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24. 17:00ㆍTunisia 2015
점심을 먹으러 어제 봐둔 식당을 찾아갔다.
케모니아 있냐고 물으며 불쑥 들어가 식당 안을 둘러 보았다. 들통 몇개에서 뻘건 고깃국이 화끈하게 끓고 있다.
그걸 한 그릇 달라고 하고 밖에 앉았다.
잘 달궈진 철판위에 떡갈비 같은 고깃덩어리 하나를 올려 놓으며 이건 1.5 dinar (900 원) 라며 유혹한다
드디어 음식이 나왔다.
뼈가 쏙 빠지게 잘 고와진 양고기를 발라먹고 따부나 빵을 칼칼한 국물에 찍어 먹으니 입맛에 딱 맞았다.
떡갈이에서 버거 패티, 나중엔 너비아니로 변신한 고깃덩어리가 겉이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졌길래
그것도 달라고 해서 게눈 감추듯 먹고, 음료수 한병 꺼내 마시고 씩씩거리며 앉아 있으니
식당주인이 어디서 왔냐고 말을 건다.
' 한국에서 왔다, 맛 한국음식 같다. 어젯밤 여기 식당 봐두고 오늘 찾아왔다 ' 고 했더니
" 그 신발도 오리지날 메이드 인 코리아냐 ? " 꼬고 앉은 내 발을 보며 뜸금없이 물어보았다. 한국제는 다 좋은가 보다
들통 속 음식을 찍어도 되냐니 Facebook에 올려 달라며 흔쾌히 설명을 곁들여준다
" 이건 Mouton, 이 거 두개는 소, 조거는 미트볼 ..." ※ mouton : 불어로 양고기
총 8.55 dinar (5,130 원) 계산하고 나와 길 건너에서 식당 전경을 찍어뒀다.
하얀 국화빵 같은걸 파는 구루마.
맛있어 보여 쪼개진거 시식해 보자 하고 먹어보았다. 안에 앙금같은게 조금 들어있긴 하지만 퍽퍽하니 큰 맛은 없다.
그냥 가기도 뭐해 밤에 주전부리라도 하려고 2 dinar (1,200 원)을 주며 이것저것 섞어 달라고 했더니 국화빵 하나가 0.7 라며 지멋대로 몇개 담아 5 dinar 내라는 거다. 그럼 안산다고 했더니 " 알았어, 그냥 가져가 " 한다.
숙소에 와 봉지를 들여다보니 국화빵 3개 막대과자 5개 들어있었다.
물가 뻔히 아는데 누구에게 바가지를 !
인간만큼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생명체도 드믈 듯. 커버없는 변기도 급할 땐 앉을만 했다.
생산적이지 않은 행위에 힘을 낭비했더니 방에 와 밍크이불속에서 10분간 실신했다.
창밖으론 고도의 오후가 한창 바쁘게 돌아가는데 난 부드러운 침대속에 누워 있자니 유혹을 못 이기고 1시간을 내쳐 더 자버렸다.
1899년 튀니지 카이로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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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오렌지 하나 개운하게 까먹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오후에도 여전히 바람불고 쌀쌀하지만 화장실 다녀와 낮잠을 푹 잤더니 처량맞지도 않고 약간 설레이는 기분까지도 들었다.
오후도 단골 카페에서 시작한다.
잔돈 다 긁어 0.4 dinar (240 원)으로 차 한잔을 주문하고
문밖 테이블에 앉아 집에 안부를 전하는데 말쑥한 복장을 한 남자가 양해를 구하고 앞자리에 앉는다, 휴지를 꺼내 코를 풀며 춥다고 한다. 현지인이 춥다고 하는 것을 첨보고, 좀 측은해서 내가 차 한잔 산다고 하고 써빙 아저씨에게 한잔을 더 주문했다.
한국은 지금 길도 얼고 눈도 많이 오지만 여기가 더 춥게 느껴진다고 하니 지난 주까진 괜찮았는데 이번 주가 유난히 더 춥다고 한다.
내가 카톡을 하는 걸 보더니 한국에 일자리를 물어본다. 기술이 모냐니까 대학에서 제빵을 공부했다고 한다.
" 한국엔 지금 가면 3 D 일을 해야 된다. 그것도 동남아나 중국인들이 하고 있다. 너는 이태원이나 안산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빵을 만들어 팔면 괜찮겠다 " 고 했더니 e-mail 과 전화번호를 달래서 적어주었다. 자기는 33세인데 일이 없어서 카페나 전전한다고 했다.
고학력이지만 No-job 인 튀니지 사회의 비애가 느껴졌다. 갑자기
" 부끄럽지만, 3 dinar 만 달라. 아침부터 굶었다 " 고 해서 안된다고 했다. 차라리 거지복장이었음 줬을지도 모르겠다. 이건 뭐 허우대 멀쩡한 놈이 동냥을...
담배를 꺼내 피길래 나도 하나 달라고 했더니 튀니지産은 순하다며 하나 건네준다.
잠시후 옆에 담배 파는 아저씨에게 1 dinar (600 원)을 내고 까치담배 3개피를 사서 담배갑에 넣고 기도하러 간다고 일어나 메디나쪽으로 사라졌다. 그 남자 사진을 찍어 카톡으로 보냈더니 현주가 Dandy 하다고 표현하던데 댄디한 남자의 뒷모습은 결코 댄디하지 않았다. 담배 사 필 돈있으면 밥을 사 먹지
이 카페에 세번 온 나를 알아보고 담배장사 아저씨가 ' 코리아 ! ' 하며 주변 남자들에게 한국인과 일본인의 눈, 얼굴 차이점을 신나게 설명한다.
거기 앉아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까치담배를 사갔다.
오늘도 무슨 중요한 경기가 있는지 밖에 의자까지 남자들이 꽉 찼다.
담배연기를 피해 아까 할아버지들이 알려준 마트를 찾아 나섰다
숙소 옆 골목길을 올라가자 언덕너머에 Hotel Splendid 가 보였다. 카이로우안 숙소를 찾아볼때 이 호텔도 본 기억이 난다.
호텔 옆에 폐가도 있고 메디나랑도 거리가 좀 있어서 내가 묵고 있는 SABRA 가 훨씬 나은거 같다. 이런 곳 예약하지 않은게 천만다행이다,
가도가도 마트가 안 보여 마주오는 아랍 여자에게 물어봤는데 부끄러운듯 대답하고 지나간다
로터리까지 나왔다. 좀 더 깨끗한 식당들과 브랜드 거리가 나타났지만 대형마트는 안 보였다.
터키 콘야에 대형마트가 생각났다. 이 정도 크기의 도시지만 마트가 들어설 구매력이 없는가보다.
다시 메디나 방향으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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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때가 되자 또 울씨년스런 바람이 부는데 거리엔 할일 없는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이 정도 날씨도 그들에겐 더 춥게 느껴질 것 같다
벤치에 앉아 있는데 벗어놓은 두건이 날라갔다보다. 두리번거리니 뒤에서 청년 둘이 있다가 집어준다.
내가 ' 아이쉭 ' 했더니 ' 아이쉭이래~ ' 하며 놀란듯 친구에게 말한다. 잠시후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며 내 앞을 지나갔다
어떤 땅이건,
그 위에 하늘은 항상 장엄하다
어제 성곽을 산책할때 만난 호객꾼을 광장에서 또 만났다. 카펫이야기를 하길래 됐다고 보내자마자 이번엔 키가 큰 흑인이 어슬렁 다가와 박물관이 어쩌구 하길래 별 반응을 안 보이니까 슬그머니 가버렸다.
점심 먹은 식당에 저녁도 먹으러 들어갔다.
낮에 몇통이나 끓여대던 고깃국이 다 팔리고 mouton 만 반솥 남았다. 그거 주문하고 2층에 올라와 있으니 잠시후 큼지막한 고기를 담아왔다. 단골이라고 신경써서 큰 거로 골라 줬나보다. 일부러 음료수나 너비아니도 안 시켰는데 빵을 곁들여 배가 터지게 먹었다.
옆에 쌓아 놓은 바나나 박스에 상표가 눈에 익다... Dolce & Banana
카이로우안 수크에 저녁은 급격히 차분해진다
내려와 6 dinar (3,600 원) 결재하고 밖으로 나가서 식당전경을 찍는데 식당안에 있던 젊은 손님이 ' 들어와 이것도 찍으라 '고 손짓한다.
아까 벌써 다 찍었다고 해주고 자리를 떴다.
입가심으로 차나 한잔 하려고 숙소를 지나 다시 단골카페로 갔다
오늘 저녁은 밖에 자리까지 꽉찼고 의자까지 공수해 와 꾸역꾸역 끼워 앉아 있었다.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도 없이 합석에, 바로 옆엔 다른 테이블 사람에...도저히 비집고 들어갈 틈이 안 보여 길 맞은편으로 건너가 바라보았다
... 이 남자들은 저녁먹을 시간에 왜 집에 안 들어가고 이렇게 모여 있을까 ? 서로서로가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돼버렸을까 ?
... 이슬람 사회에서 음주까지 공식적으로 허용된다며 참 볼만 하겠다
... 천성적으로 게으른걸까 ? 일 없다고 모여 앉아 비생산적인 것만 하지 말고 힘을 합쳐 주변을 깨끗히 하면 좋을텐데.
... 선진국치고 지저분한 나라없고, 후진국치고 깨끗한 나라 없더라마는 ...
카페 일원에 끼지도 못하고 건너편에서 흉만 보다가, 혼자 호텔쪽으로 걸어왔다
호텔 옆 카페 야외 의자에 앉아 쥬스 한병 0.65 dinar (390 원)을 마셨다.
찬게 들어가니 잠시 후 몸이 달달 떨려온다.
<인용사진>
오늘은 프런트에 또 다른 할아버지가 앉아 장부정리를 하고 있다,
아무도 없는 방에 혼자 있기 싫어 로비에 앉아 TV를 본다.
들리긴 하지만 이해가 안되는 소리들, 박물관에 있어야 할 브라운관을 30 여분이나 우두커니 처다봤다.
그래도 심심해서 할아버지랑 서로 ' 봉수아 ~ (bonsoir) ' 저녁 인사를 하고 올라왔다
방에 모가 바뀐거 같은데...
아 ~ 창문에 커튼을 달아놨구나. 오늘 밤에는 좀 더 따뜻하게 잘 수 있겠네
근데 내가 없을때 방에 들어 왔다는건데... 그나마 아까 정돈해 놓고 나가서 다행이다.
메디나 앞 동네 산책길
오늘 지출 : 차 0.4
택시 1.3
택시-2 0.95
점심 8.55
과자 2
차-2잔 0.8
저녁 6
쥬스 0.65 합 20.65 dinar (12,39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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