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버드와이저의 원조, 부드바이저

2015. 8. 10. 10:00Czech 2015

 

 

  

지난밤 잠을 설쳤더니 아침에 영 일어나기가 힘들어 침대에서 뒹굴뒹굴 김밥을 말았다. 

여행와 변비가 생기니 좋은 점도 있다. 아무리 비몽사몽이래도 변기에 앉아 힘 주다보면 정신이 번쩍 든다. 이러다 뇌혈관 터질라...

 

부지런한 현주,

어느덧 여행 체질이 다 됐다

 

 

열어 놓은 현관문으로 아침 햇살과 함께 고양이 새끼들이 들어왔다.

그르렁 소리를 내며 벽 모서리에 몸을 비비더니 아침준비가 아직 덜 된걸 알고 마당으로 뛰어 나갔다.

 

삼겹을 굽고 계란을 삶고 쥬스를 따라 놓고...  귀국한 일요일 오전처럼 느긋하다

 

의자에 불량스레 다리를 세우고 밥을 먹는데 앞방에서 백인여자가 나왔다,

허걱, 퇴실한거 아니였어 ? 

새로운 투숙객이 왔나보다. 얼른 조신하게 고쳐 앉았다

 

음식 냄새를 맡고 고양이가 의자위로 폴짝 올라왔다


의자 더러워질까봐 도마위에 삼겹을 얹어 체코의 고양이를 극진히 대접했다 

 

커피를 마시는데 뭐가 입술에 닿는다, 벌 한마리가 빠져서 나랑 뽀뽀를 했다

그런데 신기한게 벌 한마리 담갔을 뿐인데 커피맛이 좀 변했다., 더 맛있게 !

 

예나가 애들을 데리고 외출 나가고, 한참 있다 남편도 내려와 서성이다 어디론가 사라졌다

설겆이 끝내고도 시간이 남아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몸을 담그니 남은 여독이 스르르 녹아 나온다.

가끔 골목길을 지나가는 트럭기사가 창문으로 욕실 안을 힐끗거리는 것만 빼곤 고급 호텔보다 더 편안하다

 

달콤한 휴식후 11시쯤 짐을 꾸렸다

예나가 알려준 대로 현관문을 잠그고 열쇠를 마당 탁자위에 컵으로 덮어 놓고 나왔다.

 

 

 

 

체코 내륙으로 들어갈수록 숲은 사라지고 너른 평야가 펼쳐 졌다. 

추수가 끝난 누런 들판 사이를 한참 달린다.  동유럽은 8월부터 이미 가을 정취가 느껴진다

 

 

번화한 도시에 들어섰다.  체스케 부데요비체 (Ceske Budejovice)

관광지가 아니다보니 우리 여정엔 무심히 통과하는 곳인데 이 도시 이름을 드높이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체코는 옛부터 맥주의 종주국이다. 독일인이 이 마을 맥주의 스타일과 명칭을 가지고 미국에 가서 맥주회사를 차렸고 버드와이저 (Budweiser)를 생산하며 상표등록을 했다. 한편 이 도시에 기반을 둔 BB회사는 유럽에 부드바이서 (Budweisser)란 이름으로 맥주를 수출하고 있었다. 부데요비체의 독일 발음이 부드바이스라서 여기 맥주를 부드바이서라고 부른다.

이름이 비슷하다보니 나중에 상표권 분쟁이 났고 체코의 BB 회사가 미국의 거대기업을 상대로 승소한다. 그 이후 버드와이저는 유럽에서 Bud 라는 명칭으로만 팔리게 되었다.

 

높건 낮건 아파트들이 들어선 도시의 경관은 역시나 여행객들에게 배타적인 느낌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의 유럽 도시들도 사회주의가 한번 휩쓸고 가면 이렇게 낡고 흉칙한 근현대의 잔재들만 남겨진다. 도시를 벗어나며 자연스레 한국의 도시들이 오버랩되었다

 

 

 

들판 한가운데 지어진 특이한 건물

 

 

부드럽게 밀밭을 쓸어오던 바람이 미류나무 가로수에 걸려 넘어간다.

보헤미안의 가을은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부데요비체에서 프라하로 가는 도로는 그나마 통행량이 좀 있겠지만,

                      플젠(Plzen)을 향해 가는 북서쪽 길은 간선도로치곤 너무 한적해 졸릴 정도였다

 

 

 

스트라코니체 (Strakonice)란 도시에 들어섰다

 

외로움이 낭자한 황량한 버스터미널 옆에


주유소에 들려 1,100 코루나 (55,000 원) 어치 기름만 가득 채우고 미련없이 떠난다

 

도시 규모에 비해 차량통행도 별로 없고

 

큰 공장과

 

사회주의 시절에 만들어진 듯한 투박한 육교.

 

수수한 옷차람의 아낙들 뒤로 대우자동차가 보였다,

동유럽과 대우의 관계는 따로 설명 안해도 다들 아실테니 패스. 그냥 안타깝다는 말 밖엔...

 

또 다시 시골길이 이어진다,

 

 

 

 

 

고물과 골동품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차들이 여기선 간간히 보인다.

 

 

가난한 마을을 정차없이 통과하고

 

그림같은 전원풍경속으로 한없이 들어간다

 

여행후에 체코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

추수가 끝난 누런 밀밭에 곤포 사일리지 (Bale silage)가 듬성듬성 굴러 다니는 저 풍경.

 

이번엔 제법 큰 도시에 들어왔다. 

체스케 부데요비체나 스트라코니체는 공업도시 같아 거부감이 들었는데 여긴 전통과 활기가 동시에 느껴졌다

 

좀 더 깊이 들어가자 오래된 성당과 광장이 역사의 보증서처럼 위용을 드러냈다

 

마침, 광장에 장이 섰길래 구경도 할겸 쉬었다 가려고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클라토비 (Klatoby)라는 도시였다,

유명 관광지랑 비교 할 수는 없지만 관광객들이 조금 보였다.

 

 

조각상을 세울 여유는 안되어 그냥 벽에 그렸지만 나름 이쁜 건물 퍼사드

 

 

햇볕은 머리털이 꼬실라질 정도로 뜨거운데 나무그늘 하나 없어 땀이 줄줄 흐른다.

 

 

아이스크림 차로 쓰기엔 너무 고급스런 클레식 카

 

막~ 사고 싶은 물건도 없고, 장 보러 나온 사람도 없고, 베트남 상인들만 지들끼리 농담 따먹기나 하고 있길래...

우리도 차로 돌어와 바로 출발했다.

 

 

 

외지인들이 별로 들어올 일이 없는 체코의 남서쪽 마을과 들녘을 넘나들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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