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2. 14:00ㆍAustria 2015
웅장한 석조건물의 정문은 몇 개의 계단위에 있었다.
정문 앞에 서자 나무 벽이 막혀 있고 오른편에 빼꼼히 매표소를 열어 놓았다
내 앞에 예닐곱명 정도가 줄 서 있었으니까 표를 금방 살 수 있겠다 하고 서 있는데, 맨 앞 젊은 놈이 부스 앞에서 5분 이상을 계속 지체하는 것이다. 지 권리만 잘 알지, 타인에 대한 배려나 미안함은 전혀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괜히 성질이 나서 한국말로 욕을 계속 씨부렁거렸다,
그놈이 빠지자 줄이 급속도로 줄어 들었다,
입장료 일인당 14 유로 (17,640 원).
너무 비쌌다. 장애인 할인되냐고 물어보니 11 유로라고, 달랑 3 유로 깎아주었다. 총 25 유로 결재 (31,500 원)
예술품 비싸게 사들이는걸 보면 '돈 지랄한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앤 돈이 돈을 버는 거였구만,
입장권 한면은 피테르 브뤼헐의 <바벨탑>이 꽉 차 있었고
또 다른 한장은 넵툰과 가이아가 비스듬히 누워 서로의 가랑이사이에 다리를 뻗고 야시시한 눈빛을 교환하고 있는 '소금그릇' 조각이었다,
표를 보여주고 나무벽 뒤 미술관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숨이 턱 멎었다.
' 와 ... 진자 화려하구나 ! '
대담한 문양의 대리석 바닥, 완벽한 비율의 아치와 기둥, 그 위에 거대한 돔, 사치와 화려, 적절한 조명까지 ... 전시작품은 이 건물을 칭송하기 위한 들러리에 불과했다., 너무 압도적이어서 다른 작품들을 볼 의욕이 싹 사라져 버렸다,
광장같은 계단 중간에
테세우스 (Theseus) 가 반인반마인 켄타우로스(Centaur)를 뭉동이로 사정없이 패고 있었고 (동물학대)
위층에선 노인이 양을 미끼로 젊은 여자를 추행하고 있었다 (불법 성매매)
엘리베이터를 타고 회화가 전시된 2층으로 올라왔다.
하도 볼게 많아 과감히 외면하고 오직 한 사람만 찾아 다녔다,
가는 길에 본 명화들,
드디어 피터 브뢰겔의 방에 들어왔다
서양화가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피터 브뢰겔... 요즘은 '피테르 브뤼헐' 이 표준발음이지만 난 아직 피터 브뢰겔이 더 친숙하다.
그는 1525년에 네델란드에서 태어나 1569년, 44세에 사망했다. 그런데 정작 대부분의 작품들은 여기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미술사박물관에 다 모여 있다는건 좀 아이러니하다, 원래는 그를 후원하던 부유한 상인 용헬링크가 젤 많이 갖고 있었는데 파산하면서 합스부르크가의 왕족들에게 넘어갔고 지금은 이 박물관의 대표 컬렉션이 되었다,
방에 들어서자 북쪽면에 첫 작품이 나를 반긴다.
이 미술관의 자랑거리이자 입장권에서 먼저 인사한 The Tower of Babel <바벨탑>이다.
마치 거인과 소인 같았다. 비스듬히 비켜 선 현주와 당당히 서 있는 원피스 여자.
원근법과 사선으로 인해 실제보다 더 과장되게 찍혔다
동쪽면 왼편엔 The Massacre of the Innocents <유아대학살>
그 그림의 일부
그리고 바로 옆엔 내가 젤 좋아하는 그림, The Hunters in the snow <사냥꾼의 귀가>가 걸려 있었다.
이 그림을 보는 순간 브뢰겔에 폭 빠져 버렸다
대학교때 미술집에서 처음 본 후 거의 30년만에 이렇게 원작앞에 서다니... 맘속은 감동인데 주변 시선을 의식해 점잖게 표정관리
미술관을 다니며 원작앞에 서면 혼란스러울때가 많았다. 어느 원작은 생각보다 엄청 커서 놀랐는데 이 작품은 또 생각보다 작아서 놀랐다. 좋아하는 정도에 따라 그림의 크기를 내 맘대로 상상하고 있었다,
The Return of the Herd <소떼의 귀가>
그 그림의 일부
남쪽면엔 그를 풍속화가로 유명하게 만든 Peasant Wedding <농부의 결혼식>이 걸려 있다,
The Fight Between Carnival and Lent <사육제와 사순절의 싸움>
그 그림의 일부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브뢰겔의 그림들
The Procession to Calvary (L) 골고다 언덕을 향한 행렬
Conversion of St Paul (R) 성바오로의 회심
The Peasant Dance 농부들의 춤
현주는 다른 방들을 둘러 본다고 갔고 난 이 소파 ,저 자리로 옮겨 앉으며 그의 그림만 계속 감상했다
일본인 단체, 한국인 가족, 중국 여핛생등 ... 브뢰겔을 짝사랑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방을 빙둘러 그림들이 걸려 있다,
이번엔 서쪽면에 걸려 있는 Visit to the Farm
그 그림의 원작.
그런데 이 그림의 정보를 찾다보니 뭔가 좀 이상했다, 브뢰겔의 그림인거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하고 ...
계속 파고 들어가다 보니 이건 브뢰겔의 장남 (Pieter Bruegel the younger)의 그림임을 알게 되었다, 브뢰겔이 40대 초반에 일찍 사망하자 그의 아들 손자, 증손자까지 그림의 길을 걸으며 그의 작품들을 따라 그리게 되었는데 이름들이 비슷해 후대에 이런 혼란들이 생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걸려 있던 그림. 이것도 당연히 브뢰겔의 작품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Marten van cleve I 의 The slaughtered Ox 이란 작품이었다
이것도 Marten Van cleve I 의 연작 A flemish household
이 방에는 브뢰겔의 풍속화와 주제가 비슷한 다른 작가의 작품들도 걸려 있었다,
방을 빙둘러 마지막 그림.
장님들이 나오는 이 작픔도 또 브뤼겔 것이 아니였다
브뤼겔의 원작 <장님을 이끄는 장님>은 이탈리아 나폴리에 소장되어 있다.,
아래 원본 사진을 보면 이 방에 걸린 것과 다르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다,
아래 그림도 아주 흡사하지만 자세히 보면 나뭇가지와 옷 색깔이 약간 다르다. 브뤼겔의 아들이 그린 것이다,
이것 또한 그의 후손작품인데, 그의 그림을 모방한 아류작들이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피곤한 눈을 쉴겸 소파에 앉아 하늘 위를 바라 보았다,
다른 방보다 천정이 더 화려하고 자연 빛이 환하게 비처들고 있었다.
한참만에 현주가 지친 모습으로 돌아왔다,
" ... 명화들 사이에 B급 그림들도 있는데, 어떤건 명화보다도 더 잘 그렸어. 근데 확실히 뭔가 좀 허전하고 부족해 보여
... 한국 여자애 한명이랑 몇번 마주쳣는데 그때마다 티껍다는 표정으로 날 처다 보더라구
... 그래서 더 피곤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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