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10. 16:00ㆍCzech 2015
여행 준비 내내 체코에 대한 정보에 목말라 여기저기 땅을 찔러 보았다. 그러다 아름다운 고성시리즈를 발견하고 다섯 곳을 지도에 표시해 놓았었다.
그 중에 하나 슈비호프 성 (Hrad Svihov)
성은 농협창고만하게 작은데 성벽은 단순무식과격해서 참 인상 깊었던 곳이다. 필센으로 향하는 길옆에 있길래 일부러 찾아가 보았다
<인용사진>
네비만 보고 가는데 현주가 유리창 너머를 손짓하며 " 저거 아냐 ? " 한다
들판 한가운데 울창한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그 속에 삼각지붕 몇개가 앙증맞게 숨어 있었다, 현주가 나을 정도면 네비 성능을 말해 무엇하랴
이 입상이 아니였음 우리가 지금 작은 다리를 건너는 지도 몰랐을 것이다.
마을보다 더 과해 보이는 화려한 조각상의 호위를 받으며 마을 어귀에 들어섰다
나무뒤에 숨어 있던 슈비호프 성이 제 알몸을 드러냈다
슈비호프 마을은 깨끗했지만 인적까지 치워버려 적막할 지경이었다.
마을을 관통하는 신작로가 크게 오른쪽으로 휘어지는데 우리는 왼편 비포장 골목길을 찾아 들었다.
허물어져 키가 반이나 낮아진 돌담. 굳게 닫힌 성문...
개별 관람은 안되고 정해진 시간에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야 들어가 볼 수 있다는데 지금 분위기로는 입장금지가 차라리 안심이다
성문 오른편엔 폭 20 m 의 해자가 파져 있었는데, 물색이 거무티티한게 한번 빠지면 자력으로는 못 나올 늪 같았다.
해자를 따라가자 방역차처럼 바짝 마른 먼지가 뽀얗게 일어났다
그길마저도 성과 점점 멀어지는가 싶더니
차를 돌리기에도 좁은 뚝길을 어쩔도리없이 직진하다보니 마을 바깥으로 쫓겨난 꼴이 돼 버렸다.
어느덧 등뒤로 멀어진 슈비호프성
오기가 생겨 다시 마을로 들어가 성정문 앞에 당도했다
오백여년전 이 성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해자를 이중으로 만들어놔서 인공섬 위에 떠 있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북쪽 성벽이 다 허물어져 흔적만 남아 있지만 그 당시엔 감시탑까지 갖춘 막강한 요새였다.
<인용사진>
말들을 묶어 놓았을 팬스엔 뭔 종이 하나가 붙어 휘날리고
그 앞 큰 나무아래에 주차하고
차안에서 먹거리를 박스채 고스란히 꺼내오고 지도를 펴 바닥에 깔고 앉았다
비록 쌀밥은 없지만 우리에겐 찐계란과 거심(去心)한 블루베리와
말이빨 옥수수 캔이 있었다
마네의 그림 " 풀밭 위의 점심식사 " 를 떠올리며
동유럽 남자처럼 훌러덩 웃통을 벗고 Topless 차림으로 앉았다
벗으면 근육질 푸틴일거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허연 백돼지
현주가 할 말이 없는지 그저 웃기만 한다.
가끔 한두 사람 지나다니고
개 짖는 소리에 앞집 할머니가 잠깐 나와 본거 빼곤 방해꾼도 구경꾼도 없다.
" 형 ! 저기 CCTV 있는데 ? "
계란 뻑뻑한 노른자가 목에 탁 걸렸다, 현주가 불안한 눈빛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성 관리실같은 곳에 진짜로 카메라가 붙어 있었다. 슬그머니 티를 끌어다 입었다.
훨 가벼워진 런치박스를 차에 싣고 쓰레기 대충 정리하고 환송인파 한명 없이 슈비호프를 떠난다.
플젠으로 가는 길에 스쳐 지나는 거리 풍경들...
프라하나 중앙정부의 돈이 아직은 지방까지 흘러내리지 못했는지... 소도시들은 가난해 보였다
건물과 사람들이 터키랑 비슷하다.
플젠에 도착한 시간은 3: 30분
EU(유럽연합)는 매년 가맹국 도시 중에 2곳을 선정해 European capital of culture, 즉 ' 유럽문화의 수도'라 부르고 1년에 걸쳐 집중적으고 각종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2015년에 영광스럽게도 플젠이 선정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빈방들도 별로 없고 숙박비가 비쌌다. 호텔수준을 모르기에 기본은 하는 IBIS (이비스)에 이틀을 예약했다.
브랜드만 믿고 위치를 확인 안한 죄가 크다.
도시 남쪽으로 진입한 차는 볼거리가 모여 있는 시내중심지를 외면하고 남서쪽 공장지대로 방향을 틀었다. 현주 눈치를 보며 바둑판처럼 횡한 공단도로들을 한동안 달리자 공장들 사이에 쌩뚱맞게 호텔이 보였다. 투숙객 이외로는 올 일이 없는 주차장은 널널했다
이틀이나 묵을거라서 짐을 다 내려 끌고 프런트로 직행했다.
예약확인후 결재를 하는데 체코돈으로 3,276 코루나 (163,800 원)라고 한다. 예약된 유로와를 얼른 원화로 계산해 보니 좀 비싼거 같았다
여튼 결재하고 방 키를 받아 ...
배정된 방으로 들어왔다, 조심스레 창밖을 내다 보았다.
오션뷰도 마운틴뷰도 아니고 이걸 팩토리뷰라고 할래나 ? 보이는 거라곤 공장들과 화물차들... 커튼을 다시 닫아버리고 싶은 전망이다
이비스의 실용적인 인테리어가 평소엔 좋아 보였는데 오늘은 왠지 썰렁해 보였다
현주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 속에서 금방 잠이 들어 버렸고
나는 이후의 숙소들을 스맛폰으로 예약하고, 방에 비치된 안내책자를 들쳐보다 플젠에 Jazz bar 를 소개하는 부분을 발견했다.
분위기 있는 저녁을 보낼 생각에 슬슬 신이 났다.,
춥다...
에어컨 끄고 이불 덮고 나도 스르르 잠이 들었다,
■
낮잠을 자고 났더니 둘 다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 옷을 갈아입고 6시쯤 로비로 내려왔다
체크인 한 젊은 직원에게 제즈바를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Buena Vista club 을 찍어 준다. 그리고 본 질문에 들어갔다
(아까 숙박비를 체코돈으로 더 많이 받은 거 같아) 영수증을 달라고 했더니 check-out 할 때 준다고 한다. 오늘 돈을 다 냈으니까 그 영수증을 받아야 겠다고 하니 마지못해 발급해줬다. 이걸 유로화로 바꾸면 얼마냐고 물어 보았다.
" 뭔 상관인데 ? " 하며 안 알려주길래 계속 물어보앗더니 계산기에 120.8 (152,208 원) 이란 숫자를 찍어 보여 주었다. 유로화로 부킹닷컴에 예약한 금액과 거의 차이가 없어서 알았다고 하고 나왔다, 이 놈이 (유로 →코루나) 환율을 나쁘게 적용해 한국돈으로 만원정도 손해 본거 같다.
저녁때 보는 플젠 변두리는 지극히 서민적었다
그거 구경하다가 네비를 두번이나 놓치고 간신히 시내로 들어왔다
거리끝에 핑크빛 돔을 씌워놓은 특이한 건물이 보이길래 계속 직진
그레이트 시나고그 (great synagogue)
건물정면에 ' 다윗의 별' 이 새겨진 유대교의 회당이다. 1892년에 만들어져 유럽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것 다음으로 큰 시나고그이다.
이 도시에 한때 유대인들이 삼천명 넘게 정착해 살았는데 나치의 점령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라졌다, 이 회당은 나찌가 군용창고로 쓰는 바람에 파괴되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있었다. 인물은 가고 건물만 남았다
인적이 별로 없는 거리를 순찰하는 경찰
시내에 건물들 규모가 제법 큰 걸 보면 플젠이 예전에 막강한 부를 누렸던 도시임을 느낄 수 있었다,
6시가 넘어서 그런지 한적한 거리
돌다보니 중심광장에 다달았다,
플젠에 구심점이 되는 성당
우유팩처럼 생겨갖고 지붕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는 저 건물이 플젠 시청이다. 이탈리아 건축가가 건축했다고 한다
구시가지로 들어오자 네비가 미쳐 버렸다. 오로지 지도와 감에 의존해 저녁 먹을 식당을 찾아가고 있다.
오늘 가려던 식당을 간신히 찾았다.
맥주박물관에 붙어 있는 식당 ' 나 파르카누 (Na Parkanu) '
식당 앞 이면도로에 빈 자리가 몇개 있어서 기분 좋게 주차하고 현주랑 식당으로 향했다
사람들의 즐거운 대화와 웃음소리가 입구까지 흘러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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