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30. 09:52ㆍTunisia 2015
6시에 한번 깨고 8시에 일어났다.
오늘은 비제르트 (Bizerte) 로 떠나는 날이다. 낯선 곳에 스트레스보다 새로운 곳에 설레임이 더 크다면 아직도 여행자임을 ...
창문을 열고 발코니로 나와 보았다. 하늘은 잔뜩 인상을 쓰고 있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아침공기가 신선하다.
가족들에게 카톡하며, 경재에게 오산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아빠 안부 전화를 드리라고 했더니 바쁘다고 하길래 아침부터 혼을 냈다,
현주가 '두 남자가 똑같다 ' 고 중재를 해서 그나마 좀 수습됐다.
프런트에서, 비제르트行 루아지 터미널을 물어 보았다. 택시 필요없고 직진 10 분 !
오늘 아침 식당엔 투숙객들이 좀 있다.
먹기 위해 사는게 선진국이고, 살기 위해 먹는 게 후진국이라면 튀니지는 후진국이 맞다
바게트빵에 대충 치즈 발라 먹고 도망치듯 숙소를 나왔다.
경찰서를 지나 남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간다
지난번 도가니탕 사먹은 사거리 식당 주인에게 확인차 물어보니
" 직진하다가 우회전 ! "
외편에 조그만 Monoprix (프랑스계 대형 마트) 도 보이고
오른편엔 지저분한 공터도 나타나고
주로 전등갓으로 많이 쓰이던 튀니지 토기 파는 집도 보고
그 공터 아래로 벼룩시장도 섰고
허접한 시장 거리도 만났고
큰 나무아래 장사를 펼친 과일노점상도 있었다,
좀 쓸쓸하지만 왠지 정감있는 거리가 이어졌다.
그 길끝에 루아지들이 모여 있었다,
노란색 띠를 두르고 있는게 좀 찜찜했지만 길이 오른쪽으로 휘어져 있어서 좀만 더 가면 빨간색 장거리 루아지들을 볼 수 있을거란 기대를 했다,
루아지 앞에 모여 있는 기사들에게 물어보았다.
여기 ! 아니란다.
내가 적잖이 당황하자 그중 영어가 좀 통하는 젊은 남자가 " 왔던 길을 되돌아가 좌회전 ! " 하라고 알려줬다,
다시 돌아가려니 힘이 팽긴다, 이른 아침부터 강행군이다
젊은 남자가 알려준 골목으로 좌회전했다. 도가니 식당주인이 말한 방향으론 우회전에 해당한다
좁은 골목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그걸 구경하며 가다보니...
골목끝에 빨간 루아지들이 몇대 보인다. 맞게 찾아 왔나보다.
골목 끝은 큰 길에 발을 대고 있었고, 큰길 양편에 청단 홍단 띠를 두른 루아지들이 줄지어 서 있다,
좀 나이 지긋한 아저씨에게 비제르트행 루아지를 물어보았다
약간 고민하며 다른 사람에게 묻더니 길에 내 놓은 탁자를 가리키며 거기 앉아 기다리란다,
바로 뒤가 카페다, 민트 티 한잔 주문 0.4 dinar (240 원)
아침부터 걸었더니 두건이 땀에 홈싹 젖었다.
담배 안 피고 매일 이 정도만 운동하고 다니면 더 건강해질거 같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확실히 활동량이 늘었다
망중한으로 차 한잔을 즐긴다
루아지들 들고 나는걸 기록하는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비제르트행 루아지는 11시에 온단다.
" 이제 10신데 한 시간이나 기다려요 ? "
주변 돌다 오란다
여기 택시들이 미터기를 안 켜는 이유를 알거 같다. 도시 자체가 작다보니 기본료만 나와 벌이가 안되고 또 시민들도 그냥 걸어 다니고 만다,
택시들은 자연히 장거리용이 되었다,
낮게 깔린 먹구름이 타바르카 머리위를 빠르게 지나간다,
동냥하는 사람이 다녀 가고...
건너편엔 고급 호텔. 나랑은 별천지,
루아지 한대가 왼쪽 길끝에 도착해 손님들을 내려 놓고 있다.
기록하는 아저씨가 나를 부르며 이 차를 타란다.
한 남자가 가방으로 자리를 맡아 놓고 인도에 서서 친구랑 이야기를 하고
나는 뒷자리에 앉았다가 조수석으로 배낭을 옮겨 놓고 나왔다
10시 반부터 하염없이 기다린다
노부부가 길을 건너 왔다
할머니가 몸이 안 좋은지 나무 밑에 철퍼덕 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동안 일어나지를 못했다.
할아버지가 옆에 서서 기운 차리기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현주랑 저렇게 늙게 되는 건가... 싶어 갑자기 애정이 막 생겼다,
한살이라도 젊을때 더 많이 사랑하고 살아야 겠다.
기다리기 지루하고, 비제르트 도착하면 점심 때를 놓칠거 같아 골목 안에 Fast food 가게로 들어갔다
샤와르마를 하나 시켰는데 안에 넣을 내용물을 肝과 치킨중에 고르라고 한다. 내가 머뭇거리자 맛을 보라고 肝을 조금 집어 준다.
치킨을 선택했다. 2 dinar (1,200 원)
비쥬얼은 괜찮은데 양파를 안 익히고 넣어서 향이 강하고 맛은 별로...
입맛만 베렸다고 투덜대며 나오니 길 건너에 매점이 보였다,
껌 0.4 dinar (240 원) 과 생수 작은거 0.5 dinar (300 원) 을 샀다,
길을 건너와 루아지 기사와 그의 친구에게 껌을 하나씩 주고, 역시 비제르트 동행인 두 여자에게 가서 껌을 내밀었다,
한 여자는 내가 무슨 껌팔이인줄 알고 NO ! 하고 정작 껌을 씹고 있는 여자가 하나를 뽑는다, 차 안에 남자에게도 하나 주었다,
행색이 초라하니 친절도 폄하 되는 세상, 담엔 껌이라도 하나 건네려면 양복 빼 입고 와야 할 듯.
카페 화장실을 다녀오고, 가로수 사진도 찍고 껌팔이도 해보고... 별 지랄을 다해도 비제르트행 손님은 4명에서 더 이상 늘지를 않았다
기사가 옆에서 ' 우리 둘이만 갈까 ? ' 시답지 않은 농담을 걸어도 하나도 안 재밌다.
12시가 되자, 루아지 기사가 우리들에게 차에 타라며 시동을 건다. 너무 기다리게 해 미안했나 ?
U-턴해서 로터리를 돌더니 외곽으로 빠졌다,
그런데 이내 길 옆에 차를 대고 또 승객들을 부르며 기다리는 것이다. 아마도 같은 방향에 단거리로 가는 사람들을 태울 심산인가 보다
정오가 되자 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일찍 출발하긴 그른거 같아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했다
루아지가 부르릉 몸을 떠는 바람에 잠이 깼다.
12시 40 여분.
차가 출발 하려 한다. 뒤를 돌아보니 승객들을 어찌어찌 다 채우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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