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31. 13:00ㆍTunisia 2015
인도 한가운데에 간이매점, 처마 아래 젖은 땅바닥에 한 남자가 앉아 있다,
행인들이 등을 돌린 채 그들의 발 아래를 외면했다. 가끔은 내민 손바닥에 돈을 놓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영국 호주 캐나다등 영연방 나라들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유럽과 필리핀 캄보디아등 동남아사아 나라들과 일본 홍콩등 극동아시아 나라들을 골고로 다녀본 중에 가장 거지를 많이 본 나라는 프랑스였다. 그것도 다른 나라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파리건 지방이건 골고루 많았다. 그런거 보면 거지는 돈이 부족한게 아니라 정신이 부족한게 아닌가 추론해 본다. 심각하게 분석말자 언어유희니까...
어디로 갈까 ? 나야말로 정신줄 놓고 즉흥적으로 old port 를 향해 걸어 내려간다.
그러다 비가 거세고 힘들면 눈에 보이는 카페로 불쑥 들어간다.
웨이터에게 Tea 와 물을 달라고 했더니 시판 생수를 가져와서 2.4 dinar (1,440 원)을 받아갔다.
모가 이리 비싸 ? 어짜피 여긴 생수나 수돗물이나 맛은 똑같더만 ... 꽁짜 수돗물이나 한 컵 주지.
튀니지에서는 물담배질과 맞담배질은 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어린 것들이 벌써부터 죽치고 앉아 물담배를 빨고 있는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다. 견물생심이라고 분위기에 휩쓸려, 웨이터에게 동전을 주며
" 너 담배피지 ? 하나만 팔아 ! " 했더니 말보로 담배를 한개피 꺼내 주며 그냥 주는 거라고 한사코 돈을 안 받았다
한국산 TV 알제리 뮤직채널에선 한국 걸그룹이 나와 한바탕 흔들고 가더니, 포르투갈 포루투를 배경으로 클래식 기타 선율이 잔잔히 흐른다.
재밌게 보며 담배를 피운다.
난 잘보고 있는 채널을 누군가 축구중계로 바꾸자 주변으로 담배 피는 사람들이 더 몰려 들었다.
내 탁자에도 중년아찌가 합석을 해버렸다.
옆에서 물담배 피는 청년에게 pont mobile 리프트 시간을 물어보았다. 내 탁자에 아저씨랑 이야기 해보더니 5시라고 한다.
3시 15분이래서 여기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또 5시라고 하니 오늘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긴 오후시간을 어디가서 시간을 보내나 ?
은재는 싱가폴 갈 거라는, 현주는 친구 만나러 간다는 카톡대화 후에, 담배 연기를 피해 거리로 나왔다
저 너구리굴보다 오히려 이 거리 공기가 더 낫다. 비는 맞더라도...
조금 더 내려가자 파스타 집이 보여서 점심 먹으러 들어갔다
진열장 뒤 조리대에 젊은 애들이 몇명 붙어 있고, 계산대에는 랍비 같은 할아버지가 앉아 계시고 안쪽 주방엔 중년남자들도 있고 직원이 꽤 됐다.식당 분위기도 활기찼다. 내가 한국인이란 걸 알고 식당 식구들이 호감을 보였다
파스타와 라자냐 피자등... 튀니지에서치곤 메뉴가 신선하다 했다, 주문해 보니 안된단다.
그냥 튀니지 전통인 Ojja normal 을 시키며- 4.0 dinar (2,400 원)- 할아버지에게 Pont mobile 시간을 여쭤보았다.
3:15분. 아침에 호텔에서 알려준 시간과 동일했다
밖에 탁자에 앉아 있으니 잠시후 계란 두개를 풀고 재료를 이것저것 푸짐하게 넣은 Ojja 를 가져왔다. 약간 짜긴 했지만 출출하던 차에 맛있게 먹었다. 포크와 나이프가 지저분해 말아온 휴지로 대충 닦고... 아까 카페에서 비싸게 산 생수로 입가심.
하늘이 맑아지고 비도 그치고 배도 부르니 기분까지 좋아진다
그런데 식당 젊은 직원이 나와서 길가 차에 시동을 걸어 놓는 바람에 매연은 좀 괴롭다
주방에 있던 요리사가 나와서 오븐속 통닭을 정리하고 있다. 그냥 꼬치에 끼워 놓은게 아니라 고무줄로 팅겨 놓았다.
나에게 Ojja 맛있었느냐고 묻는다.
다 먹고 자리를 비워줘야 할거 같아 안에 들어가 계산후 화장실이 어딘지 물어보았다.
여긴 없다며 저 아래 카페에 화장실을 쓰라는 거다. 아까 내가 앉아 있다 온 곳이었다. 다시 들어가기가 모해서 그냥 지나쳐 거리를 거슬러 올라도개교로 향했다.
도개교는 문화센터앞 공원을 가로질러 가는데
길가에 주차된 차마다 유리창 안에 색색의 종이가 붙어 있었는데 내용은 거의 똑같았고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으나 차를 팔거나 빌려준다는 뜻 같았다. 그런 차가 이 길, 저 길 수십대다,
차를 사 놓고 유지할 능력이 안되어 푼돈이라도 벌려고 저런다는 시각은 내 편견이고,
이 나라에 제대로 된 중고차 매매업이 들어오면 대박이겠다는 생각은 내 한계다
큰 나무 아래로 가서 비를 피하는데 건너편에 괜찮은 카페가 보였다. ,
카페가 한적해서 좋다.
내 앞에 남자가 쥬스를 주문하길래 나도 그거 달라고 했다. 0.8 dinar (480 원)
도개교 들리는 시간을 물어보니 3시반이라고 한다.
15분에 도로통제하고 30분에 올리나 ? 아무래도 도개교랑 젤 가까운 카페의 주인이니 가장 정확하겠지 ?
화장실 갔다 와서 쥬스 들고 야외 의자에 앉았다, 이 정도면 오렌지가 두세개는 족히 들어가는데 진짜 싸고 맛있다
야외 의자에 앉아 거리를 구경한다.
다리가 곧 통제되니까 사람들이 더 서두르는게 느껴진다.
대부분의 튀니지 아가씨들이 히잡을 쓰지만 몇몇은 풍성한 머리를 늘어트린채 예쁜 몸과 얼굴을 맘껏 드러내고 다닌다
다리를 건너려던 차에서 뭘 떨어뜨렸다. 차를 멈추고 뛰어와 주워 가는데 그 새를 못 참고 뒷차들이 경적을 울려댔다.
하긴 다리가 봉쇄되면 1시간을 꼬박 갇혀 있어야 되니 맘이 급하지
3시 10분쯤 나도 슬슬 일어나 다리쪽으로 걸어간다, 비는 좀 더 쎄졌다.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애 네명이 도사견을 데리고 다리를 지나가다 인사를 나눴다,
그중 두명은 다리를 건너다말고 난간에 긷 아래를 내려다보길래 나도 뭔가 하고 내려다봤다.
" 다리 언제 올라가니 ? "
" 20분 후 ! "
모야 점점 시간이 늘어나네...
다리 중간, 가장 높은 곳까지 걸어왔다, 통행을 막는 철문이 있는 자리다. 주변 풍광이 후덜덜하게 내려다보였다.
비는 계속 흩뿌리고 지나가는 차들은 날 신기한듯 처다보고... 3시 30분이 넘어가는데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 분명 다리가 올라갈 시간이 넘었는데...
아까 애들이 다시 돌아오길래 물어보니, 오늘 다리 안 올라간다고 한다.
" 엥 ? 왜 ? " 청천벽력같은 소리다.
항구 입구 먼 바다가 보이는 곳에 날 데리고 가서 하늘을 가리키며 설명을 한다.
" 비가 많이 와서, 바다에 배가 없잖아 "
아~ 그제야 이해가 됐다. 이 도개교가 매일 열리는게 아니라 지나갈 배가 있을 때만 열어주는 거구나. 하루에 여는 시간만 그리 정한거구... 하긴 그래야 시민 불편도 적어지지
아~ 허탕쳤다,
쩌벅쩌벅 내려 오는데 바다 위로 도개교처럼 무지개가 뜬다 것도 쌍무지개로. 비는 아직도 쏟아지는데... 참~ 무지개 흔한 나라다.
" 너도 계면쩍지 ? " 무지개에게 일갈했다
다리를 다 내려오면서 전광판이 보였다. 그래서 불을 꺼 놓았구나.
물어보는 사람들마다 도개교 개폐시간이 다 달랐지만 모두 맞는 거였다.
차와 사람들이 급하게 다리를 건너는 것으로 보였던 것도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난 헛똑똑이 바보였다
원래 보려했던 도개교 모습
<인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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