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골 빈, 빈 호텔

2015. 8. 1. 20:00Austria 2015

 

 

 

 

다른 나라라는 느낌이 확연히 들었다. 오스트리아-최소한 북동부-는 체코에 비해 인가가 드물고 척박해 보이는 들판만 광활했다,

체코의 울창한 숲, 건초더미가 굴러 다니는 밀밭과 야트막한 구릉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곳만 다니다가 오스트리아에 들어오니 덥고 지루하다 못해 졸립기까지 했다, 이런데도 왜 체코보다 오스트리아가 더 잘 살지 ?

 

한국에서 여행정보를 수집하던 중에 오스트리아 고속도로 통행권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정액권을 사면 횟수에 상관없이 일정기간 사용할 수 있는데 가격이 싸진 않았다, 단속에 걸리면 벌금이 엄청나고 처리 절차가 골치 아프다니 안 살수도 없고... 그게 싫으면 국도로만 다니라는데 이 네비로 고속도로를 피할 능력은 안되고... 어영부영 하는 사이에 차는 어느새 지방도에서 오스트리아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어디선가 단속반이 확 튀어 나올거 같은 불안함에 연신 두리번 거리다가 휴게소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고속도로 도안과 카드가 그려져 있고 그 옆에 Vertrieb 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아마도 그게 통행권일거 같았다,

옆에서 졸고 있는 현주에게 얼른 사진을 찍으라고 했더니, 비몽사몽 영문도 모른채 아무대나 셔터를 눌러댔다. 

 

언덕위에서 들판 왼편으로 덩그런히 지어진 휴게소가 보였다,

램프 몇개를 빙빙 돌아 휴게소 안에 무사히 들어왔다,  현주는 안 내리고 차 안에서 잔다길래 나만 카메라를 들고 내렸다,

일단 화장실부터 들어갔는데, 무슨 전철 타는 줄... 

돈 없으면 떵도 못싸게 원천봉쇄를 시켜 놓았다.  그래 유전용변 무전방뇨다 이거지 ?  안 싼다.

 

계면쩍게 머리를 긁적거리며 돌아 나와 휴게소 안으로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로 바글거렸는데 한 남자를 붙잡고 카메라를 켜서 사진을 확대해 보여주며 " 이걸 어디서 사냐 ? " 고 물어보았다

화면을 보더니 자긴 영어를 못 한다고 판매직원에게 물어보라며 가버렸다,

(나중에 알고보니 내가 보여준 사진속에 Vertrieb 라는 글자는 그저 '판매' 라는 의미의 단어였다)

판매대 직원은 계속 밀려드는 손님들을 처리하느라 아주 바빠 보였다. 그냥 포기할까 하다가 한가로운 틈을 타 카메라를 켜서 사진을 보여 주었다. 뭔지 알겠다는 듯 판매직원이 아랫 서랍에서 조그만 스티커 한장을 꺼내 주었다,

 

열흘짜리 8.7 유로 (10,962 원) 

사긴 했지만 사용방법을 물라서, 재차 더 물어보았다, 이 직원이 친절한 인상은 아니였지만 자기 소임은 다 했다,

오늘 날짜에 펀칭을 해주고, 스티커를 떼서 차 앞유리에 붙이라고 내가 이해할 때까지 설명해 주었다,

 

이게 그 문제의 오스트리아 고속도로 통행권. 비넷 (Vignette) 이다.

 

그걸 앞유리에 떠억 붙이니 속이 다 후련했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현주에게 실토하자 잠꼬대처럼 ' 잘했다 ' 고 칭찬해 주었다

 

드디어 말로만 듣던 비엔나에 도착했다. 차가 막히는 시 외곽도로를 시계방향으로 돌아간다.

도시의 동남쪽은 낡은 공장들과 밋밋한 건물, 썰렁한 거리 일색이어서 도무지 비엔나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

Forgotten Detroit ... (잊허진 디트로이트처럼)

 

 

의례껏 네비 길을 한번 놓쳐주고, 더 멀리 빙돌아 어찌어찌 호텔 앞에 도착했다,

 

주차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길 양편에 빈 공간이 많았고, 주말엔 무료주차라는 표지판이 날 더 기쁘게 했다,

현주에게 짐 정리 하라고 시키고 내가 먼저 호텔에 들어가 Check-in 을 했다,

호텔 이름이 기니까 그냥 빈 호텔이라고 해두자.

프런트에선 약간 촐랑대는 청년이 응대를 하고 있었는데 내 예약을 확인하더니 88.2 유로 (116,662 원) 결재를 요구했다,

97.2 유로로 예약한거 같은데... 그 당시엔 ' 도시세를 빼줬나 ? ' 생각했다. 여튼 카드 주고 사인 했다,

 

주차를 물어보니 호텔 내 주차장은 유료라고 한다,

길가에 대도 되냐고 다시 물어보았더니 가능한데 호텔 문앞에 대지 말고 조금 아래에 대라고 한다. 밖으로 나와 짐을 내리고 차를 아래쪽에 대 놨다,

 

로비엔 극동아시아인도 보이고 백인 중년남자들이 건들건들 모여 있기도 하고... 비엔나의 중저가 호텔 이미지가 그려졌다,

배정받은 방은 블록내 반대편 건물에 있었는데 긴 통로로 연결되어 있었다. 장사가 잘 되어 주변 건물까지 매입해 개조했나보다.

통로에서도 한국 청년 두명과 마주처 인사하고 헤어졌다,

 

방은 깨끗했고 냉장고에 시원한 생수까지 두병 서비스로 들어 있어 만족스러웠다

이번 여행중 냉장고 있는 객실은 첨 본거 같았다,

 

넓은 욕실에 욕조도 있어서 뜨거운 물을 받아 몸을 담궜다, 피로가 쫘악 풀린다.

조식은 불포함이지만 가성비는 괜찮은거 같다. 그래서 손님이 많은가 보다. 

 

한참 목욕을 하는데 현주 목소리가 들리고 전화벨 소리도 나고... 목욕을 끝내고 나왔더니 현주가 이야기를 해준다.

' 어떤 남자가 방문을 열고 불쑥 들어왔다가 같이 놀라서 나가고, 프런트에서 확인전화도 와서 자기가 잘 처리했다고 ...'

 

푹 쉬고 저녁을 먹으러 7시 40여분쯤에 로비로 내려왔다

 

촐랑거리는 직원에게 ' 아까 누가 우리 방에 무단으로 들어왔다 ' 고 했더니 ' 자기 실수 '라며 사과했다.

주변에 슈니첼 맛있는 집좀 소개시켜 달라니 지도를 꺼내 'Sperl 이란 식당이 가깝고 괜찮다' 고 표시해 주었다,

 

 

 

 

귀국하여 한달후 카드청구서를 살펴보다 안구 터지는 줄 알았다.

빈 호텔에서 8월 1일에 88.2 와  97.2 두번 돈을 인출해 간 것이었다.

그날 우리 방에 누가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이 이 일과 연관이 있겠단 생각이 퍼뜩 들었다. 내 방에 이중 예약을 받았거나 내 카드가 타인의 방 결재에 잘못 사용됐거나... 진짜 골 빈 놈의 빈 호텔이구만 !

 

신한카드와 부킹닷컴에 이의신청했다,

예전엔 신한카드가 " 신호위반이랍니다 " 라고 까지 아주 상세히 알아봐 주더니 이번엔 내가 해결하고 결과지만 보내면 취소해 주겠단 식이다.

호텔 예약을 대행한 부킹닷컴에 서류를 보내고 몇번 독촉을 한 결과 한달 보름만에 아래와 같은 회신 메일을 받았다,

 

며칠후 집으로 국제우편이 한통 배달됐는데 그 안엔 카드취소 영수증이 동봉되어 있었다

 


그렇게 깔끔하게 해결. 

 

 

 

촐랑이가 알려준 지도를 보며 블럭 안에 식당을 찾아간다.

차라리 걸어가는게 더 쉬웠겠다. 차로 가려니 일방통행 때문에 빙빙 돌아 들어갔다  

 

 

시내 주택가 치곤 주차할 곳도 있고 동네도 차분했다,

 

 

 

창문으로 들여다 보이는 안엔 불이 다 꺼져 있어서 문 닫은 줄 알았는데 코너를 돌아가자 간판불이 켜져 있는 입구가 보였다

 

"  굴라쉬, 최고 !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 최고 ! "

입구에서 식당을 나오는 중년 부부(백인 아저씨와 동양인 아줌마)와 마주쳤는데 아저씨가 우리를 보자 대뜸 추천사를 남발했다.

하긴 백인이 얼큰한 찌개국물맛을 봤으니 그럴만도 하겠다 ㅋㅋ

"  슈니첼은 어때요 ? " 물었더니 이번엔 아줌마까지 거들었다.

고맙다고 악수하고 헤어진 후 입에 침이 잔뜩 괸 채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선 모르겠더니 건물 중정을 분위기 있게 레스토랑으로 꾸며 놓았다,

 

 

 

영어를 잘 하는 중년 웨이터가 영어 메뉴판도 갖다 주었다

 

맥주 (5.5 유로) 와 생수 (1.8 유로)

 

 

굴라쉬 (Goulash) 작은거 (6.4 유로)

 

 

 

슈니첼 (Schnitzel) 은 11.9 유로 였는데

 

수원 남문 왕돈가스집이랑 맛은 비슷한데 가격은 따따블이다

 

오히려 빵 맛이 훌륭했다,

 

그래서 추가 주문(3.1 유로)했더니 다 떨어졌다고 바로 구워 준다고 한다.

잠시후 따뜻한 빵이 한소쿠리 배달됐다

 

 

군청색으로 저물어하는 비엔나 하늘.

포근하고 즐거운 저녁 분위기에 취해 카푸치노 (3.9 유로)까지 한잔 더 시켜 마시며 오래오래 수다를 떨었다

 

다 좋은데 근처 테이블에서 할아버지가 코를 팽 풀고, 담배연기가 스믈스믈 밀려오자 현주가 가자고 한다.

총 32.6 유로 (41,076 원) 계산하고 물 한잔 달래서 마시고 일어났다

 

식당 Karl sperl  주소  karolinengasse 13   1040 wien

 

완전히 어두워진 골목에서 사진을 찍고 차에 타는데 앳띤 청년이 달려오더니 나에게 뭐라고 말을 했다.

우리가 뻥찐 표정을 짓자 그제서야 이방인인걸 알고 서로 웃으며 헤어졌다 

 

과일과 내일 아침거리를 사려고 호텔앞 마트로 나왔는데 모두 문 닫았다

 

' 이왕 나왔으니 비엔나 시내 구경이나 하자 ' 고 밤중에 이너써클 (Inner circle)을 두세바퀴 빙빙 돌고 구시가지 인에도 들어가 보았다

 

 

 

 

 

 

역시 비엔나다, 

수많은 인파와 늦은 밤까지 환히 불 밝힌 레스토랑과 카페, 거리를 꽉 채운 차량들... 19세기 환락의 도시 빠리의 밤이 이랬을까 ?

여튼 우리 취향이 전혀 아닌 것은 확실했다, 

현주가 또 차안에서 잠이 들어있어 조용히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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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리아 여행기에서는 오스트리아의 현대 건축물들을 소개합니다.    archdaily.com/country/aust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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