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 20. 11:48ㆍ국내여행
산은 점점 어두워지고 맘은 급해진다
청학동 사람들은 왜 이렇게 깊은 산속, 높디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살았을까 ?
뒷자리에서 짱이가 언제 도착하냐고 묻는 목소리에 짜증이 조금씩 묻어나온다.
" 10 분후에 ! "
똑같은 대답을 몇번이나 들었는지 아예 대꾸도 없다. 피차 ' 빨리가자 ' 란 말 뜻인걸 아는 처지니 ...
양갈래길이 나왔다.
손바닥에 침 튀기려다가 막내의 서슬퍼런 눈빛이 뒤통수에 박히는거 같아 핸드폰들고 길을 물었다
민박집 아줌마가 밖에 나와 우리를 기다리신다
저녁 안 먹었다고 하니 손님없어 불꺼놓은 식당으로 내려가 온 불을 다 켠다.
이렇게 얼떨결에 golden bell 울리는건 안 반가운데...ㅜㅜ
아줌마 손녀딸 영현이가 머리를 댕강 묶은 모습으로 어둠속에서 나타났다.
포항쪽에 사시는 한의사분이 등산갔다 내려오시며 알려준 비법의 약초가 있는데
그 약초를 넣고 막걸리를 담그니 술이 잘 상하지도 않고 금방 깨고 트림도 안 나더란다.
먹어보니 정말 그랬다. 한잔 먹으면 알딸딸... 두잔먹으면 말똥말똥 ㅋㅋ
아무리 물어봐도 비법을 안 알려주시는 지리산 막걸리 !
오면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라면을 괜히 먹었다
오리불고기는 한마리씩만 판다고 해서 할수 없이 주문했는데 반먹고 숟갈 내려놓았다.
영현이랑 민박아줌마랑 동네 할아버지랑 다 같이 나눠 먹었다. 담엔 꼭 굶고가서 다 먹어야지
♣ ♣ ♣
밤새 모터 돌리는줄 알았던 시끄러운 계곡물소리
모기장 밖에 붙어있는 우락부락한 나방들과
방에 들어온 파리때문에 죄없는 빰과 엉덩짝를 수시로 때리다보니 날이 밝았다.
우리가 묵었던 민박집과 식당.
삼성궁쪽으로 올라가니 조그만 박물관이 보이는데 첨엔 저 이질적인 구조물이 뭔가 했다.
오리도 아니구 거위도 아닌것이 .....아 ! 청학이였다. 푸른 학.
風馬牛不及인 내가 봐도 옛사람이 청학이라고 한것은 푸른학이란 뜻이기보다는
' 고고한 학이 노니는 깊은 산속 ' 을 뜻함인데 후세에 저렇게 요물을 얹혀놨으니 ..쯪쯪
대중목욕탕이나 한물간 놀이동산 같아서 그냥 차돌려 나왔다.
※ 풍마우불급 (발정난 말이나 소도 짝을 찾아갈수 없을만큼 멀리 떨어져 있다는 뜻)
삼성궁이라...첨 듣는 곳이다.
저 산을 넘어가면 쌍계사 골짜기가 나오는데 차로 가려면 삐잉 돌아 2시간은 가야 한다
아침 안개가 구름이 되고 ...
학이 날라다니고 ...
여기가 무릉도원이고 청학동인거지.
산속마다 예절학교와 서당이 셀수 없이 많이 있고 계속 생기고 있다.
두건을 쓴 목수가 통나무를 사랑스럽게 내려본다. 한옥석가래인지 지하여장군인지 ...
기와 지붕도 많은데 나무가 흔해서인지 너와지붕도 흔히 보인다.
장승들이 밤새 숨바꼭질하다가 나한테 딱 걸렸다.
속도를 즐기며 스크린밖으로 튀어 나가시는 할리족 훈장님 ! 좀 깬다.
내가 여기 이장이면 말타고 달구지타고 다니게 하고 싶다.
로마 시내에 까나리 경찰들은 말타고 다니고
파리공원엔 흰 양말 올려신은 멋쟁이 말들을 타며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여기라고 못할 이유가 없지.
도인촌으로 올라가는 외길. 동네 아이들이 이 산길을 올라 서당을 간다.
맞은편 산이나 계곡에 고옥들이 점점히 들어 앉아있다.
이 정도면 해발 천백고지는 되나모르겄네.
一日淸閒 一日神仙
하루라도 맑고 한가한 마음을 가지면 하루의 신선이어라. 좋다 ! -서당 툇마루에 세워놓은 글귀에서 -
구 청학동 모습,
하지만 여기도 까스통놓고 밥해먹고 볏집 이랑속에 퍼런 천막을 깔았다는 거~
요즘 매실장아치나 매실주 철인가보다. 이맘때엔 마트에 설탕이 동난다고 하던데...
차 트렁크에 바리바리 사서 싣고 출발 !
나오며 뒤돌아 찍은 청학동 입구.
근데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이상하게 이 동네 이미지보다 넘 화려한거 아냐 ? 외지인이 바라는건 관광지로 변모한 모습이 아닌데...
지리산을 한참 내려오면 만나게 되는 하동호의 풍경.
물차고 날 맑으면 사진발 쥑이겠는걸 !
하동까지 엑셀 안 밟아도 쭈욱 내리막길이다. 환상적인 드라이브길.
지리산골짜기 청학동까지 이 정도면
이제 우리나라에서 순수한 전례마을은 멸족되었다고 봐야 하는가 !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성 포도박물관 (0) | 2010.07.11 |
---|---|
하동여행 - 최참판댁 (0) | 2010.06.20 |
하동여행 - 청학동사람들 (0) | 2010.06.19 |
관동대로 at 평해 (0) | 2010.05.02 |
관동대로 on 평해 (0) | 2010.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