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29. 10:00ㆍCzech 2015
새벽부터 자는 것도 아니고 깬 것도 아닌... 시차때문에 영육이 분리된채 체코에서의 첫 아침을 맞았다
동지도 옆에서 뒤척이길래 어두컴컴한 방의 동쪽 창문을 활짝 열었다,
녹청색의 빛과 시원한 호수 바람과 거기에 실려 새 지저귐까지 한꺼번에 방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어제 본 프라하 맛집책에 이 호텔 레스토랑도 소개되어 있어서 조식이 기대된다.
8시 되자마자 머리에 까치집을 이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활기차게 ' Good morning ' 을 외치며 여직원의 안내에 따라 식당으로 들여서는 순간 강한 임팩트가 느껴졌다
지금까지 보아온 식당하고는 전혀 다른 인테리어.
벽지부터 가구까지 온통 Red 계열로 도배되었다.
일부러 벽지도 만져 보고 문고리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소재가 고급스러웠다, 유럽의 고성 (Chateau) 이미지 그 자체다,
과감한 인테리어를 구현 할 수 있는 체코의 환경이 부럽기까지 하다.
이번에 한의원 내부공사를 하며 처음의 구상을 포기하는 법을 배웠다. 벽지 종류도 적고 그것마저도 생산이 중단되어 남은 걸 전국으로 수배해야 했다. 주물이나 경첩도 기성품을 조금만 벗어나면 부르는게 값이라 왠만한 결심 아니곤 엄두를 못 냈다. 몰개성 획일화가 한국에선 정답이었다,
자칫 식당 분위기가 어둡고 무거워 보일수도 있었는데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옆이 야외정원이라 눈부신 아침햇살이 고스란히 들어오고 있었다.
숙박비가 비싼 만큼 음식종류가 다양하고 식재료를 좋은 것으로 쓴게 보였다
아침을 먹으러 투숙객들이 속속 내려 오는데 우리보다 더 젊은 사람들이 안 보여 조금 의아스럽다.
음식을 담고 있는데도 밀어 부치듯 옆에 바싹 붙는게 좀 부담스러운거 빼곤 다들 점잖았다
나이가 드니 식성도 변하고 있다.
40 여년간 날 키웠던 양념맛, 볶음, 뜨겁고 얼큰한 국물위주인 한국 식단이 싫어지고 달고 시원하고 부드러운 양식이 좋다.
육계장, 짬뽕은 돈 주곤 안 사먹고 콘프레이크, 햄버거를 더 많이 먹고 있다. 그렇다는 것이다.
무거운 배를 받쳐 들고 정원으로 산책을 나왔다
영국 프랑스처럼 요란스럽게 꾸며 놓은 정원이 아니라 거의 자연 그대로의 뒷마당이라 더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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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이슬이 마른 잔디위를 갑자기 구르고 싶어졌다.
지금 안해보면 언제 하냐 싶어 누가 보건말건 풀밭에 벌러덩 누워 봤다
호숫가로 해서 호텔 앞쪽으로 나왔다.
아침부터 외벽 페인트공사가 한창이다,
잘 사는 나라였으면 처음부터 돌로 지었겠지만, 나름 또 이렇게 칠해 놓으니 산뜻하고 새련된 맛이 있다
여기까지 와서 옛사랑을 만나다니...
날씬한 독일 아가씨가 우리 렌터카 옆에서 내리는데 타고 온 차가 하필 CLK350 cabriolet 가 아닌가.
휠만 같았음 2년전 떠나보낸 현주 차라고 할 정도로 색깔과 연식과 탑루프까지 똑같았다. 두 동양인이 안 가고 서서 자기 차를 애정어린 눈으로 처다보는걸 눈치 챈 독일 아가씨가 갑자기 우쭐해졌다.
현주의 원망이 또 쏟아졌다, ' 내 허락도 없이 차를 파냐 ? '
방으로 돌아와 샤워하고, 비상식량 한 자루 챙겨 나왔다
♠
첫 목적지는 스트라호프 수도원 (Strahovsky klaster)
수도원 안에 도서관이 아름답고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프라하 전경이 일품이라고 한다.
넓은 광장에 도착했는데 입구를 못 찾아 약간 버벅댔더니 대형 관광버스들이 뒤에서 크락션을 울려댔다. 과감히 U턴을 일삼으며 언덕길을 찾아 올라왔다.
. 수도원 정문엔 쇠말뚝을 박아 놓고 관계 차량만 인터폰으로 확인해 열어 주고 있었다
다행히 정문 앞에 차량 몇대가 주차해 있고 빈자리도 있길래 일단 차를 대고 내려서 살펴보았다. 티켓 뽑는 곳도 없고 좀 찜찜하다. 마침 픽업 차량이 옆에 와 짐을 부리길래 여기 차를 대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역시 체코말로 친절히 설명을 하지만 뭐라는진 모르겠고 몸짓과 표정으로는 ' 넌 안돼 ' 라고 하는거 같았다. 고지가 바로 앞인데 그냥 돌아가야 하는가 ...
일단 현주를 다시 태우고 수도원 담 옆 길을 따라 들어갔다. 숲속애 대 놓고 올 요량으로.
수도원 뒤엔 조그만 호텔이 있고 숲으로 더 들어갈수록 울창해졌다. 차를 대고 올 거리는 이미 지나버렸고 수도원은 잊은채 숲의 정취에 취해 마냥 차를 몰았다
<클릭하면 확대됨>
마침내 길이 끝나며 차를 돌려 나가는 로터리가 나왔다. 한적한 길 옆에 차를 세우고 아이스크림 노점상 아저씨에게 여기 주차해도 되냐고 물어봤다.
" NO ! "
단 한마디가 얼마나 무뚝뚝하고 퉁명스러운지 우리가 그 아저씨 집 앞마당에 잘못 들어온 줄 알았다.
관광객들을 태운 클래식 카가 한바퀴 돌아 나가고 있다
숲속엔 넓은 정원이 만들어져 있고 안쪽에 둥근 돔을 씌운 천문대가 있는걸 보니 여기가 페트르진 (Petrinska) 공원인가 보다
시내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온 관광객들이 꽤 보였다
난 차를 지키고 있을테니 현주만 한바퀴 둘러보고 오라고 했다,
특별히 볼거 없는 정원,
현주를 다시 태우고 수도원으로 돌아 나온다.
내려오다 숲길에서 세그웨이를 타고 일렬로 이동하는 젊은 백인 관광객들을 만났다. 나도 저거 타고 싶당~
정문앞 고 자리에 다시 차를 세워놓고 기념품점 아가씨에게 가서 주차를 물어보았다,
' 경찰이 수시로 와서 딱지 뗄 수 있으니 저 아래 광장에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는게 좋겠다 ' 고 유창한 영어로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광장 옆 공용주차장은 널널했다.
주차박스에 일단 50 코루나 (2,500원) 동전을 넣자 11:09 -> 12:49 찍힌 표가 나왔다.
한시간 반이면 충분할 거 같아 열심히 수도원쪽으로 걸어 올라오다보니 주변에 주차비 안 내고 차 세울만한 곳이 그제야 눈에 띄었다,
현주가 차 안에 놓고 온 가방이 불안하다고 키를 달래 돌아갔고 난 수도원 정문 안에 도착해 기다렸다
잠시후 현주 도착. 드디어 스트라호프 수도원에 들어 왔다.
너른 안마당을 중심으로 고만고만한 흰 건물들이 빙 둘러 싸고 있는데 ...아뿔싸. 도서관이 어느 건물인지 알수가 없다.
마침 단체관광객들이 들어 온다. 그들만 따라가면 되겠다 싶어 기다렸는데 가이드 설명이 끝난후 -자유시간이라고- 각자 사방팔방 흩어지는게 아닌가.
갈팡질팡하는 중에 저쪽에서 잘 생긴 동양청년 두명이 걸어 나오는게 보였다. 한국말이 들렸다,
반가워서 도서관을 물어보니 무슨 예식장 건물같은걸 알려주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 근데 막상 보니 별거 아니더라구요. 사진 찍으려면... 얼마더라...돈 더 내야 돼요 ! "
결혼식 전 신부 얼굴을 미리 본 것처럼 약간 맥이 빠진채 도서관으로 향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옆이 매표소인데 진한 월넛무늬로 온통 도배를 해서 어두컴컴했다.
입장료는 인당 100 코루나. 사진찍으려면 카메라당 50 코루나 추가.
그냥 입장료 (만원)만 끊고 들어갔다. 인터넷에 더 훌륭한 사진이 많으니까.
중간 계단에서 쉬면서 오기로 사진 한방
드디어 수도원의 하이라이트. 도서관의「철학의 방」에 도착했다.
내부 입장은 못하게 막아놓고 문만 열어놔서 줄 선 사람들 등만 바라보며 기다렸다,
멋지긴 멋졌다,
모짜르트의 <아마데우스>, 007 본드시리즈의 <카지노 로얄>, 조니뎁의 <프롬헬>등 수많은 영화에 배경이 될 만하다 싶다,
10 여초가 지나자 뒷사람 눈치가 보여 제대로 감상할 여유가 없다. 딱 그 정도로 감상 끝.,
<인용사진>
한 남자가 얼른 사진을 찍었는데 그 순간 어디선가 할아버지가 나타나 가슴에 노란 원형스티커를 붙였는지 확인했다. 안 붙어 있자 그 자리에서 벌금조로 촬영비 50 코루나를 현찰로 뜯어갔다, 사복을 입고 있었기에 일반 관광객인줄 알았지 감시원이란 생각은 꿈에도 못했다. 입구에서 50코루나로 사진권을 사면 노란 스티커를 붙여줬나보다. 셔터를 누르기전까진 아무 경고도 없다가 꼭 사진을 찍은 후에 돈을 뜯어가니 사람들이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2,500 원짜리 사진,
질려서 그 자리를 벗어나 복도 끝으로 가자 이번엔「신학의 방」이 나타났다,
여기도 안으로 못 들어가게 빨간 줄로 막아놓고 할머니 감시원이 사람들 카메라만 처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서가 안에 10 여명의 사람들이 여기저기 편하게 앉아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출입과 카메라 촬영을 제한 하는 것이 귀한 고서적의 훼손을 막아보겠다는 뜻인줄 알았는데 관광객들 주머니를 더 털려는 속셈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18유로를 내면 저렇게 도서관 내부를 관람할 수 있다)
뒤에서 한 아줌마가 " 참 예쁘죠 " 하는데도 내 눈엔 도서관보다 빨간 줄 넘어 VIP 들만 보였다
<인용사진>
쭈욱 꽂혀 있는 성경필사본이니 철학,천문학등의 고서적이라는 것들도 실눈을 뜨고 자세히 보니 사실 거의 다 가짜였다. 책모양을 찍어 끼워놓은 마분지였다,
중이 고기맛을 알면 절간의 빈대도 안 남는다던데 수도사들이 돈맛을 들이면 이렇게 변하는구나. 하긴 13세기에 벌써 수도원 안에 양조장 (Klasterni pivovar)을 만들어 놓았다고 했을때 알아 봤다. 수도원, 성당에서 성배를 핑게로 손바닥만한 비탈을 일궈 포도밭을 가꾸는건 애교로 봐줬지만 이건 아니다,
더 있고 싶지 않아 대충 보고 내려왔다.
1층 정문에선 속속 들어오는 관광객들을 할머니 할아버지 직원들이 점심시간이라고 돌려 보내고 있었다,
♠
안마당으로 나와 현주를 세워놓고 셔터의 한을 원없이 풀었다
수도원 동쪽담에 뚫린 문이 있길래 나가 보았다
언덕길을 내려가자 점점 전망이 좋아졌다,
프라하의 붉은색 물결이 파도치고 있었다
현주가 풍경 찍는 척 하며 수도사를 ...
찍은 사진
ㅋㅋ 한장 건졌다,
전망좋은 이 언덕이 그나마 꽁짜라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혀가 돌아간거 보니 흥분했구만
수도원 구경이 끝났다. 양조장이나 다른 곳은 안 들리고 쥐구멍 같은 통로를 빠져 나오자 주차해 놓은 광장으로 연결됐다.
남은 시간 현주는 거리 구경
난 차로 돌아와 다음 갈 곳을 네비에 열심히 찍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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