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무뚝뚝한 이브

2015. 7. 31. 12:00Czech 2015

 

 

 

 

현주의 학예발표회를 마치고 주차장쪽으로 나오다, 쌍둥이 첨탑의 노란 성당을 발견했다.,

 

체코어로는 Kostel Nalezeni svateho Krize 라는 긴 이름을 가진 Piarist church 였다.

 

귀여운 여자애가 엄마 사진을 찍어주려는데, 사람들이 그 사이를 무심히 지나갔다

 

몇번의 허탕후 드디어 성공했는지... 엄마한테 신나게 뛰어가는 아이.

 

 

교회 안엔 관광객들만 간간히 들락거리고 조용했다

 

제단과 조각상은 번쩍번쩍한데 천정과 벽은 그림하나 없이 수수했다 

 

 

 

교회 입구 2층에 파이프 오르간

 

전형적인 유럽의 성당이라고 생각하며 둘러 보는데 제단앞에 뭔가 이상한게 있었다,

깨끗한 경면(유리거울)같은 판넬들이 깔려 있고, 그 정중앙에 매끈한 삼각주가 천정에서부터 수직으로 매달려 있었다

 

지극히 고전적이고 엄숙한 예배당 안에 모더니즘의 극치인 초현실주의 미술작품이라...

그게 아님 지하 관정뚜껑인가 ? 

입을 헤~ 벌린 채 한참을 올려다 보았다,

 

 

저런 걸 보면 유럽은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프랑스나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동유럽의 조그만 마을에도 고성과 저택, 성당들이 없는 곳이 없고, 내부엔 또 귀한 보물들로 꽉꽉 차 있다.

터키나 튀니지 같은 아랍국가들, 캄보디아 등의 동남아나라들도 조상에게 물려받은 문화유산은 유럽에 결코 뒤지지 않지만 지대로 보존도 못하고 당장 단물만 빼 먹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유럽인들은 훼손된 문화유산을 열심히 복원하고 신기술과도 끊임없이 접목시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있었다. 나라가 잘 살고 못 살고의 문제가 아니라 의식수준이 다른거 같다. 

  

 

 


교회를 나와 나는 계단에 앉아 있고

  

현주는 성벽 아래 벤치에 앉아 있다

 

 

 

 

 

 

 

 

햇볕을 피해 그늘로만 다니다가 슬슬 출발한다. 현주 모자를 쓰고 코를 벌름거리며...

 

 

외벽색과 그림이 인상적인 펍.

 

펍 사거리에서 다시 아까 본 광장으로 차를 돌렸다

여기가 리토미슬의 중심지, 스메타나 광장이다.

 

베드르지흐 스메타나 (Badrich Smetana) 

체코 민족음악의 창시자이며 보헤미아 민족주의 작곡가. 

1824년 리토미슬에서 태어난 걸 기념으로 광장 북쪽에 그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광장 남쪽엔 또 이런 멋진 기념비가 !

 

광장 어느 집 창문엔 ...왓슨의 DNA 나선과, 나뭇잎 빤스를 걸친 아담과 이브가 붙어 있었다.

 

광장 주변에 상점들이 다 영업중이고 주차할 곳도 넉넉했다.

 

 

 

프라하는 약간 쌀쌀했는데 여긴 더웠다. 

길거리에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핣고 다니길래

 

어디서 샀나 보니 한 카페 앞에 아이스크림 냉장고를 내놓고 불티나게 팔고 있었다,

 

맛있어 보이는걸 하나 고른 후 열심히 종업원을 부르는데 콧배기도 안 보인다

잠시 후 아줌마가 서 있는 날 발견하고 오더니... 띵 ! 벨을 눌러야 한다고 알려준다

 

콘 하나 10 코루나 (500 원)

 

 

잔돈을 주고 받을때도 눈 한번 안 마주치고 무표정... 부르카를 뒤집어 쓴 아랍여자보다 더 무뚝뚝했다.

 

현주가 옆 과일가게에서 내가 좋아하는 복숭아를 발견했다.

 

과일상자에 BROSKVE 5개 35 (1.750 원)라고 가격표가 붙어 있다.

외국에 나오면 싼 과일이 젤 반가워 한 뭉탱이 샀다

 

아이스크림 옆 칸은 빵집이었다

 

 

빵을 보니 점심은 가볍게 여기서 해결 하기로 ...

 

보리개떡(진짜 보리개떡 맛이다)과 케익 한조각 커피 한잔.  72코루나 (3,600 원)

 

이 정도로도 훌륭한 점심이 되었다,

 

미리 미리 2층 화장실 (역시 깨끗)도 다녀오고,

광장 벤치에 앉아 햇살 가득한 광장을 감상한다,

 

 

 

 

파란 하늘에 구름처럼

오후가 무심히 흘러간다.

 

서럽게 아름다운 인생의 한 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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