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누구 오줌발이 더 쎈가

2015. 7. 29. 14:00Czech 2015

 

 

 

 

차가 있을때 블타바 (Vltava)강 서안을 다 돌아볼 요량으로 다음 목적지는 프라하성으로 정했다

정문은, 차를 세우는 순간 모든 단속카메라의 집중 포화를 맞을게 뻔하고, 성 뒤쪽에 차를 댈 곳이 있다고 하니 일단 그리로 향했다,

왕궁 정원담을 따라 가는 도로는 한적했다.

성방향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섰다. 아마 프라하성 북쪽 후문인가 보다. 철문을 통과하는 순간 경찰들이 조용히 ' 나가시라 '고 해서 고대로 돌려  나왔다, 프라하성에 대통령 집무실도 있다더니 경계가 삼엄하다. 조금 더 내려가자 정원수들 사이로 난 작은 틈바구니가 보인다. 얼른 차머리부터 들이 밀고보니 크랄로브스카 정원 조용한 산책길에 막무가내로 들이닥친 셈이다. 누가 볼새라 얼른 후진해 나왔다

 

깨끗히 단념하고 Hair-pin 커브를 돌고 돌아 흐라드차니 (Hradcany) 언덕을 내려왔다,

지리도 익힐 겸 이 골목 저 골목 쏘다니다 모퉁이에서 카프카박물관 (Franz Kafka museum)을 발견했다.

이럴때만 소형차의 장점을 살려 벽에 바짝 붙이고 얼른 박물관 마당으로 들어갔다,

 

K 글자는 카프카의 이니셜

 

여행 전에 카프카의 소설을 일부러 찾아 읽어봤더니, 오히려 거금 200코루나를 내고 박물관을 들어가 볼 정도의 매력적인 인물은 아니란 결론에 도달했다. 좋게 말하면 창의력 쩌는 사람이고 나쁘게 말하면 싸이코라는 생각만 들었다.

평생을 외롭게 산 카프카는 친구인 막스 브로트에게 자신의 작품을 태워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41세에 폐결핵으로 죽는다. 그러나 브로트는 친구와의 약속을 안 지키고 작품들을 출판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실존문학의 선구자답게 죽을때까지 세상을 회의적인 눈으로 봤고 그게 맞았다.

 

우리의 관심은 정작 앞마당에 있었다. 

현주가 황당하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을까 ?   

 

요 두 남자가 거시기를 잡고 서로 오줌발 시합을 하고 있었는데 정작 깨는건, 아랫도리가 슬슬 통째로 움직이더라능...

훌라후프를 돌리는 허리와 디스크 걸린 허리의 중간정도의 속도는 엄청 관능적이다. 그 속도를 잡아냈다는게 예술이었다,

관능을 알기엔 너무 어린 아그들은 지린내나는 오줌을 찍어대고...


달거리를 시작한 아가씨들은 대놓고 본능적인 궁금증을 해소하고 있었다. 

첨.. 보냐 ~  (이주일 버전)

 

「 인간의 심오한 내면을 비춰 보여주는 듯한 이 작품은 불확실한 현대인의 삶을 다룬 카프카의 작품과 닮았다 」 -화자미상-


이 두 X마니를 만든건 다비드 체르니 (David Cerny) 라는 체코출신의 세계적인 설치미술가인데 나랑 동갑이라 왠지 더 친근감이 들었다.

기회되면 프라하에 흩어져 있는 그의 작품들을 돌아보려고 몇 개 조사해 놓았다.

 

  

남자들도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고 싶어했지만 그 누구도 자기 거시기를 잡고 찍을 용기있는 자가 없었다, 나 포함...

  

주차가 불안해 대충 몇장 찍고 나와 차를 빼서 동네 깊숙히 더 들어가 보았다,

거리 구경에 넋을 빼놓고 카를교 밑을 지나가자 갑자기 넓고 환한 광장이 나타났다, 차들은 안 보이고 파라솔과 관광객들만 있길래 얼른 돌려 나오려는 찰나 ... 저쪽에서 호루라기를 불며 자전거 한대가 다가왔다.  POLICE 다.

 

차를 멈추고 창문을 열자

"  여기는 차가 들어 올 수 없는 곳이다. 운전면허증 내놔라 "

"  저.. 없는데요. 호텔에 두고 왔는데...외국인인데 길을 잃었어요 "

"  외국인도 운전중엔 면허증과 여권을 소지해야 한다 "

"  저기 ...프라하성을 찾는데 네비가 안되서 ... "

내가 스맛폰 핑게를 대자 경찰이 차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보더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아무말 없이 굳은 표정으로 허리에 찬 가죽가방에서 서류를 뒤적거리는 것이 아닌가. 

아 ~ 젖됐다 ! 

자포자기 하고 있는데 ... 조그만 명함같은 걸 꺼내더니 나에게 건네주며 잡자기 " Present ! " 라 하는게 아닌가.

조그맣게 접힌 프라하 시내 지도였다. 고맙다고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도망치듯 얼른 섬을 빠져 나왔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곳이 깜빠(Kampa) 섬이었다,

  

구시가 쪽으로 넘어오는 다리가 많이 막혀서 그걸 못 참고 중앙선을 넘어 넓은 광장 근처에 주차했다.

차가 잘 보이는 가까운 벤치에 얼른 자리를 잡았다. 언덕위에 프라하성을 바라보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점심이나 먹자고 싸온 것들을 풀어 놓고 떼우고 있는데, 벤치 뒤 풀밭에 앉아 있던 두 아가씨가 나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케논 DSLR 이었다. 가로로 한장 세로로 한장 찍어 주고 왔더니 등뒤에서 아가씨들의 감탄사가 연신 터졌다,

혼자 왔음 두 아가씨 찍사나 해주며 같이 다닐 수도 있는데...

 

 

하이에나 같이 생긴 못생긴 개 한마리가 아줌마를 끌고 촐랑대며 우리 쪽으로 뛰어 왔다.

아줌마가 개 끈을 우리 벤치 팔걸이에 척 걸어놓고 ' 개 좀 봐줘요 '고 하더니 사과나무로 향했다

 

허리를 구부려 땅바닥에 떨어진 과일을 줍고 있다. 가난한 동유럽이란 생각에 좀 안타깝게 보였다, 

그런데 아줌마가 과일을 가져와 개에게 주는 것이었다. 개가 그걸 걸신들린 것처럼 우걱우걱 깨물어 삼키더니 더 달라고 낑낑댔다.  

"  개가 사과도 먹어요 ? " 현주가 놀라서 물어보았다.

"  딱 하나만 줘요 "  촐싹대는 개를 앞세우고 아줌마가 제 갈길을 간다,

 

수많은 관광객들과 주차와 경찰에... 질려버린 현주와 나.

밴치에 계속 앉아 있으려니 슬슬 추워지는데 오후시간은 아직도 터무니없이 많이 남아 있다.

어디를 갈까 궁리하다 프라하 외곽의 크지보클랏 고성(Hrad Krivoklat)이 생각났다.

' 따뜻한 커피 사 줄테니 가자 ' 고 현주를 일으켜 세웠다.

 

언덕을 다시 올라 프라하 북서쪽 변두리 동네를 지나간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네 사람들

 

 

프라하를 벗어나 심심한 고속도로를 30 여분 달리다 국도로 빠져 나왔다,

 

고급스런 전원주택 단지인 라니(Lany)에 오른편으로 돌아 숲으로 들어갔다

 

 

 

몇 사람이 들판을 가로질러 어딘가로 가고 있다.

꼭 산티아고를 찾아가는 순례자들처럼...

 

 

 

그러다 만난 아말린 (Amalin) 마을.

우리가 상상했던 동유럽의 가난한 모습의 전형을 여기서 보는거 같아 맘이 편해졌다

 

마을을 관통하던 찻길은 큰 나무앞에서 급하게 꺾여 내려가고 그 나무 아래 차가 몇대 세워져 있었다,

이런 시골은 주차단속도 없을테니 안심하고 차를 세운 후

 

붉은 가판대를 내 놓은 동네 식당이 하나 있었다.

대문으로 들어가자 안마당 파라솔에 가족 손님들이 있고 우린 추워서 실내에 자리를 잡았다.

 

약간 어두침침한 식당 안에는 손님이 없었는데 시골 식당치곤 상당히 깨끗했다

수더분하게 생긴 아줌마가 우리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말은 안 통하지만 잘 해주고 싶어 하는 맘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일단 따뜻한 스프를 시키고

 

 

일반 빵 (5코루나) 하나와 튀긴 빵 (5코루나)을 시켜봤는데 잠시후 나온 비쥬얼을 보고 현주가 황당해 했다.

아직도 기름이 자글자글하고 딱딱했지만... 맛은 음~ Pretty Good !

 

현주가 화장실에 다녀오더니 재밌다는 듯 이야기를 한다

꼬마가 화장실 문을 벌컥 열어서 놀랬는데 나와보니 엄마한테 디지게 혼나고 있더라고...

 

추워하는 현주 주려고 특별히 따뜻한 카페라떼를 한잔 주문했는데, 이렇게 훌륭한 커피가 나왔다.

왠만한 바리스타가 울고 갈 정도의 체코커피

 

아줌마가 야외 테이블로 나갔다 오더니 밖에 비온다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알려주었다,

하지만 우린 이미 따뜻한 환대와 고열량의 튀긴 빵과 훌륭한 커피로 충분히 데워져 있었다.

 

남자웨이터에게 크지보클랏 성 위치를 물어 본 후,

스프 30 코루나씩, 빵 하나에 5 코루나씩, 커피 55코루나 총 130 코루나 (총 6,500원)를 계산하고 나왔다.

 

나와보니 비는 다행히 멈췄는데 하늘은 아직도 을씨년스러웠다

 

컨디션이 한결 나아진 현주와 길 아래 마트에 들렸다

창고인지 공장인지 헷갈리는 Coop 마트 외관.  누추한 행색의 한 남자가 깡통을 옆에 놓고 힘없이 앉아 있다.

 

마을회관 문 같은 육중한 나무문을 밀고 들어가자 내부는 제법 상품구색이 갖춰져 있었다.

캐셔와 동네 사람들이 친밀한 일상의 대화를 나누다 이방인인 우리를 힐끗 처다 보았다  


 

생수와 초코릿,자두를 한봉지 사고도 101 코루나 (5,050원),

식당도 마트도 물가 진짜 부담없다 !

 

장 본걸 차에 싣고 동네 안쪽으로 더 들어가 보았다. 유럽의 시골은 어디든 불시에 방문해도 참 깨끗하다.

 

 

동네 성당

 

지붕이 실눈을 뜨고 낯선 외지인을 감시하고 있다.

공포영화 ' Hostel ' 이 연상되어 순간 오싹해졌다

 

담장위에 개 한마리가 우리를 보더니 좋아 어쩔줄 모르고 꼬리를 흔들며 계속 따라다닌다

 

 

 

 

이내 작은 마을을 나와 산을 내려오는데 숲속에 뜸금없이 육교가 나타났다

 

그 밑 우둘두둘한 벨지움로드를 내려가자 우측에 갑자기 크지보클랏 성이 나타났다

 

또 다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주차할 곳을 찾아 성 아랫동네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육교 근처까지 올라오니 거기가 휴게소였다

주차장 아저씨가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주차비 50 코루나 (2,500원)를 받아갔다

이 성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어쩔수 없이 건너야 하는 육교였구나. 우리도 뜸금없이 숲속 육교를 건넌다

 

 

호젓한 산길을 한참 내려가자 

 

빨간 원뿔모자를 쓰고 우리를 반기는 성.

 

12세기에 축조되어 중세 고딕양식이 돋보이는 크지보클랏이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다.

 

 

아말린과 고성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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