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31. 09:00ㆍTunisia 2015
추워서 옷장안에 모직 요를 꺼내다 덮었는데 발꼬랑내가 솔솔난다. 옆침대 시트를 벗겨 코를 가리고 ... 10시 조금 넘어 잠 들었는데 12시쯤 현주 카톡에 한번 깨고, 2시, 5시 그리고 8시 ... 그 정도면 준수한 수면이다
아침부터 옆방 소리가 들린다.
씻고 아침 먹으러 나가다보니 옆 호실에 중년부부가 짐을 들고 막 퇴실을 하고 있다.
봉 주르~
아침 햇살은 좋은데 또 안개비가 ... 남부는 비가 안 와 걱정, 북부는 비가 안 그쳐 걱정이다.
부푼 가슴을 안고 아침 준다는 식당을 갔더니 시화공단 하청업체 구내식당 분위기다.
내가 스타트인지, 아침 달라고 하자 그제서야 식당불을 켜고 준비를 한다
뷔페식.
튀니지에서 호텔 뷔페는 음식 종류나 양이 많다는 뜻이 아니다. 그냥 셀프, 직접 갖다 먹으라는 것이니 기대 마시길...
음식 종류는 다른 곳에서 먹던 것과 똑같다. 더 짱나는 건, 요플레도 계란도 빵도 딱 3개씩만 갖다 놔서 내가 더 먹었다간 다른 사람이 굶어야 될 것 같은 눈치가 보였다.
많이 먹어도 티 안나는 흰우유만 두어번 갖다 먹었다.
어제 남은 샌드위치를 먹으려고 냄새를 맡아보니 좀 이상하다. 마요네즈 같은게 금방 상했나 ? 다음날 먹으려고 음식을 사 좋으면 꼭 실패한다
9시에 방에 와 빨레하고, 양말은 저녁때 또 나오니 몰아서 하기로 하고,
스맛폰질 하다가 밖에 비가 계속 오길래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가 잠이 들어 버렸다. 깨보니 11시
숙소에서 하루 푹 쉬는 그런 건 못하는 체질이라 지각이라도 한 것처럼 얼른 일어나 나갈 준비를 했다,
밖에서 남자, 여자 목소리가 간간히 들리던데 나와보니 청소아줌마가 옆방을 청소중이었다.
비는 오전내내 계속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오늘 아침엔 프런트에 여자가 있다. 시내 Pont mobile (도개교) 들어 올리는 시간과 내리는 시간 물어보니 3:15 과 4:15 분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이 여자도 로보캅이다. 얼굴표정에 변화가 전혀 없다. 한국인도 표정 없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데...
택시는 기대도 안했다.
주저없이 비를 맞으며 어젯밤에 걸었던 길을 똑같이 걸어 나온다.
오전 거리가 한적하다,
백화점을 짓는다던데 규모가 상당하다. 저걸 다 채울 수 있을까 ?
다리를 건너 Vieux port 가 잘 보이는 명당자리에 섰다.
안으로 오목한 수로를 따라 카스바 성벽이 높게 둘러쳐져 있는 이 곳.
비제르트의 대표적인 view point 이고, 여기를 찍은 사진을 보고 수많은 여행자들이 튀니지를, 비제르트를 찾아 온다,
나도 이 독특한 분위기와 전망에 반해 여기까지 왔다고 실토한다.
그런데, 인터넷이나 책에 있는 사진은 진짜 최상의 조건에서 찍고 분칠한게 분명하다,
현실은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뒤에 소매치기범도 있는지 촉을 세우고, 렌즈에 맺히는 빗방울을 연신 닦아내며, 노출이니 색온도니 그딴거 계산할 여유도 없이, 몇 카트 대충 구도 잡아 찍고 ... 어여 철수 !
오래오래 감상하고 싶어도 더 못 버티고 다리 위에서 택시를 잡았다.
와이퍼를 연신 흔들어 대던 택시가 저만큼 갔다가 후진해 줬다. 기사가 젊다
『 Le centre culturel de bizerte . rue de grece』 ' 그리스街에 있는 비제르트 문화센터 ' 라고 쓴 쪽지를 보여 주었다
기사가 쪽지를 보며 " 중심지인가 ? " 갸우뚱하며 출발한다.
어제 온 old port 육거리쯤에 다다르더니 기사가 ' 여기부터 중심지인데... 잘 모르겠다 ' 고 한다.
' 계속 가보라 ' 고 했다
어짜피 여기서 내리면 비를 피해 어디로든 들어가야 하니까 차라리 택시안에서 드라이브하며 이렇게 시간 떼우는게 더 낫겠단 속셈이었다.
기사가 답답했던지, 거리에 어떤 건물을 기리키며 저거냐고 묻는다.
' 아니 ! '
어제 아프리카 호텔 시장통에서 좌회전해 시내 중앙로를 지나며 둘이 이 건물 저 건물 기웃거렸다.
그러다 낯익은 건물 발견. 저거다 ! 기사가 더 반가워했다.
그쪽 길은 일방통행이라 근처에 내렸다. 택시비 1.2 dinar (720 원)
비를 피해 인도위에 fastfood 점과 매점들의 차양 아래를 전전하며 건물에 도착했다.
<인용사진>
입구 아치에 써 있는 이름을 대조해보니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많이 달랐다. 그래서 기사가 그리 헤맸구나.
외관은 그리스 신전같은 엄숙함이 느껴졌다
,
누가 culture 아니랄까봐,
마당엔 큰 스피커를 내놓고 분위기 있는 샹송을 틀어 놓았고 건물 앞엔 문화공연 안내지가 더덕더덕 붙어 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서점이었다. 책들은 아랍어로 쓰인 정장본도 있고 문고판도 있고 금칠한 코란도 있고...
뭔 저명인사라도 오는지, 방송용 카메라가 테스트도 하고 있다
여기 스테인드글라스가 독특해서 찾아왔다.
유럽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튀니지식으로 재해석 했다고 할까 ?
가느다란 스트라이프 형태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동서남북 사방을 빙 둘러 싸고 있는데 그 분위기가 전혀 조잡하거나 촌스럽지 않고 모던하면서도 신비로워 경건하기까지 했다.
연단뒤에 앉아 넋놓고 감상하고 있는데 한 남자가 전화통화 하다가 나에게 아랍말 할 줄 아냐고 묻는다,
" 함둘레, 아슬레마... " 아는 단어 몇개만 했더니 웃고 그냥 간다. 언어만 어느 정도 통하면 더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텐데...
보테로 그림같은 것도 걸려 있고
약간 조잡한 습작수준의 작품들도 걸려있었다
빙 둘러보고 밖으로 나왔다.
비가 계속 오고 있어 현관 기둥에 붙은 현판과 마당을 보며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뚱뚱한 젊은 놈이 마당을 가로질러 오다가 나에게 동냥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계속 한다. 스맛폰을 얼른 주머니속에 넣고 경계를 했다,
인상을 쓰며 화를 내봐도 안가고 계속 말을 한다. 약간 미친 놈 같아 겁이 났다.
얼른 자리를 피해 다시 서점 안으로 들어 왔는데 나를 따라 들어 오는게 아닌가.
서짐 직원 옆에 서 있다가, 그 놈이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빙 돌아 얼른 센터를 나와 버렸다.
머리속으로 찬 비가 후두둑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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