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2. 20:00ㆍAustria 2015
유럽대륙의 척추인 알프스 산맥이 꼬리뼈로 사라지는 끝에 비엔나(Wien)가 있다
평지인 비엔나를 북서쪽에사 안고 있는 산악지대를 ' 비엔나 숲'이리고 부르는데 그렇게 이름 붙이니 왠지 더 근사하고 그럴싸하지만 사실 별 다를거 없는 동산이다.
그린칭 (Grinzing) 은 비엔나 숲속에 깃든 아름다운 동네이다.
아래 지도의 붉은 면으로 표시된 지역.
베토벤은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22살에 오스트리아로 넘어와 죽을때까지 35년간을 비엔나에서 살았다. 이 동네 그린칭엔 그가 이사하며 살았던 집이 세채나 남아 있다.
그린칭은 또한 호이리겐(Heurigen) 이라는 와인 선술집들로 유명하다. 호이리겐에선 호이리게라는 와인을 맛볼 수 있는데 햇포도로 짠 화이트 와인이다. 프랑스에 보졸레 누보가 있다면 오스트리아엔 호이리게가 있다,
아담한 그린칭 전철역
울창한 숲속에 자리한 레스토랑,
포도덩굴이 완만한 구릉지를 덮고 있는 와이너리를 바라보며
흰 테이블보가 깔린 야외 식탁에 앉아
푸짐한 오스트리아 전통 요리를 맛보는 상상이 머리속에 가득했다.
그런데 네비는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동네 한가운데로 우리를 데려갔다, 주소는 분명히 맞는데...
한국 관광객도 한 커플 보이니 여기가 맞긴 한데... 블럭을 한 바퀴 반이나 돌아 호이리겐 입구에 들어섰다,
벽에 붙은 간판을 자세히 살펴보다 우리가 찾던 파사우어호프(Passauerhof)와 비슷한 글자가 조그맣게 써 있는걸 발견했다,
최근에 상호가 바뀌었나보다,
대문 바로 안쪽에 차 두어대 댈 곳이 있었다
주변을 둘라보니 한국으로 따지면 딱 'OO가든 ' 이었다
정원 옆 야외 자리에 안내 되었다, 몇몇 테이블엔 벌써 손님들이 있었고 영어 대화소리도 들린다.
언제부턴가 그린칭을 찾는 사람들은 거의 다 관광객들이고, 현지인들이 호이리게를 마시러 가는 동네는 따로 있었다
정원은 정성껏 가꾸어져 있었고 비원 곳곳에 식탁들이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다,
여기 와서 무궁화를 보니 왠지 안 먹어도 뿌듯 ?
여기선 호이리게를 마셔줘여 한다는데 우린 술도 약하고 낯술은 무서워 ~
그래서 맥주 작은거 한잔만 시켰다
현주는 동유럽와서 술꾼 다 됐다
네츄럴하게 생긴 아가씨가 각 테이블마다 꽃병을 갖다 놓았다
방금 전 따서 꽂은 꽃들이라 더 생기있어 보였다,
현주는 서빙하는 아가씨가 맘에 드나보다. 작년 런던에 Tate britain 갤러리 레스토랑에 아가씨랑 분위기가 비숫하다며...
그래서 아가씨에게 우리 기념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했다.
난 네츄럴한 사진을 위해 현주를 바라 보는 자세를 취했는데 이 순박한 아가씨가 그게 거슬렸나보다
'여기 보라' 며 다시 찍어 주었다,
배가 고파 이것 저것 많이 시키고 기다리자니 ... 잠시 후 셀러드와 스프와 덤플링등이 나왔다
흑인같이 피부가 약간 검은 써빙맨은 좀 능글거렸다. 종이 한장의 차이지만 활기와 능글은 분명 다르다,
지나가는 백인 서빙맨에게
" 다른 건 다 나왔는데 파스타가 안 나왔다 " 고 했더니 들어가 확인하고 나와서
" 스프 다 드시면 올리려고 했습니다 " 한다. 임기응변이란 것쯤은 눈치챘다,
기대한 Dumpling 이 ... 속에 아무것도 안 들은 밀가루 덩어리 하나가 간장국물에 머리를 박고 익사해 있었다
내가 생각한건 '만두'였는데 서양에서는 '새알심' 이었다능,
수줍어하는 네츄럴 아가씨에게 ' 슈라멜 악단 연주가 있다던데요... ' 물어보니 실내 홀에 특별한 음식과 가격으로 단체 손님이 있을때만 연주한다고 한다. 오늘 여기는 해당없다 함
좀 나이가 있는 여자가 식탁마다 돌아다니며 ' 음식이 어떠신가 ' 물어보고 다녔다, 여기 여주인인거 같았다,
네츄럴이 빈그릇을 들고 가다 컵을 놓쳐 자갈위에서 바싹 깨져 버렸다,
전혀 당황을 안 하길래 대단하다 했더니, 인사하고 다니던 아줌마의 딸이었다, 금포크였다능 ㅋㅋ
매너가 정중했던 백인 웨이터도, 수줍음 타는 아가씨도 이미지가 영국 사람 같았다, 그런 눈으로 주변을 보니 여기가 영국이라고 해도 별로 이상할게 없었다, 유럽은 도시에 들어가면 사람도, 성당도, 왕궁도, 미술관도 음식도 다 비슷하다. 지방에나 가야 그 나라 특색을 조금 느낄까, 이제 나에게 유럽 대도시의 여행 매력은 전혀 없어졌다,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 슬슬 춥다, 26.9 유로 (33,894 원) 계산하고 나왔다. 맛집이라고 찾아왔는데 가격대비 별로다
식당앞에서 되지도 않는 폰을 귀에 대고 설정 샷 !
' 모시모시, 와따시와 대폿집 데쓰요 ! '
그린칭 동네를 나오며 ... 보라색 어닝이 특이했던 카페.
◆
비엔나 시내로 들어오는 길.
아직 해는 환한데 저녁시간이라 완전 한적한 거리
전혀 도박할 기분이 안나는 슬롯머신 카지노.
담배를 피며 길거리를 활보하는 동양 아줌마
저 포스면 무서울게 없을 듯
구시가지에 거의 다 들어올 무렵 조명이 따뜻한 카페를 발견했다,
현주랑 눈빛 한번 교환후 일부러 차를 돌려 카페 앞에 주차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약간 추워서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라떼 3.1 유로, 카푸치노 2.9 유로
8월 한여름에도 저녁땐 이렇게 추운데 여기 사람들은 여름 피서는 안 가겠지 ?
진한 커피가 알싸하게 식도를 훑어 내릴때, 머리를 좌우로 돌려보니 실내가 수수했다
서로 경쟁하듯 인테리어에 돈을 쏟아 붓고 본전 생각나 질 낮은 원두를 쓰면서 커피 값은 밥값보다 비싼 한국을 생각한다.
커피맛과 휴식공간 본연에 충실한 커피숍을 언제쯤 볼 수 있을까 ?
옆 자리엔 똥배가 나온 아가씨가 노트북만 처다보고 있고
창밖에선 남자들이 포커에 푹 빠져 소리지르며 신났고
청년처럼 입고 나온 할아버지와 허리 꼿꼿한 할머니
커피 갖다준 아가씨는 늘어난 츄리닝 바지에 한쪽 어깨엔 브레지어 끈이 걸려 있고,...
남의 시선에 나를 맞추지 않고 지가의 개성을 주저없이 드러내는 사람들, 그들이 만들어 내는 거리엔 여유와 낭만이 있었다,
8시쯤 됐는데 숙소에 들어가긴 좀 이르고
" 현주야 어디 또 갈까 ? "
" 음 ... 프로이트 ! "
◆
조사해간 프로이트의 생가 주소 ' Berggasse 19 ' 를 네비에 찍자마자 직진 350 m ! 엥, 이 근처였어 ?
진짜로 신호 하나 건너자 저 앞에 빨간색 간판이 눈에 확 들어왔다 「FREUD」
프로이트를 지척에 두고 그냥 갈뻔 했다니 !
시간이 늦어 당연히 문은 닫혀 있었지만, 인도에 살짝 차를 걸쳐 놓을 공간은 있었다
체코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하고 나치를 피해 런던으로 망명하기 전까지,
프로이트가 진료를 하며 살던 집이 지금은 Sigmund Freud Museum 으로 바뀌어 있었다,
논문 팽겨치고 도망와 교수님에게 혼날 거 걱정하더니 지대로 수학여행 왔다고... 현주가 아주 신이 났다
난 프로이트 앞에서 거리의 술주정뱅이가 되었다
우리가 넋놓고 미친놈처럼 놀고 있자니, 길건너 발코니에 한 주민이 나와 신기하다는 듯 내려다 보고 있다,
거리 낮은 곳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이제 진짜 들어가야 할 시간. 네비에 숙소를 찍고 출발,
오늘이 일요일이라 그런지 호텔앞 마트들이 또 다 문을 닫았다,
호텔 로비에 공용으로 쓰는 컴이 있어서 켜 봤는데 화면에 한글이 깨져서 무용지물,
방에 와 신나는 댄스곡 틀어 놓고 난 빨래하고 씻고,
현주는 꿈속애서라도 프로이트를 만나려고 서둘러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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