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 도착하니 7시가 약간 못 되었다.
태양은 대관령을 넘어갔지만 아직은 훤하여 왼쪽에 시원한 바다를 힐끗거리며 7번 국도로 남행하였다.
생각보다 한참을 내려간다. 이윽고 날은 완전히 깜깜해져서 바다인지 산인지 구분이 안되고 저녁먹을
시간도 지나서 중간에 이름모를 마을로 빠져나갔는데 이내 다시 들어왔다
여행을 하다보면 낯선 동네를 들어설때 기준은 오로지 불빛이다.
멀리 반짝이는 불빛이 보이면 마음이 놓여 들어가게 되고, 마을이 환하면 경계를 풀고 비로소 수저라도 들게 된다.
그러나 이 동네는 아직 초저녁인 시간인데도 형광등 하나 밝기밖에 안된다.
그나마 골목길로 들어가면 차창문을 얼른 올릴정도로 무섭다
' 외지인,관광객은 불나방이니 어서 마을을 나가시요 ' 라는 말뜻이다. 고민없이 울진까지 내달렸다.
밤 8시30분에 울진도착. 아래 지도에 빨간색 알파벳이 사진을 찍은 장소다,

A
태국이나 이탈리아 중국 일본 프랑스등 나름대로 음식문화가 독특하고 발달되어 있는 나라들을 여행할때도
햄버거를 찾게 되는 이유룰 혹시 생각해본적이 있는지...객관화된 맛을 믿기때문이다.
아무리 현지식이 맛있다해도 뽑기에 운을 걸어야하거나 내 입맛에 안 맞을수도 있으니 급할때는 언제 어디서든
똑같은 맛인 햄버거를 들게 되는것이다.
우리가 그날 저녁 삼겹살을 선택한건 단지 그 이유때문이다.
그러나 이내 이 식당의 특기는 백반정식이였음을 어렵지 않게 알수있었다.
주변 데이블에 앉아서 맛있게 생선을 발라먹고 오천원만 달랑 내고 가는 사람들이 얄밉다.

저녁을 먹은 그 식당.

B
근처 식당 간판이 재밌어서 다시 돌아와 찍었다.
장동건과 원빈이 돼지와 소가 되는 세상.
갑자기 내가 돼지나 소시끼보다 엄청 잘 생겼다는 이 행복감 ! 갑자기 울진이 참 좋아진다.

C
배도 부르고 등도 따땃혀서 시내를 한바퀴 둘러보고 바닷가로 나갔다.
조그만 절 마당, 바다를 향해 엄청난 후광을 뿜고있는 석가모니. 깜깜한 바다에 어부들 등대

D
역시 관광용이 아닌 생계형 어촌. 가로등 불빛이 차다.

E
안사람이 찜질방에 가면 만화책도 실컷 볼수 있다고 꼬드겨서 내키지않지만 들어갔다.
남탕에서 옷을 다 벗고 탕안으로 들어가려니 "여자가 청소중 ...들어가지 말것" 이란 팻말이 서있다.
남자가 청소중과 여자가 청소중이란 말 사이가 안드로메다처럼 크게 느껴진다. 들어가 ? 말어 ?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고민 고민하다 ...이성에 충실하기로 했다.

옆에 화장실을 보니 오싹하다. 아무도 없고 껌껌한 실내.
가운데 화장실불만 켜고 들어가 앉으니 밖에서 보면 환한 불에 머리만 보이니 더 공포스러울것 같았다.

구석에 이발소도 불끄고

탕안에도 껌껌하긴 매한가지인데 청소끝났다고 해서 들어가니 락스냄새로 머리가 아프다.
아무도 없다. 물 다 빼버린 수조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샤워기에서 내 머리위로 락스물이 쏟아지는거 같다. .

기대하고 3층 찜질방에 올라가니 만화책이 없다. 낚였다. TV 좀 보다가

냉장고속에도 들어가보고,,,

찜질방에선 옆에 코고는 소리에 도저히 잠을 잘수없어 2층 남탕으로 내려왔다.
양눈이 충혈되고 등이 굽은 할아버지가 천원 한장을 들고 안마의자로 간다.
부산에서 강릉을 가야하는데 차를 잘못타서 울진에서 내렸단다. 세상의 중심은 서울만이 아니다.
울진도 강릉도 부산도 모른 사람들에겐 세상의 중심인거다.
기름이 말라 삐걱거리는 안마의자 소리를 이겨내며 자리를 폈다. 천원으로 참 오래도 해준다 저 안마기
밤새 잠 못 이루고 이방, 저방, 2층, 3층, 장판바닥, 평상위로 다니며 몸부림치다 새벽에 간신히 잠이 들었다.
갑자기 형광등이 켜지고 TV소리가 크게 들리고 빨래거리 챙기는 소리에 깨보니 6시다. 직원출근했다.
등때를 밀어주는 자동기계가 있다. 신기하다. 몇년만에 묵은 때를 다 벗겨내니 1kg 이 줄었다.
가벼워진 몸으로 나와서 기념사진 !

F
콘크리트로 두르기전에 냇가는 더 예뻤을거 같다.

G
동네 풍경

H
경북 무형문화재, 약명도사.


한의원옆에 전업사인데...저게 벽이다,.
벽앞에 어닝을 설치하고 선반을 만들어 연장들인지 고물인지 구분이 안되는 쇠붙이들을 정리해놨다.
멀리서보면 문열고 가게 안쪽으로 들어갈수 있을거 같은 착시 ㅋㅋ

요즘은 제비보기가 힘든데 여긴 윤이 반질반질한 제비가 지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