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4. 15:00ㆍAustria 2015
선월트 (Sonnwirt) 호텔은 볼프강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위에 있었다,
작은 건물이 아닌데 널적한 박공지붕을 얹은 탓에 가정집처럼 아담해 보였다, 겨울에 눈이 지붕에 쌓이지 않도록 호구지책으로 경사를 주느라 이 지방의 집들은 다 저런 스타일이다. 큰 서까래 아래 방들은 호수가 바로 보이고 꽃무더기로 장식한 발코니까지 있지만 우리방은 천덕꾸러기 3층 뒤에 있었다, 당일 아침에 예약한 주제에 좋은 방을 바라는건 욕심이지만....
방 벽에 액자가 하나 걸려 있었다.
숲속 한가운데 넓은 잔디밭, 새련된 고성, 산 위로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환상적인 그림
눈부신 그 그림에 더 가까이 다가가니... 창문이었다, 그림이 아닌 Real .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완벽해서 그림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그 그림같은 창문 아래에서 현주가 옹색맞게 앉아 마트에서 사온 샐러드로 점심을 떼우고 있다,
방에 인터넷도 잘 안 잡히고, 심심해서 마트 영수증을 꼼꼼히 살펴 보았다.
그런데 0.25 유로짜리 하나는 뭔지 모르겠다. 어제밤 레스토랑에서도 3 유로 정도 내 계산이랑 착오가 있던데... 매번 그 자리에서 확인하기도 어렵고, 오스트리아놈들이 사기치는거 같아 기분이 찜찜하다. 언능 물가 싼 체코로 돌아가고 싶다.
조용해서 보니, 대충 허기를 면한 현주가 어느새 잠이 들었다. 장거리 이동에 매일 짐싸고 부리고 하느라 여독이 풀릴 새가 없나보다.
좀 더 자라고 조용히 방을 둘러 보았다,
외국에 나와도 LG, SAMSUNG 이외 브랜드를 보기 힘든데 여기서 GRUNDIG 이란 듣보잡 TV를 보게 되었다. 리모콘 작동도 불편하고 좀 투박해 뭔 중국제인가 했더니 독일산 가전브랜드였다.
욕실에 두루마리 휴지가 심부분까지 탄탄하게 말려 있어 꽤 실용적으로 보였다.
대충 살짝 말아놓은 집 휴지보다 더 맘에 둘었다.
많이도 못 자고 금방 깨버린 현주.
얼른 잘츠캄머구트를 둘러 볼 욕심에 현주를 재촉해 방을 나섰다.
좁아서 차 댈곳도 별로 없는 호텔 앞마당엔 올드카들이 세워져 있고, 손바닥만한 정원엔 개들과 간이의자들과 꽃밭이 어수선하게 뒤섞여 있었다,
한쪽에 모피가 걸려 있길래 만져보니 털이 뻣뻣했다. 며칠전까지도 저 산속을 누볐을 야생의 촉감이 강렬하게 손끝으로 전해졌다.
길옆에 차가 세워져 있으면 사람들이 호수에서 놀고 있고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풀밭에까지 파라솔을 놓고 피서를 즐기는 있다.
Mondsee 호수를 지나 숲길을 달리자
이번엔 Attersee 호수가 나타났다.
경치가 너무 좋아 공터에 차를 세웠는데
한쪽 구석에 왠 남자 혼자 조용히 호수를 감상하고 있었다
가벼운 인사를 나눈 후 호기심에 그의 주변을 찬찬히 살펴 보았다. 일단 낚시대가 한쪽에 세워져 있고 가져온 탁자위엔 마실것이 단촐하게 차려져 있었다. 편안한 휴식을 위해 개인용품들을 이것저것 다 가져 왔지만 왠지 이 사람은 자연을 잘 보존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문신에 덩치에 머리꼬라지에 첫 인상은 비호감이었는데 왠지 매너는 괜찮은 사람일거란 믿음이 들었다.
거대한 돌산에선 범접할수 없는 자연의 힘에 압도 당했고
호수가에 지은 집들과 요트와 초원에서는 사람도 충분히 자연과 어울려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느꼈다
문신남자가 호수에 풍덩 뛰어들어 수영을 즐기는 사이에 우리도 차에 시동을 걸고 그곳을 벗어났다
모짜르트 생가도 아니고 모짜르트 엄마 생가(Mozart gedenkstatte)가 근처에 있다고 해서 네비를 찍고 갔는데 ..아닌거 같다,
이정표도 하나 없고 뒤로 돌아가는 언덕길은 사유지라고 써 있어서 들어갈 용기가 안 났다.
마침 개를 끌고 동네 아줌마가 지나가길래 물어 보았더니
" 잘 모르겠네요... 저도 비엔나에서 온지 하루 돼서요 ... "
미련없이 포기하고 천천히 나오는데 언뜻 백미러에 꼬리를 문 뒷차들이 보였다. 하도 통행량이 적은 도로라 방심했다.
당황해서 허둥지둥 건너편 집앞 공터로 넘어갔더니 뒤차가 추월하려다 말고 빵빵댔다.
잘츠캄머구트의 흑진주라고 불리는 햘슈타트 (Hallstatt)를 네비로 찍으니 여기서 30 여 km나 떨어져 있었다,,
현주에겐 미안했지만 워낙 마을간 거리들이 멀어서 어쩔 수 없었다,
드라이브길로는 최고라고 할만 하다,
맑은 공기와 한적한 도로와 다채로운 자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코스다
높은 염도의 지하수 때문에 옛부터 황제의 온천이라 불렸던 바드 이슐 (Bad Ischl) 마을을 지나
한참 경치에 넋이 빠져 있다가 길을 놓쳐 버렸다.
멀리 돌아 오며 덕분에 곳곳에 아름다운 마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번 호수는 할슈타트 호수다,
조금만 더 가면 할슈타트인데 길가 휴게소를 보자 현주가 쉬었다 가자고 한다.
' 오늘은 하루종일 차만 타고 다니느라 좀 힘이 드네 ... ' 어렵게 말을 꺼내는 현주에게 엄청 미안해졌다
차 안에 먹을껄 싸 들고 풀밭 빈 벤치에 얼른 자리를 잡았다.
휴게소에서는 노선버스들이 잠깐씩 멈췄다 갔다, 유명관광지라 동양인들이 버스를 타는 모습이 보였다,
차분히 자연을 즐기는 사람들
한 남자가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호수로 뛰어 들었다,
한참 있다 무심코 보니 벌써 그 남자는 호수 중간쯤에서 건너편 마을을 향해 열심히 헤엄을 치고 있었다
기다란 호수에서 이 지점이 호리병 가운데처럼 가장 폭이 좁아지는 지점이긴 하지만 그 남자의 생각과 행동이 무모하게 보이면서도 배가 아팠다
할슈타트호수와 주변 지형
<인용사진>
좋은 경치를 보며 먹으면 뭐든지 더 맛있다.
현주도 어느새 번잡한 유명지보다 한적하게 쉴 수 있는 여행지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호수에 발을 담그고 오더니 이번엔 망원경이 급 땡기는 현주
지금 아니면 언제 저 포즈를 취해 보겠냐 ㅋㅋ
" 인 보여, 안 보여, 하나도 안 보여 ! ... 돈 넣는 건가 ? "
한참 쉬었더니 훨씬 기분전환도 되고 기운이 나서 다시 할슈타트로 향했다
드디어 저 멀리 할슈타트 마을이 보인다.
잘츠캄머구트 지역의 호수와 마을들.
<클릭하면 확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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