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31. 17:00ㆍTunisia 2015
다리가 끝나는 지점에서 택시들이 많이 서길래 좀 잡아 보려고 기다렸는데 다 퇴짜 맞았다.
피안 (彼岸) 의 세계에서 온 승객들을 내려주고 다리 아래로 돌아 나가는 택시들이었다. 주유소 있는 사거리까지 걸어 나와 시내를 돌아다니는 택시를 잡았다
기사에게 ' Vieux port 가자 ' 고 한 다음, 항구에선 동네 깊숙히 더 들어가 모스크 앞에서 내렸다. 0.8 dinar (480 원)
택시비가 비쌌음 걸어 다녔을텐데, 500원도 안되는 돈으로 편하게 왔다.
원래 렌터카로 튀니지를 돌아다니려 했었다. 그런데 오토메틱 차량의 렌트비가 상상을 초월하게 비싸서 대책없이 포기했다. 막상 대중교통만으로 전국을 다녀보니 오히려 더 잘 됐다는 확신이 든다.
기도시간이 끝나고 모스크쪽에서 남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 남자가 전화통화를 하며 후진하다가 주차된 노란색 차 범퍼를 들이받았다. 크게 부서질 속도도 아니라서 그 차는 그냥 광장을 돌아 나갔다. 그걸 본 다른 노란색 차 운전수가, 후에 나오는 차주에게 일러 바쳤다.
그런데 뭐 상황은 종료된 후라 화만 좀 내고 두 남자도 노란 차를 끌고 광장을 떠났다. 차 지붕에 TAXI 사인등을 올리고 ...
사람들이 나오고 있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간다.
약간 통통한 동네 꼬마에게 ' 이 길이 뚫려 있냐 ' 고 물어보았다. 날 놀리지 않고 대답만 쟐 해줘서 안심하고 계속 가 보았다.
역시 모스크 뒷문이 골목을 향해 열려 있다. 살짝 내부를 들여다 봤다
터키에선 외지인들이 전혀 안 오는 동네 모스크도 맘대로 출입할 수 있었는데 이 나라는 타종교인들은 출입을 금하고 있어서 조심스러웠다,
비오는 쌀쌀한 오후라 안엔 썰렁했다.
카펫이나 내부장식은 터키에 비해 아주 소박했다. 그래서 안 보여주려고 한건가 ?
골목끝은 Old port (vieux port) 와 닿아 있었다.
Kasbah 성벽과 운하가 반갑다
오른편 하구쪽으로 고개를 돌리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고색창연한 성벽 사이로 운하가 흐르고 하늘과 바다 가운데 아름다운 다리가 놓여 있는 그림같은 풍경을 기대했는데...
<인용사진>
거대한 백화점 건물이 항구를 깝깝하게 막고 있는 것이 아닌가. 풍수지리도 모르고, 이 동네 사람이 아닌 내가 봐도 속 터지게 안타까웠다
전세계 사람들이 저 view 를 보러 오는건데 대대손손 물려줘야 할 백만불짜리 경관을 완전히 물 말아 잡쉈다.
비가 그치자 고기 잡으러 나가는 어부들
비가 오락가락해서 남의 집 처마 밑에 잠깐 피신했다
손바닥만한 화단에 앉아 있는데 등뒤로 두런두런 집안 소리가 들린다
젊은 아랍 연인이 우산을 하나 나눠쓰며 지나가고 ... 비 오는 항구는 한적했다,
항구는 혹주머니처럼 막혀 있는데도 물이 의외로 맑았다.
요트가 많이 보이지만 어선도 있던데 우찌 비린내 하나, 생선대가리 하나 없을까 ?
여기서 횟집 차리고 매운탕 팍팍 끓여대는 심술을 상상해 본다
아프리카쪽 항구의 전형적인 이미지
선창가를 따라 내려오다 동네 꼬맹이 둘을 만났다. 한 아이 옷가슴에 Port 와 ugal 이 써 있길래 ' 포르투갈' 이라고 읽어주었다.
천진난만한 port 의 마린보이들이네 !
라고 생각하는데, 맹랑하게도 요 녀석이 돈을 달란다.
돈 없고 대신 사진 찍어줄께 했는데도 자기 주머니에서 1 dinar 동전을 꺼내 보이며 이런 걸 달란다.
씁쓸한 기분으로 더 내려왔다.
선창가 끝에서 cafe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Cafe el Kssiba
입구엔 고대 어로장면을 모자이크로 정성스럽게 재현해 놓았고, 내부는 은은한 티크나무색으로 마감하였다. 의자도 편해 보여 들어갔다
그런데 tea 한잔이 0.7 dinar (420 원)
좀 비싸다 싶어 나중에 벽에 붙은 가격표를 보니 0.5 가 써 있다.
따져봤자 옛날 가격표라고 하면 그만이니 살짝 기분만 상했다.
거대한 목선을 본떠 실내를 인테리어 해놨다.
비가 오니 동네 어부들이 일손을 놓고 꾸역꾸역 몰려 들었다,
LG TV에 스포츠 경기보며 하품만...
그러다 뭐가 고장났는지 화면이 안 나왔다.
다시 고쳐지는 몇 분동안 누구 하나 불평 한마디 없이 멍하게 비오는 밖만 내다 보고 있다.
점점 이방인이라는게 의식되어, 카페 밖으로 나왔는데 비가 계속 온다.
항구 맨 안쪽엔 거대한 목선이 정박중이었다,
돗대도 엄청 높던데 다리를 우찌 넘어 왔을까 ?
레스토랑이이었다.
근사하게 저녁을 먹을까하고 입구에 메뉴판을 살펴보다 등 돌리고 나왔다. 기본이 10 dinar (6,000 원) 이상이었다.
큰일이다 이젠 그 정도 돈도 비싸게 느껴지는데 귀국하면 한국물가를 우찌 용납할 수 있을까 ?
Bizerte
<인용사진>
어제밤에 와서 저녁을 먹고 산책한 old port 육거리
갑자기 눈이 부시다
빛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최신 사진조작 프로그램도 흉내조차 내 볼수 없는 자연의 뽀샵질에 턱이 빠진채 연신 셔터만 눌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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