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대로 in 울진

2010. 5. 2. 12:39국내여행

 

 

   I 

목욕탕앞에서 식구들을 기다리는데 할머니들이 손수레를 끌고 지나다닌다.

푸른 나물같은걸 보자기에 싸가지고 팔러 가시는 모습도 보이고 장봐서 오는 아줌마들도 보인다.

어제 시내 둘러볼땐 시장을 못 본거 같은데 ...물어보니 오늘 장이란다.  야호 !

장터 국밥도 맛있겠구 튀김도 팔래나 ?  나물도 사고 방물장수 물건도 구경해야지

 

초입에 가축시장이 열렸다.

 

약간 큰 병아리가 오천원이라던거 같던데...

 

카메라에 오리들이 잔뜩 긴장했다. 예내들을 보니 머리 깎은 중학생 생각이 난다.

막내가 오리 한마리만 사달라고 옆에서 계속 쪼른다.

나 국민학교때 우물가에 오리를 길렀다.

아버지랑 저녁때 뚝에 나가서 개구리를 한 봉지씩 잡아다 오리먹이던 기억이 난다.

굵은 철사를 모기향처럼 @게 구부려서 문고리로 사용했는데 그길 빼서 긴 막대끝에 끼고 멀리있는 개구락지도 쉽게 잡았었다...

딸내미는 애타는데 난 추억에 젖어 마냥 즐겁다

 

 

녹색옷 입은 아줌마 :  칠천원에 줘 ~

빨간 조끼 아줌마    :  안 팔면 안팔았지 더는 안된다~   우예 그라노 !

핑크모자 아줌니는 자기도 묻어가고 싶어서 관망하고 있고 삼각관계는 5분이상 지속된거 같다.

옆에 서서 한 꾸러미 사려다가 팽팽한 협상에 오히려 피해를 줄까봐 멋적게 돌아선다.

고수들이다 !

 

바닷가옆인데도 생선이 생물보다 건어물이 더 많다. 음식재료나 종류은 전라도를 못 따라올듯...

이쪽 사람들 말이 억양이 세고 톤이 높고 빨라서 처음 들을땐 거칠어 다가가기가 어렵다

 

여기 장에 나온 할머니들은 전문 장사꾼이 아님을 장담한다. 모두다 똑같은 품목에 소량 단품이 많았다.

 

깨끗하고 곱게 나이드신 할머니. 바나나를 참 맛있게 드신다.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가자미, 가재미.

 

장이 안 서는 날은 시장이 크진 않은거 같다. 음식점들이 별로 눈에 안 띄는걸로 봐서...

국수집이 하나 있길래 배도 고프고 음식점골목도 안 보이고 해서 들어갔다.

 

  " 첨부터 마이 넛치말구 봐가며 느어요~"

고추장에 기름과 께가 듬뿍 뿌려진 장을 내려놓으며 주인남자가 무심히 내뱄는다.

근데 이 비빔국수 장난이 아니다. 넘 맛있다. 굵게 썰어넣은 고추도, 잔뜩 들어간 속과 한테 어울려

시고 달고 맵고 짭잘하고...30년간 국수만 삶아낸 노하우가 눈에 보이진 않지만 잔뜩 베어있는 맛이다.

 

칼국수도 실망시키지 않는다...면보다 국물이 진하고 맛있었다

 

잘 먹었다고 인사하며 나오니 " 살펴가이소 ~! " 인사를 한다. 

이젠 여기 사투리에 맛을 조금씩 알거같다. 

 

시장 들어갈때 다시 온다고 약속하고 그 약속을 지켰다. 옛날 과자를 잔뜩 사서 오는 차안에서 요긴하게 먹었다.

질소충전하고 유기농하고 무색소하고 콜레스테롤 제로이고 무농약이고 우리밀이고 아무리 선전해도 소비자

우롱하는 요즘 과자들보다 훨씬 맛있다. 내 몸엔 어떤지 몰라도 내 맘엔 최고다.

 

 

   J 

울진 초입에 호수가 있고 언덕위에 정자가 운치있게 세워져있다.

 

먹을거 들고 정자로 올라갔다, 바람도 시원하고 낮잠자면 딱인 분위기다.

 

 

호수엔 연꽃가지가 수없이 꽂혀있고 산넘어에선 바닷바람이 짭쪼롬하게 불어온다. 

산책하기 좋은 호수 둘레길...   

 

 

1815년 (조선순조15년) 처음 이 위치에 대나무로 '향원정'이 세워졌다가 풍파에 허물어가자

1922년 동헌의 객사건물을 뜯어다 정자를 세우고 연호정이라 이름지었다.

연꽃이 만개한 호수를 바라보는 정자.

 

 

엄마 ! 나 혀에서 피나 ?

 

             

 

막내가 시장에서 산 눈깔사탕을 먹다가 혀를 베었다.

화난다고 막 이빨로 부시더니 열기를 식히러 호수까지 뛰어내려갔다

 

             

 

호수엔 큰 황새 한 쌍이 한가롭게 일요일 점심을 즐기고 있다.

 

 

 

씨알굵은 개미집을 건드려 놀던 아이들이 계단을 올라오는 나를 보고 조심하라고 겁을 준다.

사진찍어주고 같이 놀아주다 왔더니,자기네들끼리 흙장난을 하다가 심쓴 종이가방을 우리앞에 벌리고 먹으란다.

안엔 과자가 들어있었다.  주일학교에서 어린이날이라고 선물을 나눠줬단다.

울진의 자연만큼 아이들도 밝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관동대로 at 평해  (0) 2010.05.02
관동대로 on 평해  (0) 2010.05.02
관동대로 to 울진  (0) 2010.05.01
산청에서 하동질러가기.  (0) 2010.04.25
인천공항에서 데이트  (0) 2010.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