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돈 못 벌면 형도 아니냐 ?

2015. 8. 4. 10:00Austria 2015

 

 

 

 

새벽 6시쯤 한번 깼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현주가 아침 먹는다고 먼저 내려가 버렸다. 겁 많은 현주가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이 숙소가 편했나 보다.

시계를 보니 이제 8시.  비몽사몽, 세수도 안 하고 후다닥 뒤를 쫓아갔다.

 

딱 시골식당 분위기였다.

 

 

우리보다 먼저 와 있는 커플이 하도 소근대길래 우리도 데시벨 평균에 맞추었다.

 

멜크수도원 액자

 

 

아줌마와 반갑게 아침 인사를 나눴다

"  어젯밤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는 바람에 뜨거운 물을 안 썼어요 "

"  어디 갔어요 ? "

"  슈피츠 (Spitz) 강너머에 레스토랑이요 "

그랬더니 시골 아줌마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단어가 나왔다 

"  Romantic ~ "

영국 아줌마에게 ' Lovely ' 란 단어를 들은 이후로 또 한번 감탄한 근사한 대답이었다. 영국에선 남자도 Lovely란 단어를 입에 달고 살더만.

부럽다. 단어 하나로 상대방을 무장해제 시킬 수 있는 저 능력이 !

 

아침 메뉴들이 점점 변해가고 있다.

영국 미국의 베이컨소대, 계란중대, 콘프레이크대대가 슬그머니 사라진 고지를 독일의 햄여단과 치즈사단 딱딱한 빵공병대가 점령하고 있었다

 

이젠 독일식 육가공식품도 거부감없이 잘 먹는 현주.

데리고 여행할 맛이 난다

  

어젯밤에도 늦게 들어오는 바람에 숙소예약을 못했다. 아침 식탁에서 오늘 저녁 숙소를 부랴부랴 알아보았다.

 

국물도 없는 뻑뻑한 음식들을 꾸역꾸역 채워 넣고 방에 다시 올라왔다

창문을 활짝 열었다, 

역시 공기가 다르다, 대도시의 화려한 호텔도 좋지만 이렇게 시골공기 아침향기도 참 좋다,.

 

우리 차도 밤새 무사하고 ...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Days are numbers (The Traveller) 노래를 흥얼거리며 샤워를 하고 또 봇짐을 싼다.

"  The Traveller is always leaving town. He never has the time to turn around ... ~ "

 

 

10시쯤 방을 나왔다.

오전부터 혯볕이 강하다.

체코는 8월 한여름에도 아침엔 약간 쌀쌀했는데 여긴 위도가 좀 낮다고 확실히 더운거 같다.

 

 

계단 창으로 보이는 뒷마당. 주인집 식구들이 사는 곳인가보다.

 

아줌마에게 신용카드를 내밀었더니 현찰을 달라고 한다.

주머니를 다 털어 54 유로 (68,040 원) 만들어주고 ' 거지됐다 '고 아줌마에게 넉살을 부렸다

' 호텔치곤 시설이 별론데 왜 사람들이 후한 평가점수를 줬나 ' 했더니 오로지 이 아줌마 한사람의 힘이었다. 약간 어수룩해 보이는 시골아줌마지만 실속은 확실히 챙기는 전형적인 여장부 ! 

 

차에 와 느긋하게 짐정리하고 앞유리에 네비 달고 출발.

 

행길에 포르쉐 한대가 지나간다. 길을 건너려는데 또 한대의 포르쉐가 지나간다, 잽싸게 건너려는데 이내 또 한대가 불쑥 나타났다. 그러기를 여러번. 포기하고 마냥 기다려보니 10 여대의 포르쉐가 지나간 후에야 길을 건널 수 있었다.

평일날 아침에 포르쉐로 떼빙(떼를 지어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부와 여유가 부럽다

  

TV에서「비정상회담」이란 프로를 보는데, 처음 출연한 오스트리아 대표가 독일 대표에게

"  독일사람이라고 했을때 반가웠다. 독일은 오스트리아의 형 국가라고 생각해요 "

그러자 독일대표가 당연하다는 듯

"  동생국가라고 생각해요 "

이어서 오스트리아 대표가 부언설명을 했다.

"  역사적으로 따지면 오스트리아가 형인데 독일이 오스트리아보다 5배 크다. 오스트리아에서 TV볼때 독일방송이 많이 나온다 "

듣고 있던 전현무가 안타까운지 볼멘 소리를 했다

"  돈 못 벌면 형도 아니냐 ~ " 

 

아쉬운 마음에 뒤를 돌아보며 마을을 벗어났다.

시간도 체력도 좋아서 계속 국도를 달리고 싶은데 네비가 상전이라 이내 고속도로에 올라탔다.

 

구식 폭스바겐과 BMW 을 만났다.

한 시에 한 공장에서 태어났지만 ...

오스트리아에서 구루면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는 클래식카가 되고 튀니지에서 구루면 사람들의 괄시를 받는 고물차가 되는 이 불공정한 세상.!

 

 

 

 

서쪽으로 갈수록 태산준령들이 위압적으로 길을 막고 서 있다

알프스 산맥속으로 점점 깊이 들어가고 있다,

 

지루한 2시간의 운전도 서서히 끝나간다,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깊은 계곡 사이를 달린다.

 

 

 

 

잘츠캄머구트 (Salzkammergut) 라는 곳이 있다.

잘츠부르크 동남쪽을 넓게 차지하고 알프스의 웅장한 산들과 애머랄드 빛의 호수와 전원 마을들이 잘 어울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 렌터카여행지 1순위라고도 한다, 물론 주관적이지만.

 

우리는 지금 그 중에 한 마을인 장크트 길겐(St Gilgen) 으로 가고 있다. 

계속 직진 !

 

 

 

 

잘츠 (Salz)란 단어에서 보듯 이 지역은 선사시대부터 암염이 생산되었다.

소금과 관련된 지명들이 많고 소금동굴을 둘러보는 여행코스도 있다,

 

 

 

잘츠캄머구트를 즐기는 방법은

아름다운 마을들을 둘러 볼 수도 있고, 호숫가에서 캠핑을 하고 보트를 타고,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에 올라가고, 모짜르트등의 흔적을 찾아 다녀도 좋다.


 

도로옆에 조그만 공터라도 있으면 사람들이 피크닉을 와서 음식을 해 먹고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가 막 뛰어 다닐것만 같은 푸른 언덕.

 

마을 뒷길에서 만난 고양이.

심심했던지 우리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왔다

 

 

 

여행중엔 마트를 자주 들리는데, 이번 체코-오스트리아에선 언제 갔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다.

그만큼 먹고 마시는 것에 불편이 없었단 말인가 ?

 

장크트 길겐 마을 초입에 SPAR 마트가 있었다. 여행객들이 안 들릴 수가 없는 요지였다

마트가 거대한 자석위에 지어졌는지, 내 쇵덩이 차가 사정없이 끌려 들어갔다,

 

 

수많은 카트 놔두고 유아용 카트가 귀여워 일부러 그걸 골라 잡았다.

 

한 아줌마가 부러워 현주랑 눈인사를 나눈다

 

막상 마트 안에 들어와 보니, 그동안 우리가 물과 과일 없이 어떻게 버텼는지 의아할 정도다,

내가 젤 좋아하는 살구도 사고

 

 

한국에선 비싼 수입과자라서 못 사먹던 웨하스도 사고

 

귀여운 미니 생수도 한덩어리 담고

 

초콜릿

 

어떻게 따 먹는지 모르는 튜브 일체형 쥬스

 

코너를 돌고 또 돌며 마구마구 담다보니 24.56 유로 (30.946 원) 가 나왔다.

 

여긴 마트 화장실도 유료다. 물론 기부라곤 하지만 0.5 유로 (630 원)라고 구체적으로 적어 놓았다. 설사나 오줌소태 걸리면 수억 털리겠구만

 

출구쪽에 카페가 있어서 간단히 요기를 하려고 자리를 잡았다,

 

갑자기 컨디션이 난조에 빠진 현주는 카페인 보충을 위해 카푸치노를 마시고

 

난 샌드위치를 하나 시켰는데 생긴거에 비해 맛이 좋았다,

 

체코도 여기도 음식마다 알레르기-를 일으킬수 있는 재료- 코드를 표시해 놓았다.

우리같은 먹보에겐 필요없지만 알레르기 환자들에겐 정말 중요한 사회적 배려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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