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너무 쉬운 인생목표

2015. 7. 27. 23:30Czech 2015

 

 

 

 

은재와 경재는 엄마,아빠 여행가는 날로 휴무일을 맞춰 놓았다

경재는 공항까지 모셔다 드린다고 하고, 은재와 짱이는 배웅보단 공항에서 노는 거에 더 들떠 있는 ... 그런 모든 바램들을 뿌리치고 수원에서 저녁을 함께 먹는 걸로 정리했다. 고심끝에 정한 메뉴는 최근 은재랑 먹었던 낚지볶음과 수제비, 식당에 도착해 주차할 곳을 찾다보니 동네를 한바퀴 둘아 다시 제자리다. 경재가 눈치 빠르게 자기가 주차하고 오겠다고 해서 난 차에서 바로 내려 쏙 들어오니 그리 편할 수가 없다.

 

온 가족이 모인 외식도 오래간만이다. 

 

 

경재는 듬직하게 묵묵히 잘 먹고

 

은재는 매운 양념 더 넣어 쓱쓱 비비고 

 

짱이는 수제비에 파전까지 주는대로 다 먹고

난 애들 먹는 것만 봐도 배 부르고 

 

현주는 또 순간포착에 딱 걸리고

 

초저녁 밥을 든든하게 먹고, 호텔 캐슬 옆 공항버스 정류장에 도착.

 

' 그만 가라 ' 고 해도 애들이 지들 눈으로 엄마 아빠가 수원을 벗어나는 걸 봐야 안심(?)이 되는지 끝까지 지키고 있다

 

평일이라 승객이 없어 온 가족이 버스안에 들어왔다. 이대로 다 함께 가면 좋은데...  

 

헤어지기 싫어 계속 버스안에서 놀다가

 

출발시간이 가까워오자 어쩔수 없이 애들이 돌아간다

 

' 앞으로 이십여일을 지들끼리 잘 있을라나 ? ...'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모성,

 

퇴근무렵의 복잡한 시내를 벗어나 버스가 고속도로를 달린다.

차안에서 서로 열심히 수다를 떨어보지만, 날이 저물자 쓸쓸한 기분이 들어 시나브로 말수가 적어졌다  

 

송도 하늘에 음습한 해무가 덮치고 있다.  고층건물 꼭데기는 지우개로 지운듯 흐릿해졌다,

' 고층사는 사람들 관절 아프단 소리좀 나오겠네 ...'        

 

각자의 취향을 너무 고려한 나머지 라디오까지 꺼버린 버스가 적막한 안개속을 달린다., 

지평선 끝에서 차가운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의례적인 보딩패스 수속을 끝내고 현주는 화장실, 난 카운터 끝 벤치에 잠깐 앉아 대기하고 있었다.

아까 창구를 안내하던 Emirates 항공 여직원이 다가오더니

"  마침 좌석 여유가 있어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 해드리겠습니다. 항공권 좀 주시겠어요 ? "

 

이게 왠 횡재냐 싶어 냉큼 표를 꺼내 주었다. 현주건 지금 없다고 하니 자기가 확인해서 가져 오겠다고 한다

잠시후 돌아와 표 두장을 건네주고 갔다, 거듭 거듭 머리를 조아렸다

실감이 안나 표를 찬찬히 살펴 보았다.  표 맨 위에 고딕체로 큼지막하게 박혀 있는 BUSINESS 글자

 

지난번 튀니지 갈때 비즈니스 탔다고 자랑을 했더니 현주가 자기도 나중에 비즈니스 꼭 태워 달라고 했다, 그땐 알았다고 얼버무리고 말았는데 그 소망이, 인생의 목표가 얼떨결에 너무 쉽게 이루어져 버렸다,

' 목표가 꼭 어려울 필요있나 ?  암~ '

 

잠시후 현주가 왔길래 표를 살짝 바꿔 치기 했다.

가는 내내 내가 실실 웃기만 하자 현주가 왜 그러냐고 궁금해 하다가 입국심사대까지 와서야 눈치를 챘다.

"  내가 너 태워줄려고 돈좀 썼지 ~ "

했더니 ' 어디서 약을 팔어 ` ' 하는 표정이다. 

 

현주가 아이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 아빠 각선미에 스튜어디스들이 뻑갔다」 

그리고 나에게 이렇게 협박했다

"  다음부턴 공항 올 때마다 이 반바지 입고 와 "

비즈니스석에 눈이 뒤집혀 이젠 앵벌이까지 시키는 구만,   

110 gate에서 11시에 만나자고 약속하고 현주는 면세품 구경가고, 난 ASINA Lounge로 올라왔다.


서가처럼 꾸민 실내.

 

 

음식은 Sky Hub Lounge 가 낫고, 직원 서비스나 분위기는 여기가 더 럭셔리한거 같다,

 

식당칸에서 시끄러운 대화소리가 신경 쓰여 구석 자리로 옮겨 조금 쉬다가 나왔다

  

시간 맞춰 게이트로 갔더니 현주가 멀리서 날 보고 달려와 지청구를 날렸다,

날 찾아 주변을 세바퀴나 돌았다는 것이다, 서로 약속에 오해가 있었나보다.

 

드디어 A380 탑승  2층 비즈니스 좌석에 앉아봤다

 

 

 

개인 bar에는 무료 음료수가 가득 쟁여져 있고

 

웰컴 샴페인에 ...


포장 벗긴 견과류 한웅큼 

 

스튜어디스가 나눠주는 선물가방도 남녀 구분이 있었다. 난 면도용품 현주는 화장품과 향수.

 

그리고 한밤중의 시작된 만찬

전채요리부터

 

 

메인요리

 

 

디저트까지 풀코스

 

 

먹었으니 이제 자라고 승무원들이 자리를 봐줘서, 두 다리 쭉 뻗고 단잠을 잤다. 

 

수많은 볼거리들

 

눈 떠보니 또 턱 밑에 갖다 바친 아침식탁

 

 

현주의 감탄이 이어졌다,

시간가는줄 모르고 즐기다보니 아쉽게도 벌써 두바이다,


 

그 좋은 비즈니스를 타도 머리 헝클어지는건 어쩔수 없나보다

 

 

몇시간 동안 안 움직이고 주는대로 먹다보니 브릿지를 걸어 나오는데 온몸의 관절들이 뚝뚝 다시 맞춰졌다.

마침 복도에 유모차가 하나 있길래 배낭을 싣고 가니 훨씬 수월했다,

 

B 터미널까지 지하철로 이동.

식권 (meal voucher)주는 곳을 찾아가 현주에게 받아오라 시켰더니 " 안 먹고 만다 ! " 고 배짱을 부렸다.

할 수없이 내가 줄을 섰는데 카운터 여직원이 ' 식권 받을 분들은 15분 후에 오라 ' 고 하는 바람에 빈손으로 돌아왔다.

' 정식코스까지 얻어 먹었는데 무료배식쯤이야... ' 여유를 부리며 현주에게 그냥 가자고 했다,

 

두바이 공항을 4번이나 와 봤다고 이제 이동루트가 대충 훤하다.

지나가는 전동카트를 세워 타고 C46 게이트 간다고 했더니 B 터미널 끝까지 데려다 주며 C 터미널은 직접 가야 한다고 친절히 안내해 주었다. A,B,C 터미널간 이동은 전동차로는 안되나보다. 여기까지 편히 온 것만으로도 감사.

 

C 터미널에 도착했다,

 

현주 한쪽 눈에만 조명이 교묘하게 eye-shadow 를 칠해놨다,

 

시간이 많이 남길래 무료식권 주는 곳을 찾아가 봤는데 인포메이션 직원이 여기 C 터미널에선 식권 나눠주는 곳이 없다고 한다,

식권만 있음 공짜로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눈앞에 즐비한데... 

 

  

깨끗하게 포기하고 우리 게이트를 찾아왔다.  C46

화학가스에 취한 사람들처럼 모두 널부러져 잠들어 있었다.  아직은 이른 새벽이다,

 

 

배낭 무게도 줄이고 무료배식 못 먹은 스트레스도 풀 겸, 기내에서 싸온 견과류와 음료수와 초코렛을 꺼내 마구마구 먹어댔다,

고작 배낭에서 배속으로 위치이동만 한 셈이지만...

 

 

시간이 지나자 체코 프라하로 가려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불어나 주변이 웅성거렸다. 

수많은 나라 사람들과 인종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인으로선 도저히 소화 못할 패션들. 시스루 옷, 낑겨 입은 옷, 개성있는 옷. 나도 당당하게 그들속에 눈요깃거리가 되어 주었다.

 

게이트가 열리고 수백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꾸역꾸역 이동한 곳은 고작 유리창 너머 옆 칸.

차디찬 벤치에 한참 앉아 있다 또 줄을 서서 복도쪽으로 나갔다,  우린 최대한 뭉기적 거리다 줄 끝을 따라갔다,

긴 경사로를 몇번이나 돌아 내려갔는데 역시나 ... 눈앞엔 브릿지가 아닌 셔틀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연이 가득 찬 통로를 뛰어 경비가 지정해주는 셔틀버스로 달려가 간신히 손잡이를 잡고 서 있었다, 잠시후 버스가 서서히 청사를 빠져나와 공항 활주로 외곽도로를 달려간다. 아침인데도 에어컨은 달달거리고 유리창엔 진한 썬팅이 되어 햇볕을 막아주고 있었다. 

 

20 여분후 활주로 바닥에 탑승객들을 내려놓았다. 거대한 비행기 동체가 머리위 하늘을 가리고 서 있다

스텝카 난간을 잡았다가 얼른 손을 땠다 잘 달궈진 주물팬 손잡이처럼 뜨겁다, 같은 에미레이트 항공인데도 한국이나 영국노선은 브릿지를 사용하고 튀니지나 체코노선은 이렇게 노골적으로 차별해도 되는건가 ?

 

 

 

 

몇번이나 타 봤다고 이미 비즈니스 좌석에 익숙한 눈이 이코노미를 보자 숨이 턱 막혔다,

예전엔 이 정도는 아니였는데... 이코노미 수준이 낮아진 건지 내 수준이 높아진 건지   

폐쇄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는데 누가 내 등받이를 심하게 차는 것이 아닌가. 뒤를 돌아보니 10살쯤 되보이는 아랍여자애가 지랄발광을 하고 있었다. 비행기 첨 타 보니 ? 좋게 주의를 줬다,

한 1분이나 지났을까 ?  이번엔 더 심하게 좌석에 충격이 가해졌다. 내 몸이 덜컹할 정도로.

화를 못 참고 순간젹으로 몸을 돌려 인상을 쓰며

"  의자 차지 마라 !! "  한국말을 내뱉었다.

통로 건너편에 앉아 있던 애 아빠가 놀라서 내 팔을 잡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스튜어디스들은 넋을 놓은채 승객들 주문을 건성으로 듣고 있고, 안전벨트 같은건 검사도 안하고 좌석은 좁고 시끄럽고 ...

그냥 자포자기 하고 있으니 조금씩 적응이 되었다

 

3열 남자들 열댓명이 계속 술을 달래서 마시며 웃고 떠들고 ... 축구 응원가는 홀리건 인줄 알았다,

그 중 한 남자가 백인 꼬맹이에게 귀엽다고 동전을 주었고 애 엄마도 굳이 말리지 않았다. 외국인들도 그런 문화가 있다는 게 신기하다.

 

그럭저럭 6시간이 지나 비행기가 드디어 체코영공에 들어왔다,

현주 옆자리 아저씨가 열심히 프라하 상공을 찍고 있다

 

 

  

기내지와 남은 음식을 가방에 쑤셔 넣었더니 지퍼가 터질 지경이다.

  

 

 

 

※  이번 여행기에서는 체코의 현대 건축물을 한두개씩 소개하려고 한다. 

     출처 : archdaily.com/country/czech-republic

 

 

 

 

'Czech 20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4> 누구 오줌발이 더 쎈가  (0) 2015.07.29
3> 술맛, 돈맛에 빠진 수도원  (0) 2015.07.29
2> 흑미밥에 문어 한조각  (0) 2015.07.28
intro> 사진전 : 아름다운 체코의 성  (0) 2015.07.26
결혼식 없는 신혼여행   (0) 2015.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