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1. 13:00ㆍCzech 2015
리히텐슈타인(Liechtenstein)이란 나라가 있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이빨 사이에 낀 시금치처럼 아주 작은 공국이다. 남북으로 25 km, 동서로 6 km 라 서울크기의 1/4밖에 안된다.
이 나라는 왕족 이외에는 빈부차가 거의 없으며 실업과 범죄도 없다 한다. 국가세입은 관광과 우표판매가 주종을 이루며 공구로 유명한 HILTI 회사가 이 나라에 있다.
국왕인 한스 아담스의 조상, 즉 리히텐슈타인 공작 가문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한 왕실이라고 한다.
독일과 체코슬로바키아에 강탈당하고 지금은 손바닥만한 산자락을 차지한 채 살고 있지만 원래는 체코 모라비아 지방과 오스트리아 국토의 상당부분이 이 가문의 영지였다. 지금 향하는 레드니체 (Lednice)성은 그런 리히텐슈타인 가문의 여름별장이었다
♣
오른편은 탁 트인 누런 평야, 왼편의 울창한 숲.
그 사잇길을 한손으로 핸들을 잡고 한손으론 음료수 병나발을 불며 완만히 돌아 나간다.
아름다운 숲길이 끝나자 깔끔한 건물들이 띄엄띄엄 박혀 있는 레드니체 시내에 도착했다. 차 댈 곳을 두리번거리며 성 앞까지 왔는데 잠깐 세워 놓을 만한 틈도 없고 사람들이 엄청 많이 보였다
다시 큰길로 밀려 나왔다.
주말이라 그런건지, 무슨 대회가 열리는지... 걷는 사람보다 자전거 타는 사람이 훨씬 많아 보인다.
아까 시내 들어올때 숲 울타리 옆에 공터를 봐둔터라 얼른 그쪽으로 돌아 가봤다
다행히 딱 한대 댈 공간이 남아 있어 다른 차 뒤에 바짝 붙여댔다. 지나가는 차들이 길 건너 식당겸 유료주차장에 들어가는 것을 보니 좀 찜찜하긴 한데 여기는 주차선도 없는 흙바닥이라 그냥 대도 될거 같다.
마침 유모차를 끌고 나오는 젊은 부부에게 ' 여기 차 대도 되냐 ' 고 물어보았다. 예상대로 그저 웃으며 ' 잘 모르겠다 ' 한다. 하긴 그들이 경찰이 아닌 이상 무슨 확실한 대답을 해 줄수 있겠는가,
여기가 대박 좋은 자리인 것이, 바로 옆에 성의 정원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었다
입구에 매표소가 없는 걸 보니 정원 출입은 무료다. 위치 파악을 위해 지도 앞으로 달려 갔다,
북쪽의 강물줄기를 따서 큰 호수를 만들고 그 안에 16개의 인공섬을 띄어 놓았다. 섬들을 다리로 연결해 징검다리처럼 건너 다닐수 있었다.
섬 사이를 유람선이 유유히 흘러가는 모습은 낭만 그 자체였다,
마침 관광용 유료 마차가 지나 간다. 빈자리가 없어 입맛만 다셨다.
첫 번째 다리 위에서 보이는 풍경은 모네의 그림「수련」이 생각났다
명화속에 현주를 세워놓고 이리저리 사진을 찍고 나오는데
한 가족이 꼬맹이를 돌위에 올려 놓고 사진을 찍고 있다,
' 아 이쁘네 ~'
아이를 조금이라도 더 찍으려는 엄마와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탕발림이 여기까지 들려왔다,
『 Tree near a pond in lednice castle park 』 by Vitali Komarov
<인용사진>
섬안에 나무들의 수령도 나보단 더 들어 보였다
자전거 하이킹을 하던 사람들도 이 산책길에선 내려서 끌고 다닌다
산책로 옆에서 아빠가 아무렇지도 않게 애 소변을 뉘는 모습이 신기했는지 현주가 사진을 찍었다,
나도 그걸 보며 동유럽을 실감했는데... 사실 이 넓은 공원에 제대로 된 화장실이 거의 없다는게 문제였다
지도상에는 별로 안 멀어 보이는데 걸어도 걸어도 끝없는 호숫가,
한낱의 땡볕에 땀이 줄줄 흘렀다,
이건 도보용이 아니라 귀족이 말타고 산책하는 용도임에 틀림없다
사람들이 많은 걸 보니 유명한 관광지이긴 한데 대부분은 주변 나라 사람들이었다.
유일한 동양인인 우리도 그들에게 구경거리가 되었다,
이 풍경이 자연 그대로 인거 같지만 사실은 수목의 종류와 수량뿐만 아니라 식물의 모양, 키, 색등을 고려해 적절히 배치한 인공미라고 한다
17세기엔 베르사유 궁전같은 바로크양식 정원이 유행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점점 그 정교한 형식미에 싫증을 느끼게 되었고 계몽주의 사상과 함께 자유로운 느낌의 영국 풍경식 정원에 18세기를 내주게 되었다.
넓은 풀밭과 언덕,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수로와 연못, 울창한 숲이 영국 풍경식 정원의 특징이다.
그 사조가 여기까지 밀려와 19세기 초엽 리히텐슈타인 公 요한 요세프 1세도 조경사 베른할트 페트리를 시켜 만든게 이 곳이다
벤치에 앉아 쉬고 있으려니 사람들이 지나가며 힐끗힐끗...
이젠 이골이 났다. 많이 봐라.
지금은 흔적만 남은 수도교
정원에 별걸 다 만들어 놓았다.
팬스로 막아놓은 인공 동굴,
사람들이 동굴위에 올라가 있길래 현주에게도 한번 가보라고 했다,
한참을 기다려도 안와서 걱정을 하고 있는데, 마침내 현주가 내려왔다,
보기완 다르게 힘들었다면서, 우리 앞에 걸어 가고 있는 아가씨 이야기를 해준다.
' 풀숲에서 자연스럽게 소변을 보더라 '고 (내가 올라갔어야 했다)
호수 건너편에 사람들이 까마득히 보인다.
카메라로 찍어 놓은 지도를 계속 열어보며 걸었는데 한바퀴 일주하기에는 너무 멀고 지쳤다,
내가 힘들어 보이자 현주도 이제 돌아가자고 한다,
이 레드니체 정원은 유럽에서 가장 크다. 우리가 2시간에 걸쳐 둘러 본 곳이 전체 면적에 1/10도 안될 정도였다,
정원이라고 해서 왔는데 이건 뭐 공원도 아니고 그냥 거대한 숲이었다.
오는 길은 앞만보고 열심히 걸었다. 가져간 물도 어느새 다 마셔 버렸다
거의 다 오자 현주가 차가 걱정됐는지 먼저 나갔다 와서 환한 얼굴로 날 기다려 준다.
옷이 땀에 다 젖었다.
멋있는 성안엔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호수정원만 구경하고 레드니체를 떠난다
네비를 따라가다 성 오른편 담 안쪽에 또 다른 정원을 발견했다, 반듯반듯하고 화려한게 17세기 바로크 양식으로 조성된 정원이었다.
아쉬워서 현주에게 ' 여기서 잠깐 기다려 줄테니 들어가서 구경 할거냐 ' 물었더니 싫다고 해서 그냥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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