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6. 18:00ㆍAustria 2015
며칠전부터 잘츠부르크 숙소들을 뒤져 왔지만 비엔나보다도 더 비싸고 남은 방도 별로 없었다.
날짜에 쫓겨 중심지에서 30분 정도나 떨어진 변두리로 숙소를 정했는데 그마저도 숙박비가 이번 여행 최고수준이다.
남쪽에서 올라온 우리는 시내는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외곽도로를 빙 돌아 나갔다.
지도 오른편 상단에 보라색 박스가 우리 숙소
잘츠부르크를 등지고 북동쪽으로 올라갈수록 창밖 풍경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20여분 전까지 악산 사이를 힘겹게 빠져 나왔는데 이제는 아름다운 전원속을 부드럽게 넘나들고 있다. 부유한 시외곽의 목장 저택들에 넋이 빠져 있는 사이 제법 큰 마을에 도착했다.
네비만 의지하다 아래 사진의 도랑도 건넜다 다시 돌려 나오고...
우리가 예약한 숙소가 1층은 식당이고 길가에 바로 위치해 있어서 간판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여렵게 숙소를 찾아 그 옆 광장 파란주차선안에 차를 댈 수 있었다. 명색이 잘츠부르크니까 거금 152 유로로 이틀을 예약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숙소인데 하필 3층을 주는 바람에 트렁크를 들고 계단을 힘겹게 올라갔다.
방은 넓고 깨끗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거리는 아기자기해서 산책하기 좋을 것 같다.
바로 옆 광장엔 저녁먹기 좋은 식당도 있고...
쉬었다가 짐 정리하고 빨래 빨아 널고, 살짝 낮잠을 자는데
차소리가 엄청 들린다.
시끄러워 창문을 닫으면 방안이 곧바로 후덥지근 해지고 에어컨은 없고 ... 몇번을 깼다 잤다 했더니 짜증이 났다,
현주에게 저녁을 뭐 먹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처음엔 스테이크가 먹고 싶다더니... 간단히 샐러드만 ... 나중엔 맥도널드를 가고 싶다고 한다. 쉽게 말해 의욕상실이란 뜻.
밖에 땡볕이 조금 사그러지는거 같아 6시쯤 방을 나왔다,
프런트에 내려와 내일 아침 식사장소 물어보고 여기 지도(잘츠부르크)좀 있으면 달라고 했다. 나중에 펼쳐 보니 이 마을 지도였다.
차는 다행히 별일 없이 제자리에 있었다, 덥다. 타자마자 에어컨을 Max 로 틀고 출발.
운전중 네비에 Mcdonald 를 쳤는데 신기하게도 시내 나가는 노선상에 이 근방에 있는 것이 아닌가.
오~ 오스트리아도 패스트푸드를 먹는구나 ~
맥도널드는 잘츠부르크 외곽 아울렛 쇼핑지구내에 있어서 찾기도 쉽고 주차공간도 넉넉했다,
차에서 후다닥 내리다가 스맛폰 충전기 줄이 다리에 휘감겼다. 햄버거에 눈이 멀어 대충 차에 던져 놓고 내렸다
잘츠부르크보다 쇼핑센터가 더 반가운 현주
한국에서는 맥도널드 골수진상 단골인데 여긴 분위기가 왠지 더 고급스러워 슬쩍 긴장이 됐다,
프런트로 갔는데 주문을 받는 직원이 다행히 인도계 아줌마라 같은 동양인이라고 마음이 좀 놓였다,
콤보 메뉴는 점심시간이 지나서 안될거구... ' 행복의 나라' 는 안 보이고... 머리위에 음식시진만 보며 대충 주문했다, 그리고
" 저기 ... 콜라 리필 돼요 ? "
" 리필이 무슨 뜻이예요 ? "
현주는 치킨칠리 6.9 유로. 난 스낵랩 3 유로 총 9.9 유로 (12,474). 이 정도면 수원에서 7~8천원쯤 ? .. 쩝 !
빅맥지수로는 EU나 한국이나 비슷한 랭킹인데도 체감 물가는 큰 차이가 났다.
스낵랩 포장이 좀 더 고급지긴 하군
어디,,,맛좀 볼까 ?
같은 제품이지만 여기가 좀 더 돈 값은 한다.
납작하게 눌려 소스가 질질거리는 한국 햄버거에 비하면 여기는 수제버거 수준이고
스낵랩 같은 경우도 한국은 코팅지에 대충 말아주는 김밥천국이라면 여기는 맥시코 또르띠야다,
감자튀김도 오스트리아가 압승. 고구마 스틱처럼 좀 딱딱하지만 양이 일단 후덜덜하게 많다.
스케이트 보드를 타다 들어온 젊은이들. 아랍 사람들도 한 테이블 차지하고 있고 백인, 인도인 그리고 우리 동양인까지 ...
가히 음식도 인종도 인터네셔널하다
현주가 배가 고파서 먹긴 했지만 워낙 패스트푸드를 안 좋아하니까 감자튀김은 조금 남았다.
매장을 나와 현주는 근처 쇼핑센터 구경을 갔다 온다고 하고 나는 차에서 잘츠부르크 갈 준비를 하는데...아까 발에 줄이 감기는 바람에 시거잭에 연결하는 아답터가 부서져 있었다. 이리저리 해봐도 폰충전이 안된다.
잠시후 현주가 돌아왔다.
" 충전기가 부서졌어... 남은 밧데리로 잘츠부르크를 돌아다니다 네비가 나가면 숙소로 돌아오기 힘들수 있는데 ..."
무거운 침묵을 현주가 깼다
" 호텔로 돌아가자 "
방금전까지 간신히 회복했던 기분이 다시 다운되었다.
네비에 숙소를 찍고 출발했는데 가다보니 길이 이상하다. 네비를 끄고 아까 온 길을 더듬어 감으로 차를 몰았다,
① 쇼핑단지 안에 Penny mart 라는 큰 마켓이 보였다. 부서진 충전기를 들고 얼른 들어갔는데 퇴점시간이라 그런지 손님도 직원도 거의 안 보였다, 가까스로 한 여직원을 붙잡고 충전기를 보여 주었다. 여긴 없고 뒤쪽에 전자제품 파는 곳이 있다며 로터리 너머 큰 마캣을 손짓했다. 그러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 지금 문 닫았어요 "
② 돌아오는 길에 주유소에 딸린 상점이 눈에 띄었다. 현주는 차 안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충전기를 들고 들어갔다
계산대에 아줌마직원이 " 이런 건 Forstinger 가면 팔아요 " 하며 종이에 적어줬다, 앞뒤 10km 에 매장이 있다고 표시해주며 그 아래에 숫자도 잊지 않았다. 오픈시간 800- 1800 (AM 8~PM 6).
③ 작은 로터리를 돌다가 반갑게 SPAR 마트를 발견했다. 입구를 못찾아 한바퀴를 돈 다음에 문 닫을까봐 얼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직원이 충전기를 들고 어디 코너를 찾아갔다, ' 아 ~ 여긴 있나보네 ' 기대를 하며 얼른 뒤를 쫓아갔다. 진열된 선반을 둘러보던 직원이 안타깝다는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④ 10km 달렸나보다. 진짜 길 옆에 Forstinger 가 보였다, 입구는 마을 안쪽길로 돌아 들어가야 했다. 6시는 30분이나 지났지만 혹시나 해서 차를 돌려 가보았다. 문은 닫혀 있고 왠 불량스런 남자들 몇이 그 앞에 앉아 있었다. 무서워 얼른 그 자리를 떴다
⑤ 풀이 죽은채 숙소로 돌아오는 길. 당연히 규정속도대로 달리는데 백미러에 차 한대가 들어왔다, 한참 가다보니 조금 큰 주유소가 나타났다. 혹시 그 점포엔 충전기가 있을수도 있겠다 싶어 깜빡이를 켜고 우측으로 나오는데 뒤따라오던 차가 지나가며 크락션을 울렸다. 나에게 느리게 간다고 항의하는 것이었다, 자동적으로 욕이 발사됐다 " 개시끼가 ! "
⑥ 주유소 상점 직원은 충전기를 보더니 길 건너 다른 마트를 가보라고 알려주었다. 나와서 외관을 봐선 내가 원하는 것을 구할 수 있을 거 같지 않아 들어가 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고생만 하다 다 포기.
오는길에 보이던 자동차 전용 트랙
마을 끝까지 한바퀴 빙 돌아보았다. 큰 성당도 있고 상점들도 즐비해서 큰 줄 알았는데 언덕위에서 바라보니 마을이 아담하다,
숙소로 다시 돌아와 뒷편 주차장을 찾아 갔는데 짐들고 다니긴 좀 멀고 자리도 마땅치 않았다. 다시 차를 빼서 호텔 바로 앞에 주차했다,
아까 봐둔 숙소옆 레스토랑으로 갔다. 식당 위치가 좋은지 초저녁부터 야외 자리가 거의 다 차 있다.
현주랑 둘이 밥생각도 없어서 점원 눈치를 보며 맥주만 한잔 (3유로) 씩 시켰다
맞은편에도 조그만 호프집이 보였는데 여기보다 장사가 잘 안돼 보였다,
표정이 굳어버린 현주
서로 아무말 없이 거리만 바라보다
맥주잔이 비자 한잔 더 주문했다
몸이 비대한 할머니가 손주딸로 보이는 여자애랑 식당 앞을 지나가다가 현주랑 눈인사를 했다.
그리고 한두발짝 띄었을까 ? 허리쯤 오는 플라스틱 도로 경계봉을 미처 못 보고 할머니가 걸려 넘어지셨다.
할머니가 땅바닥에 주저 앉아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자 손주딸도 웨이터도 놀라고 당황해서 달려와 부축했다. 정신을 차린 할머니가 식당남자에게 막 화를 내고 가셨다.
해가 저물고
술 못하는 현주가 취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알콜의 도움으로 기분이 조금 풀어진 우리는 술값을 치루고 주변을 산책했다,
아까 레스토랑
우리 숙소 전경
담배자판기
방에 올라 왔는데 이시간까지도 실내가 후덥지근해 찬물로 샤워를 하고 나왔다,
거면을 쓴 것처럼 현주가 얼굴에 팩을 붙인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말도 못 붙일 정도로 분위기가 살벌하다
충전기 하나 부서졌을 뿐인데 ... 기분이, 잘츠부르크가, 소금성도 연달아 부서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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