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2. 23:10ㆍ국내여행
평해를 떠나 강릉으로 다시 거슬러 올라오는 길.
마을마다 미역을 다듬어 말리느라 여념이 없다.
간간히 여행객들이 차를 세우고 사가기도 하는데, 우리도 예전엔 지방다니며 길에서 많이 사봤다.
근데 절대 가격이 싸지 않다는거. 오히려 경쟁붙은 대형마트가 질이나 가격이 솔직히 더 낫더라.
영덕대게는 들어봤는데 울진대게도 나름 ..근데 대게뒤에 대나무가 있다.
혹시 대게가 클大가 아니라 대나무같이 생긴 다리를 가져서 대게란 뜻인걸 나만 아직 몰랐던거야 ? 그런거야 ?
그래서 세상은 참 살아볼 이유가 있나보다.
갑자기 딸내미가 막 뛰어가
게 등껍질을 타고 올라갔다.
밥 한공기 쥐어주면 등 따서 뚜껑에 밥 말아먹을 기세.
대게는 괴로운지 집게발을 들어 위협을 하는 기세.
짱이야 ! 어여 가장께 !
이어지는 사진들은 에머랄드빛 깨끗한 바다사진들이다.
뉴질랜드 남섬의 해안가라고 해도 의심 안할듯 아름답다
멀리 오른쪽으로 항구가 보이는데
야트막한 산이 바다로 길게 뻗어있고 그 위에 집들이 오밀조밀하게 붙어있는 모습이 이국적으로 아름다워 주저없이 차를 돌렸다.
죽변항이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선창가 허름한 집으로 들어갔다.
가재미찌개가 생물이라 싱싱하고 맛이 좋다고 아줌마가 추천을 해줬다.
큰 기대 안하고 주문했다. 저 보글거리는 것이 2인분 14,000원.
동태같이 살이 많은건 아니지만 살 자체가 쫀득하고,
싱싱해서 그런지 비린내도 안나고 살 발라먹기도 편하고 간도 적당하고 가격도 크게 비싸지 않아서 맛있게 먹었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성공하면 기쁨이 두배.
기대하고 성공하면 당연한거구.
기대했는데 맛없음 적선했다 생각하는게 건강에 좋다.
나와서 기념사진 !
소화도 시킬겸 동네 뒤로 들어가봤다. 골목길이 날 부른다
차한대 들어갈수 없는 저런 곳에서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이삿짐 옮기며 살았을까 ?
나 어렸을때 살던 오산에도 저런 풍경이 많았고 시린손 부비며 다마치기 하던 기억이 난다.
가난했지만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준 그 시절에 태어난 것이 갑자기 감사해진다.
타이루로 장식한 그시절엔 꽤 있는 집안. 이 집은 아마도 예전 여인숙 삘이 난다.
생선이나 오징어 말리는 줄,
갈매기가 하늘을 휘젖고 다니는, 상당히 큰 규모의 죽변항이다.
돌아오는 길.
원주를 지나자마자 뻘건 후미등이 허물벗은 비암처럼 산쪽으로 슬금슬금 기어가고 있었다.
저정도 뱀이면 길이가 못 잡아도 80km 는 된다고 보면 정확하다. 근래 보기드문 지독한 정체다
1박 2일로 2000 km 달린 기록을 가지고 있는 자칭 Ultimate Driving Man(BMW 슬로건) 인 내가
고작 6백여 km 운전했다고 엄살부리는게 아니라 정말 허리가 아파왔다.
난 달릴땐 아무데도 안 아프다. 차가 서면 온 삭씬이 쑤신다.
절대 운전못해준다는 초보 안사람에게 내 생명을 맡길 정도로, 쑤신다고 징징대니 듣기 싫었나보다.
ㅋㅋ 잔뜩 긴장한채 운전중
서울에서 강릉까지 204km 인 것을 생각하면 . 강릉에서 평해까지 160km 는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니다.
그런데도 왜 관동대로는 이 구석 평해까지 이어졌을까 ?
예전 사람들에게도 태백산맥은 결코 만만한 지형은 아니였으리라.
태백산맥 기준으로 동쪽의 대관령 넘어 지역은 비록 길이는 길지만 하나의 관동문화권이라고 보여진다.
북으로 강릉지역 성리학의 대가들은 정신적 지주가 되고
남으로 울진 평해의 너른 평야는 곡창지역으로서 생활의 기반이 되었으리라 감히 추측해본다.
옛날 조상들이 쉬지않고 꼬박 13일을 걸어야 다다르는 한양과 평해. 왕복 26일 길을
난 하룻밤사이에 왔다갔다는 것에 무한한 부끄러움과 죄스러움을 느낀다.
관동대로는 한발 뛸때마다 사서삼경을 읊조리고
한숨 쉬어갈때마다 산천에 대한 경외감과 아름다움을 깨달으면서 가는
고행의 길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 것같다.
오로지 편하게 빨리 다녀왔다고 자랑하는 나는 풍류를 모르는 한갓 상놈에 불과하거늘...
대도시의 오욕을 걸러줄 시간도 없이 울진과 평해에 내려놓고 온거 같아 마음이 한없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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