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10대 소녀를 사랑한 70대 노인

2015. 8. 12. 10:00Czech 2015

 

 

 

 

어제 좀 걸어다녔다고 피곤했나보다. 9시 거의 다 되어 일어나 아침 먹으러 내려갔다

현주는 논문 걱정하면서도 피망부터 버터까지 골고루 맛있게도 먹는다

 

플젠에서 이틀 쉬었으니 오늘은 또 장거리 이동이다.

10시쯤 호텔을 나와 플젠 남쪽 외곽을 돌아 나가는데 네비가 또 맛이 갔다. 계속 직진해 북쪽까지 나온 후 독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길 양옆으로 황금 들판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농부 한명 보기 힘들다 

 

한쪽은 사일리지(silage)들만 뒹굴고 한쪽은 아직 추수가 안 끝난 들판 .

 

 

 

차는 큰 도로를 빠져 나와 숲을 통과한 후...

 

 

 

 

 

 

토끼장도 만들어 놓고  

손바닥만한 비탈이라도 내 땅이라고 팬스로 처 놓은 가난한 마을을 지나...

 

 

인부들이 지붕 위에 올라가 있는 동네 광장을 통과해 

 

 

언덕위 성당을 돌아

 

고개를 살짝 넘자

 

수만평쯤 되는 들판에

 

양귀비... 양귀비가 끝없이 심어져 있었다.

 

5월,

이 들판이 붉은 양귀비 꽃으로 가득 차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

 

 

 

 

 

 

 

 

 

달래네 부부와 함께 이 곳을 여행 오면 참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체코의 아름다운 들녁에 한껏 취해본다

 

마리안스케 라즈네 (Marianske Lazne) 라는 곳이 있다,

카를로비 바리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작고 조용한 온천휴양지라고 해서 일부러 돌아 가봤다.

 

마리안스케 라즈네의 1815 년 풍경.

Marienbad (마리엔바더)는 마리안스케 라즈네의 독일 이름.

 

 

산모퉁이를 돌때 숲 사이로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산을 내려오면서 보이는 마리안스케 라즈네는 ... 긍극의 럭셔리였다.

<인용사진>

 

<클릭하면 확대됨>

 

 

잘 정돈된 정원과 깨끗하고 넓은 공원, 세련된 건물들이 산 아래에 포근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선남선녀들이 한적한 거리를 거닐고, 여유로와 보이는 노인들

더위를 식혀주기 위해 살수차는 물을 뿌리고 다니고 물탱크를 싣은 작은 트럭은 꿀벌처럼 꽃화분마다 물을 주고 있다.

 

왠만한 유명인사는 사람 취급도 안 하고, 섬나라 영국부터 유럽의 왕족들이 휴가를 오는 온천휴양지.

부와 사치에 별로 기가 안 죽는 나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로마 스페인광장앞의 명품거리, 파리의 상젤리제, 영국의 첼시  ...그런 곳과는 차원이 달랐다.

 

 

 

 

 

 

 

마침 카페 앞에 빈자리가 있어 주차하려고 하자 현주가 백인들의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싫다 한다.

거리끝까지 언덕을 올라 동네 뒤쪽 이면도로로 들어갔다. 낯선 사람, 낯선 차를 유심히 보는 동네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며 골목안에서 차를 돌려 나왔다.

 

큰 길로 나와 남쪽으로 더 내려가 보았다. 여기는 윗동네에 비해 고귀함이 약간 덜했지만 이 정도도 왠만한 관광도시 이상이었다

 

돌다보니 처음 카페 자리로 다시 오게 됐다.

카페가 입점한 Bohemia 호텔옆으로 주차장이 있다. 50kc/1 H 라는 푯말이 붙어 있긴 한데 바리케이트도 올려져 있고 지키는 사람도 없다.

빈 자리가 널널한 주차장에 차를 대 놓고 거리로 나왔다,

 

공원이 바로 보이는 야외 파라솔에 빈자리가 있길래 덩치 큰 웨이터에게 ' 여기 앉아도 되냐 ? ' 고 물었다.

퉁명스런 표정으로 아무 대답이 없어서 그냥 앉았다,

 

다행히 주문 받으러 온 웨이터는 친절하고 잘 생긴 젊은이다.

 

긴장한 현주

 

1 리터짜리 시원한 레모네이드가 5,000 원도 안되서 반갑고 조각케익과 커피 포함 190 코루나 (9,500 원)

 

 

 

 

단게 들어가자 점점 기분이 좋아지는 현주.

 

 

 

오뿔라뜨끼 (Oplatky) 라고 불리는 과자가 있다. 얇은 전병사이에 달콤한 크림등을 발라 붙인 건데 1856년 이 마을에서 탄생했다.

웨하스의 원조.

 

우리 옆 테이블엔 노부부가 아까부터 앉아 있었는데, 지나가던 백발의 노부부가 빈 자리가 없었는지 자연스럽게 합석을 했다.

또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대화가 이어졌다, 현주가 그걸 보더니 나에게 속삭였다.

"  우리는 늙어서 저러고 다니지 말자 ! "

 

의외로 동양인들도 한 두명 보였는데 국제결혼한 아줌마랑 자전거를 타고 가던 아가씨다.

 

 

길 건너 공원으로 산책을 나섰다

 

현주에게 차로 가서 지팡이를 갖다 달라고 부탁했다.

 

 

 

 

 

 

현주가 철의 제상 팔을 끼자 철모를 쓴 노인이 불만 있다는 듯 짝다리를 짚었다

 

 

 

 

 

 

 

 

 

 

 

 

 

 

 

미세먼지나 황사가 없는 투명한 하늘.

양지에선 얼굴이 금방 탈 정도로 볕이 따가웠다

 

 

 

 

 

 

 

 

 

 

 

 

 

 

 

 

괴테가 72세때 이 도시에 휴양을 왔다가 17세 소녀 Ulrika (우를리케 폰 레베초)에게 폭 빠져 버렸다,

거기서 멈췄으면 좋았겠는데 푼수없이 사랑 고백을 했다가 개무시를 당한다. 실망에 빠져 독일로 돌아가 <마리엔바더의 비가> 란 시집을 낸후 다시 못 돌아오고 사망하게 된다.

마리안스케 라즈네는 노인도 사랑에 눈이 멀게 하는 마법같은 마을이다.

나도 괴테처럼 몇 달 푸욱 쉬면 ...

 

 

주차장으로 돌아와 별 다른 제지 없이 차를 빼서 거리로 아이쇼핑을 나왔다. 현주가 한 옷가게를 들어가더니 금방 나오며

"  다 노인들 스타일이야 "

 

 

비현실적인 파라다이스 같은 마리안스케 라즈네에서 한나절을 보낸 후 뒷산을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