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11. 10:00ㆍCzech 2015
상쾌한 아침. 7: 30
잠자리가 불편해 거꾸로 잤더니 새벽에 한번만 깨고 잘 잤다.
양말을 3개만 가져와서 조금만 게으름 피우면 뒤집어 신고 다녀야 할 판이라 양말만 대충 주물러 널어놨다.
현주도 잘 자고 일어났다.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어제 영수증 때문에 삐졌는지 프런트 직원놈은 굳은 표정으로 뻣뻣히 서서 인사도 없다
식당은 IBIS 특유의 깔끔한 인테리어에 한적하기까지 했다
정갈한 음식 테이블
왠지 좀 친근하다 싶더니만 ... 한글이 !
조그만 이름표에 체코어, 영어, 러시아어. 그리고 한글이 쓰여 있었다
쟁반 종이가 " 좋은 아침입니다 " 말을 건낸다,
태국어도 아랍어도 아닌 한국어가 동양에서는 유일하게 선정되어 밥맛이 더 좋았다,
우리 왔다고 오늘 아침에 급히 인쇄했나 ?
현주랑 각 나라말로 아침 인사 농담따먹기 하고
방으로 올라오며 누가 화장실 먼저 쓰나 가위바위보 하고
보지 않는 TV틀 틀어놓고 나갈 채비를 하며 느긋하게 오전을 보낸다. 피곤할 때 푹 쉬기는 IBIS 호텔이 좋다고 현주가 만족해 했다
창밖 공장지붕과 아스팔트는 오전부터 이글거리고 있다. 12시쯤 가벼운 차림으로 호텔을 나왔다
어제 한번 헤매 봤다고 길이 한결 만만하다.
지름길로 시내 도착
어제 저녁먹은 맥주박물관 근처를 다시 찾아왔다
중심 광장에서 약간 떨어진 곳이라 그런지 오늘도 빈 자리가 있어서 차를 댔다,
그런데 아무래도 좀 불안하다. 차를 빼서 주변을 한바귀 돌아봤는데 마땅한 곳이 없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 보려고 두리번 거리자 맞은편 호텔에서 한 중년 남자가 나온다. 다가가 불렸는데 못 들었는지 그냥 가고... 지나가는 여자에게 물어보니 자긴 모르겠다고 하고... 젊은 남자가 집앞에 나와 있길래 얼른 가서, 여기에 차를 대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여긴 주민 주차구역이라 신고하면 딱지를 뗀다, 길건너 주차타워가 있다고 친절히 알려주었다
차를 빼서 나와보니 사거리 너머에 유리건물이 주차타워였다
그런데 막상 타워 입구를 못 찾겠다
시내로 다시 들어와 구시가지 길건너 동네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주차할 곳을 찾아보았지만 안심하고 댈 곳이 없다.
순간 지나가다 본 다리밑 공터가 생각났다. 불법 유턴을 일삼으며 외곽도로를 달려 그 곳을 찾아갔다.
아래 지도에 별표 지점
<클릭하면 확대됨>
공터 입구를 통나무로 막아 놓았는데 누가 옆으로 살짝 밀쳐나 차 한대가 드나들 수 있었다
쓰레기가 여기저기 버려진 흙바닥에 차 십여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다리 위로 차가 지나갈 때마다 상판이 웅웅거렸다. H빔 이 아닌 콘크리트 덩어리로만 만들어진 다리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거 같았다.
차가 털릴 걸 대비해 귀중품을 다 빼서 얼른 계단을 올라왔다.
지상이라고 불량스러운건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배낭을 맨 남자가 풀숲으로 들어가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잠시후 거시기를 흔들어 댔다,
그늘에 앉아 한숨 돌리자 아침을 못 먹은 참새가 다가왔다, 점심용 비상식량을 조금 뜯어 던져 줬다,
구릿빛 여인의 엉덩이를 살살 만졌는데 달궈진 후라이팬처럼 뜨거웠다
아 홀가분해 !
차 없이 구시가지로 걸어 들어가는데 그리 상쾌할 수가 없다.
쉬엄쉬엄 사진도 찍으며 가게도 구경하고 오다보니 레프블리키 광장에 도착했다
한때 신성로마제국의 수도이기도 했던 도시답게 부유함과 화려함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바르톨로메이 성당 앞 아이들
성당 내부 관람은 무료. 종탑 올라가는건 2 유로
광장 여기저기에 황금빛 라거맥주를 연상시키는 조형분수가 세워져 있다,
끈이 달린 인형을 이용해 공연하는 것을 '마리오네트' 라고 한다.
유럽 각국에 마리오네트 역사가 있지만 유독 체코의 마리오네트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약소국이라 주변의 침략을 많이 받았던 체코는 근대에 들어와서도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러시아의 사회주의, 독일 나치로 이어지는 나라의 수난기가 계속됐다. 그때마다 체코의 마리오네트는 단순한 유희를 넘어 체코어를 지키고 민중과 함께 저항하며 독립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는 민족주의적 역활을 해왔다.
요제프 스쿠파 (Josef Skupa) 등 인형극의 대가들이 플젠에서 주로 활동했기에 여기에 마리오네트 박물관이 있다.
매표소엔 약간 무섭게 생긴 여사가 앉아 있었는데 인상에 비해 친절했다
장애인 할인 받고 현주거 포함 90 코루나 (4,500 원)
그 여사에게 유명한 인형 이름을 물어보며 안내에 따라 1층부터 관람을 시작했다
위에 줄을 잡아 당기자
갑자기 눈동자가 움직여서 약간 무서웠다
요제프 스쿠파는 1920년대에 스뻬이블(Spejbl) 과 후르비넥(Hurvinek)이라는 인형극 시리즈를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백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스뻬이블 후르비넥 부자는 체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인형이다. 박대통령이 체코를 방문했을때 총리가 준 선물이 후르비넥이다.
아이처럼 마냥 신난 현주
여기 박물관은 인형을 직접 만져보고 조종할 수 있게 해 놓았다
한켠에선 실제 인형극이 공연되고 있었다.
끝까지 보고 싶어도 버튼이 고장 나 중간부분만 계속 반복됐서 아쉬웠다,
광장을 중심으로 구시가지 모형
3층까지 관람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후원엔 아이들 놀이기구가 설치되어 있었다.
후원 안쪽에 cafe Skupa 가 있다.
현주에게 ' 차 한잔 할까 ? ' 했는데 왠지 그냥 가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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