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3. 12:00ㆍTunisia 2015
거리 소음에 6시반쯤 깼다가 다시 잠이 들었는데, 꿈결같은 꿈을 꾸다 눈을 떠보니 8시.
꿈과 현실사이의 간극을 묶느라 한참을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 있었다.
오늘은 식당에 아침 먹으러 내려온 투숙객들이 좀 있다.
역시 나만 빵 두개. 미운 놈 떡하나 더 준다더니 ...혹시 ?
그른데...그른데...왠 동양인 젊은 커플이 보이는게 아닌가. 김치찌개속에 돼지고기보다 더 반가워 푼수없이 그쪽 자리로 갔다,
" 혹시 어느 나라에서 ? "
" 홍콩 ! "
생긴 건 완전 한국인 같더니만. 난 좀 실망했는데 그쪽은 어제 튀니지 도착해 이제 막 28일간의 여행을 시작하느라 궁금증이 많았다. 대화가 길어지자 여자애가 내 먹던 아침상을 아예 자기네 테이블로 옮겨 왔다.
루아지 설명을 할때는 정확한 현지인 발음을 위해 식당 아저씨도 불러 들였다
어느 정도 브리핑을 끝내고 나는 휴게소로 와서 카톡으로 수원집에 안부를 물었다
경재는 운전면허 합격해서 최고의 생일날이 되었고 현주는 안산까지 경재를 데려다 주느라 초죽음이 되어 연락도 안된다
방에 와 면도하고
짐을 하나하나 닦아서 최종적으로 싸놓고
쓰레기는 쓰레기 대로 모으고... 10시반이 되자 TV가 자동으로 꺼져 버렸다.
이제 방을, 튀니스를, 튀니지를 또 다른 여행자에게 비워 줘야 할 시간이 됐다,
최종적으로 방을 한번 쭈욱 훑어보고 문 잠그고 나왔다. 마침 복도에서 청소하는 남자를 만나 키를 넘겨 주고 아래로 내려왔다
내쫓듯 매일매일 비가 오더니, 얄밉게도 간다니까 화창하게 개었다,
식당 아저씨에겐 작별인사를 꼭 하고 싶었다.
그때까지도 이름을 몰라, 적어 달라니 넵킨에 Said 라고 간단하게 써 줬다.
말이 안 통해 서로에 대해 많은 걸 알 순 없었지만, 애정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고마워요, Said 아저씨 !
호텔 밖으로 나왔다. 백인 젊은 처자가 큰 배낭을 짊어지고 호텔 문 앞에 서 있다,
둘이 서로의 배낭을 바라보며 " Bon Voyage ! " 여행자끼리의 주기도문 덕담을 나누고 길을 나섰다
이 골목 터줏대감 고양이에게도 인사하고
어제 양고기 식당앞을 지나가는데 청년이 고기 굽다 말고 아침인사를 한다
또 먹고 싶지만 그랬다간 비행내내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냄새가 옷에 배서 민폐일거 같아 입맛만 다셨다
거리에서 만나는 모든 튀니지인에게 마음속의 작별을 고했다.
정직하고 친절한 사람들... Bye !
프랑스문까지 나왔다.
마침 승객이 내리는 택시에 올라 탔다.
공항가자니 산뜻하게 미터기 누르고 출발
오늘도 거리엔 경찰과 군인들이 깔려 있다
사진 찍었다고 나에게 휘바람을 불었던 군인도 그 자리에 나사못처럼 박혀 있었다
철조망 안에 이븐 할둔 동상 앞에선 방송 촬영이 한창이다.
국립극장앞을 지나
하나호텔 앞 거리에서도 방송국에서 시민 인터뷰를 따고 있고
아프리카 호텔도 안녕
또 경찰
경비가 삼엄한 관공서
차량통제를 하고 있는 관공서 옆길
운전수가 ' 담배 피워도 돼요 ? " 묻길래 OK 했더니. 사진 찍으라고 담배갑을 대시보드위에 올려 놓는다,
시계탑 로터리를 지나
공항방향으로 차가 크게 돌아 나간다
부서진지 오래되어 보이는 사이드미러.
운전수와 슈코다 (SKODA)차 이야기를 하며 공항으로 달려가고 있다.
비행기가 구름 한점 없는 창공을 향해 막 이륙하고 있다
나도 조금 있다가 저기에 몸을 싣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온다.
드디어 튀니스 공항에 도착했다.
택시비는 4.75 dinar (2,850 원) 잔돈도 바가지 없이 정확하게 돌려 받았다.
짐 보안대 통과 후 청사안으로 들어갔다
왼편 환전창구에 사람들이 줄 서 있어서 나도 한 줄에 섰다. 한참만에 내 차례가 됐는데 나에게 뭐라 하며 옆 창구로 가라는 거다. 영문도 모르고 하라는대로 또 한참을 줄서서 기다렸다.
내 뒤에 여자가 앞으로 나오더니 부스안에 직원에게 뭘 가리키며 물어보았다. 거기엔 CLOSE 라는 글자판이 있었다. 이기이~ 또 내 앞에서 점심시간이라고 close 하는거 아냐 ? 불안해졌다. 다행히 내 차례가 되었다.
실컷 전국을 여행하고도 돈이 남았다. 빳빳한 10 dinar 짜리 지폐 10장과 동전 1.76 dinar 을 주고 여권과 ATM 출금표를 같이 제시했다,
내 추측상 여기는 튀니지돈→외화 환전하는 출국자용 부스고,
아까 줄 서 있던 곳은 외화→ 튀니지돈 환전하는 입국자용 부스인거 같다, 한국처럼 한 부스에서 다 처리하면 탑승객들이 편할텐데, 이 나라는 지들 업무 편한 위주다.
여튼 튀니지돈은 국외로 갖고 나가봤자 휴지만도 못하니까 악착같이 바꿔야 한다
긴장된 시간이 흐른 후 유로화 45 ∈와, 남은 튀니지 동전 2.15 을 내주었다
돈과 서류를 챙겨 나오는데 젊은 남자가 아는 체를 한다.
나를 토저르 (Tozeur) 기념품점에서 봤다고 어쩌구 저쩌구... 자기는 지금 크로아티아로 휴가를 떠나려는 중이라 했다. 세상 참 좁다
환전도 다 했겠다 한숨 돌리려 근처 카페를 찾아갔다
여종업원에게 동전을 다 보여주며 이것으로 뭘 마실 수 있냐고 물어보니 작은 생수밖엔 안된단다
달라고 했더니 직접 계산대로 가서 주문하라고 알려 주었다
물 한병 2.1 dinar (1,260 원) 샀더니 수중엔 0.05 dinar (30 원) 동전 한닢 남았다.
기념으로 간직하라는 건가 ? 절묘하군 절묘해 !
앉아서 물 마시고 정리하고 있으니 옆 테이블에서 볼펜좀 빌려 달라고 하고
앞 테이블에 중년여자는 담배를 한개피 꺼내 보여주며 뭐라고 한다. 피워도 된다고 허락해 줬더니 ...그게 아니라 라이타좀 빌려 달라는 거였다.
불만 없어요
한참 앉아서 정신을 좀 차린 후 드디어 보딩패스를 받으러 갔다
크지 않은 공항이라 발권하는 곳이 두 라인만 있었다. 한 라인은 지금 turkish 항공 발권이라 패스하고 좀 더 걸어 다음 라인으로 갔는데 거기도 같은 turkish 발권창구라고 써 있었다. 약 두시간 후면 이륙인데 아직도 창구가 열리지 않았다니 ... 터키항공 여직원에게 물어보았다. 옆에 남자랑 이야기 하더니 처음 본 라인으로 가라고 한다. 다시 처음 라인에 와서 e-ticket 을 보여주며 물어보았다. 자기들도 모르겠다고 카페쪽으로 가보란다.
낭패다
어디서 보딩패스를 받는거지 ? 여기말고 또 다른 청사가 있나 ? 마침 환전했던 방향에 i- 부스가 보였다
귀찮은듯 의자 등받이에 기대고 있는 직원에게 종이를 내밀며 물어보았더니 청천벽력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 cancel 됐다. 내일 간다 "
내가 난감해하자 저쪽으로 직진해 돌아가란다.
밖으로 ?
아니, 저쪽 안으로 !
환전창구를 지나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오른편에 내가 탈 에미레이트 항공사 사무실이 보였다
문 밖에선 젊은 아랍 커플과 양복 입은 직원이 이야기중 이었다.
내가 당황한 얼굴빛으로 다가가자 내 종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가 확인하더니, 비행기가 캔슬됐다. 내일 출발한다고 같은 말을 한다
" 그럼 우짜라고 ? "
" 여기 튀니지에 아는 사람 없냐 ? "
" 없다 ! "
밖에 한참 세워놓고 왔다갔다 하길래, 금방 해결될거 같지 않아 앉을 곳을 물어보니 사무실 안으로 들어 오란다
사무실 안에선 빨간 에미레이트 항공사 유니폼을 입은 여자 네명 -보딩패스 창구 직원인듯-이 모여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고 남자직원 두명이 여기저기 전화하고 돈을 세고 바쁘게 일을 보고 있다. 그 돈 나에게 아무리 많이 줘도 환전도 못하는 휴지조각이란 생각밖에 안 들었다
한참 있다가 남자 직원이 와서 말했다
" 호텔을 제공하겠다 "
" 나 돈도 없고 어떻게 왔다갔다 하냐 ? "
" 식사도 교통편도 다 제공하겠다. Simple 하다 "
그 간단하는 말에 야마가 확 돌았다. 손님의 귀중한 시간은 어찌되건 지들은 먹여주고 재워주면 되는거 아니냔 무책임에 열이 뻗쳤다
야 이 개씨8, 젖같은 새X 야 !
" 넌 단순하냐 ? 난 복잡하다. 난 호텔 안가고 여기 공항 바닥에서 자도 된다, 그렇지만 난 지금 가야된다. 가서 할 일이 많다 "
막 대드니까 여직원들도 놀라서 처다보고, 남자 직원도 당황했다. 그제서야 이 놈 입에서 " 미안하다 " 는 소리가 나왔다
지금 밖에서 운전수가 우리를 태우고 가려고 기다린다, 어쩔거냐 ? 해서 투덜대며 배낭을 둘러매고 따라 나섰다
청사 밖에 미니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에는 무슨 무슨 레지던스라는 글자가 찍혀 있었다.
남자직원이 기사에게 신병을 인도하길래 한마디 해줬다
" 너.내.일.보.자 "
젊은 커플과 나만 태우고 버스가 출발했다
공항을 빠져 나온 버스는 길가에서 직원 한명을 태우더니 시내가 아닌 카르타고 방향으로 한참을 달려간다
길 양편으론 다국적기업의 사무실과 간판들이 즐비한 신시가지를 통과하고 있다.
수십번 비행기를 타봤지만 이렇게 비행편이 취소 되는 경우는 머리 털나고 첨이다.
가진 거라곤 츄리닝 바람 주머니에 30원이 전부인데 하루를 더 어떻게 타국에서 보낼 수 있을까 ?
한국에 가족들은 또 얼마나 기다리고 있을까 ? Wi-Fi 로 얼른 연락을 해야 되는데...
무비자 체류기간이 오늘까진데 내일 출국때 불법체류로 걸리는거 아냐 ?
멍 ~~
넋만 출국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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