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생애 최고의 로드무비

2015. 8. 6. 14:00Austria 2015

 

 

 

 

 "  헉 ! "

숨이 멈췄다,



  8월 한여름에도 어깨에 만년설을 두른 산

  울창한 흑림

  에머랄드 호수 ...

그런 것들이 조화를 이뤄 천하의 절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현주는 차문을 박차고 뛰쳐 나가 사진을 찍어 달라고 방방댔다,

 

 

 

 

  

그 절경에 유혹당한 사람은 우리만이 아니였다,

BMW 바이크족 두 남자도 넋이 빠져 가지랭이가 찢어지는 줄도 모르고 오토바이에서 후다닥 내려왔다,

 

 

우리가 애들처럼 신나보였는지 바이크족 한 남자가 기념사진을 찍어 주었다,

 

완전 신난 현주

 

 

' 오스트리아가 참 아름다운 나라구나 ! '

감탄을 하며 또 다른 경이로움을 찾아 출발했다

 

한적한 산길을 한참 달리다 보니 저 멀리 뭔 검문소가 보였다,

괜히 쫄아 속도를 줄인 채 슬금슬금 다가갔더니...

 

성별을 가늠키 어려운 사람이 과장된 미소로 또박또박 말했다.

"  Eight point five euros, please ! "

통과시켜 주는 것만으로 고마워 얼떨결에 달라는 대로 다 내줬다, 

... 와 저 허벅지 ! ... 

 

통행표에는 Gerlos Alpenstrasse 라고 써 있고 폭포 사진이 있었다,

Gerlos 산악(알파인)도로는 질러탈과 남서 잘츠부르크를 연결하는 12km 의 유료 도로다. 헤어핀 커브가 많고 아름다운 전망을 제공하는 파노라마 도로여서 바이크족이나 드라이브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유명한 곳이었다, 

 

통행세치곤 좀 쎄다.  8.5 유로 (10,710 원)

' 재밌었냐 ? 공짜는 아녀 '  라는거 같았다.,

그나저나 돈 없는 사람은 다시 차 돌려 가야하나 ?

 

톨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가파른 내리막길이 시작됐다,

 

저속기어로 산모퉁이를 돌자 아찔한 낭떠러지가 나타났고 기슭에 사람들이 차를 세워놓고 전망을 감상하고 있었다,

우리도 본전 생각나 얼른 차를 세웠다,

 

 

첩첩산중에 호수가 있고, 넘친 물이 고개를 넘어 계곡사이로 폭포를 이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일명 Krimml 폭포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위대한 자연의 힘이 저절로 느껴졌다,

 

 

 

  

 


 

왼편으로는 Salzach 계곡이 잘츠부르크를 향해 까마득하게 내려가고 있었다,

 

차에 타 막 출발하려는데, 다른 차가 바로 옆에 서더니 히잡을 뒤집어쓴 아랍인들이 우르르 내렸다,

내가 아랍지역과 이슬람 문화를 좋아하니까 호기심이 생겨 차안에서 그들을 지켜 보았다,

유럽에서 무슬림들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그것도 젊은 두쌍의 커플이다.

 

보통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아랍여자 이미지와 달리 상당히 쾌활하게 적극적으로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를 포함해 주변에 유럽인들이 그 아랍 커플들을 흥미롭게 힐끗거렸다, 

 

아랍남자가 자기 차에 오더니 창문을 열고 아랍 음악을 크게 틀어놓았다, 이슬람 특유의 신나는 리듬이 산기슭에서 알프스 산으로 퍼져나갔다, 

서구에선 그런 행위가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비메너지만 아랍에선 호의고 배려라는 걸 나도 몸으로 배운 터라 음악에 맞춰 몸을 들석이며 그곳을 떠난다

 

드디어 시작된 게를로스 알파인 도로 !

<인용사진>

 

나는 핸들에 매달려 이리저리 내동댕이쳐지고 현주가 그 와중에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댔다,

 

떨어지듯 고원을 순식간에 내려왔다,

558 m의 순간적인 표고차를 감당 못한 고막이 쪼그라들어 뻐근하다. 스킨스쿠버만 감압이 필요한게 아니었다, 질러탈에서 올라와 고원지역을 달리다 게를로스 산악도로에서 다시 내려오고 ... 그 지형이 머리속에 환히 그려졌다

 

아랫동네엔 많은 인파가 폭포를 보기 위해 몰려 들었다.

 

이제 길은 계곡을 따라 완만하게 내려가고, 엑셀을 밟지 않아도 차가 저절로 부드럽게 굴러간다,


판타스틱한 Road Movie 의 주인공이 되었다,

아찔하게 내려다 보이는 알프스 티롤, 젖소사파리, 설산과 호수, 거대한 폭포, 길위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 화끈한 와인딩 커브등... 지금까지 많은 나라들을 직접 운전하며 다녔지만 이 구간만큼 다채롭고 환상적이고 신나는 길을 본 적이 없다. 어느 놀이동산보다 더 재밌었다. 만원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곳곳에 스키리프트 와이어들이 산위로 걸쳐져 있는 것을 보니 겨울엔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지 가늠이 됐다

 

 

슬슬 배가 고파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다. 

간간히 보이는 식당들을 패스하다가 오른편 초지너머로 아담한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저기에서 점심보따리를 풀어야겠다.

 

갓길로 빠져 마을안으로 들어갔다.



빈 마트주차장에 차를 대는데 직원이 그 순간 출입문을 잠그는 모습이 보였다. 여기도 점심시간을 칼같이 지키는구나. 차 안을 다 뒤져 먹을 걸 챙겨 길건너 나무아래 벤치로 향했다,

   

 

사과와 과자와 모짜르트 눈깔 초코릿이 오늘의 Lunch Box

 

 

   아이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물놀이를 가는 아빠.

   차 한대가 어느 건물앞에 오더니 장애인이 내려서 들어가고

   동네에 들어온 낯선이를 신기한듯 처다보는 동네 주민들...

갑자기 시간이 느리게 나른하게 흘러간다.

 

 

한결 홀쭉해진 비닐봉투를 들고 다시 차로 돌아왔다,

 

 

시골 어디를 들어가봐도 참 깨끗하게 해 놓고 사는 유럽인들,

 

 

 

 

택배기사가 와서 마트문을 흔들어보더니 어딘가 전화를 했다, 잠시후 뒤에서 한 여자가 나와 사인하고 물건을 받아갔다,

그 광경을 보자 예전 프랑스 샤모니 생각이 났다,

점심때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는 바람에 아무것도 못하고 길거리에서 죽치고 앉아 있던 기억들. 참 대단한 카르텔이다.,

 

마을을 나올 때 이름을 알수 있었다. Hollersbach

 

 

또 다시 길을 떠너...제법 번화한 Zell am see 를 통과하고

 

 

 

 

동쪽으로 311 지방도를 달려온 차는 A10 고속도로에 올라서자 마자 북쪽으로 기수를 돌려 잘츠부르크를 향했다,

 

길 양편으로 험준한 돌산들이 솟아 있다. 산만 바라보면 아찔할 정도였다. 어제 독일로 우회하지 않았음 이 도로롤 타고 질러탈로 들어 갔어야 했다,  잘츠부르크에서 오스트리아 서쪽으로 갈때는 독일을 거쳐가고, 올때는 게를로스 알파인 도로를 즐기는 ... 이 루트가 괜찮은 선택이었던거 같다.  

 

 

저 멀리 호헨베르펜 성 (Hohenwerfen castle)이 잘츠부르크가 가까웠음을 알려준다

 

중부 유럽에서 가장 잘 보존된 요새.

 

 

<인용사진>

 

 

 

 

경치가 단조로워질수록 현주와의 대화는 심도 깊어진다,

나이 들면 집을 어떻게 꾸미고 살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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