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30. 19:00ㆍTunisia 2015
비제르트 (Bizerte) 오기 참 힘들다. 총 5시간 걸렸다, 드디어 하차.
내려서 옷에 모래와 흙먼지를 터는데 기사가 실실 웃으며 나에게 5 dinar 를 더 달라고 한다.
그 소리 왜 안 나오나 했다. 앞에 탔으니 자리가 편해 더 받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잠깐 했었다. 그렇지만 루아지 한두번 타 보는 것도 아니고 앞자리에 안 타봤으면 모를까... " Why ? " 하며 내가 되묻자 그냥 농담이라는 듯이 내 말을 따라하며 히죽거렸다.
이 인간에게 오면서 충분히 질린 터라 얼른 자리를 떴다
택시들이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가서 차문을 열고 위치를 말하니 다른델 손짓하며 저리~ 가란다. 뒷차도 마찬가지.
' 아~ 거리 택시를 잡으라는 거구나. 여긴 장거리 뛰는 택시들이군 ! '
차들이 많이 다니는 행길로 나오자, 마침 택시 한대가 와서 손님을 내려주고 있다, 일단 조수석으로 몸부터 던졌다
" Old port 주변에 cheap hotel 가자 "
" 어디 아는 호텔 있어 ? "
" 뱅갈로우... 아프리카 " 줏어 들은 이름들을 댔다. 차는 이내 old port 에 도착해 시장 안으로 깊숙히 들어간다. 배들에 매 있는 항구를 등지고 점점 멀어지더니 번잡한 시장바닥(Souk)에 택시를 세우고
" 아프리카 호텔 다 왔다 "
아프리카스러운 낡고 작은 건물들 틈에 딱 HOTEL 글자만 써 있는 간판이 보였다.
택시비 내고 내리려는데 기사가 한마디 했다
" 더러워 ! "
아니 들은만 못해 ' 그럼 이 근처나 카스바, 메디나 주변에 괜찮은 호텔 있냐 '고 물으니 없단다.
그래도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아프리카 호텔이야기가 나오고, 더 열악한 곳에서도 자 봤는데 어딘들... 하는 맘으로 그리로 향했다
식당옆에 한칸짜리 호텔 입구로 들어갔다.
어두운 복도 바로 눈앞에는 가파르게 휘어저 올라가는 대리석 계단이 있었고 오른편 벽에 바짝 붙어 프런트가 있었다.
1박에 10 dinar 라는데 싸서 반가운게 아니라 딱 그만큼의 수준일까봐 불안했다. 방을 보자고 하고 주인을 따라 올라가는데 중세 유럽 종탑 오르듯 상당히 불편했다. 방은 그냥 게스트하우스로 3인실이다. 시장 골목을 향해 큰 창이 있었는데 딱 봐도 엄청 춥게 생겼다.
" 불편할낀데... "
말을 흐리며 주인이 욕실을 묻는 날 데리고 간 곳은 천길 낭떠러지 같은 가파른 계단이었다. 2층엔 욕실이 없고 1층으로 다시 내려와야 하는 것이다. 계단에서 미끄러져 해골 깨먹기 딱 좋게 생겼다. 나보다 주인이 더 걱정돼서, 엘리베이터 있는 다른 호텔을 소개해 주겠다고 한다
" 1박에 20. 시장쪽으로 더 들어가면 OO라는 호텔이 있으요 "
뱅갈로우 호텔을 물어보니 거긴 비싸다고 했다.
Bizerte -1961
<인용사진 -클릭하면 확대됨>
번잡한 시장통을 걸어 나오며 연신 두리번거려도 그가 말한 호텔을 찾을 수 없었다. 포기하고 택시를 잡아, 뱅갈로우 호텔을 가자고 했더니
" 뱅갈루~ ? " 하며 출발했다. 내가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KIA 자동차를 알고 있었다
호텔은 Old port 건너 북동쪽에 있었다. 의외로 가까운 거리였다. 차비 1.02 나와서 1 dinar (600 원) 주고 내렸다
호텔 이름이 -인도 도시 이름 Bangaluru- 뱅갈로우라고 해서 후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정문에 경비도 있고 앞마당도 있고... 좀 비싸 보였다
어두컴컴한 로비를 지나 프런트는 안쪽 구석에 있었다
중년남자 직원이 단조로운 톤으로 " 1박이 원래 45 인데 35로 해주겠다 " 해서 수비틀라에서 만난 루아지 기사 아흐매드 이야기를 했다.
그가 여기 전화해서 25 로 해준다고 해서 엿부러 찾아 왔다고 했는데 돌아온 대답은 냉정했다. ' 전화 받은적 없다 ! '
그래서 2박에 60으로 해달라고 해도 NO !
나도 존심이 있지 ! 알았다고 하고 메모지를 챙겨 돌아섰다. 현관문 옆 소파에 앉아 일단 좀 생각을 해봤다
.. 소변도 마렵고, 밖은 비가 오고, 다른 데 찾아가도 싸다는 보장도 없고, 여기선 걸어서 old port 갈 수도 있고, 몇푼 되지도 않는 돈 깎아봤자...
냉정하고 개관적이고 현실적으로 생각 후 다시 프런트로 갔다.
" 비 때문에 ... " 핑게를 대고 무안함을 얼버무리자
" Welcome " 무표정하게 그 한마디만 했다. 속으론 얼마나 꼬소워하는진 몰라도 남자표정이 그냥 로보캅이다.
숙박계 쓰고 벨보이를 따라 뒷마당으로 나갔다.
이 호텔은 바다가 있는 북쪽으로 정원과 수영장을 만들고 주변으로 객실을 두른 콘도형식이었다.
오늘은 좀 안보나 했더니 갑자기 비가 꽤 내린다
다행히 라지에터가 따뜻하게 돌고 있고, 방도 환하고 Wi-Fi 도 터졌다,
루아지에서 뒤집어 쓴 먼지 때문에 얼른 샤워부터 했는데 욕실이 넓고 편했다. 수건도 넉넉하고... 제값을 고수하려는 이유가 있구만 싶다
벵갈루란 이름으로 다 알아듣지만 정식 호텔 이름은 「complexe Sidi Salem」
밖은 벌써 어두워지는데 비가 그칠 줄을 모른다,
또 이렇게 오늘도 갇히는 건가 ? ... 카스바 야경도 보고 밥도 먹어야 되는데... 잠시후 비가 약간 잦아든거 같아 얼른 문을 걸어 잠그고 나왔다.
내 옆호실과 그 옆호실 불이 켜져 있다. 투숙객이 또 있단 생각이 드니 반가웠다.
정원에서 레스토랑 들어가는 문은 잠겼다. 로비로 돌아 프런트로 갔다. 로보캅이 전화 통화를 하다가 나에게 무슨 일이냐 ? 고 묻는다
저녁 먹을 곳이 있냐고 물으니 프런트 뒤에 레스토랑을 가리킨다.
로비 맞은편에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시끌시끌한 곳은 어떠냐고 하니 거긴 Bar 라며 술만 있다고 한다
그래서 레스토랑으로 가봤다. 썰렁한데다 ... 아직 준비도 안된 분위기다
직원에게 메뉴부터 물었다. 스프는 안되고 셀러드에 chicken, beef, fish 중에 고르라고 한다. 가격은 18 dinar
주방에 뚱뚱한 주방장을 불러 얘기해 보더니 그나마도 7시나 7시 반에 식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 1시간만 기다려라. 방에 가 있음 전화해줄께 " 하는데 아직 안 정했고 있다 다시 오겠다 하고 그냥 나왔다,
다시 프런트에 가서 " 1시간을 기다리라고 하니 그냥 old port 로 나가야 할 거 같다. 택시좀 불러 달라 " 하니 로비에서 기다리란다.
Bar 에선 가라오께 노랫소리가 들리고, 20 여분을 기다려도 택시가 안 온다.
다시 프런트에 가서 물어보니, " No Taxi ! " 라고 던지듯 무책임하게 말하는것이 아닌가
이런 개새X 를 봤나 ! 안되면 안된다고 진작 말을 해야지,
씩씩거리며 현관 밖으로 나왔다. 비가 계속 오고 있다
정문 기둥옆 경비실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어서 그리로 뛰어 들어갔다,
" 택시좀 잡아줘요 ! "
아저씨가 pine 담배를 한개비 주셨다. 대학교때 피던 솔담배를 여기와서 다시 만나다니 !
20 여년만에 만난 친구와 딥키스를 하며 안을 둘러 봤다.
내부는 전화부스보다 약간 넓었는데 고물 공중전화기가 붙어 있고 지저분한 탁자위엔 밀레위가 비닐봉투에 담겨 있었다
사람과 차가 계속 들고 나길래 물아보니 오늘 결혼식 피로연이 있다고 한다.
택시가 전혀 안 들어와서, 나가는 하객 차라도 좀 얻어타고 싶은데 그 정도로 넉살 좋진 않았다.
호텔 바로 앞에 시꺼멓게 올라가고 있는 고층건물을 보며 호텔이냐고 물으니 수위 아저씨가 " 백화점 ' 을 짓는 거라고 한다
수위아저씨가 옆 마당으로 돌아가고, 또 다른 할아버지가 건너편 초소앞에 서 있다. 이쪽엔 내가 있으니 못 들어 오시는가 싶다,
그 초소 앞에 Taxi phone 이란 글자가 붙어 있어서 물어보니 역시 No taxi 라고 한다
무작정 빗속으로 뛰어 들었다.
가로등이 희미한 밤거리, 물 웅덩이를 첨벙거리며, 찻길로 로터리까지 걸어갔다. 나와 보니 old port 도 가까웠다,
대로에선 차 다 지나갈 때까지 비맞고 있다 길 건너가서 택시를 잡았다
할아버지 운전기사에게 vieux port (old port) 에 레스토랑을 가자고 했더니 큰 사거리에 와서 식당 하나를 가리킨다
Old port 구경 좀 할겸 더 가자고 했다. 우회전해 들어가 6거리 광장에 차를 대더니 " 이건 피제리아, 이건 식당 " 하며 하나하나 짚어 주었다.
차비 0.7 dinar (420 원)
비는 오는데 오렌지색 차양아래 남자들이 모여앉아 바게트빵을 오짜에 찍어 먹고 있다.
그 식당으로 들어가 나도 같은 걸 달라고 했다 5 dinar (3,000 원)
음료수 한병 꺼내 와 비를 피할 수 있는 자리에 앉았다
한참 있다 음식이 나왔는데 계란도 두개 풀어져 있고 비츄얼이 괜찮았다.
숟갈 달래서 미친듯이 퍼 먹었다. 따뜻하고 칼칼한게 입맛에도 맞고 체온이 상승했다
이 빗속을 뚫고 시내 나와 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스스로가 대견해졌다
든든하게 먹었더니 담력이 생겨. 인적은 드물지만 아직 불이 환한 거리를 더 내려갔다
진열장에 과일이 있고 메뉴판에 쥬스라고 써 있는 카페에서 ' 쥬스 ? ' 물으니 건들건들한 청년 둘이 별 설명도 없이 no ! 했다.
내가 상황 파악을 못하자 안에 손님으로 앉아있는 여자가 나설까 말까 고민하는 눈치가 보였다.
젊은 애들이 재수없고 구차시러워 바로 옆 구멍가게로 가서 과자량 쥬스를 샀다 3.9 dinar (2,340 원)
다시 오거리로 나오며 주변 가게들을 구경했다. 카페도 있고 좀 고급스런 편의점 같은 것도 있었다
과자점에 들어갔다
전통을 자랑하듯 초상화도 걸려 있고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청결했다. 그런데 손님이 없다,
사장으로 보이는 아줌마가 가게 사진도 찍게 해주며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달달한 과자나 케익 종류는 싫어서, 닭고기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하나 포장해 달라했다 4.0 dinar (2,400 원)
주문을 받자마자 하나하나 조리를 시작했다
한참만에 정성껏 만들어진 샌드위치.
다 된줄 알았는데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이번엔 프렌치 프라이를 즉석에서 튀겨 소금 뿌려 같이 포장해 주었다
인사하고 나와서 택시를 기다리며 항구사진을 찍고 있었다.
담배 피러 나왔는지, 샌드위치를 만들어준 총각이 밖에 나왔다가 날 보고 휘바람을 불어 택시를 잡아줬다. 어디 가냐고 해서 뱅갈루 호텔이라고 했더니 기사에게 말해주며, 차문도 열고 닫아주었다.
찬비가 내리는 비제르트에서 따뜻한 온정을 받았다
호텔 도착. 택시비 0.78 나왔길래 1 dinar 주며 ' keep the change ' 했는데도 아저씨가 영어를 못 알아들었는지 0.2 dinar 를 거슬러 주었다
호텔 뒷마당 정원으로 나오자 비가 그치고 밤바람이 시원하게 불었다.
방에 와서, 시내에서 노획한 걸 탁자위에 펼쳐 놓고, 배가 부른데도 또 먹기 시작했다,
빨간선은 오늘 이동 루트. 파란선은 누적 루트
오늘 지출 : 민트티 0.4
점심 2.0
껌,생수 0.9
루아지 8.5
택시 1 1.2
택시 2 1.0
숙박 -2일 70.0
택시 0.7
저녁 6
쥬스 3.9
샌드위치 4
택시 0.8 합 99.4 dinar (59,64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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