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주행가능거리 5 km

2015. 8. 1. 10:56Czech 2015

 

 

 

 

수건을 벤 채 아침까지 그대로 송장이 된 걸 보니 어제 에지간히 피곤했나 보다. 

 

당일 묵을 숙소는 최소 전날 예약해 놨어야 했는데, 어제밤엔 맨붕인 관계로 이제서야 부랴부랴 남은 호텔들을 검색해 본다

오늘은 남쪽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로 들어갈 계획이라 비엔나 소재 숙소들을 찾아 보는데... 물가 비싼줄은 알고 있었지만 역시 !

좋은 건 다 나갔고, 남은 것은 조식 불포함인데도 비싸고 주차도 유료였다. 간신히 중심지를 약간 벗어난 곳에 방을 잡았다.

 

아침을 먹으러 로비에 내려왔다.  

어제 밤늦도록 쿵쿵대며 스텝을 밟던 피로연장이 어느새 조식 레스토랑으로 산뜻하게 개조되어 있었다,

 

볕이 잘 드는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방 번호까진 필요없고 일단 투숙객인건 확인시켜 주고...

 

뎁힌 음식들이 맛있어 과식했다.

 

허겁지겁 배를 채운 후, 오늘 예약한 비엔나 숙소를 네비에 찍으려는데 무료 프로그램이라 검색도 안되고, 지도도 부실하다. 

살짝 불안감이 밀려온다

 

호텔 옆 주차장에선 바이크족들이 부릉부릉 ! 시동을 걸고 또 투어를 시작하고 있다. 니들은 땅덩어리 커서 좋겠다,

 

입가심으로 커피를 마시려고 음식코너에 갔는데 미국식 내린 커피(아메리카노)만 있었다, 사람들도 별말없이 그걸 따라 갔다.

휘 둘러보니 테이블너머에 커피머신이 보인다.

일하는 뚱뚱한 아줌마에게 카푸치노 마실수 있냐고 하니 " Sure ! "  그래서 현주것까지 두잔 달라고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렸다.

자리로 돌아와 기다리니 젊은 여직원이 하얀 거품을 두툼하게 얹은 카푸치노 두잔을 가져 왔다

 

늦게까지 앉아 있다가 나오며 뚱뚱한 아줌마에게 눈을 맞추고 가볍게 목례를 했다,

※ 나중에 다른 호텔에서 똑같이 커피를 주문했다가 Extra charge 라는 걸 알았다능...

 

배가 불러 소화도 시키고 어제 본 연못도 산책할 겸 밖으로 나왔다

 

 

 

잠이 덜께서 얼굴이 부은 우리 모습에 경악해 사진을 찍었는데, 

안에 있던 사람은 얼마나 웃겼을까 ? 생각이 들어 갑자기 창피해졌다

 

 

 

 

 

 

사방팔방 허허벌판에 이 호텔 건물 달랑 하나 서 있었다,


 

남편이 하라는대로 다 하는 ... ㅋㅋ

 

남편에게 복수하는 ...

 

 

 

 

  

 

오늘 컨셉은 촌티다

 

 

정원에서 자알 놀고...방에 와 짐 정리 했다 

체크아웃 1,316 코루나 (65,800 원)  체코의 평균 숙박비는 오스트리아에 반값.


차에 짐 다 싣고 네비를 장착하며 다시 시도해 봐도 현재 위치가 안 잡힌다. 한참 이것저것 눌러보다 포기하고 가로수 길을 지나 정문쯤 오는데 ' 딩동 ! ' 하며 그제서야 네비가 위성신호를 포착했다.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구루마

 

 

이젠 다시는 안 헷갈릴 정류장 벽화를 지나

 

올로모우츠 시내로 들어가 다시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그런데 우리 차선은 텅 비었는데 올로모우츠로 들어가는 상행선은 수백대의 차들이 수 km 에 걸쳐 엄청 막히고 있었다,

여기도 주말엔 행락객들이 쏟아져 나오나 ?  아님 고속도로 초입에 로터리 때문에 차의 흐름이 막힌건가 ?

 

 

그런저런 생각을 하며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는데 갑자기 스맛폰에 Google Map 이 작동하는 것이 아닌가 ?

구글에서 체코지도를 다운받은 적이 없는데도 GPS 만으로 현제 위치가 표시되고 있었다. 너무 신기하고 반가워 현주에게 막 호들갑을 떨었다. 지금껏 'on-the-road' 프로그램 하나에 의지해서 다니느라 고생했는데 이젠 구글맵까지 있으니 세상 두려울 게 없어졌다,

 

2011년까진 이탈리아니 터키니 네비 없이도 구석구석 잘 찾아 다녔다. 2012,13년 호주와 스페인에선 톰톰 네비를 빌려 갔고 2014년엔 스맛폰에 무료 네비어플을 다운받아 썼는데 이제는 뭐 다운 받을 필요도 없이 어디서건 구글이 자동으로 위치를 찾아주고 있다.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기술이 발달하고 있다.

그 사이 동물적인 방향감각도 무뎌지고, 길을 묻느라 현지인들과 이야기할 일도 없고 조악한 톰톰네비를 대여해 짭짤한 수익을 내던 회사도 호시절 끝났고 스맛폰 네비엡 개발 회사도 졸지에 황됐고 지금까지는 구굴이 winner 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뭔가가 가슴속에서 철렁 내려 앉았다,

  

세상밖은 그렇게 치열한데,

동유럽 구석에 이 마을은 마냥 평화롭기만 하다

 

남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자 너른 들판에 프로펠러 비행기와 행글라이더가 몇대 보이더니,

잠시후 수많은 전투기들이 길옆에 쫘악 깔려 있었다

 

 

그 뒤로는 또 엄청 많은 차량과 텐트촌.

뭔 에어쇼가 열리나보다. 체코인들의 주말문화를 살짝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우리 차가 답답했는지, 트레일러까지도 우리를 추월했다. 천천히...

 

프라하에 버금가는 거대 도시 브르노 (Brno)에서 고속도로를 내려왔다

『... 70년에 걸친 공산주의 체제 속에서 관료주의적인 명령에 의해 토지가 분배되다 보니 동유럽에서는 마치 곰보 자국을 보듯이 오래된 공장들이 입지가 좋은 도심 요지를 차지하고 폐허로 변해가는 가운데, 그 외각으로는 스탈린 시대와 흐루시초프 시대, 브레즈네프 시대에 각각 형성된 환형의 주택 단지가 조성되어 있으며, 도심에서 멀어질수록 주택이 점점 더 빽빽해지는 형태를 보여 주고 있다... 』 에두아르도 포터〈모든 것의 가격〉18 p


중심지인지 변두리인지 알수 없는 브르노 시가지에서 잠깐 길을 놓쳤다.

Center라고 쓴 표지판만 등지고 계속 차를 뺏더니 어느새 모라비아의 아름다운 경관이 끝없이 펼쳐졌다.

 

 

 

 

 

 

체코의 시골에선 과거와 현재가 묘하게 공존해 있음을 보게 된다.

농부가 낡은 트랙터에 아들을 태우고 느긋하게 밭일을 나가는 길위에서 비싼 자전거와 장비를 갖춘 도시인이 하이킹을 즐기고 있었다 

 

 

 

 

한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기다렸다는 긋 갑자기 차들이 무리지어 출발한다

 

 

국산차들이 가끔 보인다. 특히 현대차가 많았다, (체코에 현대자동차 생산공장이 있다)

그럴때마다 현주에게 이야기를 해줬는데 어느 집 앞에 주차된 귝산차를 알려주다가 앞차를 박을 뻔했다. 놀라서 그 이후론 국산차가 보여도 따로 이야기를 안해줬다,

 

 

 

결국 계기판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기름 앵꼬...

조금전까지 가벼웠던 차 안 공기가 순식간에 무거운 적막만 흘렀다. 엑셀에 발만 올려놓고 살살 달려도 주유소는 안 보이고 10...5...주행가능거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입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무게를 줄이려면...현주를 길가에 내려 놓고 갈까 ?

 

Oh, Man ~ 

작은 마을 초입에 주유소를 발견했다.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 차를 어르고 달래 중앙선 너머 주유소 앞마당까지 끌고 들어갔다,


얼마나 갈증이 났는지, 한참을 말없이 휘발유만 꿀꺽꿀꺽 삼켰다.

 

실컷 마신게 35.41 리터,  1,151 코루나 (57,550 원)   리터당 32.50 코루나 (1,625 원) 였다

소형차라 많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기름값은 한국보다 비쌌다

 

사무실이 있는 매점에 들어가 화장실부터 찾아갔는데 ... 유료다.

' 설마, 주유 손님은 꽁짜겠지 ' 내 식대로 해석하며 그냥 들어가 시원하게 해결했다,

 

급한거 두가지가 해결되니 그제야 먹을게 눈에 들어 왔다,

 

음료수 한병 24코루나 (1,200 원)  커피 13코루나 (650 원)

역시 유럽 커피는 자판기라도 맛있다.

 

계산 다 하고 의기양양하게 차로 돌아왔다

 

발가벗은 아저씨가 낡은 자동차를 끌고 주유소로 들어오더니 반바지만 입은 채로 나와서 기름을 넣고 있다,

체코에서 이 정도는 뭐 일상다반사라는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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