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30. 17:00ㆍCzech 2015
흐루시체(Hrusice)에서 쿠트나호라(Kutna hora) 로...
조그만 마을에 온 ' 놀이동산 '
아직은 더워서 노는 아이는 안 보이지만 저녁때 되면 반짝반짝 불이 들어오고 칙칙 폭폭 ! 소리도 나겠지.
미소를 지으며 지나간다.
요제프 라다의 이 그림이 연상되는
동네 옆 호수
체코에선 흔한 교회의 종루와 첨탑
울창한 숲을 벗어나자,
완만한 구릉을 넘나들고,
파도치는 밀밭을 돌아 나가고,
작은 마을들을 통과하는 .. 아름다운 풍경이 파노라마로 이어졌다.
추수가 끝난 밀밭에서 사슴 두마리가 태연하게 뛰어 다니고 있었다.
들판 한가운데에 갑자기 큰 마을이 나타났다, 쿠트나호라였다,
여유로운 국도만 달리다가, 네비가 시내 한가운데로 끌고 가는 바람에 혼이 쏙 빠졌다. 길 건너는 행인에 놀라 급 브레이크도 밟고 ...
U kata 호텔은 번화가를 약간 벗어나서 대로 안쪽 골목에 있었다,
골목에 차를 대고 레스토랑이라고 써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실내는 불이 꺼져 껌껌하고 아무도 없다,
약간 불안한 맘으로 복도를 따라 들어가자 넓은 식당홀로 나왔다.
종업원이 우리를 데리고 ㄷ자로 돌아 호텔 프런트 앞에 데려다 주었다
어설픈거 같은데 막상 또 확실한 Booking.com 의 예약 시스템
예약을 무사히 확인한 후, 저녁때 시내 나갈건데 주차할 곳을 물었더니 지도를 꺼내 친절히 표시해 주는 직원.
열쇠 두개의 용도까지 설명 듣느라 체크인이 길어졌다.
오른쪽 하단 빨간 12번 아래에 X표시가 U KATA 숙소
<클릭하면 확대됨>
1층, 긴 복도를 지나 맨끝이 우리 방이다.
천정도 높고 넓어서 답답함은 없었는데 가구가 약간 촌스런 느낌. 뭐 44유로 짜리 방이니 그러려니 했다
창문부터 활짝 열었다
안마당에 넓은 주치장이 있었다
가만히 보니 우리가 들어온 곳은 뒷문이었고 대로에서 바로 들어오는 정문이 있었다는걸 이제 알았다,
샤워하고, 빨래 해 널어 놓는 동안 (여행오면 빨래는 각자 하는 게 어느 순간 불문율이 되어 있었다)
현주는 기다리며 체조 운동하고,
같이 침대에 누워 스맛폰으로 내일 숙소 검색하고 ... 그렇게 쉬다가 5시쯤 나왔다
◆
뚱뚱한 할머니가 유모차를 의지삼아 걸어오고...
아직도 배가 덜 부른지 아저씨가 식당 메뉴판을 처다보고
한눈 팔던 강아지가 쫑쫑걸음으로 할머니를 쫓아가는 골목 풍경.
시내를 빙 돌아 쿠트나호라의 주인공을 찾아간다.
성당의 특이한 지붕이 멀리서도 눈에 팍 들어왔다
성당 담 옆에 도착했는데 네비는 계속 좁은 샛길로 내려가라고 한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현주한테 ' 내려서 가보라' 고 했다.
성당 옆 주택가 모퉁이에 성모상,
현주가 한참만에 올라오더니 차가 못 가는 곳이라고 한다.
주차위반 딱지 같은건 전혀 걱정할 필요없는 외진 곳에 차를 대고 뚫린 담 사이로 들어갔다,
성 바르보라 성당 (Chram sv Barbory)
1388년에 짓기 시작했는데 건축가가 여럿 바뀌고, 도시가 쇠락해서 경제 원조가 줄어들고, 건축 양식이 고딕에서 바로크로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더니 최근에서야 공사가 끝이 났다. 무려 600 년동안 지은 성당인데도 지붕을 무슨 텐트처럼 만들어 놔 경건함보다는 경박함이 느껴졌다
파리의 노틀담성당과 비교할 정도는 못 되지만 이 성당의 벽날개 (플라잉 버트레스 Flying Buttless)도 상당히 웅정했다,
육백년동안 날개만 다듬었나 ?
네비가 가라는대로 갔으면 저 아래에 보이는 좁은 돌길에 낑길 뻔했다,
동네주민들의 평화로운 일상
쿠트나호라의 시내전경
성당 옆 비탈엔 포도밭이 있었다. 이 지방의 와인도 유명하다고 한다.
학생들이 자전거를 여기저기 널부려 놓고 왁지지껄했다
성당 옆 육중한 문으로 들어가자 바로 옆 부스에서 입장료를 받고 있었는데 성인이 85코루나 (4,250 원)나 했다,
혹시나 해서 장애인 할인을 물어보니 40 코루나라고 한다, 합해서 125 코루나 (6,250 원) 결재
성당 여기저기에 수많은 천사들이 그려져 있지만, 입장료를 알아서 깎아주는 천사는 없었다.
난 입장료 받는 종교시설은 더 이상 종교가 아니라 상업시설이라고 생각한다.
믿음이 있건 없건, 주민이건 외지인이건 자유롭게 들어와 신을 만날 기회를 주어야 하는게 맞지 않나 ?
이건 뭐 9세기부터 15세기까지 참으로 질기게도 유지됐던 중세의 면죄부와 모가 다른지...
표 파는 아줌마가 우리 국적을 묻더니 한글이 씌여진 화일 한장을 골라줬다
왼쪽부터 구경하라고 해서 처음 만난 성녀 바르보라
광산의 수호신인 그녀의 이름을 따서 이 성당을 지었다.
' 스테인드 글라스가 이리 이쁠수가 ! ' 했다 가까이서 보니 유리에 직접 그린 것이었다
원래는 색유리를 구워 한조각 한조각 아연으로 끼워 맞춰 만들었는데 차차 유리면에 그려지는 필화로 바뀌면서 중세 말기부터 근대에 이르는 동안 본래의 미를 서서히 잃게 되었다
천사와 신들로 가득 채워졌어야 할 천정엔 후원금을 낸 (지금으로 따지면) 로터리클럽과 지역유지들의 표식이 따개비처럼 붙어 있었다.
보면 볼수록 맘에 안드는 성당.
어딘가 알폰소 무하의 그림 스타일 같기도 하고...
1700년경 만들어진 광부조각상.
한손엔 등불, 한 손엔 곡갱이, 허리에 찬 검은 벨트는 갱도 내려갈때 쓰는 루프. 그렇다, 쿠트나 호라는 광산도시다
위층에 뭘 전시해 놨다는데 입구에서 아름다운 아가씨가 돈통을 앞에 놓고 또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미모에 넋이 나가 지갑을 열려다가 현주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동양인들도 간간히 보였다,
쿠트나호라는 프라하에서 당일치기로 갔다 올 거리라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다.
예전에 은화의 도시 아니랄까봐 동전들이 수북히 쌓여 있다,
뭘 저렇게 고해성사할게 많은지...
1490 년대에 만들어진 오리지널 성가대. 자리마다 문양이 약간씩 다르다
성당을 한바퀴 돌아보고 미련없이 나왔다.
완공됐다곤 하는데, 아직은 뭔가 좀 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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