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26. 10:00ㆍTunisia 2015
은근히 신경 쓰이게 하는 소리가 ' 똑 ! 똑 ! ' 샤워기 끝에서 물 떨어지는 건데 그런 소리가 밤새 들리고
보슬보슬 비가 오는 것도 같아 깨 보면 1시... 5시
옆방 남자가 방문을 벌컥 열고 내 멱살을 잡아 흔들 것 같은 불안감
얼굴이 차갑고 페인트 냄새가 나 이불속에 머리를 박고 잤지만 ... 아침 컨디션이 의외로 최악은 아니다.
8시, 창문부터 활짝 열었다,
언덕에서 내려다 보이는 르케프 지붕들과 주변 평야가 밤새 내린 비에 푹 젖어 있었다
빨리 이 곳을 나가고 싶어 정신없이 배낭에 짐을 던져 넣었다, 수막이 형성된 가파른 계단은 공포스러울 정도로 미끄러웠다
숙소주인은 아침에도 프런트에 나와 있었다. 방문만 빼곰이 열고 바쁜척 방키를 TV 다이에 놓고 문닫고 나왔다,
큰길까지 내려왔다.
빗방울이 얼굴을 때릴 정도로 제법 굵은 비가 내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산없이 모자로만 가린채 바삐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었다
나도 그들처럼 온 비를 고스란히 받으며 왼편 카페쪽으로 향했다. 큰 차양아래를 지날때 마주오던 남자랑 눈인사를 하며 스쳐갔다.
3초나 지났을까 ? 갑자기 그 남자가 돌아와 접은 단우산을 나한테 쓰라고 주는 것이다.
아니라고, 극구 사양하며 그를 돌려 보냈지만 예상치 못한 호의에 꽤 당황했다. 다시 돌려받지 못할게 뻔한 외국여행자에게 비 오는 날 자기의 우산을 주저없이 내어준 사람. 찬비에 오돌오돌 떨던 몸이 화끈 달아오를 정도로 溫情을 받았다. 위대한 우산 !
그 주인공이 아래 사진에 군청색 상의, 회색 바지를 입은 가운데 사람이다.
등 돌려 카페로 향하는데 누군가 어깨를 툭 친다.
어제 오후 만났던 카스바 (Kasbah) 성지기 아저씨가 아는 체를 하시며 지나가신다.
튀니지를 3/4 바퀴 돈 후에야 비로소 이 나라에도 청소부가 있다는 걸 알았다,
형광 작업복을 입은 아저씨가 혼자 비를 맞으며 거리를 청소하고 있다
카페 안에 들어갔는데 할아버지가 나에게 뭐라고 말을 거신다, 내가 알아들으려고 하길 않자 지나가는 다른 남자들도 똑같은 말을 해줫다.
그 말의 의미랑 아무 상관없이 입구 테이블에 배낭을 내려놓고 안에 Bar 로 가서 민트티 한잔을 직접 주문했다
알아들으면 더 좋겠지만 몰라도 여행하는데 별 지장 없는 말들도 많다. 잠시후 그 할아버지가 잔든 0.1 과 차와 물 한컵을 가져오셨다,
아~ 여기 직원이었구나 !
맛없어 구황식품으로 천대받는 과자를 꺼내 아침을 떼운다.
러시아워가 조금 지나자 거리는 한산해졌지만 먹구름은 아직도 르케프 상공위에 떠서 비를 뿌려댔다
비 그칠때까지 카톡으로 현주랑 가족애를 나누려는데, 발레운동 간다고 날 두고 지구 반대편에서 더 멀리 가버렸다,
말벗으론 별 도움이 안되는 현지인 남자들만 이른 아침부터 카페 의자에 마네킹처럼 앉아 있다
천지의 조도가 약간 높아졌다.
회색 구름이 얇아지고 헤져 구멍난 틈으로 파란 하늘이 동전만하게 보였다.
곧 비가 그칠 거란 희망에 배낭을 들쳐매고 거리로 나섰다.
택시를 잡았는데 늦게 온 남자가 내 앞에서 조수석에 홀라당 올라 타버렸다. 약올라서 기사에게, 루아지 스테이션 가냐고 하고 뒷자리에 합승을 했다.
시내를 통과하는데 빗속에서 사람들이 계속 합승을 시도했다. 그럴때마다 뒷자리에서 안쪽으로 자리를 이동하는데 모두 방향이 안 맞는지 퇴짜를 맞았다.
내리막 큰길. 저쪽편에 루아지 터미널이 보인다.
또 다른 사람이 사거리에서 합승을 시도하길래 내가 미리 내려 자리를 내줬다. 0.6 dinar (360 원)
사거리가 혼잡하다.
신호등 없이 몰려드는 차들, 언덕위에서 흘러내리는 빗물로 도로는 개천이 됐고 사람들은 비가 멈춘 틈에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질컥질컥 신발을 다 적시면서 사거리를 건너 터미널쪽으로 내려간다
큰길쪽으로 문을 낸 허름한 식당으로 내려갔다.
한 할아버지가 오짜 같은 죽에 빵을 찍어 먹고 있다.
주인으로 보이는 초로의 노인이 나에게 접시를 가리키고 바게트를 반 자르는 시늉을 하기에 " 샌드위치 " 라 주문하고 앉았다.
진열장 안에서 등돌리고 손마술을 부리더니
깨끗한 종이위에-속을 미어 터지는 채운- 샌드위치를 내려 놓았다.
이 환경에서 이 음식이 나온다는 건 경이로운 마술이다.
피라밋, 에펠탑 보다도 나에겐 더 유용해서 감동적인 인류 문화유산이었다
하나라도 흘리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돌려가며 오직 먹는 것에만 집중했다.
시원한 환타 한병까지 단숨에 마셔 버리니 호텔뷔페 전혀 부럽지 않았다. 2.7 dinar (1,620 원)
든든하게 먹고 주인장에게 젠두바 (Jandouba) 행 루아지는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았다.
저리가라고 손짓하더니 그래도 못 미더웠는지 루아지가 보이는 곳까지 따라나와 다시 알려주었다.
기사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서 물으니 바로 뒤에 차를 타라고 한다,
이쁘장한 아가씨가 마지막에 타려고 그러는지 차 밖에 서 있어서 내가 안쪽 창가로 들어갔다
손님이 마저 찰 때가지 차속에서 기다리는데 몸이 춥더니 나중엔 메모장에 글씨 쓰기도 불가능할 정도로 손까지 떨려왔다
아무래도 마지막에 찬 환타를 마신게 큰 원인인거 같다,
르케프는 도착할때도 그리 춥더니 갈때도 이리 추웠다.
일지감치 정원을 채운 차가 비탈길을 내려온다. 아랫동네는 큰 마트도 보이고 더 번화해 보였다,
떠나며 르케프를 계속 올려다보았다.
도시의 상징답게 카스바가 맨위에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이번 숙소도 위치면에선 성공적이었다.
큰 산을 하나 넘자 그곳은 가히 튀니스의 스위스였다
울창한 숲과 완만한 구릉, 녹색의 들판, 그리고 보기드문 호수까지... 목가적이고 낭만적인 풍광이 파노라마로 눈을 호강시켰다
이 싱싱한 풀밭에 양 한마리가 안 보이는게 이상하다, 한국같으면 목장이나 고랭지채소밭등으로 벌써 활용됐을텐데 그냥 놀리는거 같아 아까웠다. 하도 풍요로운 땅이라 여기 주민들은 가난한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사하라사막이나 중서부 척박한 지역 주민들을 여기로 이주시키면 얼마나 좋을까 ?
아름다운 풍경사이로 짓다만거 같은 허름하고 가난한 집들이 군락으로 나타났다.
젠두바 도시에 들어섰다.
젠두바 (Jandouba)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찾는 호텔이 바로 보여 안심이 되었다
차에서 내리려는데 날 부축해 주려고 한 남자가 안 가고 기다리고 있다. 기사에게 3.7 dinar (2,220 원) 차삯 치루고 호텔쪽으로 나오고 있었다.
첼 마지막에 탔던 이쁘장한 아가씨가 가다말고 나에게
" 기사가 한사람 안냈다더니 당신이었군요. 제가 받아 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
" 아~ 괜찮아요. 전 차가 정차할때 내거든요 "
" 튀니지 사람들은 미리 낸답니다 "
" 아~ 예. 고마워요 "
그리고 헤어졌다. 더 진도를 빼기엔 오늘 아침 세수도 안한 내 몰골이 어떨지 걱정스러워졌다. 루아지 차안에서도 뭔 이상한 여기 특유의 냄새와 구취가 뒤섞여 내 숨을 크게 쉬기도 힘들었다. 여해중에도 매번 치실쓰고 양치를 열심히 하는 이유다
호텔 정문에 붙여놓은 그림, 한국의 모 웹툰 그림체랑 너무 흡사해서 한참 봤다.
젠두바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에선 더더욱 숙소정보가 긴요했기에 어렵게 찾아놓은 호텔이 여기 시미튜 (Simitthu hotel) 다
로비는 그런대로 넓고 깔끔해서 첫 인상은 좋았다,
프런트에 올려놓은 가격표를 보니 독과점 냄새가 확 풍겼다,
" 얼마에요 ? "
" 35 요 "
" 한국에서 블로그 보고 일부러 찾아왔어요. 싸게 주세요 "
" 1박이요 ? "
" 예 "
" 당신에게만 특별히 30 에 줄께요 "
" 방좀 볼 수 있어요 ? "
2층으로 올라가자 아줌마들이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었다
방엔 욕조도 있고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다. 라지에타가 있길래 만져보니 차디차다, 언제 틀어주냐니 고장났다고 대신 2시간후에 히터를 갖다주겠다고 한다. Wi-Fi 도 안되고...
" 25 dinar (15,000 원) 에 주세요 "
살짝 고민하더니 OK 한다
배낭을 방에 내려놓고 다시 내려와 숙박비 계산해주고 숙박계를 쓴다, 여권복사본을 주니 좋아했다
주인아저씨 펜 쥔 모습이 아주 특이했다. 그래도 필기체가 얼마나 수려한지~
블라레기아 (Bullaregia) 가는 방법을 물어 보았더니 ' 택시 탈수 있는데 비싸고, 버스는 요건너 정류장에서 매 15분마다 있다 ' 고 종이에 꼼꼼히 적어 주었다. 근처에 Wi-Fi 되는 카페를 알려달랬다. 아예 날 데리고 호텔밖으로 나가 방향을 손짓했다.
아저씨 약도가 좀 부실하기 했지만 노란색 버스 정류장에 대고 사진을 찍어두었다
방으로 올라왔다. 아줌마가 히터를 가져와 꽂아보더니 잘 안되는지 다른 콘센트에 꽂았다.
그사이 얼굴이 반반한 아줌마가 바닥 타일을 닦으려고 마포자루를 들고 들어와서 둘이 상의를 하더니 갑자기 방불을 끄는 것이다
허걱 ! 이렇게 겁탈을 당하는건가 ? 둘은 좀 벅찬데...
빨갛게 달아올랐다. 히터 열선이.
" 자알 작동하지유~ " 나에게 히터 확인시키고 방불 켜고 나가 버렸다. 그렇게해서 이번에도 순결을 지킬수 있었다
히터 하나 켜놨다고 방이 금방 훈훈해졌다.
양말과 빨레거리 챙겨 욕실로. 그런데 변기커버는 그냥 올려 놓은것, 욕조는 얼룩이 찌들어 있고, 샤워기는 낡고 조잡했다.
샤워까지 깔끔하게 마치고 따뜻한 이불속에 눕자마자 살짝 단잠을 잤다. 이렇게 따뜻하게 자본지가 얼마만인지 !
츄리닝입고 히터 끄고 밖으로 나왔다.
비는 그쳤지만 거리엔 먼지바람이 불고 쌀쌀했다,
호텔 맞은편으로 건너와 블라레기아 가는 차편을 기다렸다
간이정류장 앞에 나와 서있는대도 루아지들이 그냥 지나쳤다. 10 여분을 그러고 서 있자니 학생들과 주민들이 날 처다보며 지나간다
이 번잡한 도로에 양들이 지나간다
눈에 먼지가 들어가고 매연에 목이 매인채 발만 동동 구르는데 간이정류장 안 벤치에 어느새 아줌마가 한명 앉아 있다
블라레기아 여기서 타는게 맞냐고 하니 자기도 거기 간단다. 잘됐다 싶어 그 옆에 다소곳이 앉았다. 아줌마만 따라 하면 되겠구나 !
한 남자가 얇은 서류철을 들고와 나랑 아줌마에게 뭔 말을 건다. 내가 말이 안 통하자 아줌마랑 몇분을 이야기하다 갔다. 뭔 외판원인듯한데 이 나라는 낯선이랑도 격의없이 어울리고 있었다.
이번엔 아가씨가 오더니 아줌마랑 아는 사이처럼 한참을 떠든다,
그다음엔 애기엄마가 왔는데 아줌마가 ' 영어로 이야기 해보라 ' 고 하자 나에게 인사를 건냈다,
그리고 할아버지, 여학생등이 모여 들었다. 얼추 1시간은 지난거 같은데 슬슬 걱정이 됐다
이 많은 사람들이 루아지에 다 탈수 있나 ? 만약 자리가 모자라면 내가 그냥 오늘 안가야지 ...
아줌마가, 저거 보라고 하길래 얼른 돌아봤더니 대형버스가 루아지 터미널로 들어가고 있다.
저 버스가 다시 돌아 나올거라고 하신다
내가 반가운 맘에 사진을 찍자 애기엄마가 '버스 찍으면 안된다 ' 고 주의를 주었다
튀니지에서 군인과 경찰과 공공시설은 절대 사진촬영금지다. 왠지는 모르겠다. 뭔 첨단극비 무기가 장착되어 있던지 특수공작대원들인가 보다.
잠시후 버스가 돌아왔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드는데, 워낙 커서 나도 다 탈 수 있을것 같아 서두르지 않고 올라탔다.
아줌마에게 얼마냐고 물었더니 0.1 짜리 동전 5~6개를 가리킨다, 아줌마가 먼저 올라타며 차장에게 뭐라고 설명하자 나에겐 0.53 dinar (318 원)을 받고 표를 뽑아주었다.
펜타곤에 군사기밀을 팔아먹기 위해 몰래 버스 내부를 촬영했다, 목숨을 무릅쓰고
그순간 오렌지하나가 버스바닥을 데구르르 굴러갔다.
오렌지로 위장한 최신형 대인살상용 화학무기임에 틀림없다,
그걸 보고 남자승객이 얼른 집어...
다시 할아버지에게 갖다주지 않고 ...
그냥 다시 굴렸다.
할아버지가 그걸 주워 원래 있던 비닐봉지에 회수 조치하는걸로 폭탄테러는 미수에 그쳤다.
할아버지나 그 남자나 어렸을때 부터 구슬치기 훈련을 받은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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