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왕골자리 성당

2015. 8. 2. 09:00Austria 2015

 

 

 

 

조식 불포함이라 눈이 떠질 때까지 자버렸다

 

몸은 상쾌한데 커튼으로 비치는 동살이 창백해 방구석이 어두컴컴하다. 걱정스레 창문가로 가 보았다.

뒷골목에선 형광등이 허공에 즐타기를 하고 있고

 

간밤에 시나브로 비가 내렸었다.

 

현주는 오스트리아의 첫 아침을 바삭한 토스토와 커피향으로 시작하고 싶어했지만,

현실은... 물러터진 복숭아 

 

이번 여행일정중 비엔나는 나에게 계륵같은 구간이다. 하도 유명하니 눈도장은 찍어야겠는데 시내 주차는 최악일꺼구 ... 

현주는 잔뜩 설레여 있는데 난 마지못해 끌려가는 기분이다. 

' 즐겁다, 즐겁다 ! ' 억지로 체면을 거니 기분이 조금씩 up 되어 갔다

 

부킹닷컴으로 내일 숙소를 예약하고

 

현주 준비 마칠때까지 테이블 위를 정리하다가 조그만 안내판을 들여다 봤다,

작은 글씨를 눈앞에 바짝 대고 두번이나 읽어보니 ...  어제 먹은 생수가 꽁짜가 아니라고 적혀 있는 것 같았다. 그제서야 미니바 가격표를 찾아 보니 병당 2.7 유로 (3,402 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확 빈정이 상했다.

일단 확인 안하고 마신 내 불찰이 크지만 냉장고에 물 두병만 달랑 넣어놓고 유료 미니바라니... 호텔 하는 짓이 양아치 같이 느껴졌다. 

 

외출준비를 마치고 10시반쯤에 방을 나왔다

 

두 건물을 연결한 통로를 따라 조식 음식이 길게 차려져 있었다,

아침을 먹고 있는 투숙객들을 부러운 눈으로 처다보며 지나가다 과자 두개를 슬쩍 집었다

로비에 앉아 있는 현주에게 이거로라도 아침을 떼우라고 줬다, 이로서 공범이 됐다,

 

시내에선 일요일 아침인데도 중세 복장을 한 호객꾼들은 열심히 팜플렛등을 나눠 주고 있었다

 

 

 

 

 

 

밝을때 이너써클을 다시 돌아보니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웅장하고 화려한 건물들이 엣성벽터를 따라 즐비했다,

 

 

 

써클안쪽 구시가지로 들어갔다

 

 

 

 

 

 

 

 

 

 

제복을 입은 남자가 주차된 차마다 앞유리창을 들여다 보고 다니고 있었다

차량통행이 거의 없는 휴일 아침에도 주차단속을 하다니, 살벌하다 살벌해~

 

비엔나의 구시가지는 상당히 넓은 면적이지만 대로가 없이 좁은 길만 미로처럼 얽혀 있다. 그러다보니 일방통행이 많아서 일찌감치 마차 뒤만 조신하게 따라갔다,

 

 

빈관광의 핵심이라는 스테판성당 광장에 어찌어찌 도착했다,

하늘에서 찍은 스테판성당을 본적이 있다. 그 지붕의 문양이 상당히 독특하고 강렬해서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지금 흐린 하늘아래에서는 싸구려 왕골자리 씌워 놓은 것처럼 칙칙했다

 

 

 

얼른 차 세울 곳을 두리번 거렸다,

다행히 공사용 바리케이트와 차 사이에 조그만 틈을 발견했다, 우리 미니카를 끼워 넣을 수 있는 딱 그만큼만 ...

 

 

 

비엔나 중심지에 데려다 준 소임은 다 했으니 난 차를 지키고 있고, 현주 혼자 둘러 보라고 보냈다,

 

 

 

차 안에 있다가 가끔 따분하면 소심하게 반경 10 m 이내로만 둘러 보고있다 

 

이하 현주가 찍어 온 사진

 

 

 

 

 

 

 

 

 

 

 

 

 

 

 

 

 

지붕에 쌍 독수리 문양.  하나는 오스트리아 하나는 헝가리를 상징한다

 

 

 

 

 

 

 

한참만에 현주가 돌아왔다.

"  그라벤 거리와 케른트너 거리도 괜찮다던데 거기도 가봐 "

"  어딘데 ? "

"  나도 몰라, 사람들에게 물어봐 " 현주를 다시 돌려보냈다,

인파속으로 사라지는 현주를 보며 또 급후회를 했다. ' 돈을 줘 보낼껄 ... '

 

 

 

 

 

 

 

 

 

 

끊임없이 몰려드는 관광객들 때문에 인도에 제대로 서 있을수가 없을 정도다. 건물 담벼락에 바짝 붙었다.

   입이 벌린 채 성당만 올려다 보며 걷는 사람

   또 다른 관광지로 결음을 재촉하는 사람,

   일본인, 중국인 그리고 간간히 한국인 페키지 관광객들

   비싼 관광마차를 타고 다니며 DSLR 셔터를 누르는 중국 부자들

   히잡을 둘러 쓴 중동 아랍의 아줌마들

   그리고 특이한 체형의 남미 히스패닉들...

사람 구경만 실컷 하다 다시 차로 들어왔다,

 

관광은 밝은 빛을 보는 것이고 여행은 그 밝음 뒤의 어둠까지 보는 것이라며 지금 상황을 애써 합리화시키고 있는데, 상가 아케이드에서 한 남자가 불쑥 나타났다

장발에 담배, 관광객스럽지 않은 행색,

이 거리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데 사실은 이 거리의 진짜 주인이었다.

 

차 안에 가만히 앉아만 있는데도 슬슬 배가 고파진다.

 

12시 넘어, 현주가 용케 차로 돌아왔다

"  거리는 잘 찾았어 ? "

"  사람들만 따라갔더니 거기더라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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