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29. 21:00ㆍCzech 2015
자꾸만 멀어지는 현주를 다급하게 불러 들였다.
육교 바닥엔 널빤지가 깔려 있다. 그 틈으로 지팡이가 빠질까봐 조심조심 걷느라 비를 더 맞았다. 휴게소엔 피난 온 사람들로 바글바글해서 우린 바로 주차장으로 내달았다. 차에 타자 마자 간신히 참았다는 듯 폭우가 쏟아졌다
밖에선 차를 곰보 만들 작정으로 비가 소란스러운데, 차 안에 들어 앉아 히터를 틀고 수건으로 빗물을 닦아냈다
'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 ? ' 프라하 맛집 가이드북을 뒤적이며 현주에게 물어 보았다, 이 책 아주 요긴하게 쓰고 있다.
메뉴를 정하고 네비에 시내 식당을 입력하고 출발,
왔던 길을 다시 복기하듯 돌아 나온다
비에 젖은 숲길을 차 한대가 획 지나간다.
숲속에서 사슴 한마리가 지나가는 우리 차를 바라 보고 있었다.
' 내가 이 숲의 주인이다 ! ' 라는듯 당당하게 서서.
숲을 빠져 나와 넓은 밀밭이 사이를 달린다
현주가 추울까봐 히터를 틀면 바로 유리창에 김이 서렸다. 김서림 제거 에어컨을 틀면 또 춥고... 1분 간격으로 그러다 고속도로 진입로도 놓쳐 버렸다.
프라하로 들어오는 고속도로에서는 안전을 위해 어쩔수 없이 에어컨을 틀어야 했다.
그랬더니 현주가 말은 안해도 많이 추웠나보다. 방한복을 하나 사 입어야 겠다고 한다.
마침 시 외곽에 독일계 마켓인 리들 (LiDL) 안내판이 보여서 식당은 잠깐 미루고 옆길로 핸들을 돌렸다,
<클릭하면 확대됨>
500 m 쯤 들어가자 좌측에 마켓이 보였다. 깜빡이를 켜고 신호를 기다리는데 한 싸이클이 다 돌아도 좌회전 신호를 안 주는 것이다.
뒷차가 나 때문에 못 가고 있길래 어리둥절한 채 직진해서 다리를 건너 U-turn 으로 마켓에 들어왔다.
비보호 좌회전인지는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경적을 안 울려서 미안하고 고마웠다,
입구 가깝게 차를 대고 얼른 마켓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각자 취향대로 흩어지기 !
식품코너 귀퉁이에서 앳된 청년이 작은 탁자를 갖다 놓고 서 있다. 사람들이 지나가며 집어 먹길래 가 보니 접시ㅜ하나에 -바게트빵위에 햄을 얹은- 카나페(Canape)가 달랑 4개 올려져 있었다. 수줍은 듯 말없이 서 있다가 하나 없어지면 탁자 안에서 손을 꼼지막거리며 하나 만들어 올려 놓고 ... 별로 청결해 보이진 않았지만 무안할까봐 하나 집어 먹고 인사하고 지나갔다.
옷가지들을 조금 팔긴 했지만 현주가 원하는 게 없었다.
현주를 데리고 그 시식코너를 다시 갔다. 청년이 카나페를 만들며 우리에게 어디서 왔냐고 어렵게 물었다. ' korea'라고 해도 모르고 ' samsung, LG' 는 아냐고 물어봐도 전혀 몰라 서로 더 뻘쭘해졌다.
빵코너 시식대에 아가씨가 인형같이 이뻐 몇개 집어 먹고 빵도 한 덩어리 샀다. 초코렛 코너로 갔더니 빵코너 아가씨가 어느새 달려와 초컬릿도 시식해 보라고 또 서 있는 것이다. 고급 초코릿 꽁짜로 몇개 줏어 먹었다. 동양인이 신기했는지 아가씨 눈이 계속 우리를 쫓고 있다.
옷 사러 왔다 빵만 사 갖고 간다. 28 코루나 (1,400원)
비닐봉투값을 따로 받길래 놀래서 얼른 내려 놓았다.
식당을 찾는 과정이 무척 힘들었다,
차보다 네비가 느려 갈림길을 착각하기도 하고, 출구를 놓치기도 하고, 똑같은 길을 몇번이나 빙빙 돌다가 간신히 찾았는데... 주변 일대 건물들이 싹 헐린 것이 아닌가, 역사적 가치가 있는 구시가만 빼고 변두리에는 재개발이 한창이었다
재개발지구내의 개성있는 현대식 건물들
힘이 팽긴채 차를 한적한 곳에 세우고 저녁메뉴를 다시 정했다.
원래는 따땃한 스프와 푸짐한 저녁을 먹고 싶었는데, 검증 안된 음식점을 또 찾아 헤매기엔 서로가 너무 지쳤다
사진속에 커피향에 취해 현주랑 만장일치로 다음 목적지를 MONOLOK 으로 찍었다,
어제 저녁먹은 곳과 MONOLOK 이 다 프라하 2구역에 있어 가는 길이 눈에 익었다,
마침내 비가 그치고 붉은 노을에 비친 프라하가 눈부시게 반짝거렸다.
이번엔 아주 쉽게 찾았다,
역시 조용한 주택가라 식당앞에 주차할 자리도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종업원에게 주차를 물어보니 아가씨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설명해 주었다.
이 카페 첫 느낌이 좋다.
두 아가씨가 손발이 척척 맞아 연신 들고나는 손님을 처리하고 있다
천정에 늘어뜨린 반짝이는 광섬유보다 더 빠르게 ...
맛집 가이드북에 이 카페를 설명할때 ' 모자 쓰고 담배피는 노인들보다 젊은 블로거나 외국인들을 더 많이 보게 될 거라' 더니 확실히 그랬다,
중년이상이나 가족들은 안 보이고 젊은 여자들이 주요 손님들이었다. 1구역에 있는 구닥다리 카페랑은 노는 물이 다르다 이거지.
프라하의 21세기 카페답게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반짝거리는 광섬유를 다발로 휘둘러서 모던했다. 저 아까운 광섬유를 통신케이블로 썼다면 진정한 21세기 카페라고 인정해줄텐데, Wi-Fi는 느려터져 ... 여튼 내 취향은 아니였다,
현주는 아쌈 (Assam) 홍차를
난 수제버거랑 콜라를 주문했는데 비쥬얼에 비해 맛은 별로였다
수다의 재미에 푹 빠진 프라하의 젊은 세대들 속에서 우리도 9시까지 쉬고 나왔다
모두 279 코루나 (13,950 원)
Monolok을 검색해보니 많은 사람들이 방문 사진을 찍어 올렸다,
프라하의 Hot place 이긴 한가보다
시간은 벌써 9시를 넘겨 마음이 조급한데, 거리는 이제야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호텔로 돌아오며, 현주가 골아 떨어졌나 ? 옆을 살짝살짝 살피는데 눈만 말똥말똥하다. 시차를 거뜬히 이겨내고 있었다
내가 대신 졸리기 시작해 핸들을 더 꽉 쥐었다,
오늘 달린 거리
<클릭하면 확대됨>
너무 피곤해 졸면서 일기 쓰고 이불속에 들어가자마자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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