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7. 10:00ㆍAustria 2015
악몽에 시달리다 깨보니 1시.
이 시간까지 간간히 지나가는 차소리가 고스란히 창문을 울린다, 곧바로 자면 악몽이 2부로 이어질까봐 창문으로 가 밤거리를 내다보았다,
숙소앞을 S자로 돌아나가는 이 길은 마을을 관통하는 유일한 간선도로다. 괴물 트레일러가 덜컹거리며 지나간 후 노선버스가 시동을 켠채 광장에 잠시 서 있다가 출발한다. 창문을 닫아보지만 밤의 정적속에 차소음은 낮보다 더 뚜렷히 들린다
침대와 벽사이 좁은 바닥에 시트를 깔고 누웠다.
달달~ 욕실쪽에선 팬 도는 소리가 들려온다,... 최악의 호텔이다....
피로도 덜 풀렸는데 새벽 6시에 또 깼다,
빨리빨리 이 곳을 나가고 싶어 현주를 재촉해 7시에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너무 일찍 왔는지, 여직원이 분주히 주방과 식당사이을 돌아다니며 세팅을 한다.
파리 날라다니고, 신선한 야채는 하나도 없고 그나마 과일이라고 갖다 놓은 바나나는 끝이 검게 변해 있었다
포크가 없지만 없는게 너무 많아 감히 달라는 소리도 못하고 영혼없는 아침을 먹는다.
이후에 투숙객들이 한 둘씩 내려 왔는데 한 백인 아저씨도 포크를 못 찾아 망연자실 서 있다. 다 다른 표정으로 내려왔지만 이내 다 비슷해졌다,
손님들이 뭐가 부족한지, 뭐 때문에 불쾌한지 전혀 상관없는 듯 아줌마 직원이 탁탁 ! 소리를 내며 식탁 위를 정리했다
결심을 굳혔다. 패널티를 물더라도 오늘 나가자 !
아침먹고 나오며 프런트에 들렸다. 이틀 예약했는데 하루만 묵고 오늘 저녁것은 취소해 달라고 했다.
여직원이 ' 왜 그러냐 ? ' 묻지도 않고 일상다반사인양 말했다
" 2박에 152유로인데 1박은 86 유로입니다 "
패널티 10 유로가 전혀 안 아까울 정도로 정내미가 떨어져 대꾸없이 sign 했다.
방에 올라와 샤워하고 짐 챙겨 도망치듯 나오니 8시 30분.
반갑지 않은 신기록이지만 가장 이른 check-out 시간이었다.
마을을 나와 잘츠부르크쪽으로 향하며, 어제 문닫아서 못 들어간 포르슈팅거부터 찾아 갔다.
현주에게 차 안에 있으라고 하고 나 혼자 매장안으로 들어갔다.
계산대에 혼자 앉아 있는 남자직원에게 다가가 부서진 어뎁터를 보여주자, 뭔지 알겠다는 듯 어디가서 하나를 가져왔다.
' 조금 작은거 없냐' 고 물어보니 따라오라며 나를 매장 안쪽으로 데리고 갔다
다행히 여러 종류가 있긴한데 가격이 다 비쌌다. 한국에서는 공짜로도 구할 수 있는걸 만원이상이나 주고 사려니 속이 쓰렸다,
그 중 싼거를 고르려는데 가만히 보니 물건이 중구난방으로 섞여 있어서 정확한 가격을 알 수가 없었다. 남자직원 혼자 있는지 제대로 관리가 안되어 있다
뭘 살까 고민하고 있었더니 기다리다 못한 현주가 매장 안으로 날 찾아 들어왔다.
가장 싼 걸 하나 얼른 집어들었다
매장안에는 크고 작은 용품들이 다채롭게 진열되어 있었다
포르슈팅거 (Forstinger) 는 자동차 부품 엑세서리등을 전문으로 파는 마켓으로 오스트리아에 120개의 매장을 운영중이었다
현주가 예쁜 자전거벨을 보더니 짱이 사주고 싶다고 한다.
요 몇년동안 짱이가 자전거 타는 걸 본적이 없다
계산대 남자가 물건을 찍어보고 12.99 유로 (16,367원) 라고 한다.
" 9.9 유로 아니야 ? " 놀라서 물었더니 그건 옆에 거라고 했다.
어떤 물건을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바꾸러 가려고 하자 현주가 ' 그냥 사라 '고 했다
한국에 비해 터무니 없는 가격이지만 아쉬운 건 나니까 어쩔 ...
차에 와서 연결해 보니 다행히 충전불은 들어오는데 줄이 지금은 멸종된 (송수화기 전화줄같이 꼬인) 스프링 코드로 되어 있어서 계속 팽팽히 당겨졌다. 이번엔 스맛폰 연결부위가 아작날 거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쓰기 불편한 싸구려 중국제.
비록 바가지는 썼지만 어제 저녁부터 머리를 짓누르던 걱정거리가 해결되자 기분이 좋아졌다,
네비가 뭘 어떻게 해석했는지, 고속도로를 빠져 나온 차가 시 북쪽의 이상한 곳에 우리를 데려갔다.
시내 구경을 하려면 돈을 내야 하는 건가 ?
아무래도 여긴 아닌거 같아 차를 돌려 나왔다, Messe zentrum = Fair center
중심지까지 3km 남았다는데 ' 이 동네도 잘츠부르크인가 ? ' 싶을 정도로 가난한 거리를 지나간다
네비만 따라가다가 좌회전을 놓쳐 직진을 하게 되었다. 약간 느리게 가자 뒷차가 크락션을 울려댔다. 백미러로 보니 백발의 영감탱이다,
어제 주유소 앞에서 빵빵거리던 놈도 그렇고 여기 인간들도 참 승질 급하구만 !
빙빙 돌다가 강변도로에 빈 주차자리를 하나 발견했다
유료구역이고 난 별로 구경하고 싶지 않아 현주만 다녀오라고 하고 난 차 안에 앉아 뒷자리에 굴러다니는 사과를 베어 물었다
아침부터 날은 더운데 관광객들이 계속 몰려 들었다,
이 거리에서 눈에 확 띄는 사람들이 있다
후줄근하고 편한 복장의 여행객들 사이에 소수의 잘츠부르크 시민들이었다. 남자는 밝은 양복에 행커치프를 꽂고 고급차에 앉아 있고 여자는 하늘거리는 명품 옷을 입고 한껏 고양된 표정으로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먹고 남은 사과 깡탱이를 인도에 던져버렸다
" 너의 코에 똥을 쌀거야. 그러면 너의 턱 밑에까지 흘러 내리게 되겠지. 잠자리에서 소리내어 크게 방귀를 뀌어 ...
아, 나의 엉덩이가 불타는 것 같아. 그런데 왜 똥이 나오지 ? 아 ! 나온다 똥아 "
- 모짜르트가 쓴 편지의 한 부분 -
현주는 인파를 따라가다 모짜르트 생가 앞에 왔다,
쾨헬 (Kochel) 은 모짜르트의 작품을 연대순으로 정리하여 매긴 번호이다.
그중 K.231 번의 곡명은 Lecke mich im arsch (레크 미히 임 아쉬) 굳이 번역하면 ' 내 엉덩이 안을 핥으시지' 다.
잘쯔부르크가 싫으니 모짜르트까지 재수가 없어졌다,
유명 관광지일수록 많이 보이는건 ...거지들
현주가 한참을 안 오길래 차에서 나와 길 건너 강변으로 가봤다,
그 사이 현주가 돌아왔다
현주 더울까봐 강변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현주는 아이스커피를 시켰는데,
얼음은 없고 젤 싫어하는 생크림을 잔뜩 올려 왔다,
내가 주문한 아이스크림.
오스트리아에서 이탈리아의 젤라또 수준을 바란게 잘못이었을까 ? 싸구려 색소 아이스크림이 컵안애서 녹고 있다,
현주가 이런 과장된 표정을 짓는다는 건 속으로 상당히 짜증이 나 있다는 의미라는걸, 오래 살다보니 알겠다
짜증나죽겠는데 우리를 빤히 처다보던 남자. 나도 대놓고 사진을 찍어 버렸다
그때 왠 제복을 입은 남자가 내 차 앞에 서서 뭘 적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주차단속하는거 같아 현주에게 계산하라고 하고 얼른 길을 건너갔다
모르는 척 물어 보니 " No parking Here " 한마디 하고 자리를 떴다,
카페에 돈 치루고 놀라서 달려온 현주를 태우고 또 다른 광장을 찾아갔다.
여기는 넓은 공터가 있고 약간은 한적하길래 구석에 주차를 하려는데 한 아줌마가 우리차로 다가온다. 창문을 열었더니
" 번호판 삐뚤어진거 알아요 ? "
아~이 C8 !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뒷번호판 나사가 느슨해 살짝 기울어진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게 지금 왜 나오냐고.
씰데없는 오지랖이 계속됐다,
" 여기는 주차가 안되니 공용주차장으로 가세요. 공용주차장 어딘지 아세요 ? "
알았으니까 가 쫌 ~ ! 내가 시꾼둥한 표정을 짓자 별 재미가 없었는지 아줌마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빈터에 전후진을 반복하며 간신히 주차를 했다. 그 순간 한 남자가 '주차 안된다' 고 손짓하는게 백미러로 보였다
주차에 노이로제가 걸려 그대로 차를 돌려 나왔다.
강변에 밋밋한 건물들.
어짜피 시내 들어온 거. 현주라도 실컷 보라고 미라벨정원 근처 안쪽길에 주차하고 현주를 내려줬다.
길도 모르는데 혼자 가라고 했다고 현주가 불안해하며 횡단보도를 건너갔다
모퉁이에서 트럭을 받쳐놓고 포장마차 장사를 하던 초로의 남자가 나에게 거기 차 대지 말라고 했다
오기로, 차를 빼서 보란 듯이 옆 빈자리에 주차했다
그나마 현주가 잘츠부르크에서 좀 맘에 들었다는 미라벨정원
모짜르트의 도시, 음악의 도시라는 이 곳에서 처음으로 음악이 들려 왔다.
물론 유료였지만 현주랑 같은 모자를 쓴 할머니랑 사이좋게 앉아 음악감상을 했다 한다.
차 창문을 열고 앉아 현주를 기다리는데 왠 중국인 신혼부부가 오더니 이 구역에 주차해도 되냐고 물어봤다.
그들을 보니 우리 젊을때 렌터카 몰고 여행 다니던 기억이 떠올랐다,
심심해서 부서진 어뎁터를 분해해보니 회로기판이 아예 부러져 있었다.
이러니 아무리 끼워봐도 안됐지...
창밖으로 던져 버렸다
현주가 돌아왔다. 아직 점심시간도 안됐는데 '가자 '고 했더니 현주도 주저없이 그러자고 했다.
반나절만에 잘츠부르크 관광을 끝내고 도시를 떠난다. 시내를 벗어날때도 네비가 오락가락 하는 바람에 같은 곳을 몇번 빙빙돌다 간신히 외곽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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