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노란눈 검은고양이

2015. 2. 2. 18:20Tunisia 2015

 

 

 

 

2시쯤 다시 거리로 나왔다.

정처없이 일없이 북쪽으로 올라가다 반갑게도 할 일을 발견했다.

어제 문 닫아서 못 간 식당이 지금 영업을 하고 있었다. 바깥에 진열장만 보면 정육점 같기도 했지만 안쪽엔 식탁 테이블이 몇 개 있기에 자신 있게 들어갔다.

 

문 바로 뒤 테이블에선 젊은 남녀가 구운 양고기를 뜯고 있다.

주인 아줌마에게 나도 저거 달라고 그 접시를 손짓했다. 그런데 아줌마가 못 알아듣는다. 대충 눈치껏 해주면 좋은데 너무 신중하시다,

" Lamb,  음메~. 모통, 보통 ... "  영어, 의성어, 불어, 착오... 별 소리를 다 해도 말이 안통하는데 다행히 직원중 젊은 애가 알아듣고 아줌마에게 전해 주었다.

 

아줌마가 안쪽 자리로 안내했다.

포장해 가려고 서서 기다리던 남자손님이 오더니 나에게 불어로 뭐라 한다. 영어로 말해 달라니

“ 200g "

어느 정돈지 감은 안 잡히지만 얼떨결에 ” yes "

 

빵과 샐러드가 먼저 나왔는데 고기 먹으려고 손도 안댔다. 그 사이 다른 테이블에 음식이 나오고 포장손님들도 속속 찾아가고... 고기 굽는 직원은 얼른 익으라고 화로에 부채질하고, 그럴때마다 양고기 굽는 냄새와 연기가 온 식당안에 퍼져 내 위장을 쥐어 짰다.

 

혹시라도 고기 한점 떨어지는 요행을 바라며 검은 고양이가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다

 

드디어 내것도 나왔다.

지난번 두즈 (douz)에서 먹은 것과 비교도 안되게 두툼한 살이 붙어 있고 적당히 익어 육즙향이 흘러 나왔다.

여행내내 그토록 원했던 양괴기를 오늘 실컷 먹는구나. 뼈까지 꼼꼼히 뜯고 핥아 먹었다.

 

검은 고양이가 냄새를 맡고 와 의자에 몸을 비비길래 조금 떼어 주었다.

한번 맛을 보더니 또 달라고 앙앙거린다.

 

고양이가 양고기 맛의 황홀지경에 빠져 있는 사이 잽싸게 섹시한 힙라인에 손을 댔더니 첨 당하는 추행에 흠짓 놀라 순간 몸을 활처럼 휘고 털을 바짝 곤두세웠다. 얼른 고기를 또 떼어 입막음을 한 다음 이번엔 목 주변을 살살 긁어 주었다. 잠시후 자기 몸을 온전히 나에게 맡겨 버렸다.

 

배도 부르고 음료수는 나가서 마시려고 그냥 일어났다. 양고기 바비큐 10 dinar (6,000원)

 

한결 행복해진 발걸음으로 프랑스문쪽으로 나왔다. 인파가 많은 거리 안쪽 골목에 담배장사가 앉아 있다.

입담배, 봉지담배도 보였다. '식후연초 불노장생' 이라 까치담배를 하나 0.5 dinar (300원) 달래서 벽에 기대 넉살좋게 담배를 빨고 있으니 지나가며 힐끗거리는 사람들의 표정이 한결같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 저것도 여기 와 폐인다 됐구만, 쯧쯧 !!  ’

 

짱이 선물로 뭘 사줄까 하며 펜던트점에 이름 새긴거 구경하고 광장으로 나와

 

간이식당에서 후리까세만 하나 사먹었다 0.6 dinar (360원)

 

 

souk 골목으로 들어갔다가 사람들이 너무 많아 다시 나왔다.

노천카페에서 차나 한잔 할까 ? 고민하는데 웨이터가 서빙하며 나오다, 앉으라고 자리를 안내하며 korea 최고라고 한다.

“ 쥬스 !  모모 있어 ? ”

“ 오렌지, 사과, 바나나 ... ”

“ 바나나.  얼만데 ? ”

“ 5 dinar "

" 비싸네. 그냥 차로 줘 “

“ 3/4컵, 1/2컵 ? ”

주문하는게 복잡하고 자릿값도 비싸 그냥 일어났다.

 

 

광장 북쪽길로 올라가니 거긴 완전 현지인 분위기다.

가방과 츄리닝, 식재료등.  카리스마 있는 마네킹.

 

한가한 골목안으로 들어갔다.

양복을 빼 입은 남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고 정치인 사진 현수막이 창문에 걸려 있고... 무슨 정당 사무실 같았다

 

골목에 차가 들어오자 자기 땅인 양 빈자리에 주차 봐주고 푼돈이라도 뜯는 거리의 남자.

 

다시 대로로 나오자 정신이 없다

 

행인들이 무채색의 겨울옷을 단단히 여매고 있다. 한달전의 튀니스보다 더 기온이 떨어진 거 같다.

분홍색의 봄잠바에 알록달록한 두건에 니트모자의 튀는 복장, 가난한 배낭여행자, 장애인, 극동아시안... 이 거리에서 내가 상당히 이질적인 존재란 생각이 불연듯 들었다. 여행이 끝나가는 이제야 나와 주변 환경의 조화를 의식하게 되다니...지금까지 참 겁없이 다녔구나

 

좀 세련된 카페에 들어가 오렌지 쥬스 2.5 dinar (1,500원) 하나 시켜놓고 거리쪽 의자에 앉았다

 

담배연기가 솔솔 풍겨 온다. 아까 모녀가 들어와 건너편 테이블에 앉던데 뒤돌아보니 딸이 엄마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잠시후엔 엄마도 담배를 피운다. 모녀가 맞담배질을 하고 있었다. 참 이상적인 집구석이구만,

그나마 지금 묵고 있는 호텔 식당에선 아무도 담배를 안 피워 다행이다

 

추위와 담배연기를 감당 못하고 일어났다.

거리 리어카에 수북하게 쌓인 과자를 살까 말까 고민하다 그냥 관두고 어제 그 바람의 골목으로 다시 들어왔다,

 

거기에 mg (Magasin General) 마켓이 있었다. 어젠 비바람 피하느라 눈에 띌 겨를이 없었나보다.

 

 

안에는 모노프리보다 더 넓었다.

운동겸 꼼꼼히 구경하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날 보더니 반갑게 다가와 인사를 하며 악수를 청해 얼떨결했다. 아시아나 아프리카나 한끝 차인데 그리 반가울까 ?

 

 

곳곳에 단말기가 있어 상품을 갖다대면 가격과 일반정보를 학인할 수 있게 해놓았다,

 

바나나우유, 과자랑 티백하나 더 사고 (1.53 dinar)  빵 한조각 잘라 달래서 (0.25 dinar. 150원) 계산대에 줄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젊은애가 생수 한병을 들고 나타나, 내 앞에 먼저 계산해도 되겠냐고 해서 그러라고 했는데... 내 뒤에 아저씨가 젊은애에게 뭐라고 따졌다,

그들 싸우는 사이에 난 계산하고 나왔다. 총 3.15 dinar (1,890원)

여기 사람들도 좀 다혈질인거 같다.

골목을 내려오는데 젊은 애가 생수한병 들고 앞서가며 인사를 한다.

 

오후에 산 거

 

호텔방향 지름길로 왔다.

어제 밤 들른 카페에서 민트티 0.4 dinar (240원)하나 시키고 담배연기를 피해 밖에 앉았다.

 

 

골목 안에 지어진 프랑스풍 유럽식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로마와 일본이 그랬든 프랑스도 식민지 땅에 기존 건물들을 쓸어버리고 신도시를 건설했다.

튀니지인들을 노예로 부려 그들의 부를 쌓아 올렸다. 영원할 줄 알았던 영화도 저물고 수백년이 흐른 지금은 어떠한가 ?

더 발전은 고사하고 낡고 더러운 옛건물에서 프랑스인들을 동경하며 저리 살고 있다.

 

 

 

호텔로 돌아와 프런트에서 식당 문닫는 시간을 물어보니 10시라고 한다.

지나가다 식당쪽을 처다봤더니 아저씨가 두팔을 활짝 벌리고 환영하는 몸짓을 한다

“ 2시간 후 커피 마시러 올께요 ”

올라오는 엘리베이터에서 고민이 들었다. 아저씨에게 뭘 주고싶은데 기념될 만한게 뭐가 있을까 ? 내가 가진 것중에 그나마 괜찮은 건 면도크림과, 면도기밖에 없는데, 아저씨는 수염을 기르시고...

 

방에 와 발코니로 나왔다.

거리에서 저녁소리들이 올라온다. 누구를 부르는 소리, 오토바이 소리, 기침소리... 살아가는 소리들.

  

 

해가 저물고 하늘이 군청색으로 어두워지자

오늘이 튀니지의 마지막 밤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센티멘털해졌다.

 

 

 

 

커피 마시러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커피값 0.9 dinar (540원) 미리 내고 카페라떼 주문.

아저씨가 반갑다고 내등을 가볍게 치셨다.

 

 

오늘은 식당안에 아줌마도, 노인분들도 계셔서 커피잔을 덜덜거리며 들고 건너편 휴게소로 들어갔다, 여기도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있어서 합석했다

내가 유튜브로 이경규의 몰래카메라 프로를 보고 있으니 아저씨가 지나가다 내 폰을 들여다 보신다. “ korean comic " 이라고 말해줬다.

중년 부부가 들어오는 통에 남자들끼리 또 합석했다.

이 호텔은 가족같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여기저기 사람들이 득실득실하니까 적적하지 않아서 좋다. 그동안 너무 외로웠다.

내일이 경재 생일이고 운전면허 시험이라 축하 응원해 주고 7시반에 일어나 빈 커피잔을 식당에 갖다주러 갔는데 아저씨는 퇴근하시고 왠 첨 보는 남자가 흰 가운을 입고 주방에 있어 서운했다.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는데 한 남자가 먼저 와 있었으면서도 나 타라고 양보라고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엘리베이터 안엔 또 다른 남자와 가방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3층에서 같이 내렸는데 어리둥절해 하길래 남자 방키 번호를 보고 객실 방향을 알려주었다.

 

침대에 누워 케이블채널 확인하는데만 꼬박 2시간이 걸렸다, 총 1292개

그 많은 이국의 방송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세상은 내 머릿속 한계를 벗어났는데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이라고 할 수 있을까 ”

 

 

오늘 지출 :  레모네이드   1.5

                 모노프리    18.3   

                 양구이       10

                 담배            0.5

                 후리까세      0.6

                 쥬스            2.5

                 mg             3.15

                 민트티        0.4

                 커피           0.9                  합  37.85 dinar    (22,71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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