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25. 18:00ㆍTunisia 2015
우산도 없이 내리는 비를 옴팡 맞으면서도 계단과 내리막길이 미끄러워 한발한발 조심조심 내려온다
성 바로 아래엔 앞마당을 깨끗하게 가꾼 집들이 몇채 붙어있다. 딱히 비싼 집은 아니지만 튀니지에서 이렇게 주변을 유지관리하는 집들을 못 본터라 눈길이 갔다.
동네 골목안에는 말 그대로 구멍가게가 하나 있고 주인도 손님도 다 할아버지다.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며 쉬고 있는 날 보며 할아버지들이 ' 니하오 ' 인사를 건낸다.
숙소가 보이는 언덕 끝에 서 있는데 등뒤 집이 예사롭지 않았다. 대문도 멋지고 군대표시같은 명패도 붙어 있었다.
몸을 돌려 사진을 찍자마자 문뒤에서 군인이 불쑥 나타나서 놀랬다. 나에게 모라고 하는데... 대문 뒤에 초소구멍에서 날 다 보고 있었던 것이다. 모르는 척 그냥 내려왔다.
계단 끝 오른편에 전용 주차장까지 갖춘거 보니 고관대작의 집인가 ?
계단을 다 내려왔을때쯤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보이는 애가 지나가다 말고 ' 제페니즈 ? ' 하길래 ' 코리아 ' 라고 대답해줬다. 나에게 다가와 모라고 하더니 손가락을 오무려 입안에 먹는 시늉을 한다. 감은 잡았지만 모르는 척 " 모 ? " 하며 나도 먹는 시늉을 했다. 주머니에서 1 dinar 동전을 꺼내 보여주며 또 그 동작을 했다. 내가 한국말로 " 니가 날 줘라 " 했더니 자기 동전을 나 주는 것이다. " 나 이거 진짜 가져간다 ? " 하며 주머니에 넣는 척을 해도 눈하나 꿈쩍 않길래 다시 돌려주는 데 뒤에 가게에서 고등학생쯤 돼보이는 남자애가 뛰쳐나와 그 애를 막 혼내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동전을 다시 뺏어 나에게 주려하길래 " 그 돈 내꺼 아녀, 얘꺼야 ~ " 얼른 해명했다. 고등학생애가 동전을 다시 초딩애에게 돌려주며 나무라자 골목위로 올라갔고 난 민망해서 얼른 골목 아래로 내려갔다.
동생들을 바로 잡으려는 동네 형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내가 호텔얖 쯤 내려갈때 초딩애가 또 웃으며 내 앞을 지나갔다.
저녁시간을 보내려고 큰길로 내려가고 있다.
건물 입구 어두컴컴한 안쪽에 당구대가 보이길래 고민하다 들어갔더니 젊은 남자가 안에서 들어오라고 손짓을 한다. 창문도 없이 동굴같은 내부는 양편으로 약간 넓은 홀이었는데 왼편엔 고물 전자오락기들이 가운데는 포켓볼다이가 하나. 오른편엔 손으로 하는 테이블 축구대가 두대 놓어 있었다,
나를 들어오라고 손짓한 남자는 30세에 벌써 이 오락실을 경영하고 있는 ' 가이스 ' 란 청년이었다. (아래 사진에 검은 모자 쓴 남자)
당구 치는 것 구경하며 여행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가이스 얼굴이 잘 생겨서 결혼 했냐고 물어 보았더니 2달인가, 2년후에 결혼 예정이라고 한다
길건너 이발소에서도 한 남자가 나에게 반갑다고 ' 제키총 ' 인사를 하며 무술 포즈를 취한다.
동양인을 무시하는 호칭이긴 하지만 악의가 있는 게 아니라서 나도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경쾌한 놈들.
0.2 dinar (120 원) 동전 주며 가이스에게 너 피던 담배하나 달라고 했더니, 나가서 담배 한개피를 사왔다. 너꺼 피면 되는데...했더니 자기 담배가 마침 다 떨어졌단다.
테이블 축구에 빠져 있는 동네 청년들 옆에 가서 구경하고 있는데 인상좋게 생긴 키 작은 애가 담배를 하나 꺼내준다. 폈다고 해도 주길래 그것도 맛있게 얻어 피웠다. (아래 사진의 검은 가죽잠바)
맨날 축구만 했나 실력들이 호날두급이다. 연신 동전을 넣어가며 친구들끼리 신이 났다. 야들은 밖에 나가 직접 뛰는 운동은 안 하나보다.
다시 계산대 옆으로 와서 앉았더니 가이스가 또 나갔다와서 담배를 하나 더 내민다. 이거 안 필수도 없고... 연거푸 3개를 피웠다,
동네 청년들이 수시로 들어와 게임에 합류하고 나도 거기 더 있음 담배 한갑은 얻어 필거 같아 인사하고 나왔다.
르케프가 이제서야 좋아지기 시작한다,
코너 문방구점이 들어가 구경하다 산 볼펜. france산 raynolds
녹색이라 잘 안 쓰다보니 2017년 10.28일에 결국 끝까지 다 쓰고 버렸다.
큰길 바로 옆에 Venus 라는 레스토랑이 하나 있는데 낮에는 한가해 보이더니 지금은 불켜진 창안으로 손님과 술꾼들이 복작복작했다,
좀 비싸 보여서 간단하게 먹으려고 카페쪽으로 쭈욱 내려갔다.
그런데 정육점, DVD점, 신발가게, 철물점들은 보이는데 정작 간단히 먹을 식당은 하나도 안 보인다.
오기로 더 내려갔는데 점포들이 철시하고 길거리가 껌껌해서 좀 무서워졌다.
다리 힘이 다 풀린채 다시 돌아오고 있다.
아까 당구장에서 내가 머리 5 dinar 주고 깎았다고 했더니 여긴 2 dinar 라던데 이상하리만큼 이 도시엔 이발소가 많이 보인다. 경쟁이 붙어서 그럴만도 하겠다 싶다.
어쩔수 없이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양복을 갖춰 입은 컨시어지가 문을 열어주고 식탁보가 깔린 쪽의 자리로 안내해 의자까지 빼 주었다.
메뉴판 찾으니, 그런건 없고 오히려 나에게 묻는다
" soup ? "
" yes ! "
" fish, chicken, beefsteak "
" beef "
" drink ? "
" fanta "
" 그딴 건 없다니까~ 콜라 있다 "
" cola ! "
TV 가 매달린 쪽은 술꾼을 위한 Bar
안쪽은 흰 식탁보가 깔린 레스토랑인데 주변을 둘러보면 다 술병만 수북히 쌓아놓고 있었다.
잠시후 " 맵다 ! " 고 미리 경고하며 하레스를 내려 놓길래 " 안다 " 하고 바게트를 맛있게 찍어 먹었다
이어서 " 쭈파 ! " 라며 스프를 놓고 가는데, 여기서 생각지도 않은 이탈리아 zuppa 소리를 듣자 추억속으로 빠지며 식욕이 확 동했다.
스파게티 면이 들어간 스프가 얼어버린 몸과 맘을 사르르 녹여 주었다. 몸이 훈훈해져 쓰고 있던 두건도 벗어 놓았다.
마지막 " 비프 ! " 고기 익힘 정도도 적당하고 맛이...마시...빤따스띠끄 !
함께 나온 상추엔 소금을 살짝 뿌려 질리지 않았고 감자튀김은 끝까지 바삭했다,
뼈만 남았다
현주가 낮에 ' 레스토랑 가 잘 먹으라 ' 고 하더니 이걸 예상한 건가 ? 달래 레스토랑 글자를 붙인게 아니였군.
이 정도면 싸겐 15정도, 보통 20 나오겠군 했더니 계산서엔 19.5 dinar (11,700 원) 이 적혀 있다.
지금까지 와서 먹은 것중 젤 비싼 값을 치뤘지만 쌓였던 여독을 일거에 날려버렸다. 물론 한국물가론 확실히 싸다구,
배도 부르고 기분도 좋아져 현주에게 자랑하려고 다시 카페를 찾아갔다.
늦은 밤까지 남자들 천지다.
0.5 dinar (300 원) 동전으로 민트차 주문.
잠시후 할아버지가 잔돈을 안 주고 차 한잔만 놓고 가길래 물 달랬더니 전혀 못 알아듣는다.
둘이 싸우고 있으니 주방에서 상황파악하고 물 한컵을 내준다
카페도 이 시간에 청소를 하는지 2층 계단에서 비눗물이 계속 흘러 내린다. 하도 지저분하게 쓰니 저 정도의 청소가 필요하긴 하겠지만 미끄러지면 척추 다 나가겠는걸.
내일 여정을 검색해 보고 8시쯤 나왔다.
숙소로 올라오는 길,
오락실도 이발소도 다 문을 닫아서 골목길이 껌껌하고 무섭다.
무사히 호텔로 들어와 프런트쪽을 힐끔보니 주인남자가 가스히터를 사타구니에 끼고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다.
그냥 방으로 갈래다 몸좀 녹이려고 안으로 들어가자 주인남자가 마지못해 옆에 앉으라며 슬그머니 히터를 내쪽으로 밀어준다. 히터는 가스를 아끼려고 3단 짜리를 1단만 틀어 놓고 있었다.
내일 차편을 물어보고, 아랍어로 싸우는 대담프로에 집중하는 척, 30분 이상을 버티고 있으니 몸이 스르르 녹기 시작했다.
든자리보다 난자리가 더 눈에 띈다고, 주인남자는 히터 뺏기도 얼마나 썰렁할까 ? 너도 이런 숙소 객실에서 자봐야 투숙객들 고통을 알지 !
프런트 뒤엔 새장을 쌓아 놨는데 각 케이지마다 새들이 들어 있었다, 한 마리가 울어대자 여기저기서 시끄럽게 지지배배 거렸다,
또 다른 남자가 들어오길래 자리 비켜주고 올라왔다.
옆방이랑 세면대를 같이 쓰는건데 이 밤에 누가 또 투숙할까 싶다가도 혹시나 싶어 비누랑 치실등을 다 챙겨 들어왔다.
그런데 9시가 넘은 시각, 누군가가 올라오더니 옆방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소지품 챙겨 놓길 잘했네
옆방에선 늦은 밤까지 문을 꽝꽝거리고 꽥꽥 헛구역질 하는 소리도 들렸다,
살벌해서 이불속에 들어가 죽은듯 꼼짝 않고 있었다.
오늘 지출 : 차 0.4
택시 1.9
루아지 9
민트차 0.4
루아지 4.5
점심 2
담배 0.2
택시-1 0.6
택시-2 0.8
숙박 10
민트차 0.4
볼펜 0.55
담배 0.2
저녁 19.5
티-4 0.5 합 50.95 dinar (30,570 원)
'Tunisia 20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48> 쌍무지개의 약속 (0) | 2015.01.26 |
---|---|
47> 위대한 우산 (0) | 2015.01.26 |
45> 남한 = 미국 = 아랍의 적 (0) | 2015.01.25 |
44> 자마평원의 한니발 (0) | 2015.01.25 |
43> 들통에선 양고기가 끓고 있다 (0) | 2015.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