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컵라면은 만병통치

2015. 8. 4. 19:00Austria 2015

 

 

 

 

 

아래 그림을 보면 할슈타트가 얼마나 접근성이 열악한지 알 수 있다. 

 

일부러 험준한 산 뒤에 숨은 마을을, 돌산을 쌩으로 뚫어가며 강제로 세상에 까발려 놓았다,

우린 그 덕분에 차에 앉아 터널을 통과해 마을 입구까지 편하게 올 수 있었다, 

 

드디어 잘츠캄머구트의 가장 안쪽 마을, 가장 대표적인 마을인 할슈타트 (Hallstatt) 에 도착했다

 

마을은 급경사진 산아래 호숫가를 따라 길게 형성되어 있었다,

 


 

 

철도는 호수 건너편에 놓여 있다, 옛날에 이 마을을 방문하려면 기차를 타고 와 간이역에서 내려 배로 타고 호수룰 건너오는 고생을 해야했다.

호수 건너편에서 쪽배를 타고 오며 바라보는 할슈타트의 낭만과 아름다움을 어찌 지금의 편리함과 바꿀 수 있을까 ? 

 

옛날에 배위에서 바라보는 마을 모습이 이랬을까 ?

<인용사진>

 

 

  

 

 

 

 

 

 

 

 

 

 

마을 안으로는 거주자 차량만 들어 올 수 있다던데, 입구 주차장이 저녁 7시부턴 무료라고 써 있어서,

마침 마을로 들어가는 차 뒤만 바짝 붙어 따라 갔다,

 

 

다행히 마을 한가운데 조그만 주차장이 있고 빈자리도 남아 있어서 바로 차를 댈수 있었다,

 

난 차를 지키며 여기 있을테니까 현주는 둘러 보고 오라고 시켰다,

 

 

 

 

 

 

 

 

 

 

 

 

 

 

 

 

 

 

 

 

 

 

 

 

 

마을이름에서 Hall 은 고대 켈트어로 '소금'  Statt 는 '마을' 이란 뜻.

여기에서 B.C 2000년경에 세계최초의 소금광산이 개발됐다. 그래서 박물관에 곡갱이를 든 광부가 그려져 있다.

 

현주가 돌아왔다

 

 

 

 

 

 

 

 

이번엔 내가 마을 안쪽을 둘러보고, 현주는 천천히 호반을 걸어 마을 입구 로터리에서 만나기로 했다

 

 

 

 

 

 

 

 

 

 

 

 

 

 

어둑어둑해지자 나무에 걸어둔 등에 불이 켜졌다,

 

입구 주차장에 차를 대고 현주를 찾았다.

 

벤치에 앉아 참새와 놀고 있던 현주가 나를 보더니 반가워한다,

 

이내 표정이 시무룩해지더니, 조금 체기 (滯氣)가 있단다.  걱정스레 합곡 (合谷)을 눌러주며 왜 그런지 물어 보았다,

"  아까 마을에서 우아한 중국여자를 봤더니 밸(배알)이 꼬였나봐 "

 

나도 중국단체 관광객들을 봤는데 유난히 한 가족이 눈에 띄었다, 풍채가 좋은 중년남자와 미모의 부인과 딸이였다.

두여자 옷차림이 관광객 복장이 아니라 무슨 파티에 참석하는 드레스코드였다, 딱 봐도 명품인듯한 하늘하늘한 원피스에 하이힐.

혹시 그 사람인가 현주에게 물어보니 아니었다,

 

점점 어두워지길래 엉덩이 털며 일어났다,

 

 

 

 

천하의 햘슈타트를 앞에 두고 스맛폰에 빠져 있는 사람들. 

 

할슈타트를 빠져 나와 한참을 달리다가 숲속에서 갈림길을 만났다. 무심코 좌회전해서 가다보니 아무래도 감이 이상했다.

길옆에 차를 세우고 네비에 장크트 길겐을 찍었더니 오른쪽 길로 가야 맞는 거였다. 그대로 갔음 밤새 설산을 넘어 이탈리아로 들어갈 뻔...

 

숙소로 오는 길 양 옆으론 초록 풀밭위에 듬성듬성 지어진 비싼 집들이 게속 이어졌다.

한국이 경제규모는 오스트리아보다 크다지만 개인의 삶은 지주와 소작농 정도의 큰차이였다,

 

해가 완전히 지고나서야 호텔에 도착했다. 주차장이 꽉 찼다. 어찌어찌 낑겨 넣을 수 있는 틈을 찾았다, 주차하려는데 마침 백인처자가 그리로 와서 전화통화를 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후진해 길가까지 내려와 여기저기 시도해봐도 도저히 차를 댈 수가 없었다. 다시 올라갔더니 그때까지도 계속 통화중이었다. 짜증이 나서 창문 열고 현주에게 소리쳤다

"  저 ㅁㅊ 년좀 비키라고 해 ! "

 

 

현주를 먼저 방으로 올려 보내고 프런트 앞에 서서 한참을 기다렸다, 벨을 울려도 아무도 안 나타났다,

프런트위에 팜플렛을 얼핏보니 어제,오늘,내일 이 앞 호수에서 마침 국제요트경기가 개최되고 있었고 더불어 뮤직 콘서트등이 밤에 열리고 있었다. 그래서 주차장과 객실이 꽉꽉 찼구나 !

복도를 통해 식당쪽으로 가보았다,

한창 바쁜 젊은 웨이터에게 물어보니 호텔 프런트는 이 시간에 Close 한다며 무슨 일인가를 묻는다

"  커피포트나 뜨거운 물좀 얻을 수 있나요 ? "

커피포트는 없다며 커피머신에서 뜨거운 물을 빼 주었다, 이왕 신세진거 한 단지 더 달래서 위태위태하게 들고 방으로 왔다,

현주가 놀라며 쟁반을 받는다.  컵라면 끓여 주려고 한다니 현주가 감격했다. 둘이 차에 내려와 컵라면과 햇반을 챙겼다,

 

이번엔 햇반을 들고 식당 안쪽 주방을 기웃거렸다. 한 남자가 뭐냐며 저지했다.

"  전자레인지 좀 쓸수 있을까요 ? " 했더니 퉁명스럽게 NO ! 했다. 오스트리아 전통복장을 하고 생글생글 웃고 다니던 서빙녀가 그런 나를 보더니 짜증섞인 목소리로 뭐라 하며 지나갔다.

완전 개무시만 당한채 차디찬 햇반만 들고 방으로 돌아왔다,

 

물이 좀 식긴 했지만 컵라면을 먹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피곤할때도, 배 고플때도, 향수병에 시달릴때도, 무서울때도, 의기소침할때도, 배알이 꼬일때도 ...

컵라면 하나면 만병통치, 만사형통이다.

 

밖에서 펑펑 !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현주가 축제하는 줄 알고 나가보니 천둥 번개 소리였다.  조금만 늦게 들어왔음 비를 다 맞을 뻔 했다. 

내일 잘 곳을 잘츠브르크에서 찾아보는데 다 비싸고 맘에 안 든다. 그래서 아예 알프스 깊숙히 더 들어가 보자고 찔러탈(Zillertal)부근으로 알아보았다.  


샤워하고 나와보니 현주가 잠이 들었다. 내가 꼼지락거리자 이내 깨서 살짝 씻고 오더니 먼저 잔다고 누웠다,

여독이 쌓인거 같아 걱정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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