 내려와 말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이윽고 부인들만 마차를 태워 보내고 중국인 남자 셋은 내 벤치 주위로 와서 자기네끼리 중국어로 떠들어 댔다. 한 놈이 양해도 없이 옆에 앉았다. 말똥냄새가 풍겨왔다,

「각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럿이 같은 무리로 취급받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도매금

양놈들 눈엔 다 똑같겠지만, 중국인들과 도매금으로 넘겨지기 싫어서 슬그머니 일어나 옆 벤치로 옮겨 앉았다.

기다렸다는 듯 중국인 셋이 벤치에 쪼르르 앉았다,


동유럽 구석까지 와서 중국인들 때문에 불쾌감에 사로잡혀 있는데 마침 현주가 나타나 날 구해줬다,

"  산 위에 전망대 올라갈까 ? "

"  싫어 ! "

"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까 ? "

"  좋아 ! "

 

이 도시는 <카를로비 바리 영화제>로도 유명한데 사실 처음 개최된 건 1946년 마리안스케 라즈네에서였다.

 

 

아까 피자 먹을때, 사거리 아이스크림집앞에 사람들이 바글거리며 콘 하나씩 핣는 모습이 은근히 부러웠나보다.

그래서 다시 찾아왔다. 오늘 이길을 몇번을 오가는지 

 

당일 코스 관광객들이 다 돌아간 저녁시간이라 거리가 눈에 띄게 한산해졌고 아이스크림집도 손님 한명 없다,

사거리에 잠깐 정차하고 현주에게 혼자 가서 사오랬더니 투덜대며 내렸다

 

갈때랑 올때가 너무 다른 현주.

2개에 24 코루나 (1,200 원)   싸면서도 맛이 고급스러웠다,

 

 

한 블럭을 다 돌기도 전에 아이스크림이 콘만 남았다.

앞에 보이는 과일가게에서 현주가 내려 들어가보더니, 물이 안 좋다고 빈손으로 돌아 왔다,

 

이번엔 골목 안쪽에서 식료품점을 찾아냈다

 

현주만 보내 놓고 불안해서, 차 문을 잠그고 가게로 가 보았다,

 

현주가 계산대앞에서 커뮤니케이션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거 같아 도와 주려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가게주인이 우리랑 같은 인종이었다.

' 중국인이냐 ? " 그가 먼저 우리에게 물어왔다.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자긴 하노이에서 왔다고 했다

반가워 베트남 여행 갔던 이야기 조금 하고 나왔다. 과일값 57 코루나 (2,850 원)

 

 

다시 온천지구로 들어가려고 동네 안쪽블럭을 넓게 돌았다,


카를로비 바리의 온천지역은 체코가 아니라 무슨 프랑스나 영국 같은데 시내는 수준이 좀 떨어져 보인다는 이야기를 아까도 했었다

그런데 이면도로로 들어오니 이건 뭐... 딱 슬럼(Slum)가다.

가난한 동네, 부서진 집들, 불량스런 청소년들이 축대위에 쪼그려 앉아 있고, 거리엔 동양인들이 걸어 더니고, 모퉁이 중국식당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가고, 몇명은 식당 앞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짧은 시간안에 너무 대조적인 모습들을 보니 그 차이를 더 심하게 느꼈을 수도 있을 것이다.

' 우리도 이민 갔으면 저렇게 보였겠구나 ...' 란 말이 동시에 나왔다.


『... 이민 정책은 그에 따른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과 그것을 통해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됐다. 정치 체계는 불법 이민자들이 기업식 농업이나 기타 산업에 유용하기 때문에 그들을 용인한다. 그들의 존재로 인해 중산층 미국인들은 보모를 고용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민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언급이 있었지만 실제로 이루어지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다.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합법적 경로를 만들어 주자니, 그것은 정치적으로 커다란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불법 이민을 더욱 촉진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와 반대로, 불법 이민자들을 완전히 제거하자니, 그에 따른 비용이 터무니없이 높을지도 모른다. 또한 그와 같은 변화를 시도하기에는 현재 상태가 너무 안락하다... 』 에두아르도 포터〈모든 것의 가격〉15 p



온천지구로 들어왔다, 귀여운 백인 계집애가 놀고 있는 호수를 끼고 계곡을 따라 올라가 보았다.

막다른 길 끝까지 양편에 고급주택을 개조한 럭셔리 스파 호텔들이 즐비했다,

 

 

 

내려오다 현주의 반대를 무릅쓰고 엘레니 스콕 (Jeleni skok) 이라고 쓰여 있는 좁은 산길로 차를 돌렸다

 

다행히 저녁시간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었고 산 중턱엔 꽤 넓은 공터까지 있었다, 엘레니 스콕은 거기서도 더 올라가야 했다.

으슥한 곳에 차를 세워 놓기가 좀 걱정됐지만 지팡이를 꺼내 짚고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을 휘감아 돌며 올라갔다.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엘레니 스콕에 도착했는데 오른편으로 또 계단이 있다, 현주가 먼저 가 보더니 전망이 좋다고 해서 계속 올라갔다.  


 

전망대로 올리가기전에 일단 동상 앞에서 귀를 쫑끗 세우고 주변을 둘러 보았다

너무 참았나보다.

바지춤을 올리기까지 몇분이 소요됐다.

 

 

몸 무게를 줄인후 계단을 마저 올라갔다,


땀흘린 보람이 있었다,

전망이 너무 좋다. 

 

 


 

 

 

 

 

 

사진찍어야 된다고, 고소공포증에 떨고 있는 현주를 절벽 난간으로 몰아 부쳤다

잔뜩 쫄은 현주

 

 

   

저 아래 빨간 팔각지붕 정자가 엘레니 스콕.

거기는 나중에 현주 혼자 내려갔다 왔다,

 

옆산 정상에 디아나 전망대 (Rozhledna Diana)가 있긴 했지만 전망은 이 곳이 더 좋다,

마을이 한 손에 잡힐 듯이 더 가깝게 보인다,

 

거의 다 구경했을때쯤 다른 관광객들이 올라오길래 자리를 비켜 주었다,

 

하산할때는 날이 점점 어두워져 맘이 급해졌다,

  

 

등산로 중간에 집 한채가 있었는데 개새끼 한마리가 팬스에 바짝 붙어 우리를 보고 사납게 짖어댔다.

성질이 나서 현주가 말리는데도 헤드라이트를 개에게 비춘채 멈춰 섰더니 개새끼가 더 맹렬히 짖어댔다. 달려 들었으면 그냥 차로 치고 후진해 깔아 뭉개버리고 싶었다, 개소리에 주인이 집뒤에서 나와보길래 얼른 도망갔다,

 

이제 고만 돌아가자,

네비가 숙소를 시내쪽 길로 안내하는 바람에 밤길을 10여 km나 더 달려 호텔에 9시쯤 도착했다,

투숙객이 아무도 없는지 적막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했다.

한밤중 아버지가 카톡을 보내셔서 자다말고 답장해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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